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67화 (367/497)

367화 비극의 씨앗

“어허, 멍청하긴. 그런 건 제성형님이 아니라 나한테 물었어야지.”

장수한이 혀를 차며 말했다. 원기는 그 말에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확실히 장수한이 이런 쪽으로는 유능한 면이 있었다.

프레이와 함께 신성력의 유효이용법을 찾아내는 것도 장수한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였고, 성과도 많이 얻어내고 있었다.

조제성의 생각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이도 장수한이었다. 그래서 스텝들은 조제성을 와룡에 장수한을 봉추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인드라는 때려 치워. 기존 종교와 연결되면 주목을 받게 되어있어. 그러면 오히려 활동하기 힘들어지지. 기독교 이단은 기독교가 견제하고 불교 이단은 불교가 견제하지. 기독교 이단이 이단이라는건 기독교 사람들만 아는거야. 정체모를 사이비 종교로 등장해야 특정 교단에 관심을 끄는 일이 없지. 난 무속쪽이 좋다고 생각해.”

캐릭터 이름은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현재 프레이야가 된 여신 캐릭터의 이름도 처음엔 불굴의 아프로디테였다. 미의 여신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적당히 붙인 이름이었다.

실제로 지금의 프레이야는 정확히는 프레이야397이었다. 프레이야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믿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이었다. 바니걸로 믿는 이들도 있었지만, 바니걸과 프레이야가 같은 존재라고 알고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추천은 ‘바니보이’다만.”

장수한의 농담에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바니걸이라는 이름은 사실 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말로 바니보이라고 해요?”

“아니, 그건 농담이고, 내 추천은 ‘용신’이다.”

“용신이요?”

“동양 전설에서 용은 정해진 숫자가 있는게 아니거든. 잉어도 도를 닦으면 용이 될 수 있지. 미꾸라지도 용이될 수 있고, 수염달리고 길죽한 놈들은 다 용이 될 수 있다고 믿었어. 한마디로 특정할 수 없는 잡신 중 하나가 되는거야. 물론 잡신이라고는 해도 강하고 신령한 존재임엔 틀림없지.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남미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거야.”

“남미요?”

“남미, 마야 문명의 신화속 신들은 북유럽 신화들보다 더 개판이야. 인간은 신들의 식량이지. 가축을 기르듯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서 기른다고 믿었어. 그래서 잉카에서는 신들에게 자진해서 인간을 식량으로 도축해서 바쳤지. 그게 인신공양이야. 하지만 케찰코아틀이라는 신만은 인신공양을 원치 않았지. 그리고 그의 화신으로 일컬어진 왕은 언젠가 백성들을 구하러 되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해. 마치 아더왕처럼 말이야. 그래서 잉카인들은 케찰코아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스페인의 비열한 정복자의 하얀 얼굴을 보고 케찰코아틀이 돌아왔다고 반겼다가 멸망당했지.”

“케찰코아틀인가요. 그게 용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요?”

“케찰코아틀은 날개달린 뱀의 모습을 하고 때로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온다고 하지. 그리고 농업과 평화의 신이기도 해.”

“그래서 용신이군요.”

“솔직히 너한테 전쟁의 신은 어울리지도 않고 말이지. 이번에 얻은 신성의 조각도 까마귀 형태의 신수에게서 얻은 거라고 들었어. 후긴 아니면 무닌이겠지. 프레이와 이야기해봤는데, 신수를 만드는 것도 슬슬 고려해볼만 하다고 하더군.”

신의 강림은 인간의 육체로는 어려웠다. 신성을 채워넣기엔 인간은 너무나 나약했다. 운명의 신 캐릭터는 아예 신캐릭터로 전제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오딘조차도 신 캐릭터에 대해서는 신기하게 여길 정도였다.

신 캐릭터의 존재를 알지 못하던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신성을 담을 그릇으로서 거대한 괴수를 창조했다.

그것에 열중한 것이 바로 거인족이었다. 거대한 인간 형상에 신성을 담다보니, 사람들에게 신이라기 보다는 거인으로 인식되어버린 신족이기도 했다.

아스 신족은 하급신을 신수로서 부리면서 좀처럼 물질화하지 않는 것을 통해서 인간들의 공경심을 더 끌어낼 수 있었다. 거인족처럼 신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공포만을 끌어내는 것은 어리석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제준 녀석이 주워온 것에는 후긴하고 무닌의 날개 조각도 있었지. RPG하는 놈들은 득템이라고 그런 것까지 챙겨오더군. 그걸 토대로 재구성하는데 좋은 디자인으로 생각난게 바로 케찰코아툴이야. 삼족오니 하는 물건들도 있긴 하다만.”

후긴과 무닌 어느쪽이 남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한쪽은 희연에게 정통으로 맞아서 신성의 조각도 남기지 못했고, 한쪽은 신성의 조각만큼은 남겼기 때문이었다. 어느쪽이 빗맞았는지, 지금와서는 알 방도도 없었다.

“그렇군요. 날개달린 뱀이라면 용처럼 만들어도 되겠군요.”

“그래. 네장의 날개와 네 발이 달리고 용의 머리를 가진 뱀이 되겠지. 그걸 이용하면 케찰코아틀도 되고 용신도 될 수 있지. 가장 좋은 건 말이지, 용은 종족이라는 사실이야. 호적도 없는데 누가 용족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냐. 뱀도 용되고 잉어도 용되고, 용은 용이니 신적 존재고, 그럭저럭 잡신처럼 약해빠진 것도 아니고, 사람으로 변해도 어색하지 않고, 정말 편하지. 동아시아에서는 용하고, 서양에선 드래곤이나 와이번하고, 남미에선 케찰코아툴을 하고 말이야.”

장수한의 말에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라면, 성역을 만드는 버프 기능을 할 수 있꼬, 소멸템에 방비가 가능한 존재였다.

물론 입에다가 폭탄을 물고도 무사한 것은 아니지만, 성역의 바리어를 이용하면 날아오는 공격의 대부분을 막아버릴 수 있었다.

거북 전차를 물어올린 요르문간드가 지나치게 무식하고 멍청했던 것이었다. 현대 병기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가 낳은 결과라고 볼 수도 있었다.

반면, 하늘을 날면서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폭파시키고 발칸포를 막아낼 수 있다면 손쓸 방도가 없다고도 볼 수 있었다.

대공포보다는 미사일 병기에 집중하게 된 현재는 더욱 그러했다.

“유사시에 병력을 실어나르는 역할도 할 수 있으니, 신수는 좋은거라고 봐야지.”

조제성이나 엘프들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를 태연히 하는 장수한이었다. 옆에서 듣고있던 희연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원기는 나름 전장에 도움이 될 수 없는 길이 없을까 찾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많은 엘프들이 짬타이거의 정체를 알게 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지 않는다지만, 게임 캐릭터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죽음에 이르는 고통은 엘프들이라고 해도 상당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짬타이거는 온갖 전투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몸을 마구 내던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엘프들은 프레이야가 무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그 사실을 알게되고 꽤 혼란에 빠졌다.

화가 나면서도, 누군가를 탓하기 힘들었다. 프레이야의 정체를 알고있던 고위 신관들은 말없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조제성이 더 이상 짬타이거와 붉은여우의 참전을 불허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엘프들 사이에서 조제성의 인기가 더 올라가는 효과를 낳았다.

“뭐, 하늘에 나타나서 ‘소원은 무엇이냐?’라고만 물어도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거야.”

“여자애의 빤쓰라든가요?”

“그게 최고지.”

장수한은 희연의 살기어린 눈초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살짝 논지를 돌렸다. 전설대로라면 수많은 용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용신 중 하나를 자처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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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걸 통신이라는 이름의 프레이야 여신님의 신탁은 일종의 세뇌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대 중독보다도 더 무섭지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아이템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이걸 착용하면 초능력이 강화되더라도 바니걸 통신이 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능이 각성되고 강화되면 바니걸 통신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각국의 첩보부에서는 골머리를 썩혔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프레이야의 신전에서 아이템을 제공했다. 바니걸 통신으로부터 해방되는 아티팩트였다.

“굉장하군요. 이걸로 초능력이 강화되도 세뇌를 당하지 않게 되는 겁니까?"

“예. 다양한 정신 공격으로부터 여러분들의 정신을 지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조심하셔야 할 점은 그 때문에 여러분의 정체가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독심술 이능 등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가 그를 통해 역으로 당신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신관의 설명에 초능력자들은 마음에 들어했다. 어차피 마음의 소리를 들킬 상대라면, 차라리 들키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유기 초능력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관과 그를 보좌하는 이능력자들이 복잡한 의미의 미소를 지었다.

바니걸 통신이 가진 한계와 의미를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굴베이그 신의 신자들에게는 바니걸 통신의 효과가 극감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종속신의 신자들에게 바니걸 통신은 들렸지만, 말 그대로 통신에 가까운 효과가 있었을 뿐이었다. 프레이야 직속의 신자가 아니면, 바니걸 통신의 부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직속으로 되어 있으면, 굴베이그나 놀원, 희연처럼 설사 신격을 가지고 있어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신격을 가지고 있으면 그 영향력을 거부할 수는 있었다.

굴베이그령의 인간들이 프레이야를 떠나서 아스신족들이나 거인족에게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문제는 프레이야의 직속 신자수인데, 그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격이 높아지고 그릇이 커진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최대한 커진다고 해도 수십만이 고작이었다. 오딘 역시 직속 신자 수는 백만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바니걸 통신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다.

그리고 엘프들에게 절대적 우선권이 있었다. 아무리 현대인이 쓸모있다고 해도, 엘프들만큼은 아니었다.

이미 수천의 엘프들의 태아들은 수조 안에서부터 바니걸 통신을 청취하고 있었다.

바니걸 통신을 듣는 사람의 수를 더 이상 함부로 늘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에게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는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들이 엘프 다음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자신들의 지인들이었다.

공을 세운 자들은 공헌의 대가로 자신의 지인을 프레이야의 신자로 편입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공염불이 되는 것이었다.

‘쯧쯧, 좋아할 일이 아닌데, 불쌍한 놈들.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니.’

복잡한 심경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꿈을 가진 사람은 꿈에 얽매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신념에 얽매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희망도 사랑도 자비도 신앙도 모두 그러하다.

자유라는 것은 그런 면에서 돈과 갖다. 돈은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위해 사용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프레이야의 이능 각성자는 그렇게 유기 이능자를 보면서 내심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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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에게서 경제적 가치를 비롯한 기술적, 군사적 가치들을 발견한 것은 조제성 뿐만은 아니었다.

여러 나라들도 몬스터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이종교배였다.

종이 다른 동물간의 교배가 성역 내에서는 가능한 것이었다.

말과 당나귀는 이종이다. 호랑이와 사자도 이종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혼혈종이 노새와 라이거, 타이온 등이다.

그런데 노새도 라이거도 새끼를 낳지 못했다. 따라서 이종 교배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다.

그런데 성역 안에서 노새가 새끼를 낳고, 라이거가 새끼를 낳았다.

이종 교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한 돌연변이들은 보통 태어나기 전에 죽어버린다. 알에서 태어나는 것들은 부화 전에 알에서 죽어버리고, 자궁에서 태어나는 놈들은 유산되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성역에서는 태어나지 못했을 돌연변이 기형들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이는 과학자들에게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와 소를 교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암컷의 자궁이나 알에 정액을 집어넣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돼지와 소를 직접 교배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노새나 라이거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판단이었다.

유전자 조작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생명공학적 진보가 가능하다는게 과학자들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비극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에 설치된 성역 중 하나는 후쿠시마에 설치되었다. 그리고 성역의 특성상, 꽤 넓은 범위가 바다에 포함되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에 꾸며진 연구소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위험한 연구들도 많이 이뤄졌다.

그들은 방사선에 노출된 암세포들을 연구했다. 암세포들은 돌연변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종을 넘어선 결합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은 양서류의 암세포를 이용해서 개체를 만드는 연구와 파충류의 암세포를 이용해서 개체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그리고 나아가서 이 두 개체를 교배하는 쪽의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포 배양액들과 일부 실험의 잔여물들이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는 바다와 오염된 생물들에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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