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화 전환점
사건이 일어난 후 희연은 완전히 다른사람처럼 변해있었다.
자신이 소멸의 화살에 당한 다음에 벌어진 일을 보니, 희연이 받았을 충격이나 갈등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조금 파격적이었다.
그녀의 본성을 옭아매던 강인한 이성의 고리가 어딘가 파손된게 틀림없었다.
과거엔 꽤 수동적이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좀 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하게 적극적으로 드러내게 되었다.
조제성이나 원기가 부탁 혹은 명령을 내리면, 거절하는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원기 곁에서 떨어지려고 들지 않았다. 원기의 경호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자신의 임무라는 것이었다.
원기로서는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었지만, 희연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자신만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서 원기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바로 조제성이었다. 조제성이 유혜서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와도 같았다.
“정말 난처하겠어요.”
유혜서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도 처음엔 조제성의 기묘한 애정공세에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천재란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희연 역시 조제성과 분야는 다르지만 천재라고 볼 수 있었다.
“저도 희연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좀 제가 바라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그럴거에요. 제성씨도 그랬으니까요.”
혜서도 한숨을 쉬었다. 제성의 사랑은 전혀 정상적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혜서도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도 사실 제성을 좋아했고, ‘정상적인’ 연애를 꿈꿨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사랑인데, 형태가 너무 달랐어요. 질투도 좀 해주고 싸움도 하고 그러면서 정이 더 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제성의 경우, 혜서의 존재 자체를 좋아했다. 그것은 혜서가 제성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혜서에 대한 마음이 변치않는다는 거였다.
설사 혜서가 제성을 미워하더라도 혜서가 살아있고 자신이 그녀를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저 자신이 볼 수 없게 되고 알 수 없게 되는 것만이 두려울 뿐인 것이었다.
“연인이라기보다 스토커에 가깝다니까요. 뭐, 자신은 수호천사라고 생각하는 거겠지만 말이지요. 전 질투도 좀 해주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랑을 기대했는데 말이지요.”
혜서의 말에 원기도 한숨을 쉬었다. 현재 희연이 딱 그상태였다. 원기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태도였다. 연하와 베드신 연기를 펼치건, 실제로 관계를 갖건 상관없다는 완전히 초탈해 버린 자세를 보였다.
원기는 내심 희연을 좋아했고, 희연과 좀더 알콩달콩한 관계를 갖기를 은근히 기대해왔지만, 희연은 중간 단계를 몽땅 건너뛰고 폭주해 버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신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내 행복을 방해하지 마라. 내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배제할 것이다.’
원기는 희연이 여자 조제성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제성은 유혜서가 가장 중요했다. 설사 프레이야라고 하더라도 그에게서 유혜서를 빼앗아가려고 한다면 싸우려고 들 터였다.
그의 그 집착은 차원의 벽조차 뚫어버렸다.
바니걸 통신이나 신탁도 차원의 벽은 뚫지 못했다. 발키리들도 차원 저편에 있는 여신의 존재는 파악하지 못했다.
희연의 변화에 조제성은 기뻐했다. 동조자가 생겨난 것이었다.
유혜서를 위해서 원기가 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조제성이었다. 희연은 원기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
조제성과 희연이 의기투합하니,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을 듯이 보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냅두세요. 조금 지나면 가끔은 자기 일도 하고 그럴거에요.”
“조금이라면 어느정도지요?”
“한 일이년 정도 아닐까요? 희연양이 겪은 기분을 생각하면 더 오래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좀 지나면 익숙해져요. 대신 원기님이 원하는 건, 원기님을 지켜보는 것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다 들어줄거랍니다. 뭐든 다 들어주는 수호천사가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원기는 그녀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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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짬타이거와 붉은 여우는 봉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스가르드엔 당분간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희연은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기를 잃기 전에는, 잃을 거라고 상상도 못하던 시기에는 그 소중함을 미쳐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에서의 전투에 에인페리아들의 힘은 필요할텐데요? 특히 희연처럼 강력한 힘이라면.”
“그게 문제입니다. 희연의 힘은 너무 강력하지요. 다행히 희연이 자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프레이야 진영은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의 공적이 되었을 겁니다.”
원기는 제성의 말에 확실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동영상으로 본 희연의 힘은 상상을 초월해서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프레이는 물론이고, 헬과 펜릴마저 두려움을 느낀 경이적인 힘이었다.
하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일단 토르의 해머에 목숨을 잃었었고, 영적인 존재를 잘라버리지만 물체에 손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전차병은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전차는 멀쩡했다.
상대할 방법은 있기에, 만약 희연이 살아남았다면 오딘과 토르를 비롯해 모든 신들이 희연을 제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해 왔을 터였다.
그런 면에서 희연의 자멸은 프레이야 진영에 있어서는 최고의 한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스가르드에서 우리는 최대한 몸을 사릴 겁니다. 엘프들은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고, 우리를 따르는 일부 인간들만 세스룸니르에 탈출시킬 겁니다. 그럼 자기들끼리 알아서 치고받을 겁니다.”
조제성은 음흉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희연의 등장에 놀란 오딘은 토르와 손을 잡았다. 토르 역시 희연의 능력에 공포를 느꼈고, 오딘에게 협력했다.
하지만 토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건 아니었다. 프레이야의 에인페리아는 제한없이 되살아나는 괴물들이었다. 절대 소멸의 화살말고는 딱히 해치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채찍형태의 공방일체의 기술을 쓰는 에인페리아가 옆에 있으니, 화살계통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화살형 아티팩트는 날아가서 명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았다.
강한 효과를 갖는 아티팩트일수록 조건은 까다롭게 설정되는 법이었다.
게다가 절대 소멸의 화살은 성역을 발생시키거나 중화시키는 아티팩트를 이용하면 방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희연의 공격은 끔찍했다. 적대신의 성역에서 영혼을 흔적도 없이 부숴버리는 검기를 마구 날리기까지 했으니,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토르의 해머에 맞고도 금방 되살아나서 거침없이 쳐들어오는 적을 어찌 당해낼 수 있을까.
그들에겐 정말 천우신조로 희연은 한바탕 날뛰고는 지쳤다는 듯이 절대 소멸의 화살을 이용해서 자살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토르는 해머들을 발할라에 쏟아 부었다. 목표는 슈탈크리그 생산 시설들과 연구시설들, 그리고 지크프리드와 슈탈크리그들이었다.
오딘이 토르의 해머에 대해서 성역의 방비를 푼 것을 재빨리 이용한 것이었다. 토르가 모아둔 해머들 대부분이 쏟아졌고, 오딘의 전력과 발할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라라는 격언대로라고 해야 할까요. 약해진 오딘을 철저히 두들기려고 들더군요.”
오딘역시 토르의 해머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서, 토르의 신성력을 배척하려고 했지만, 성역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세계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하 깊숙히 있는 세계수 한그루로는 신속하게 바뀌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있는 토르가 가진 대부분의 해머를 모조리 쏟아 부은 것이었다.
카즈키를 비롯한 게임 캐릭터들도 대거 사망했지만, 발할라가 거의 폐허로 변한 덕분에 부활해서 탈출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약해진 적을 공격하는 거라면, 우리쪽도 위험하지 않나요?”
“우린 약해진게 아닙니다. 망한거지요. 언제든 짓밟을 수 있는 상태가 된겁니다. 반면 오딘은 약해진 것일 뿐, 내버려두면 다시 강해질겁니다. 그러니 지금 두들겨야 할 필요가 있는겁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프레이야와 희연이 소멸한 것으로 신들은 알고 있었다. 희연이 스스로 소멸을 택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여겼다.
“덕분에, 짐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이지요.”
그때 프레이야가 소멸했다고 생각한 것은 희연 뿐만이 아니었다. 조제성 조차 일시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들로 다수 참여한 엘프들도 완전히 혼란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조제성은 고의로 엘프들에게 프레이야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엘프들은 자살은 하지 않았지만, 패닉 상태에 빠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이들이 많았다. 조제성은 이들을 모두 지구로 끌어들였다. 남미와 달기지는 이미 충분히 확장되어 엘프와 다크엘프들을 수용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지구로 넘어온 엘프들은 프레이야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문제는 굴베이그령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프레이야가 소멸했다는 사실을 엘프들의 혼란을 통해서 실감했다. 그래서 그들은 두파로 갈렸다. 망해가는 반 신족의 세력에서 벗어나서 강한 신에게 의탁하겠다는 이들과 굴베이그를 중심으로 끝까지 반 신족의 세상을 지키겠다는 이들이었다.
조제성은 아더왕과 굴베이그를 이용해서 끝까지 남겠다는 이들을 세스룸니르로 모아들였다. 열심히 개척해온 황야를 포기하고 철수하는 모습에 프레이야는 완전히 끝장이 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제성 입장에선 아스가르드의 인간들은 계륵이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쓸모도 별로 없는 존재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소말리아 해적들보다 더 야만인들이었다. 도덕도 윤리도 극히 야만적이었다. 이들을 교화시키는 것은 소말리아 해적들이나 남미 마약조직의 조직원들을 교화시키는 것보다 어려웠다.
물론 굴베이그를 충실히 추종하고 반신의 휘하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프레이야 소멸, 가장 강력한 엘프 에인페리아 사망, 엘프들 잠적 개시라는 극단적 상황은 옥석을 가려내기에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과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려는 자들로 굴베이그 왕국은 혼란에 빠졌다.
엘프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신근호는 토르와 티르에게 굴베이그령의 절반을 바치기로 하고 불가침협정을 맺기로 했다. 그나마 펜릴이나 요르문간드, 로키의 휘하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많은 인간들이 토르와 티르의 휘하로 넘어가기를 원했다.
“그러니까, 당분간 아스가르드에 넘어올 필요가 없다기보다는 넘어와서는 안됩니다. 할 일은 이곳에도 많습니다. 엘프들도 양산해야 하고 말이지요. 결정적으로 우주로 진출해야 합니다.”
조제성은 우주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조제성은 핵전쟁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지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지구보다는 달기지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달이나 우주공간에서도 성역의 지원을 받으면 장기 체류가 가능했다.
초기에는 선택 불가능한 장소였지만, 장시간 공을 들인 덕분에 지금은 달기지도 충분한 탈출로가 될 수 있었다.
오덕들이 오덕들을 불러 모았고, 양덕이라 불리는 너드들 가운데에는 우주 개발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도 많았다.
이들을 대거 섭외한 덕분에, 달기지 확장은 물론 우주 이민계획까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전을 보고 있었다.
“아스가르드는 이제 쑥대밭이 될 겁니다. 파워 밸런스가 깨졌으니, 전란의 시대가 오겠지요. 아니, 평화로웠던 적이 없으니 전란의 시대가 온다기보다는 광기의 시대가 올겁니다. 아스가르드에서 지구를 침략해올 걱정은 덜해도 될겁니다.”
조제성이 지구와 달 등 각지에 도피처를 마련하면서도 아스가르드에 힘을 빼지 않았던 것은 오딘과 로키가 지구로 쳐들어올 때를 걱정한 것이었다.
소위 암흑기라 불리우던 중세였다면, 인간들은 더 무지몽매하고 약했을지 몰라도 당시에는 도덕과 신앙으로 인간이 똘똘 뭉쳐있었다.
오딘을 비롯한 악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현세에 들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학 문명은 발달했지만,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 손을 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널렸다.
그들과 오딘, 로키 등이 손을 잡는다면 끔찍한 악몽이 도래할 것이었다. 그래서 조제성은 도망치기 보다는 싸우기를 택한 것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남미를 비롯한 각지의 지하기지에는 수십만의 엘프, 다크엘프를 수용하고도 남았다.
엘프와 다크엘프, 그리고 드워프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가치있는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일단 지구쪽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 아스가르드쪽에 대해서는 신경 꺼주시기 바랍니다.”
조제성은 원기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원기는 절대 잃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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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베이그 제국에 살던 많은 인간들 중 대다수는 토르와 티르를 택했다. 그리고 일부의 인간들만이 굴베이그 신도로 남는 것을 택했다.
“이건 정말 예상 외로군요.”
장수한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굴베이그 제국에서는 일반 평민들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신분제를 완전 철폐하진 않았지만, 신분제 철폐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노예 취급을 받던 천민들이나 평민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 주었다.
귀족 계층들은 이런 평등과 자유, 인권에 대해서 반발하던 사람들이었다. 평민들은 만족스러운 식량과 문화적 혜택에 대해서 마냥 기뻐했다.
그런데, 정작 위기가 닥치고 굴베이그 제국이 해체 수순을 밟는데, 굴베이그 제국에 끝까지 남겠다는 것은 대부분 귀족과 준귀족이었다.
물론 귀족가의 가주급 인물들은 대부분 영토와 영민들을 이끌고 토르와 티르에게 귀순하는 길을 택했다. 가주가 되는 인물들은 대게 야심이 강한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가주를 제외한 귀족과 준귀족들이 굴베이그 제국에 남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그들은 평등 정책에 반대해온 이들이었다.
“당연한거야. 지혜가 있어야 진짜 좋은게 무언지 아는거지.”
“평등 정책에 반대해 온 보수, 아니 수구분자들이 많습니다만.”
“진보에 찬성한 사람들도 대부분 귀족 계층이야. 그리고 말 그대로 수구주의자들이라는건 변화가 두려울 뿐인거야. 되도록 천천히 변하기를 원하는거지. 그리고 막상 굴베이그 제국이 없어지고 옛날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게 싫은거지.”
조제성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교육을 받아야 뭐가 정말 좋은건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는 법이다.
문화의 혜택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좋은 걸 먹여주고 들려줘도 그 가치를 아는 사람만 기뻐하는 법이었다.
엘프들을 통해서 현대 문화를 전파한 것이 귀족과 준귀족 계층에게는 먹혔지만, 서민들에게는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시민제를 채용하면서,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고 알렸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생존 본능에 이끌려서 강자의 밑에서 살아남는 것만을 중요시했다. 신앙심 깊은 일부 서민들과 귀족, 준귀족, 상업에 종사하는 부유층들만이 굴베이그와 최후를 맞겠다며 남았다.
“예상했던 결과와 너무 다르군요.”
장수한은 찝찝함을 느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굴베이그 곁에 남은 자들은 인간답게 살 것이고, 프레이야의 이름으로 지켜질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빈민과 서민들이 되기를 내심 원했다.
“무지와 욕심은 인간을 어리석게 만들지. 어리석은 인간은 올바른 선택을 못해. 지금으로선 이게 한계야.”
토르와 티르가 오딘을 치고 있는 사이에 로키와 요르문간드는 경쟁적으로 펜릴과 헬의 잔존 세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토르, 티르, 로키, 요르문간드의 4대 세력이 남든가, 오딘이 살아남아 5대 세력이 될 가능성이 컸다.
펜릴 제국의 경우에는 에인페리아들이 부활을 할 수 없게 되어 몰락이 약속되어 있지만, 일부 에인페리아들은 발키리를 통해, 펜리아 곧 놀원의 곁에 모아들이고 있었다.
신자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펜릴 제국의 식인 야수들을 신자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구에서 모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 얻어진 결론이었다.
“이제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거야.”
오딘과 토르의 전쟁은 적당한 선에서 끝나기는 물건너 간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딘보다는 토르가 상대하기 쉬울거라는 것이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오딘의 전력이 빠져나간 혼돈의 대륙에 거점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했다.
츠루기와 놀제로가 세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주 이민 선단을 만들면, 좀 안심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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