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61화 (361/497)

361화 발할라 공략전 -3

[장관이로구나.]

장수한이 전투를 보면서 말했다. 토르와 오딘의 전투는 실제로 장관이었다.

강력한 고래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새우의 입장과도 비슷할지 몰랐다.

토르와 오딘의 싸움은 물량과 성력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신관들을 대량으로 동원해서 성역을 형성하고, 성역과 성역이 만나는 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오딘의 병기 슈탈 크리그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다.

슈탈 크리그들은 오딘의 성역 내에서는 공중에 떠서 지상을 향해 포를 쏴댔다. 오딘의 성역 내에 진입한 토르의 병력들은 포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르의 성역 내에 있으면, 신관의 보호로 포격에서 적은 데미지를 입었고, 입은 데미지마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성역과 성역이 만나는 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슈탈 크리그들 중 일부는 토르의 성역에 침입해서 전투를 벌였다. 땅에 발을 딛고, 인간형의 몸통을 이용해서 장창을 휘두르며 신관들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맞서는 것이 거인 에인페리아들이었다.

거대화된 에인페리아들은 최대 30미터에서 25미터 사이의 신장을 보여주었다. 왠만한 슈탈 크리그들보다 컸고, 그들보다 민첩하고 빨랐다. 그래서 슈탈 크리그들은 그들에게 걸리면 일격에 파괴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슈탈 크리그들은 하늘을 날 수 있었고, 양측 성역을 오갈 수 있었다. 반면 거인 에인페리아들은 오딘의 성역에 들어가서 싸울 수도 없었고 놀라운 점프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슈탈 크리그들은 그 점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치고 빠지며 신관들이 전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초호기가 엄청나게 활약중이네. 밀레니아도 잘 싸우긴 잘싸우는걸.]

장수한은 거인들에게 잘싸우는 순으로 번호를 붙였다. 1호부터 9호, 나머지는 양산형 취급을 했다.

초호기라 불리우는 거인은 30미터를 꽉 채운 덩치로 양손에 장창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용맹하게 휘둘러대는 장창에 슈탈 크리그들이 박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수의 거인들은 새총을 이용해서 오딘의 신관들이 모인 곳을 향해 돌덩어리를 날렸다. 그리고 비행하는 슈탈 크리그들에게 철구를 날리기도 했다.

조금씩 조금씩 전선은 발할라를 향해서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토르가 묘르닐을 이용해서 슈탈크리그들을 격추하기 때문이었다.

[아주 단단히 작심한 모양입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뭐지?”

슈탈 크리그와 다른 기괴하고 거대한 물체가 등장했다. 약 60미터의 거체는 흐느적거리면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줄이 늘어진 꼭두각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좀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촉수를 늘어뜨린 해파리처럼도 보이는 오딘의 인형 병기였다.

그리고 그 조종자는 오딘의 최강 에인페리아인 지크프리드였다.

지크프리드의 다리는 땅을 딛고 걷기 위한 정교한 장치가 아니었다. 공중에 뜬 몸통이 앞으로 나갈 때 도움을 주는 삿대의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적을 공격하는 무기에 지나지 않았다.

땅을 휩쓰는 거대한 해머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양 팔에는 손 대신에 검이 달려 있었다. 검을 든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마귀의 앞발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크프리드의 등장은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거인 에인페리아들이 필사적으로 막았기 때문이었다.

방패를 든 근육질의 3호기가 필사적으로 지크프리드의 공격들을 막으면서 신관들을 짓밟으려는 것을 막았다.

60미터의 거대한 덩치는 오딘의 성역에 머물면서, 성역간의 경계에서 싸우는 이들을 유린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전진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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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을 넘었습니다. 한계점까지 얼마 안남았습니다. 냉각해야 합니다.”

슈탈크리그들의 등에 장착된 비행 유닛인 하우니브에는 인간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나치의 후예들과 그들에게 교육받은 엘리트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지크프리드의 하우니브는 가슴 부위에 장착되어 있었다.

그들 역시 마력로의 에너지를 컨트롤하면서 지크프리드에게 냉각하면 안되는 타이밍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계점을 넘으면, 슈탈크리그도 지크프리드도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기다려야 하는건가?]

지크프리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조금 더 끌어들이라는 분부십니다.”

독일인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지크프리드는 심호흡을 하듯 잠시 흥분을 가라앉쳤다. 곧 학살을 위한 순간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지크프리드와 슈탈 크리그들의 봉인이 풀릴 터였다.

[할 수 없지. 잠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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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프리드는 마치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축 늘어진 상태로 둥둥 떠서 후방으로 물러났다. 반복된 패턴이었다.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예리한 공격으로 팔다리를 놀려서 토르의 병력들을 죽이다가, 축 늘어져서는 팔다리를 질질 끌면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토르의 주력부대가 중앙 신전을 향해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4개 신전을 공략하기 위한 부대도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폭발을 막기 위해서 냉각기를 갖는 것 같습니다.]

[멍청한 것 같군요. 왜 마력로를 저렇게 만든거지?]

그 와중에 조제성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조제성은 그 보고에 미소를 지었다.

[원기님. 지금 퇴로가 확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남동쪽 루트 침입 성공입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조제성 역시 캐릭터들이 적진에 고립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탈출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팀을 보냈다.

엘프와 다크엘프 신관들과 계약자들로 이뤄진 팀이었다.

그 안에는 제준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난전에서 전장의 흐름을 파악해서 미션을 성공시키는 후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극도의 대인기피증을 가졌던 소녀도 팀에 포함되었다. 대인기피증을 가진 소녀가 각성한 이능은 ‘시선 감지’와 ‘시선 회피’능력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시당하면,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고 시선으로부터 숨기 위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천공의 성좌에서 보는 오딘의 시선을 감지할 수도, 그걸 어느정도는 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말년 병장들이 각성할 법한 능력인데 말이지요.]

장수한은 그렇게 말했지만, 특이 각성능력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 상처를 입은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녀의 경우는 가정과 학교에서 심각한 수준의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희연. 넌 전투시에 브금으로 뭘 깔아놓고 싸워?”

카즈키의 질문에 희연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전투시에 청각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않고 배경음악을 깔아놓고 싸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카즈키는 음악을 들으면서 싸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좋아하는 노래라, 전투 중에 들을 생각은 없지만 ‘Video kill the RadioStar’일까.”

“아, 나도 그 노래는 좋아해.”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 세상이 바뀌면서 도태되어 가는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즈키와 희연이 받는 느낌은 결코 비슷할 수가 없었다. 카즈키와 츠루기는 유명인사로 세계 각지에 초대를 받았다. 그들은 문화재, 장인 취급을 받았다.

반면 희연과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검도 도장은 말 그대로 진작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로 버텨왔다. 아니 죽어갔다.

살아간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이 그리 다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희연은 절망속에서 배웠다.

만약 발키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프레이야가 손을 뻗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있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적어도 그녀 자신은 살아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불안하군.’

그녀는 전장임에도 불구하고 원기 곁에 없다는 것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토르의 주력은 남서쪽에서 중앙 신전을 향해 파고들어가면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원기의 부대는 남쪽에서, 희연의 부대는 동쪽에서 각각 남쪽과 동쪽 신전을 향해 배치되어 있었다. 탈출용 게이트를 위한 부대가 남동쪽 루트를 택한 것은 희연의 전투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VIP가 많은 원기 부대가 유사시 탈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기도 했다.

곁에서 원기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희연에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원기, 곧 프레이야를 위해서 검을 휘두르는 것만이 그녀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전투가 프레이야를 위한 것임은 알고 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꽤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제성이 배치한 탈출 부대는 신전 공략을 위한 부대들보다도 더 깊숙히 숨어들어간 상태였다. 신전 공략이 이뤄지면 중앙 신전쪽을 향해 좀더 파고들 예정이었다.

“적이 습격한다! 너희들은 물러나있어!”

거인 에인페리아가 외쳤다. 거대한 늑대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약 이십미터쯤 되는 거체였다.

‘게리와 브리키 둘 중 하나겠군.’

오딘이 가진 네마리 마수, 두마리의 까마귀와 두마리의 늑대가 네개의 신전을 지키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입수한 바 있었다.

냉기의 브레스를 뿜어대는 늑대와 성역의 지원을 받는 거대 에인페리아의 대결은 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같은 마수라고는 해도 펜릴이나 요르문간드에 비길 바는 아니로군.’

희연은 냉정하게 분석했다. 장수한이 양산형이라고 명명한 거인 에인페리아들과 잠시 교전 한 후 후퇴했다.

아니, 후퇴라기 보다는 틈을 노리면서 주위를 맴돌았다. 거대 늑대가 주위를 맴도는 것은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전투 속도로 전진한다!”

어차피 적에게 노출된 것이라는 판단에 양산형 들 중 지휘관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모든 병사들이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력질주에 가까운 속도이긴 했지만, 신관들의 버프를 받아가며 움직이기 때문에 병사들은 그리 지치지 않았다.

문제는 신관들이었다. 발할라의 고농도 성역을 중화시키면서 토르의 성역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무리가 컸다.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쓰러지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노리던 브리키가 덥쳐왔다.

“지금이다!”

토르의 신관들이 기력이 다해 쓰러지려는 순간, 거대한 섬광과 함께 자색의 오로라가 발할라 상공에서 발할라를 향해 쏟아져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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