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화 몬스터 -3
“후쿠시마와 시사라가 관계 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시샐러맨더를 일본인들은 ‘시사라’라고 약칭해서 불렀다. 시사라, 바다 도롱뇽이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조제성의 정보는 일본의 강한 부정과 함께 묻혀버렸다.
“이거, 너무하는군요. 꽤 중요한 정보인 것 같은데.”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우린 할 바를 다 했어.”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제성은 주도면밀한 인물이었다. 시샐러맨더가 인간을 덮칠 것이라는게 확실한 시점에서 정보를 감추고 있었다면 그 책임은 역시 정보를 공표안한 쪽이 된다.
원기도 인명사태가 발생하면 조제성에 대한 신뢰가 옅어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프레이야 진영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뢰하겠지만, 지나치게 인명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생각은 조제성에겐 없었다.
그래서 조제성은 후쿠시마, 정확히는 태평양을 둘러싼 두개 강대국의 정상들에게 바다 도롱뇽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리고 후쿠시마 부근의 방사능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을 함께 알렸다.
“일본은 그렇다치고, 미국이 이 정보를 파묻은 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방사능에서 발생한 괴물이 위험한데다가 태평양에서 발생한다면 미국 서해안도 위험할텐데 말입니다.”
장수한은 조제성이 이 정보가 묻히기를 바라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이 정보를 묵살시키려고 든 것이 조제성의 예측대로일 것이라고 알 고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일본은 후쿠시마에 대한 책임과 자신들이 벌인 무책임한 연구에 대한 책임에서 회피하기 위해 정보를 부정하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미국이 그것을 싸고 도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미국은 후쿠시마 사태가 문제가 되는 것을 가장 원치 않는 나라야. 일본보다 그건 더하지.”
“예? 그건 어째서지요?”
“후쿠시마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으면서 조용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건 알고 있나? 후쿠시마를 덮친 츠나미의 파편은 미국 서해안에서도 쉽게 발견되지. 방사성 물질, 세슘이 태평양을 오염시키고 미국 서해안까지 들이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하지만 미국은 조용하지. 한국과 중국은 난리인데 말이야. 왜인지 아나? 그건 미국이 원자력 국가이기 때문이야.”
“원자력 발전이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아니지. 원자력 잠수함과 원자력 항모 때문이야. 무기는 전쟁에서 싸우는데 쓰이는 물건이야. 원자력 항모나 원자력 잠수함은 적의 공격 목표가 되는게 당연한 물건이지. 원자력 항모나 잠수함이 침몰해 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후쿠시마 여론이 원자력 함선에 미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가 미국이야. 그래서 일본에선 원자력 발전 반대 여론을 거부하고, 원전을 재개하는 쪽으로 흘러갔지. 미국은 전세계의 바다를 자신들의 핵기지와 공군기지로 만들었어. 그걸 위해서는 작전을 위해 잠시 출격하는게 아니라, 몇 년이고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유지력이 필요하지. 그래서 미국은 원자력이 반대되는걸 두려워하지. 내 생각엔 2011년 그런 사태가 있었는데, 2013년 부랴부랴 미국에서 신형 원자력 함선을 취역시킨 것은 원자력 함선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기전에 재빨리 관례화 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중이야. 어찌되었든 세슘에 의해 탄생했을지 모르는 돌연변이 생물에 대한 것을 감추려고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이대로 가면 조만간 재앙이 일어날텐데요?”
“그거야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야.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한거야.”
장수한은 한숨을 쉬었다. 조제성은 완벽하게 자기 할 바를 했다고 말한다. 사실 그러했다. 민간인에게 알렸다면, 사람들은 패닉을 일으킬테고 그 혼란이 가져올 피해도 심상치 않을 터였다. 일본과 미국에 알린 것은 상식적인 처사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돌아갈지 예측하고 흘려넣었다는게 장수한으로서는 조금 걱정스러웠다.
‘내가 저 양반의 브레이크가 되어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프레이야 여신님도 있으니 괜찮기는 하겠지만.’
‘저놈이 브레이크가 되어주니, 맘놓고 폭주할 수 있어서 좋긴 좋아.’
조제성은 장수한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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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 이거 굉장하군요.”
원기는 프레이가 만든 케찰코아틀을 조종하는데 도전해 보았지만, 도무지 조종할 수가 없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백색의 뱀이었다. 케찰코아틀 자체가 용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케찰코아틀의 디자인에 맞춘 탓이었다.
신비로운 느낌이면서 머리에 네장의 녹색 날개가 달린 거대한 흰 뱀이었지만, 도무지 조종이 불가능했다.
몸통에는 네 발이 숨겨져 있어서, 필요한 때는 발을 뽑아 쓸 수 있지만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었다.
뿔이 있지만, 수염은 없어서 용신이라기보다는 뱀의 신에 가까웠다.
“무리로군요.”
날개를 펄럭여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또아리를 틀고 몸을 치켜세우는 것도 힘들이었다.
[그럼, 대타를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프레이도 적응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대타를 추천했다. 신수는 신이 깃들어서 움직이는 존재로, 에인페리아의 영혼을 넣어서 대신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연하가 추천되었다. 날개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센스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몸의 조종에 추가로 날개를 움직이는 것은 그녀가 아니면 힘들 것도 같았다.
“애초에 용신은 그녀였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어차피 신성은 원기가 챙겼지만, 보통 신성캐릭터는 갖고 있는다는 개념이 강했다. 막상 신성 캐릭터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비슷한데다가 사망당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서 사용할 메리트는 없었다.
바니걸 통신이나, 영체 소멸(영혼만이 아닌 유사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희연의 능력이다)처럼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발동시킬 수 있는 이능이 있으므로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희연이 시험해본 결과 영체소멸은 지금은 무기사랑과 비슷한 정도 밖에는 뻗어나오지 않았다. 신성 캐릭터를 사용할 경우에는 두배정도 길어지고 폭도 넓어지긴 했지만, 캐릭터 자체의 전투력이 떨어지므로 메리트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의 폭주처럼 하늘과 땅을 가를 듯한 크기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희연의 감정 상태와 연결되어 있는 듯 했다. 바니걸 통신 역시 원기의 감정 상태와 직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거 재밌다. 와오! 번개 날려봐도 되요?”
농경신들은 기본적으로 날씨를 조종하기 때문에 케찰코아틀역시 번개의 신이기도 했다. 연하는 명사수 답게, 번개도 아주 정확하게 날렸다.
번개는 사실 명중도가 낮은 무기였다. 연하는 바람길이 보이는데다가 자신의 공격이 어디 떨어질지 예측하는 예측 능력까지 있기 때문에 번개라는 무기를 아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거 완전히 연하를 위한 몸체네. 죽쒀서 개줬다…는 아닌가.’
사실 신수를 조종한다고 해서 그다지 좋을 일은 없었다.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에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써먹기 쉽지 않은 몸체임에는 틀림없었다. 장수한 역시 연하가 용신을 조종하자 기뻐했다.
“앗싸. 이제 맘놓고 타고다닐 수 있겠다.”
장수한이 프레이가 용신형의 신수를 만들자고 할 때 찬성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런 걸 타고다니는 건 로망이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프레이야 여신님을 타고다닐 수는 없다는 모두의(조제성이 포함된) 반대가 있었기 때문에 로망을 접어야 했지만, 연하가 신수의 조종자가 되면서 그런 문제가 사라진 것이었다.
“같이 타보자. 재밌을 것 같지 않냐?”
원기는 장수한의 제의에 못이기는 척 하고 케찰코아틀의 머리위에 올라탔다. 결국 연하는 신수를 얻은 대신에 모두의 탈것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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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은 수중형 리베로의 개조작업을 지시했다. 기존의 방수처리 대신에 완전히 고무로 된 잠수복을 입히는 것이었다. 리베로가 인간형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프로펠러로 전진하는 대신에 오리발을 저어서 전진하는 방식이었다. 제준과 프로나는 안전한 해역에서 방수리베로에 오리발을 이용해서 수영하는 방식을 익혔다.
고무 방수복을 입히고 리베로를 이용해서 바다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제준은 여전히 불안함을 표시했고, 제작된 고무 방수복을 세겹을 입히고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고무 방수복을 세겹이나 입혀야 한다니, 참 대단하네.”
드워프 치프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마도 전자파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고무 방수복 사이에 동선을 깔고 접지를 연결하니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군요.”
“젠장 머리 아프군. 전기라는게 너무 짜증나.”
드워프 치프는 짜증스러운 듯 말했다. 기계 구조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능숙한 종족이지만, 전기와 전자에 대한 것은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조승상님께 보고는 해두지요. 리베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능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지요. 제준씨가 감히 들어갈 엄두를 못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준은 준비가 갖춰지자, 리베로의 손에 달린 장비를 확인했다. 손에는 용수철을 이용해 급조된 작살총이 있었다. 탄환은 단 한발이었다. 그리고 리베로의 등에는 구리와 철을 섞어 만든 금속 와이어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은 접지의 역할도 하지만, 몬스터와 조우해서 도망칠 때 리베로를 끌어당기기 위한 윈치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왠지 낚시줄에 달린 미끼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 윈치는 마치 릴같고 말이지요.”
[낚시가 뭔지는 알겠는데, 릴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걸.]
숲속에만 살던 프로나로서는 낚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엘프들은 숲에 유해한 동물들은 숫자 조절을 위해 사냥을 하지만, 냇물속의 물고기까지 잡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언제 한번 낚시나 같이 해보지요.”
제준은 그렇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게임만 줄창하던 오덕이라 낚시를 해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프로나를 좋아해서 뭔가 같이할 수만 있다면 마냥 신나는 쪽이었다.
정령에 홀려서 프레이야에게 충성하겠다고 오는 이들이 늘어나서, 정령을 위한 인간 사이즈의 리베로, 실질적인 안드로이드 바디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고 틈틈이 개발도 이뤄지고 있었다.
지금도 제준은 프로나를 스마트폰에 담아서 이쪽 세상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함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럼 들어갑니다.”
제준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종간에 손을 올리자, 고무 잠수복을 입은 거대한 잠수부처럼 보이는 리베로 ‘프로나’가 뽀득뽀득 소리를 내면서 바다 속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다에 입수한 프로나는 곁에 떠있는 작은 잠수정과 같은 수중용 추진기를 손에 들었다. 오리발로 이동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추진기로 이동하는 편이 더 빨랐다.
전기 공격이 들어오면 추진기를 방치하고, 금속제 로프와 오리발을 이용해서 달아나게 될 것이었다.
“이쯤에서 멈추지요.”
제준은 스나이퍼답게, 적당한 위치를 잡고 몸을 숨겼다. 약간의 움직임으로 간단히 수중의 모래에 몸 대부분을 감출 수 있었다. 원래 있던 수초와 바위 덕택에 거의 완벽하게 은신할 수 있었다. 그 상태에서 조용히 전방을 주시하며 작살포를 겨냥했다. 잠시 후, 몇마리의 시 샐러맨더가 유유히 유영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한마리가 먼저 프로나의 존재를 눈치챈 듯 고개를 돌렸고, 다른 녀석들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미친.”
제준은 욕을 했다. 그리고 와이어에 연결되어 머리 부분에 장착된 외부 카메라를 통해서 보던 스텝들도 혀를 찼다. 전기를 이용해서 먹이나 적을 탐색하는 센서까지 장착된게 틀림없어 보였다.
“으악!”
와이어에 연결되어 있던 외부 카메라와 센서가 고압 전류에 박살난 듯, 센서류와 연결된 기계에서 전기가 튀며 연기가 솟았다. 스텝들은 당황했다.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와이어가 두번 강하게 흔들렸다. 빨리 당기라는 신호였다. 윈치에 연결된 모터가 힘있게 와이어를 당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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