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75화 (375/497)

375화 목숨보다 중요한 것

“이번 시사라 포획 작전의 성과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오카 이즈미는 몇몇 일본과 미국의 힘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본 역시 미국의 영향에 깊이 침식당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의 고위 간부를 빼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의 속국에 지나지 않았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사라들은 소리 대신에 전기를 이용해서 서로에게 연락합니다. 일종의 비명에 해당하는 주파수의 전기를 흘리면, 시사라들은 본능적으로 동족을 돕기위해 무리지어 움직입니다. 포획 작전에는 이를 이용했습니다. 주파수의 범위 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사라 무리들이 모여들었고, 다수가 해안까지 쫓아와서 포획되었습니다. 해안에 상륙하지 않은 놈들도 그물을 통해서 잡아들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4미터급 52마리와 7미터급 세마리, 10미터급 한마리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라서 시사라를 포획하는 화면이 나왔다. 그물을 통해 10미터급을 잡아들이는데는 꽤 애를 먹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10미터급은 괴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강력해서 수심이 얕지 않았다면 제압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뭍으로 끌어올리니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군요.”

그녀의 브리핑 모습을 원기와 제성, 수한도 실시간으로 엿보고 있었다.

“대체 시사라의 성장 한계는 어디까지인거요? 10미터급이 있다는건 아주 위험한 것 아니요?”

“물론입니다. 큰 위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능가할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 화면을 봐주십시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화면이 전환되면서 시사라들의 해체 장면이 등장했다.

“시사라들은 발전과 축전을 함께 하는 특수 전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명력이 극도로 강하지요. 그래서 이들의 조직을 이용해서 배터리 유닛을 제작했습니다. 이게 그 프로토타입입니다.”

브리핑 실의 문이 열리고, 한 연구원이 거대한 수조를 가지고 왔다. 그 수조 안에는 하얀 살덩이가 떠 있었다.

“이 축전지는 어항과 똑같습니다. 공기를 넣어주고,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제때 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삽니다. 물론 먹이는 특제이긴 합니다만, 기본 재료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물도 갈아주기보다는 정수필터를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하지요. 4미터 급에서 얻는 축전지의 용량은 1톤급 전기 자동차가 약 500키로미터를 달릴 수 있을만한 전력이 됩니다. 그리고 3시간 가량동안의 발전량이면 200키로정도는 추가로 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계산으로는 시속 200키로 가까운 속도로 약 800키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이 나옵니다. 그리고 약 여덟시간 정도면 자동으로 완충시킬 수 있게 됩니다. 더 이상 자동차에게 주유소도 충전소도 필요없게 되는 것이지요. 전기 자동차의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특히 군용 차량이라면 더욱 매력적이겠지요.”

“고장이나 소모율은 어떻게 되는 거요?”

“일단 온도와 먹이만 제대로 챙겨주면, 늙어 죽지도 않고 자체 회복도 됩니다. 일종의 ‘장기’같은 개념이라서 회복된답시고 다른 부분을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고장은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드는 부분에서 날 수 있고, 수명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지금까지 밝혀진 부분에서라는 한계는 있습니다만.”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온실효과가 거의 없는 꽤 놀라운 에너지원이 등장한 셈이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4미터급 이상으로 성장한 놈들의 발전 기관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면을 봐 주십시오. 일반적으로 하얀 고기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4미터급 이하에서 발견되는 발전기관입니다만, 7미터 이상되는 놈들에게선 일부가 붉은색으로 변색된 복잡한 구조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붉은색 기관을 연구자들은 ‘엔진’으로 부르게 됩니다.”

“엔진?”

“예. 엔진입니다. 엔진은 엄청난 고효율의 발전능력을 가진 조직입니다. 축전과 발전을 동시에 하는 하얀 조직과 달리, 엔진은 발전 기능에 특화된 부위입니다. 이 엔진은 코어가 있는 놈과 없는 놈으로 나뉘어 집니다. 코어는 일종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식인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식인이라고?”

사람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오카 이즈미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끼리 왜 쓸데없는 연기를 하느냐는 듯한 미소였다.

“코어가 없는 엔진은 특정 지역에서만 발전기관으로서 발동을 합니다. 반면 코어가 있는 엔진은 어디에서나 고출력으로 발전을 합니다. 특정지역이라는 것이 어디를 말하는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시사라는 통상적인 성장 한계가 약 4미터입니다. 하지만 특정 지역 내에서는 그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며, 엔진이 형성되는 성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특정지역 외에서도 특정 생물을 먹이로 삼음으로써 성장이 가능하며 코어를 보유한 성장이 가능하다는게 저희 결론입니다. 특히 특정 생물을 먹이로 삼은 개체의 성장은 극도로 빠르며, 10미터급 개체가 그 예로 보여집니다.”

오카 이즈미의 설명에 사람들은 여전히 웅성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정 생물을 먹이로 삼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이빙을 즐기던 이들이나 어부들의 실종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10미터급 개체에서 확보된 발전 기관의 출력은, 소형 원자로에 맞먹습니다. 원자력 잠수함의 엔진을 대체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좀 더 큰 대형이라면, 항공모함의 출력원으로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7미터급에서 발견된 코어 엔진의 경우, 축전 기관을 잘라내고 경량화시켜서 헬리콥터 같은 항공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물론 리베로 같은 최신예 병기에 적용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순간,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본해에서 잡히는 시사라의 경우, 잡은 나라의 자원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본 국적이 어선이 포획한 놈은 일본국의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 해산물이 먹이를 어느나라 것을 먹든지 말입니다. 일본해에 해양자원을 풍족하게 만들면, 일본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커질겁니다.”

오카 이즈미의 레이저 포인터가 의도하지 않은 듯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동해안에서 오가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동해에 강력한 시 샐러맨더들이 우글대면, 그것을 잡아들인 국가에서 자원으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석유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 자원이 얻어지는 겁니다. 더 이상 석유를 두고 다툴 필요는 없어지겠지요. 이 세상에 가장 남아도는 자원이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변화되는 겁니다.”

오카의 말에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의 침묵은 반대가 아니라 강한 긍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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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렀군.”

조제성은 간단히 말했다. 시 샐러맨더가 만들어내는 코어는 현자회가 만들어내는 혈정에 비해서 더 효율이 높았다. 또한 현자회가 만들어내는 혈정을 코어가 없는 노코어엔진에 주입해도 사용이 가능했다.

변환이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혈정과 샐러맨더 코어는 호환이 가능했다. 현자회의 활동이 더 유리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블러디 코어나 인공정령(주박령)의 제조는 시 샐러맨더로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주술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으로 샐러맨더 코어를 쓸 수 있는게 틀림없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물건이 순식간에 튀어나온거지요?”

원기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카 이즈미의 대처가 원기의 눈으로 보기에도 믿기지 않을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지요. 제성 형님의 조사 지시가 나와서 오카 이즈미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입니다만, 그녀는 현자회에 참여한 흡혈귀 일족의 후예입니다. 우연히 혈통에 대해서 조사해 본 결과 얻어진 것입니다.”

오다 노부나가 사후, 일본은 그리스도교 박해에 돌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과의 교역은 계속했으며, 특히 네덜란드와의 교역이 활발해서 란학이라는 이름으로 서양 학문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스도교가 박해를 받으면서도 서양인의 출입이 가능한 나라였다.

견신을 비롯한 텐구 등의 요괴에 시달리면서, 요괴를 신으로 섬긴 일본인들을 생각하면, 악신의 후예로 추적당한 흡혈귀나 늑대인간 등이 숨어들기에는 꽤 이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텐구의 경우에는 본래 하늘의 개라는 뜻의 요괴지만, 서양과 교역이 시작되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서양인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자부심만은 초월종으로서 요괴이면서 신으로 행세해서, 일본에서는 교만한 사람을 텐구로 비유하기도 했다.

산속에 숨어 살면서, 여자를 제물로 받기도 하고 아이를 임신시키기도 하면서 유럽에 비하면 팔자좋게 살아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장수한이 이런 전설 등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현자회의 연구를 일본에서 계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력변환로에 대한 연구라든가, 혈정을 이용한 몬스터 제조 등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현자회가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초과학을 숨기고 개발해온 역사깊은 어둠의 결사입니다. 최근 세상이 바뀌면서 더 이상 숨어있기 힘들어졌을 뿐이지요. 그들이 쌓은 연구 결과는 범상치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우리에게도 시 샐러맨더가 필요합니다. 우주 진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주전함에 있어서도 10미터급 이상의 시 샐러맨더의 엔진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세계수를 통해서 코어가 없는 엔진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 굳이 인간을 덥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원기를 봤다.

“우선, 저들의 행동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줄여야 할 필요가 있지요. 시 샐러맨더 대책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한아. 대형 시 샐러맨더 추적 팀을 만들어라. 커지면 커질수록 소중한 엔진이 얻어질테고, 경쟁도 심해질거다.”

“고질라 정도 되는 큰 놈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만약 그런 놈이 나온다면, 세계 중 모두가 탐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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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심란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심란한 기분을 풀기 위해, 매일의 일과로 향했다.

바로 여신 캐릭터를 이용한 엘프 육성이었다.

수조들에서 자라나는 핏덩이들, 어찌보면 징그러울 수도 있었지만 익숙해지니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들을 위해 바니걸 통신을 이용해 속삭여주고 있으면 자신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이젠 완전히 커졌구나. 물 속이 답답할지도 몰라. 하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렴. 곧 세상에 나올 수 있을거란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프레이야는 살짝 한 숨을 쉬었다.

[너희들 모두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거짓 없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너희에게 차마 해선 안 될 부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가능하면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안들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엘프 아이들이 수조 속에서 꼬물거렸다. 그것은 좋은 기분에서만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답답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의 경우에는 내심 부글부글거릴 정도로 답답했다.

‘부탁은 무슨 부탁입니까. 그냥 당신을 위해 죽어 달라고, 아니 죽으라고 명령만 내려 주세요.’

프레이야의 안타까움과 배려가,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을 내심 안타깝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프레이야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질 수 있다고, 아니 던지고 싶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었다.

[너희가 빨리 자라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천천히 건강하게 자라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말아주렴. 너희를 직접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단다.]

프레이야, 아니 원기는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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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단 말이야. 어째서 저 반응들은 움직이지 않는 걸까?”

오카 이즈미는 성역 바다 깊은 곳의 반응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10미터급보다 강력한 에너지 반응을 보이는 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작동인가? 수치도 좀 이상하고.”

먹이를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완전히 한자리에서 머무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10미터급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놈들치고는 크기가 너무 작았다. 오카 이즈미는 그것을 보고 기계 이상으로 단정지었다.

‘천천히 건강하게 자라는거야. 지금은 몸을 만드는 시기야. 조바심내면 안되지.’

시 샐러맨더의 일부가 엘프 태아들에게 주어지는 여신의 당부를 자신들에게 하는 말로 착각하고 물 속에서 조용히 성장을 기다린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아가미를 통해 걸러지는 바닷물 속에는 미세 해양생물들과 플랑크톤 등 영양소가 적게나마 존재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강인한 생명력과 성역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착각도롱뇽들은 무식한 단식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육체는 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역내에서 성체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통상적인 시 샐러맨더와는 완전히 다른 성장의 길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이 목소리의 주인과 만날 수 있겠지.’

그들은 웅크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쫄쫄굶으면서도 자신의 몸을 성장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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