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화 몬스터 -2
“웃, 춥다.”
새벽 안개가 낀 바다를 보면서, 어부는 몸서리를 쳤다.
세명이 타는 작은 어선은 통통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어군 탐지기에 뭔가 잡히는 거 있습니까?”
“아직 멀었어. 조바심치지 마!”
선장은 그렇게 소리를 치면서도 어군 탐지기의 화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군 탐지기에 뭔가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고기 뗀가?’
다음 순간, 어군 탐지기 화면이 번쩍 하면서 먹통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배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봐! 뱃전에 뭐가 부딛친 것 같지 않나?”
“확인해보겠습니다.”
선원은 그렇게 말하고 난간에 기대서 배 아랫쪽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다리가 솓구치면서 바다로 떨어졌다.
비명소리도 없이 다리를 퍼득 떨면서 떨어진 것이었다.
“이봐!”
재빨리 엔진을 끈 선장은 황급히 달려가면서 구명튜브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구명튜브를 던지기 위해서 아랫쪽을 내려다 본 순간, 그는 자신의 머리통보다 큰 도마뱀의 머리통과 마주쳤다.
“으악!”
그는 짧은 비명을 지르고 도마뱀과 비슷한 몬스터에게 물려서 바다로 추락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왜 멈춘거지요?”
아랫쪽 선창에 있던 선원은 올라오다가 거대한 도마뱀인지 공룡인지 모를 괴물을 보고 놀라서 황급히 돌아서서 선창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빠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선원은 뻗뻗하게 굳어져서는 바닥에 쓰러졌고, 그런 그를 향해 비늘이 달린 도마뱀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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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은 수중용 리베로와 함께 일본에 도착했다. 수중용 리베로와 프로나가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리베로로 잠수라니. 정말 기대가 되는군.’
그는 흥미진진한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신간선을 타고 이바라기현 미토로 갔고, 그곳에서 스텝의 차를 타고 산리쿠 해안으로 갔다. 과거에는 이름난 관광명소였지만, 쓰나미와 후쿠시마 사태로 인한 피해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준비가 곧 될 테니, 좀 기다리세요. 바다 구경이라도 하면서 말이지요.”
“방사능 바다 말이지요.”
“여신님의 총애를 받는데, 방사능 까짓게 무슨 문제입니까. 이 기회에 회나 배터지게 먹고 가는 건 어떨가요.”
리베로 정비사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날생선을 먹는다니, 그런 멍청한 짓을 하나?”
“이런, 이런 역시 드워프 어르신은 회맛을 모르시는군요. 바다 생선을 신선하게 먹는건 최고의 호사입니다.”
스텝 가운데는 드워프도 포함되어 있었다. 헤드폰이 달린 모자를 쓰는 정도로도 충분히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지구의 일반적인 왜소증환자와는 달리 어깨가 벌어진 체형이기는 했다.
“난 구워먹는게 최고야. 불이 지방을 녹여서 나오는 감칠맛이 진짜 고기의 맛이라고.”
드워프는 불쾌한 듯 말했다. 한국인 스텝들 덕택에 보신탕, 떡볶이, 생선회 등 난이도 높은 음식들에 골탕을 많이 먹은 상태였다.
드워프들은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해산물에는 꽤 약한 모습을 보였다.
제준은 입김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 제자리에서 뛰면서 바다를 바라봤다. 해안은 깨끗한 느낌이고, 바닷물도 맑은 편이었다.
“오케이. 방수 확인 종료! 엔진 시동!”
리베로가 기동할 준비가 된 듯 했다. 모터를 쓰기 때문에 엔진음이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각 관절에 힘이 가해지면서 금속 마찰음과 같은 기계음이 조금씩 들려왔다.
“프로나. 오늘도 잘 부탁해요.”
[오케이. 그럼 움직입니다. 조심해.]
잠수용 방수처리된 리베로가 몸을 일으켰다. 정령이 움직여주기 때문에 무인 기동이 가능해서 탑승이 편리한 편이었다. 프로나는 몸을 움직여서, 멀쩡히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다음, 제준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었다.
제준은 몸체를 짚으며 손 위에 올라탔고, 가슴쪽 해치를 통해 탑승했다.
[밀폐 완료. 조종 넘깁니다.]
“오케이. 그럼 가보도록 할까요.”
제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체를 움직였다. 리베로는 성큼성큼 움직여서 바다로 들어가다가 돌연 멈췄다.
“방수에 문제라도 있나?”
정비 담당인 드워프가 무전으로 외치듯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제준은 소리치고, 다시 한걸음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리베로의 기체는 꼼짝하지 않았다. 프로나는 제준에게서 앞으로 움직이라는 의지를 넘겨받지 못했다.
제준의 기체는 더이상 물속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가 망설이자 정령 프로나가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감이 너무 안좋아서, 왠지 들어가고 싶지 않군요.”
[리베로를 탔는데도? 게임 캐릭터를 가졌는데도 그래?]
“예. 왠지 들어가면 좋은 일이 안생길 것 같아요. 아니 정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제준의 망설임은 조제성에게 곧 보고되었다. 제성은 그의 감을 중시 여겨서 일단 들어갈 것을 보류 시켰다. 초감각계 이능자의 감은 무시될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바다에서 발견된 몬스터들의 자료를 살폈다.
“호오, 태평양에서 발견된 바다 도롱뇽은 죽어서 표류하던 놈이었나?”
인근 바다를 뒤지면 한두마리쯤 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준이 꺼린다면 그건 몇가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리지어 생활하는 놈들이겠지. 하지만 리베로를 타고도 포획하기 힘들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제준이라면 쉽사리 샘플 포획이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그가 포획이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집단 공격성이 강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리베로에 탑승하고 있어도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크기나 힘으로 리베로를 능가하기는 어려울텐데, 그정도 거대한 놈들이면 그리 무리짓지는 않을 것 같고.’
“일본쪽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연구소 내부 정보는 알아내기 힘들었지만, 반입 물품이 어떤 종류인지는 알아볼 수 있었군요.”
장수한이 조제성에게 레포트를 내밀었다. 조제성은 자료를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역시, 일본인들이 머리가 좋긴 좋은 것 같군. 어떤 몬스터를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리스트 내역에서 각종 전기어들을 발견한 조제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기 뱀장어를 비롯해서 전기 메기와 전기 가오리등 전기를 발하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다수 반입된 상태였다.
제성은 발키리를 보내서 바닷속을 관찰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바닷 속에는 약 4미터 길이의 바다 도롱뇽들이 수백마리 단위로 함께 헤엄치고 있습니다. 지느러미가 빛나고 있는게 보입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종으로 보입니다.]
“길이가 4미터라, 인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사이즈로군.”
수백마리 단위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청개구리처럼 발바닥의 빨판을 이용해서 선체를 기어오를 수 있는데다가 리베로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전기 충격을 가하는 생물이었다.
이놈들이 식인종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성역 내에서 탄생한 동물의 특성상, 성역 내에서는 더욱 강력함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독을 뿌려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고, 왠만한 공격에는 강한 내성을 보일 것이었다.
방법은 하나, 후쿠시마에 있는 성역을 치워버리는 것 뿐이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만은 아니로군. 번식의존도가 높지 않으면 오히려 전세계 바다로 퍼져버릴 수가 있지.’
번식의존도와 생존의존도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엘프들은 성역이 아니면 번식을 잘 못하기는 하지만, 발정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발정기를 맞으면 번식은 가능했다. 하지만 유산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성역이 아니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었다.
엘프들은 모유수유를 거의 안시킬 뿐만 아니라, 충분한 모유도 나오지 않았다. 기본 베이스가 인간이라 산후에 조금 나올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퇴화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엘프의 경우엔 번식의존도가 높은 쪽이고, 낮은 쪽은 출산률, 유산률, 생존률의 차이를 보여줄 뿐이었다.
생존의존도도 마찬가지였다.
성역의 밖으로 나가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듯이 숨도 못쉬고 곧 죽어버리는 종류도 있지만, 고래나 거북이 잠수하듯이 꽤 오랜시간 제법 멀리까지 나갔다가 오는 놈들도 있었다.
신체가 병에 걸린 듯, 차츰차츰 약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우는 제법 다양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성역을 함부로 없애는 것은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일이 재미있게 되어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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