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66화 (366/497)

366화 오딘의 역습

오딘은 토르와 희연으로 인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발할라와 발할라를 지키는 전력을 상실한 것은 대단히 큰 타격이었다.

특히 희연에게 성불당한 에인페리아들의 영혼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오랜세월 모아왔던 엘리트들이 순식간에 몰살 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딘이 무력하게 쓰러지진 않았다.

오딘에게는 비행정 부대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혼돈의 대륙에서 끌어올린 비행정부대는 그 기동력을 바탕으로 토르의 영역을 유린했다.

토르의 해머 대부분을 소모한 토르는 그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토르 역시 다수의 성직자와 성기사들, 그리고 에인페리아들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에인페리아들의 영혼은 대부분 회수했지만, 거인 에인페리아를 되살리는데는 꽤 많은 신성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비행정들은 토르의 백성들을 유린함으로써 신성력의 공급을 단절시켰다.

티르와 토르의 연합군에 대해서 오딘이 취한 정책은 ‘오직 난 토르만 패’였다. 토르와 티르 사이의 균형을 깨뜨리는 전략이었다.

2강 1약의 구도를 1강 2약의 구도로 바꾸는 것이었다.

백성들의 감정 따위는 상관 없었다. 신들은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토르 역시 오딘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에 자신의 전력을 온존시키기 위한 소극적 태도로 바뀌었고, 티르 역시 토르와 오딘이 공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쪽으로 바뀜으로써 오딘에게 숨통을 튀어주게 만들었다.

아슬아슬한 밸런스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로키와 요르문간드의 세력이 일거에 티르의 뒤통수를 쳤다. 오딘과 로키가 짠 것이었다. 원교근공의 전략을 철저히 실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티르와 로키 사이에 있던 지역에서 프레이야가 철수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로키와 요르문간드는 망해서 사라질 펜릴, 헬, 굴베이그, 프레이야보다는 티르의 뒤통수를 치는 쪽을 택했다.

이 혼란의 뒤에는 조제성도 한몫을 거들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혼잡스럽게 돌아가도록 꾸몄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제성이 한 일은, 오딘의 비행정들이 빠져나간 혼돈의 대륙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놀원과 츠루기, 그리고 아더왕과 멀린을 투입해서 혼돈의 대륙 제압에 동원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드러나지 않는 일들을 벌였는데, 그것은 부유석 도둑질이었다.

탈출용으로 만든 지하 터널의 또다른 용도 하나는 바로 부유석을 몰래 땅속에서 빼돌리는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전을 모두 파괴당하고 나무 뿌리로 꼼짝못하게 지상에 묶여버린 발할라를 안에서부터 모조리 파먹어들어가고 있었다.

토르의 영역이지만, 성전이 모두 파괴당해서 황야로 변한 발할라는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재활용할 계획은 있지만, 비행정에게 빈집을 털리면서도 오딘의 숨통을 끊으려고 전력을 집중하던 상황에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제성의 노림수도 그것이었다. 오딘의 숨통을 끊는 것보다는 서로 잡아먹게 싸우는 틈에 안전하게 수십만 톤 이상의 부유석을 챙기고 혼돈의 대륙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혼돈의 대륙에는 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온갖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통제되지 않는 극도의 높은 성역 에너지가 대륙의 몬스터들을 예측 못한 형태로 진화시킨 것이었다.

걔중에는 아주 위험한 병원균 같은 것도 생겨났지만, 혼돈의 성역 밖으로 뻗어나갈 수는 없었다. 성역 외부는 독성 물질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스가르드 전체가 독성 물질로 가득했다.

성역 레벨이 낮으면 인간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것이 이 독성물질 때문이었다. 백골전갈 같은 것은 독성물질의 덩어리 같은 것이라, 에인페리아급 생명력을 가진 게임 캐릭터도 한방에 사망상태로 만드는 강력한 것이었다.

“백골전갈의 독과 성역 밖에 영향을 미치는 독은 별개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방사선 같은 특수한 파장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아스가르드의 공기가 이쪽 세계로 흘러들어와도 딱히 독성을 발휘하지는 않는 것을 통해서 고찰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혼돈의 대륙에서 가져오는 몬스터들의 위험성은 충분히 고려해야 되겠군.”

“성역에서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의 저항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듯 합니다. 다만, 살균 소독등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거미줄의 인장강도는 같은 두께의 철강보다 몇십배는 강하고 나일론보다 신축성이 강했다. 방탄복을 만드는 케블라 섬유보다 몇배는 뛰어났다.

이는 단순히 재료로서 뛰어난 것만이 아니라, 미세구조 자체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거미줄은 헬의 부하인 거미족으로부터도 얻을 수 있었다.

보통 옷을 한벌 만드는데 필요한 거미줄의 양은 수백만마리에서 채취해야 한다. 이것이 사실 가장 치명적인 이유였다.

거미를 대량으로 기르기도 힘들고, 거미줄을 모아들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거대 거미는 자신들의 새 주인인 희연에게 극도로 미움을 받고 있기는 했지만, 한마리가 수천만마리 분의 거미줄을 뽑아 낼 수 있었다.

거미줄 섬유를 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복덩어리가 아닐 수 없었다.

몬스터들의 껍질이나 가죽, 힘줄 등도 무시못할 소재라고 할 수 있었다.

거대 곤충형 몬스터의 껍질은 가볍고 강력한 소재이면서, 모양 자체도 나름 쓸모가 있었다.

약간의 가공만으로 리베로의 외피로 쓸 수 있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혼돈의 대륙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의 유전자들은 엄청난 보고가 될 수 있었다.

조제성은 그것을 노리고, 혼돈의 대륙과 부유석을 챙겼다.

“부유석의 특성은 세계수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파장에 대해서 척력을 발생시킵니다. 이걸 이용해서 이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척력 자체가 우주공간에서도 발생된다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우주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경제난으로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이들이 대거 좌절했고, 실용적이지 않은 과학자들은 대부분 도태되었다. 덕분에 조제성은 많은 이들을 쉽게 모아들일 수 있었다.

레온 브라운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부유석과 달기지가 있으니, 그런 연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우주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이 작은 에너지를 우주까지 가지고 가는게 문제였다.

반면, 달기지와 텔레포트 게이트는 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작은 비용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어서, 과학자들에게는 꿈의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이런 과학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떠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고, 여신에 대한 충성심과 더불어 국가에 대한 애국심도 남들보다 희박하지만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제성도 일을 크게 벌이는 시점에서, 정보 누출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어둠의 비밀결사도 일을 크게 벌이면 노출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안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적당히 떡밥을 먹여줘야 하는게 문제겠지요.”

과학자들의 실종(?)에 대해서 미국 측도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외의 다른 여러국가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성과를 나눠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분명했다.

부유석은 우주쪽에서 사용될 가능성 때문에 연구중이기는 했지만, 당장도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조제성이 건조를 지시한 것이 바로 천공의 요새 ‘라퓨타’였다. 멀린과 아더왕이 ‘아발론’이라는 이름이 좋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차후에 건조될 두번째 요새의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발할라만큼의 덩치는 안되지만, 현대 과학과 결합시켜서 충분히 강력한 물건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이전투구하는 사이에, 조제성은 착실하게 빨대를 꽂아 엑기스만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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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요?”

원기는 조제성이 내민 은은하게 빛나는 구슬을 보면서 의아하게 여겼다.

“제준 군이 주워온 겁니다. 오딘의 까마귀 몬스터가 희연양에게 맞아서 사라지면서 떨군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왠지 귀한 물건 같아서 재빨리 주워왔다고 합니다.”

제준의 이능 ‘게이머’가 가진 루팅본능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운석비가 쏟아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챙길건 챙기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의 말에 따르면, 이 물건은 신의 씨앗에 가까운 물건이라고 합니다. 신성 하나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괜찮군요. 이걸 누구에게 주면 좋을까요? 연하? 리디아?”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이건 원기님이 챙기셔야 합니다.”

“예?”

“희연양처럼 강력한 힘에 눈을 뜨면, 장기적으로는 위험합니다. 내분이 일어날 수도 있지요. 힘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원기님이 문명 계정을 추가로 만들고, 거기에 신성을 부여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곳에 집중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요? 혹시 제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곤란할테고요.”

“원기님이 가진 능력이나 의미, 위치를 생각하면 혹시 프레이야 계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원기님이 이쪽 진영에 신으로 남아계시는 편이 낫습니다. 희연양이나 엘프들의 반응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보험으로는 굴베이그나 펜리아가 있습니다. 희연양은 보험이 안됩니다.”

원기는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소멸되는 것의 무게를 이번 사태를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튕겨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러브코미디적 행운을 만끽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맞본 절망과 슬픔은 엄청난 것이었다.

희연의 과민 반응에 얼굴을 들 수 없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계정을 추가하면 신자들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구해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다수의 신성을 확보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여러 계정을 돌렸으면 합니다.”

원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본체는 최대한 보호하고 게임 캐릭터로만 돌아다니면, 혹여 있을 사태에도 계정 하나만 잃고 끝날 수 있었다.

“인도의 신화에서 비슈느라는 신은 다수의 화신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요. 그런 면에서 프레이야 여신이 몇 개의 화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장수한은 희연의 강대한 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희연의 심리상태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잃으면, 인간은 복수 따위는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걸 되찾으면, 복수 따위는 아무래도 좋게 되어버린다.

복수도 의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랑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별난 놈들에겐 쉽지 않지.’

조제성의 지론은 천재도 광인도 다 미친놈이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게 미친놈이 천재고, 세상에 도움이 안되게 미친놈은 그냥 미친놈인 것이다.

원기는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이번에는 남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외모는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외모, 보잘 것 없고 왜소해 보이는 평범한 박원기로 삼았다.

‘쓸모는 없겠지만, 이번엔 전쟁의 신으로 설정해볼까.’

신의 이름은 처음에는 ‘박원기’로 할까 생각했지만, 신도들이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 신의 이름은 나름대로 중요한 것이었다.

‘전쟁의 신이라지만, 북구 유럽의 신들에게서 이름을 따기는 좀 그래. 그놈들은 신이 아니라 마귀새끼들이니.’

원기는 조제성과 상의 끝에 힌두교의 신인 ‘제석천-인드라’를 따오기로 했다. 그가 불교 가정에서 자라났다면 감히 제석천, 인드라의 이름을 사용할 엄두를 내진 못했겠지만,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자란 탓에 별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차피 신관이나 발키리가 아니면 신이라는거 알아보지 못하니, 내 평상시 외모를 사용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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