358화 누구나 같은 것을 생각한다
“잘 들 노는군.”
원기는 생각보다 잘 노는 놀원과 굴베이그를 보면서 한숨 돌렸다. 나이트는 꽤 어른스러운 듯 굴었지만, 막상 놀이에 빠지고 나니 어린아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놀원과 정신 연령이 잘 맞는 듯이 아주 잘 놀고 있었다.
특히 범퍼카에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면서 서로 노려서 부딛치며 놀고 있었다.
“저거 봐. 무슨 화보 촬영인걸까?”
“장난 아닌데? 정말 예쁘다.”
타입이 다른 미녀 둘이 생기발랄하게 노는 모습은 확실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로 둘의 모습을 심심찮게 찍고 있었다. 원기는 되도록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면서 구석진 벤치에 앉아있을 생각이었지만, 리디아 덕분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리디아는 찍어도 좋지만, 난 좀 피해줬으면 좋겠는데.’
“저 남자 왠지 탤런트 박원기 닮지 않았냐?”
“그래선가? 닮은 꼴이라는 것도 좋긴 좋은가보네.”
‘아예 들리라고 하는 소리로군.’
게임캐릭터의 귀가 밝은 편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시선이긴 해도, 나쁘진 않은 느낌이네.’
잘생기지도 못한게 금발 벽안의 여신 같은 미모의 여성과 있으니 질시의 대상이 되는 듯 했다. 잘생긴 캐릭이나 근육질 캐릭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와는 꽤 달랐다. 더 노골적이라고 할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병상에 누워있었들 때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리디아에게 메신저로 몇가지 지시를 내리면서, 동시에 양해를 구했다.
“야! 이년아. 놀고 있으면 뭐해. 마실 것하고 군것질거리 좀 사와.”
원기는 차마 리디아의 뒤통수를 치지는 못하고, 어깨를 툭하고 치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마실 것은 어떤 걸로 할까요?”
“그것도 몰라! 늘 마시던 걸로 해.”
원기는 벤치에 기댄 자세로 발로 툭 차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주위에서 쳐다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경악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리디아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음식물 판매대로 걸어가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그 가운데에는 욕설 비슷한 것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듣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승리한 뒤, 패자가 욕하는 것을 듣는 승자의 기분과도 비슷했다.
‘욕먹는 것도 때로는 기분이 좋아지는걸.’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면서 굴베이그와 놀원을 지켜봤다.
눈오는 날의 강아지 두마리처럼 정말 재밌게 놀고 있었다.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굴베이그의 경우 인격에 따라서 취향도 완전히 달랐다. 흔히 절규머신이라고 부르는 롤러 코스터나 바이킹류를 좋아하는 것은 나이트였고, 귀신의 집이나 볼거리를 좋아하는 것은 비숍이었다. 굴베이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조용히 원기 옆에 붙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굴베이그의 그런 모습은 원기의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만들었다.
아더일행이 잘 챙겨주긴 했지만, 그쪽 방면에 다시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놀원은 나이트와 죽이 잘 맞아서 같이 잘 놀았지만, 사이는 그리 좋지 않은 듯 했다.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사이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놀원과 굴베이그는 함께 있으니 더 활기찬 느낌이었다.
“지금 봤어요? 내가 이기는거?”
“무슨 소리야. 내가 이겼지. 이 망할 똥개같으니.”
나이트는 어느샌가 고상함을 휙 던져버린 듯 했다. 나이트 역시 굴베이그의 일부, 나이트가 즐겁다는 것은 굴베이그 역시 즐겁다는 뜻이었다.
“잘했다. 잘했어.”
놀원은 노골적으로 원기의 품안에 뛰어들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보통은 부담스러운 원기가 밀쳐냈지만, 지금은 보는 사람들의 눈이 있었다. 사실 아까까지 원기를 두고 못난 놈이 운좋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염장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핫팬츠에 배꼽티와 스포츠 브라의 중간쯤 되는 셔츠를 입은 놀원을 다정하게 안아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평소와 다른 태도에 놀원은 물론이고 나이트도 당황한 듯 싶었다. 나이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나이트는 원기에게 애교를 떠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듯 했다. 대신 어느틈엔가 굴베이그로 돌아와서는 원기의 팔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얹으면서 옆에 앉았다.
평소에는 옷자락을 잡는 것도 주저하는 굴베이그로서는 엄청난 진보였다. 그래서 원기는 굴베이그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배, 배도 좀 쓰다듬어 줘요.”
틈만 보이면 기어오르는 놀원의 특기가 발동했다. 원기의 손을 끌어 자신의 배에다가 가져갔다.
‘아이고, 이 놈의 하이에나 같으니.’
머리속에 강아지의 속어가 떠올랐지만, 차마 욕같아서 표현할 수 없었다. 배에 털이 수북한 하이에나 때는 쓰다듬어 준 적이 있지만, 털도 없는 맨들맨들한 피부를 쓰다듬는건 좀 난감했다.
내버려두면 마운팅(일명 붕가붕가)까지 하려고 들지도 몰라서 그냥 적당히 쓰다듬어 줬다. 주위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지만, 나름 쾌감도 느껴졌다. 문제는 굴베이그였다.
나이트의 영향일까, 아니면 그녀 본연의 것일까는 알 수 없었지만, 놀원에게 지고 싶어하지 않는 기분이 싹튼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옷은 순백의 원피스였고 배가 드러난 놀원의 의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원피스의 가슴 부분을 앞으로 당기고는 그 사이로 원기의 손을 쑥 집어 넣었다.
“으악. 뭐하는 거야.”
원기는 굴베이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서 놀원을 팽게치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놀원과 굴베이그를 끌고 다른 곳으로 황급히 이동했다.
리디아와 극장에서 합류한 후,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꽤 현명한 선택이어서 놀원은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고, 굴베이그는 비숍이 나온 듯 영화에 집중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미안. 완전히 애보기에 동행시킨 느낌이네.”
“괜찮습니다. 여신님들과 함께 해서 영광입니다.”
원기는 리디아의 답변에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있었다. 리디아에게는 오늘 행사는 세 여신과 함께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굴베이그, 펜리아, 프레이야의 세 여신이 될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애보기보다 피곤하겠네. 나도 제 멋대로였고.’
사람들 앞에서 뻐기듯이 괄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떠올렸다. 사람들 염장을 지를 생각이긴 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유치하고 창피한 일이었다.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리디아말고 다른 엘프들도 보고 있었을텐데.’
원기는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리디아는 원기와 가까워진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만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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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기사단에서 연락입니다.”
“빠르군.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조제성은 수화기를 들었다. 그의 개인용 핸드폰은 정말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착신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국가급 VIP들조차 그의 핸드폰 번호를 경매에 붙인다면 얼마가 나올지를 두고 농담을 나눌 정도였다.
그는 업무에는 고풍스러운 전화기를 선호했다.
“잠적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헬 여신이 추종자를 모아,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잠적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시겠군요. 저희도 지금 패닉 상태에 가깝습니다.”
[헬 여신이 돌아오는 것은 꼭 막아야 합니다. 신물과 신표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저희도 정보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일단 신물의 소재는 몇 곳을 파악해 둔 상태입니다. 혹시 원하시면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소재를 파악해 두셨다면, 어째서 방치하고 계신 겁니까?]
“이미 몇몇 신물은 파괴해버렸습니다만, 나이트 엔젤이 개입하기 힘든 곳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를 찾아보기 위해서 주시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일단 리스트를 보내드리지요.”
조제성이 그렇게 말하고 눈짓을 하자, 비서가 미리 받아놓은 리스트를 보안 메일을 통해서 템플 기사단에 보냈다.
[과연. 곤란하시겠군요. 이 리스트의 대상들은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지요.]
“템플 기사단의 여러분들도 곤란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어차피 비밀결사입니다. 악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봐야겠지요.]
제성은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보낸 리스트에는 악덕 기업주들과 악덕 정치가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들이 사망한다면, 사회적 여파는 적지 않을 것이었다.
“저희는 리스트에 해당하는 이들의 공백이 미칠 여파를 고려해서 투자를 좀 해둘 생각입니다. 필요하시다면 템플 기사단을 위해서도 투자 지분을 나눠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 제의는 저희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템플 기사단의 숭고한 뜻을 위해서는 재정적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측에서 여러분을 위해 일억불을 기부하고 싶습니다.”
조제성의 제의에 템플 기사단측은 입을 다물었다. 비밀결사로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이라는 것은 돈을 먹는 괴물이라서 넉넉하면 넉넉한대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재정을 지탱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추종자들의 기부였다.
“여러분들의 숭고한 뜻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신물에 대해서도 조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한한 조사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신물들을 포기하는 것은 괜찮습니까?”
“어차피 떡밥이야. 헬의 치유력과 회춘 능력을 홍보해줄 수단이지. 진짜는 신표들이야. 발키리들을 유지하는 것도 늘리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신물들은 조만간 템플 기사단이 청소해 줄거다.”
장수한 역시 신물들의 악용 가능성이나, 영향을 생각하면 정리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조제성은 아예 떡밥으로 애초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게 참 놀라울 뿐이었다.
‘저 양반 머리 속엔 뭐가 있는건지.’
헬의 세계수는 현재 달 기지에 있었다. 세계수의 축복은 성역을 통해서 주로 발현되기는 하지만, 신관들을 통해서 발현되듯이 거리와 관계없이 인간과의 연결로 발현되기도 했다.
따라서 각지에 퍼진 헬의 신표에서 올라오는 생명력과 정신력은 달에 있는 세계수에 착착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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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캐니는 병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눈을 비볐다. 부인 애니가 병석에 누워있기 때문이었다.
‘출근 해야지.’
몸은 무겁고 눈은 잘 떠지지 않지만, 회사에 가서 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병원 내에서 핸드폰을 쓰면 안된다는 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병원 내에 와이파이도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더라도 딱히 주의를 주는 사람도 없었다.
“여보세요.”
“당신 아내를 살리고 싶다면, 당신 가방에 든 봉투를 살펴보는게 좋을 것이요. 그게 뭔가하면…”
“감사합니다.”
캐니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화 상대가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상대가 뭘 말하는 건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병원 내에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캐니는 상대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황급히 자신의 가방을 뒤졌다. 그러자 봉투가 나왔다. 봉투 안에는 주의사항이 프린팅된 종이가 담겨 있었지만 캐니는 종이에 프린트된 내용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그는 봉투를 뒤집어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바닥에 털었다. 그러자 손 위에 25센트 동전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동전에는 희미하게 검은색의 거미 모양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헬 여신의 신표야.”
그는 그 동전을 꼭 쥐고 헬 여신에게 자신의 생명력을 바칠 테니 애니를 살려줄 것을 간절히 기원했다. 그러자, 온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하며 자신의 몸에서 생명력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간절히 기도한 탓인지 약 30분 정도 후, 생명력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사라졌다. 동전을 바라보자 은은하게 1분 가량 붉게 빛나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거미의 문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 여유는 좀 있군.’
그는 세면대를 향했다. 눈 아래가 퀭한 것이 검은 기미가 보였다. 확실히 생명력을 빨린 느낌이었다. 워낙 몸상태가 안좋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당분간 잘 먹고 잘 자야겠군.’
프린트에 적혀있는 문구는 그도 잘 알고 있는 문구였다. 괴담에 있던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이미 그 내용이 공개되어 있었다.
‘로이가 보내준게 아닐까?’
로이는 어제 갑작스럽게 쾌차되어 나간 로라의 남편이었다. 의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소문을 들었다.
전파 방식은 불행의 편지와도 비슷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동전, 곧 신표를 넘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동전과 주의사항을 적은 봉투를 몰래 환자 가족에게 넘기는 거였다.
이유는 헬 여신을 믿는 이들을 이단심문관들이 추적해서 죽이려고 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헬 여신의 상징인 거미는 은화에 새끼를 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은화가 없으면 은색 동전도 상관 없다고 했다.
‘이왕이면 은화로 해주지.’
그런 배부른 생각을 하면서 캐니는 피식 웃었다. 쿼터(25센트) 동전에 보이는 거미의 눈 하나가 약간 붉게 보였다. 이 거미는 그가 얻은 행운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오늘은 좀 몸이 고달플 것 같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활기차게 움직였다. 강렬한 희망이 몸의 피로를 잊게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찍 자야겠어. 좋은 것 먹고 푹 쉬어야지. 몸이 축날텐데.’
앞으로의 병 수발을 걱정하다보니 식사도 제대로 못해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자지 않으면 헬 여신에게 바칠 생명력이 모자랄 수도 있었다.
생명력이 충분치 않으면 생명력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나눠줘야겠지. 우선 아들 녀석에게 줘야겠군.’
생명력의 갈취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애니가 낫게되면, 병구완을 위해서 사용하던 생명력을 자신에게 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일종의 생명력 은행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간 모은 생명력의 일부를 자신에게 사용하고, 일부는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생명력을 축복으로 사용하면, 전체적으로 생기가 회복되기 때문에 생명력 소모의 피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좀 더 잘 먹고, 좀더 잘 자두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무병 장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특히 브론즈 회원 이상이 되면, 굳이 기도를 안해도 생명력이 모여든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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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제 코인이 다이아몬드 등급이 되었습니다. 무섭군요.”
세계 각지에 신표인 헬 코인을 일천개를 뿌렸다. 그리고 그 코인을 병원등을 통해서 산발적으로 뿌렸다. 헬 코인을 가진 이들은 병원 대합실에서 장기간 머무른 이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금방 금방 뿌릴 수 있었다.
“대체 이 생각은 언제 하신 겁니까?”
“초기에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프레이야님의 세력이 급격히 확장되었다간 큰 문제가 생길게 뻔했지. 그리고 프레이야님의 성격상 추종자가 늘어나는게 좋은 건 아니니까.”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추종자를 아끼는 마음도 좋지만, 모두가 추종자가 된다면 오히려 부담만 늘어나고 위험에 빠지기 쉬웠다. 반면 희연은 이런 면에선 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헬 여신으로서 추종자를 챙긴다는 것 따위는 전혀 생각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멋지군요. 이 코인. 이걸로 제가 헬 여신의 제 1 사도가 되는 셈일까요.”
다이아몬드 등급의 은화 위에 존재하는 거미의 문양은 선명하고 섬세했다. 헬 여신의 신성력이 보석처럼 선명하게 눈동자의 위치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에인페리아를 창조하고도 남을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때 희연이 타월로 땀을 닦으며 지나가는 모습이 장수한의 눈에 들어왔다.
“아, 희연아. 마침 잘 왔다. 이거 봐.”
장수한이 헬 여신의 최고 신표를 희연에게 보여주려고 내민 순간, 희연은 비명인지 기합성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서 장수한의 발을 찼다. 그리고 훈련용 목검을 들어서 코인을 향해 휘둘렀다.
무기 사랑의 빛이 코인을 박살내버렸다.
“거미, 거미 어디갔어요. 그런 장난 치지 말랬지요!”
소름이 돋는 듯한 표정으로 희연은 혹시 거미가 기어다니는건 아닌지 바닥을 살폈다.
장수한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의 다이아몬드 코인이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뭉쳐있던 신성력은 세계수에게 알아서 흘러갔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대로 간다면 세계 정복도 금방일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니야. 일단 코인을 가진 이들은 이쪽의 지시를 따를 생각이 없지. 그래서 빨리 퍼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두번째 문제인데, 수량에 제한이 있어. 생각보다 빨리 퍼지긴 했지만, 조만간 증식이 불가능해질거야.”
“제한이 있다고요?”
“그래. 어째서 로키는 세 자녀신을 낳았고, 오딘 역시 아스신족을 내버려뒀을 것 같은가. 프레이 말로는 신들의 그릇에 따라서 숫자 제한이 달라지긴 하지만, 신자 수의 제한이 있다고 하더군. 희연의 경우에 프레이의 예상으로는 십만 단위에서 멈출거야. 많아도 50만은 못될 거라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런 약점, 아니 한계가 있었군요.”
오딘이나 로키가 유일신이 될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했다. 자녀신이라고 해도 처음 몇십년은 말을 잘 들었겠지만, 신격이 성장하면서 관계는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신의 씨앗을 얻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얻는다고 해도, 마구 늘릴 수도 없어. 자칫하면 신들의 내란이 우리 진영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까.”
“골치아픈 문제군요.”
“일단, 헬 코인 말고 늑대 반지도 조만간 퍼질거야.”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며칠 후, 끼면 살이 빠지고 예뻐진다는 반지의 소문이 동북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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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에게 더 많은 병력을 내놓으라고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되려 의심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변수는 늘이고 싶지 않다. 이번 기회에 오딘은 물론이고, 프레이야에도 타격을 입혀놓을 필요가 있어. 특히 프레이야의 묘한 에인페리아들은 확실하게 처리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겠군요.”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토르는 특수한 부활 능력을 지닌 에인페리아들을 확실히 처리할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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