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60화 (360/497)

360화 발할라 공략전 - 2

토르의 군세는 약 20만이었고, 신관들과 에인페리아들, 성기사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병력의 숫자는 큰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역시 많은게 좋다는 거겠지.’

3레벨 성역만 되어도 투사체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3레벨 성역의 방어벽은 아주 무른 것이었다.

하지만 총알이나 미사일이 물속의 목표를 공격할 수 없듯이, 고속의 투사체들은 이 매질 차이에 파괴되는 특성을 보였다.

발할라의 열차포가 불을 뿜었지만, 위력에 비해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토르의 해머는 그 속도에 비하면 놀라운 유도성능을 가진 운석 병기였지만, 성역의 장벽은 뚫을 수 없었다.

현대전의 핵심은 미사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스가르드의 군대는 충분히 현대전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고 봐도 될 것이었다.

미사일과 포탄이 무력화되고, 폭탄의 위력이 반감되며 총알이 의미를 잃는 상황에서 현대 무기가 위력을 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다.

오딘은 토르의 군세를 발할라에서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신관이 발생시키는 성역과 신전의 세계수가 발생시키는 성역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티팩트들의 효과는 자기편 성역에서 높아지게 되어 있었다. 적대 성역에서는 일반 무기만도 못하거나, 일정 레벨의 아군 성역이 아니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대신 절대적 위력을 발휘하는 아티팩트들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토르가 발할라까지 아무 문제없이 진군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다.

멀리서 포격을 가하기도 하고, 매복해서 기습을 하기도 하고, 슈탈 크리그로 습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토르는 프레이야의 캐릭터 군단을 보호하기만 했다.

어찌보면 요인 보호이고, 어찌보면 포로로 감시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토르와 오딘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했다.

[연하양, 동쪽을 봐주게.]

[원기님, 북쪽의 부대를 찬찬히 봐주십시요.]

[희연양, 좀 더 가까이 가볼 수는 없겠나?]

조제성과 장수한 말고도 호철, 찬균 등 전투에 참전하지 않는 이들은 시야 공유를 통해서 토르와 오딘의 전투 뿐만 아니라, 진군 중에도 토르의 병력들의 모습을 녹화했다.

그리고 행군을 멈춘 야간에는 기록해 둔 동영상을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군대의 움직임이나 전투를 통해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요주의 인물들에게 코드명을 붙이고 기록해 놓았다.

토르가 리베로에 대해서 필요없다고 말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바로 ‘거대화’ 능력이었다.

공간 왜곡의 능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거대화, 장수한이 울트라맨이라며 열광한 능력은 실제로 대단한 것이었다.

거대화를 사용하는 것이 거인 에인페리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약 3미터에서 4미터에 달하는 거인들이 거인화 능력을 사용해서 5배에서 10배 가깝게 커졌다. 리베로를 가볍게 능가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주 무기중 하나는 새총이었다.

그들이 몸에 걸치거나 장비한 물건들은 공간 왜곡으로 함께 거대화되지만, 그들의 몸에서 떨어지면 원래 크기로 되돌아 왔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거대한 철구들을 수레에 담아서 이동했다. 그리고 새총을 들고 거대화된 상태에서 철구들을 새총에 걸고 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석궁’이었지만, 대단히 빠르고 정확한 공성병기라는 사실이었다. 슈탈 크리그들도 이 석궁에 맞으면 무사하지 못했다.

이 철구들은 성역의 무른 방어벽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었다.

입사각이 안맞으면 돌이 수면을 튕기듯이 튕겨나가기도 했지만 실속하면서 추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대화된 거인에게는 작은 쇠구슬 같지만 직경 1미터짜리 철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토르도 무섭긴 무섭군요.”

[북구 유럽 신화를 잘 살펴보면, 신들의 지위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최고신은 ‘티르’였다고 합니다. 인간들의 신이지요. 그러다가 ‘토르’가 최고신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천둥 번개, 곧 기후를 조종하는 농업의 신이지요. 그리고 마침내는 교활함과 마법을 쓰는 지배계층의 신인 ‘오딘’이 최고신이 됩니다. 일종의 하극상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고 봐야겠지요. 오딘과 토르는 때로 형제로 묘사되고, 부자간으로 묘사가 되기도 합니다만, 추종자들의 세력에 따라서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전투도 그런 하극상의 시도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일종의 내란이지요. 그래서 언제 창끝이 우리에게 돌려질지 모른다고 봅니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다음은 외적을 통해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들 수도 있습니다.]

오딘만큼은 아니지만, 토르도 충분히 교활하고 음험했다. 오딘의 눈을 피해서 전력을 꽤 오랬동안 모았던 것이 틀림없었다.

거인의 거대화도 지금까지 꼭꼭 숨겨온 것이었다.

“아직도 감춘 비밀 수단이 있겠지요?”

[당연합니다. 현 전력으로는 절대 발할라의 신전을 점령할 수 없습니다.]

조제성은 단언했다. 거대화된 거인을 장수한은 울트라거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명명했다. 소위 이 울트라 거인은 새총 말고도 투석구를 이용해서 돌을 던지기는 하지만, 토르의 성역 내에서만 거대화가 유지 되었다.

성역을 벗어나면 10초도 안되서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장수한은 3분만 버텨주길 기대했지만, 정말 3분을 버틴다면 그야말로 악몽일 수도 있었다. 공간왜곡은 중력왜곡으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해졌다.

토르의 성역을 벗어나는 순간, 즉시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적의 신전 벽을 직접 때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신전벽은 성역의 힘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에 돌팔매로는 파괴되지 않았다.

야전에선 압도하지만, 신전을 점령할 방법은 없었다.

“발할라가 도망쳐 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인거지요?”

[현재 발할라는 뜨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도시 자체가 토르의 함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조제성의 생각대로 토르는 발할라가 직접 움직여서 자신의 요새 도시를 뭉게버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토르가 쓴 방법은 식물의 급속한 번식이었다.

도시에 심겨진 가로수와 화초들은 전부 비정상적으로 뿌리를 뻗는 강력한 식물들이었다.

발할라가 뭉게버리고 눌러 앉은 사이에 이 가로수와 화초들이 발할라의 부유석으로 뿌리를 뻗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할라를 단단히 움켜 쥐었다.

이 뿌리들을 잘라버리려면, 뿌리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야 했다. 그러려면 땅을 파지 않으면 안되었다. 땅을 파고 뿌리를 잘라도 어느틈엔가 다시 뿌리를 뻗었다.

오딘은 토르에게 한방 멋지게 당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천공성 발할라가 토르에게 넘어간다면, 토르가 최고신으로 복귀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오딘도 이번에는 자신의 숨겨놓은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토르와 오딘이 함께 공멸해 주면 좋겠지만,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제성은 신신당부했다. 그는 원기가 참전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원기의 의지를 꺾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여러가지 대비책을 짜놓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혹시 원기가 토르 혹은 오딘에게 잡히거나 제거되었을 때의 방침까지 짜여져 있었다.

장수한은 그것을 불쾌하게 여겼지만, 원기는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다.

설령 자신이 죽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까지 멸망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사실 원기에게는 아직까지도 고통의 잔재가 뿌리깊게 남아 있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외로움과 절망이 영혼 깊숙히 새겨졌기에, 살고싶다는 욕구보다는 죽음을 통해 안식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의식, 무의식 양쪽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기보다는, 누구도 잃기 전에 제일 먼저 죽는 쪽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일그러짐이 원기에게는 자리잡고 있었다.

“넘버 5가 나타났군.”

미모의 거인 에인페리아 밀레니아가 다가왔다. 토르 최강의 에인페리아라고 생각했는데, 더 강력한 에인페리아들이 속속 등장한 덕분이었다.

악연이라고는 해도, 안면이 있기 때문에 밀레니아가 프레이야측 연락을 담당한 듯 싶었다.

“작전 지시를 전달하러 왔다. 막사로 들어가지.”

그렇게 말한 밀레니아의 덩치가 일반인 수준으로 작아졌다. 공간왜곡의 변형인 듯 싶었다. 사실 거인 에인페리아는 전투에는 유리하지만 일상 생활에는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 틀림없었다.

‘필요한 때만 소형화되는 것을 보니, 기본은 역시 거인인거겠지.’

토르의 성역 내부인만큼 밀레니아 하나만 날뛰어도 전멸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컸다.

밀레니아는 그렌과 미라엣에게는 인사를 했지만, 희연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희연을 의식하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년한테도 내 강함을 알려줘야 하는데.”

카즈키는 투덜거렸지만,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희연의 강함을 인정하는 적을 보면 은근히 좋아하는 것이었다.

밀레니아에게 있어서 원기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

프레이야 진영에 있어서는 희연 다음 가는 강자로 알려져 있지만, 밀레니아와 싸운 적도 없고, 밀레니아의 도리깨 한방이면 으깨어질게 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프레이야 여신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눈앞의 호랑이 머리의 거한이 프레이야 여신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페인 마스터리를 사용하면 눈치챌지 모르지만, 밀레니아의 기량이라면 다가가기 전에 도리깨에 얻어맞을 가능성이 컸다.

원기의 방어 기술은 일정 이하의 타격에는 무적이지만, 일정 이상의 타격에는 무력했다.

토르의 10강으로 파악한 거인 에인페리아들의 공격이라면, 엑스칼리버라도 버틸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장수한을 비롯한 전력 분석가들의 의견이었다.

“내일 너희들은 섬광과 함께 네 방향에서 동시에 신전에 돌입해서 각각의 신전을 동시에 함락시키는 것이 1차 목표다.”

“섬광?”

“자색 섬광이다. 자색 섬광과 함께 모든 신성력이 오염될 것이다.”

원기는 혼돈의 대륙을 떠올렸다. 하늘이 은은한 자색을 띄고 있었다. 신성력의 강제적 오염, 토르의 발할라 공략을 위한 무기가 드러난 것이었다.

성역이 오염되면, 신성력 버프는 완전히 동결된다. 신관이나 성기사는 일반인으로 전락하고, 에인페리아도 급격히 약화될 터였다.

물론 게임 캐릭터들은 변함없이 에인페리아급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토르가 왜 게임 캐릭터들을 요청했는지, 그리고 전투에 안내보내고 애지중지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2차 목표는 중앙의 신전이다. 중앙의 신전을 점령하면, 지시를 기다려라. 상황에 따라서 3차 목표인 천공성의 천공 신전, 혹은 지저 신전을 노릴 수도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중앙 신전의 세계수를 파괴한다. 그것만으로도 천공에 있는 천공의 성좌와 지저 신전의 비행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게 된다. 가능하면 발할라를 전부 차지하는게 바람직하겠지만, 중앙 신전까지만 파괴하면 충분히 오딘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원기는 토르가 확실한 준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정도라면 오딘에게 확실하게 한방 먹여줄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로 천공성을 함락시킬 모양입니다. 가능하겠군요. 천공성을 함락시킨 다음에는 조심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조제성 역시 캐릭터들의 탈출을 지원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거 토르를 조심해야 하는거 아닐까 모르겠군.’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중앙신전의 세계수를 파괴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토르도 알고 있을 것 같군요. 중앙신전에 돌입하는 즉시 세계수를 파괴하고 도망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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