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화 몬스터 - 4
프로나가 방아쇠를 당기자, 작살이 날아가서 한마리의 몸통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닷속 이곳 저곳에서 섬광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으악! 대체 이게 뭐야!”
제준은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눈치챘다. 수십, 아니 수백의 섬광이 자신을 노리고 달려오고 있었다. 윈치가 당겨지기 시작했고, 필사적으로 헤엄을 쳐서 탈출을 시도했다.
“앗따궈! 빌어먹을.”
리베로의 콕핏이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스파크의 영향으로 여기저기 빛이 났다.
“괜찮아요?”
[음. 조금 있으면 복구될 것 같기는 한데.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렸나봐. 터질 뻔 했는데, 터지진 않았어.]
프로나는 시체처럼 케이블에 끌려가다가 다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도롱뇽들이 뭉쳐서 헤엄쳐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하나의 물고기인 것처럼 헤엄치듯, 한마리의 거대한 용과도 비슷해 보였다.
결정적인 것은 놈들이 전기를 이용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초전자 회오리냐! 젠장.”
초전자 스핀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제준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결정적으로 바닷속에 숨어있는 놈들 가운데에는 등골이 오싹할 만큼 강력하고 무서운 놈들이 숨어 있다고 느껴졌다.
[이제 되었어.]
윈치의 케이블이 끌어주는 힘으로 반쯤 기다시피 해변에 도착한 프로나는 오리발을 떼어버리고 뛰어서 도망쳤다. 그리고 도롱뇽들은 해변 위로 거침없이 쫓아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격 개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프들이 동물용 마취제 케타민이 들어있는 대구경 엽총을 쏴댔다. 어그적어그적 쫓아오던 시 샐러맨더들이 코끼리용의 마취제를 얻어맞고는 땅에 쓰러졌다.
해변은 성역의 경계가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성역 밖이자 육지에서 시 샐러맨더들은 그다지 대단한 위협은 아니었다. 딱 코모도 왕도마뱀 수준의 괴물이었다.
전기 공격이 가능하지만, 접촉하거나 근거리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주력은 여자가 달리는 것보다도 느린 정도, 실제로 코모도 섬에서도 피해를 입는 것은 주로 아이들이었다. 성인은 공격도 잘 안할 뿐더러 뛰어서 도망가면 끝이었다.
식인종의 경우에 몸에 어느정도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순수하게 성역에서 자란 놈들은 축적된 에너지가 거의 없었다.
제준을 쫓아온 놈들 가운데에는 정말 위협적인 대형 도롱뇽도 있었지만 그들은 물밖까지 쫓아오지 못했다. 머리가 좋아져서 추격을 단념한 것일 수도 있었다.
[샘플 수십마리를 손에 넣은 셈이로군. 잘해줬네. 제준군.]
“예, 감사합니다. 승상님.”
제준은 제성의 칭찬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가 이용한 리베로 프로나는 꽤 많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스마트폰도 맛이 갔다.
강력한 전자파가 덮친 탓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패드가 있어서.”
손목시계와 스마트폰은 리베로 조종석에서 맛이 가버렸지만, 패드형 태블릿피씨가 있어서 프로나가 옮겨올 수 있었다. 정령은 빙의형이라서 굳이 스마트폰이나 패드류가 없어도 동행이 가능했지만, 패드 등을 사용하면 좀 더 부담없이 정령이 함께 할 수 있었다.
정령이 빙의 상태에서 깨어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뇌에 부담이 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령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런 정도쯤 기꺼이 감수하지만, 패드나 폰류의 정령칩을 이용하면 무리없이 장시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글래스도 무사하고.”
제준은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했다. 이것으로 프로나와 부담없이 시야를 나누며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성역이 포함된 물속에선 적이 없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괴물입니다.”
제준은 바닷 속에서 일반적인 놈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놈을 느꼈다. 정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 놈도 무섭긴 하지만, 진짜 무서운건 전기를 병렬과 직렬로 연결해가며 전기공격을 해대는 도롱뇽떼일지도 몰랐다.
“휴우. 정말 아슬아슬했네요.”
제준이 한숨을 돌리는 사이에 작업용 소형 리베로들이 도롱뇽들을 대충 들어서 트럭에 턱턱 싣고 있었다. 성역 밖에서 강력한 마취제를 얻어맞은 놈들은 그냥 살아있는 고기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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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실 겁니까?”
“각국에 샘플로 나눠주도록 하지. 생태나 데이터에 대한 것은 넘기지 말고, 그냥 잡았다면서 연구하라고 나눠주게. 그리고 일본 연구소의 연구원들 리스트를 넘겨주게.”
“일본 연구원들요?”
샘플로 바다 도롱뇽을 나눠주라는 이야기에 반문하려던 장수한은 일본 연구원 리스트를 달라는 소리에 의문을 제기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 우연히 탄생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성도가 지나치게 높아. 우연으로 탄생한 것은 맞을지 몰라도, 의도가 느껴지는군. 일본측에 가장 우수한 샘플을 넘기게.”
조제성은 그렇게 지시하고, 발키리들과 엘프들에게도 추가 지시를 내렸다. 일본 연구소에 설치해둔 발키리칩과 엘프들의 정보수집 능력을 이용해서 일본 연구소에 대해서 감시를 시작했다.
“역시 생각대로로군.”
조제성의 예상대로였다. 일본 연구주임 오카 이즈미는 시 샐러맨더의 샘플이 도착하자마자, 기뻐하며 바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다른 연구소의 사람들이 살아있는 시 샐러맨더의 행동양식을 관찰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명확히 대조되었다.
다른 연구원들이 당황하며 그녀를 말리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녀의 독단적인 행동이 꽤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걸 조사해 봐. 방사능 측정도 포함해서.”
그녀는 도롱뇽의 신장에 해당되는 장기를 적출해서 스텝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도롱뇽의 아가미와 비늘, 그리고 등 부위의 근육들을 메스로 해체했다.
거기에는 전기를 발전하고 축적시키는 생체 조직들이 있었다.
“내 사랑하는 우파루파들이 이렇게 멋지게 성장해 줬구나.”
그녀는 콧노래를 불렀다. 조제성이 눈짓을 하자, 장수한이 우파루파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일본 연구소에 반입된 동물 종류에 대해서는 꽤 상세한 내용까지 조사해 둔 상태였다.
“우파루파는 재생력이 뛰어난 원시 도롱뇽입니다. 아가미가 성체가 되고난 뒤에도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팔, 다리, 아가미 등이 잘려나가도 다시 자라나는 피X로 대마왕 같은 놈입니다.”
장수한의 비유에 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감시를 눈치채지 못한채 오카 이즈미는 거침없이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그녀는 숙련된 요리사처럼 시 샐러맨더의 몸을 분해해서 준비된 통에 담아 나갔다.
“자, 이제 이 생물 배터리의 특성을 테스트 해줘. 얼마나 많은 전력을 담을 수 있는지.”
그녀의 말에 넋을 놓고 구경하던 연구원이 퍼뜩 정신을 파리고는 재빨리 바퀴달린 테이블을 이용해서 그녀가 말한 배터리 유닛을 가지고 갔다.
“배터리라, 이제 그녀가 노린 부분을 알 것 같습니다.”
생물 발전기는 효율이 꽤 떨어지는 편이었다. 새로운 에너지의 생산에는 그리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몬스터화된 시 샐러맨더라면, 효율은 많이 높아졌을 것이 틀림없었다.
중요한 것은 전기 뱀장어와 같은 전기어들은 발전과 축전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전기 뱀장어들은 맛이 좋아서 원주민들이 선호하는 식재중 하나였다. 이들은 600볼트 이상의 전류로 인간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전기를 뿜어낸다.
이들을 사냥하는 방법은 약을 올려서 전기를 뿜어내게 만드는 것이었다. 몇차례 전격을 뿜어내면, 전기를 다 소모해 버려서 약한 전기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발전과 충전이 함께 이뤄지는 생체 배터리겸 발전기, 이게 오카 이즈미가 노린 몬스터였다.
그녀는 실험실 내부에서 실험하는 것만으로 만족을 못하고, 폐기물을 버리는 공정을 이용해서 후쿠시마의 바다 전체를 자기 실험실로 사용해 버린 것이었다.
“정신 나간 년이군요.”
“천재는 미친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형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군그래.”
하지만 성과물 자체는 꽤 놀라웠다.
“오카 치프! 보내주신 샘플에서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대량의 세슘이 검출되었습니다.”
“생각한 대로로군. 잘되었어.”
오카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던 것이었다. 인류를 위협하는 맹수가 태어나긴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설이 옳았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하고 있었다.
해산물 가운데 멍게에는 바나듐이 대량으로 함축되어 있다. 이는 생물농축에 의한 것이었다.
특정 원소를 신체의 특정 부위에 모아두는 것이 일종의 생물 농축이었다. 원전이나 원폭에서 나오는 첫번째 방사성 물질은 요오드였다. 요오드는 인체의 갑상선에 모아두기 때문에 특히 위험한 편이었다.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갑상선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짧지만 치명적이었다. 방사성 요오드를 막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비방사능 요오드를 미리 먹어서 갑상선을 요오드로 채워두면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에 모이지 않고 노폐물과 함께 배출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소금을 먹거나 요오드가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방사성 요오드의 영향을 막을 수 있다고 난리가 난 것도 이때문이었다.
세슘은 반감기가 길고, 인체의 근육과 살에 들어간다. 하지만 온 몸에 고루퍼지고 인체에서 머무는 기간은 180일 정도에 불과하다.
생물 농축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시 샐러맨더는 신장 부위에 세슘을 농축시키는 성질이 있었다. 시 샐러맨더를 잡아먹는 다른 개체가 없다면, 농축된 세슘은 여전히 시 샐러맨더가 모아두게 되는 것이었다.
세슘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답게 천재적이긴 하군.”
조제성도 감탄을 했다. 후쿠시마 앞바다는 물론이고 태평양을 되살리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역시 생체축전기가 될 듯 하군. 리베로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좀 알아보도록 하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수한은 즉시 스텝들을 지휘해서, 남아있는 시 샐러맨더들의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몬스터 특유의 강한 생명력에 우파루파 같은 하등동물의 재생능력, 암세포의 무한수명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터리로서의 가치는 꽤 높았다. 특히 배터리의 수명제한도 용량감소도 없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었다.
물론 소형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생체세포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인공 장기 부분이 필요했다. 신장의 역할을 대신할 정수필터와 심장의 역할을 할 펌프, 그리고 각종 영양제를 투입할 투입구까지 포함하면 전기 자동차가 최소 크기가 될 듯 했다.
“발전 능력도 생각보다 양호합니다. 태양전지판넬과 함께 사용해도 좋을 듯 싶군요. 충전 속도도 올라가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발전과 충전을 겸한 생체조직이다보니, 실제 용량보다 사용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 출력은 대단히 좋았다.
새로운 에너지로 각광받을 수 있을 듯 싶었다.
“미국측도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군.”
조제성은 인터넷 뉴스를 보고 피식 웃었다. 시 샐러맨더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 단체들의 여론이 벌써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을 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차별 사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새로운 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의 발빠름은 뒤에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라지만.”
조제성은 살짝 혀를 찼다. 언제나 그랬듯, 인간의 적은 인간이다.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 얘기 할 수는 없겠지.”
조제성은 시 샐러맨더용 대책 물품의 개발 회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 샐러맨더의 특징인 전기와 전자파 발생을 이용해서 빛을 발하는 부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 샐러맨더의 습격을 방지할 수중용 네트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부표와 네트를 이용하면, 해수욕장을 시 샐러맨더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터였다.
어선에 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코팅도 연구시키고 있었다. 선박의 매끈한 표면을 타고 오르는 시 샐러맨더지만, 울퉁불퉁한 찌메리트(?) 코팅을 해두면 올라오지 못한다.
새로운 돈 벌거리는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제성은 차근차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이 대량으로 필요해지고 인기를 끄는 것은 대참사가 일어난 다음이 될 터였다.
대참사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조제성 뿐만은 아니었다. 일본도 미국도 많은 나라들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한 자도 악한 자도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인간은 어리석으면서 교활하고 상냥하면서 잔인한 괴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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