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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76화 (376/497)

376화 죽음의 폭격기

“자, 그럼 어떻게 한다.”

조제성은 깍지를 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생각에 잠길 때 주로 갖는 습관이었다.

시 샐러맨더들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4미터급까지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을 도축해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로 쓰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발전 세포들을 자체 배양하는 것을 테스트 해봤지만, 정상적인 성장을 거친 발전 기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성장 과정에서 일종의 나이테와 비슷한 적층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발전과 축전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판명되었다.

특히 인간을 잡아먹거나, 성역에서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소위 ‘엔진’은 마력변환로와 비슷한 것으로 효율은 더 뛰어났다.

식인을 하지 않고, 일반 바다에서 자란 시 샐러맨더들은 전기 자동차나 가정용 전원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었다.

4미터급의 시 샐러맨더에서 얻을 수 있는 발전기관은 약 1천만원 정도의 가치로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어업에 대한 타격은 있겠지만 어부들의 수입원으로서 어촌을 지탱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성역에서 4미터 이상급으로 자라난 시샐러맨더는 코어가 없지만 엔진이 있었다.

‘세계수의 수액으로 충분히 코어는 만들어 주입할 수 있지.’

조제성은 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문제는 역시 식인 시사라였다. 식인시사라는 대단히 가치있는 자원이었다. 코어 자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자회의 연구도 시사라의 코어가 보급되면 대폭 활발해질 가능성이 컸다. 현자회가 분리되면서, 이들은 각 국가의 품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전범행위를 저지른 마루타 731부대의 연구원들이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과 비슷했다. 드러난 전범행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이들조차 가치있는 실험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져온 것이다.

현자회처럼 숨어 있던 비밀결사가 상당히 가치있는 연구를 제공하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국가는 별로 없었다.

현자회는 이를 통해 완벽하게 보호받는 존재로 변해버렸다.

물론 헬 여신을 소환하려는 일부 광신자들은 그대로 어둠속에 숨어버렸지만, 국가에 소속된 이들도 그 중추멤버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아폴로라는 녀석도 참 뻔뻔하기 그지없군.’

조제성은 시사라의 발전기관 구입을 프레이야 진영에 요청한 아폴로의 연락을 받고 혀를 내둘렀다.

식인 시사라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자원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에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원기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좋지 않아.’

조제성은 잠시 생각 후에 결단을 내렸다.

‘식인 시사라 박멸작전을 실시하자.’

프레이야는 프레이야답게 있어줘야 했다. 억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식인 시사라와 적극적으로 싸워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수한. 시 샐러맨더 차원이동 계획을 세우도록 하지.”

“차원이동이요?”

“그래. 아스가르드에서 시 샐러맨더를 기르는거야. 야마토의 세계수가 있으니 충분히 통제하에 시 샐러맨더를 기를 수 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무기도 될 수 있겠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보잘것없는 함선으로는 시사라의 무리를 뚫고 야마토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형전함 야마토라면 시사라들이 쉽게 오르지 못했다. 찌메리트 코팅처럼 울퉁불퉁하게 선체 일부를 처리하면 절대 올라올 수 없었다.

“그래, 적대 진영의 해안, 항구도시를 습격시킬 수도 있지.”

지구 상에는 프레이야 진영의 명백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아스가르드에는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아군이 죽는다. 이 구도에 맞을 경우, 원기는 기꺼이 손을 더럽혀왔다.

시사라를 숙성시키기엔 가장 좋은 구도가 발생한다.

태평양, 혹은 동해에 숙성된 시사라가 넘쳐나면, 이를 일본, 러시아, 북한, 한국 등이 나눠갖게 되어있었다. 물론 조제성도 일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큰 메리트가 없었다.

반면 시사라가 인간을 습격하는 것을 막는다면, 조제성 역시 숙성된 시사라를 얻을 수 없지만, 일본을 비롯한 여타 세력에 넘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시사라의 양식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시사라가 인간을 습격하는 것을 전력을 동원해서 막는다. 그리고 아스가르드에서 시사라를 양식하고, 무기화하도록 하는거다.”

“좋은 생각입니다.”

많이 먹는 것보다, 적게 먹더라도 독점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있었다. 장수한도 조제성의 결정이 인도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죄없는 인간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일단 시사라의 발전기관은 다양한 용도에 쓰일 수 있지만, 특히 우주 개척에 있어서 최고의 재료가 될 수 있었다.

위성 정도라면 태양광 발전으로 어떻게 버틴다지만, 다수의 인간과 자원을 싣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효율높은 청정에너지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계수가 포함된 거대 우주 건조물이라면, 전력 수급에 엄청나게 유리해 질 것이 틀림없었다.

리베로의 최대 문제였던 배터리와 충전 문제도, 5미터급 시사라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했다. 엔진과 코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약점이기는 했다.

리베로 리그를 펼치는 경기장은 성역의 영향 범위 내이기 때문에 코어가 없는 논코어엔진으로도 충분히 활약이 가능했다.

“혼돈의 대륙 제압이 쉬워지겠군요.”

“그렇게 봐야지. 제해권은 우리가 장악할 수 있을 테니까.”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원기에게 필요 이상으로 정신적 부하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활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일선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열의는 발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시 샐러맨더의 지능은 대체 어느정도인거지?”

“멍청한 것 같던데요?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이고. 연하 수준도 안되는 듯한데 말이지요.”

“그런가. 하지만 왠지 찜찜하군. 지능이라는건 시간의 영향도 받으니까 말이지.”

“그렇군요. 발생한지 1년도 채 안되었군요. 아직 갓난아기 수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미터를 넘게 자라고는 있습니다만.”

“웃긴 일이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기분이 들어. 나도 왠지 감이라는게 생긴 느낌이야. 아무튼 시 샐러맨더의 지능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주게.”

괜찮을 듯한 기분이 든다면서 철저하게 조사를 시키는 조제성의 지시에 장수한은 쓴 웃음을 지었다.

“왜 웃나? 지능에 대해 알면 이용할 방법이 생기지. 꼭 탈이 날 일에만 대비를 하는건 제대로 된 인간이 할 짓이 아니지.”

“그도 그렇군요.”

모든 것을 철저히 이용하고자 하는 조제성의 절약정신이 과연 제대로 된 인간의 범주에 드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장수한은 시 샐러맨더 연구팀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오카 이즈미를 꼬셔볼까?’

장수한은 자신의 강력한 이능 ‘이종족 사랑’을 떠올렸다. 말을 붙여보는 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흡혈귀라는 점을 고려하면, 희연이 헬 여신이라는 점을 살려서 아군을 만들 수도 있었다.

‘퀸도 좀 불러봐야겠군.’

희연이 귀찮다고 달기지에 쳐박아둔 뱀파이어 일족의 여왕을 떠올린 장수한은 발걸음을 옮겼다. 장수한 역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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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이거 좀 봐봐.”

엘프 공장에서 엘프 아이들을 살펴보는 원기를 지켜보던 희연은 갑자기 옆구리에 달려든 충격에 큭하고 신음성을 내뱉었다. 연하의 태클 탓이었다.

원래 원기발랄한 연하였지만, 원기와 희연을 상대로는 꽤 자중해온 편이었다. 하지만 카즈키가 끼면서 과거의 원기발랄함을 되찾았다.

왠만해서 반응을 하지 않는 희연이라서 예전에는 쉽게 장난을 걸지 못했지만, 카즈키와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는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거 봐봐. 게시판에 재미있는 글이 떴어.”

희연이 얕은 기침을 하면서, 연하를 가볍게 노려봤지만 연하가 무시하며 태블릿을 들이대자 한숨을 쉬고는 게시판 내용을 봤다. 뚱뚱한 고양이가 물에 빠지는 동영상이 연결된 내용이었다.

희연은 한숨을 쉬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연하가 좋다고 장난치면서 스킨쉽을 걸어오는 것은 희연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가벼운 스킨쉽이라기보다는 미식축구선수 저리가라할 강력한 태클이라는게 문제였다.

보통 연하가 카즈키에게는 어깨 대신에 무릎을 앞세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름 희연에 대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이런 거 가지고 시시하게 언니들 노는걸 방해해? 대가리 박어. 두 번 박어.”

희연이 미소를 짓자, 카즈키가 연하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연하가 빙긋 미소지었다.

“라져! 더블 대가리 박기 들어갑니다!”

순간, 연하는 카즈키의 옆구리를 잡아챘다. 카즈키는 나름 대처를 한다고 했지만, 완력에 올인한 연하의 팔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등을 내주고 말았다.

연하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카즈키가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 연하는 장수한의 장난어린 조언대로 레슬링 기술인 저먼 스플렉스를 쓰려는 것이었다. 아무리 게임 캐릭터라지만, 맨바닥에 저먼 스플렉스는 꽤 아팠다.

“두번 당할까 보냐.”

카즈키는 힘껏 벽을 찼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연하의 양 팔이 단단하게 허리를 조이고 있었다. 되려 그녀가 벽을 찬 반동으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둘의 머리가 바닥에 직격했다.

[사망하셨습니다.]

카즈키는 시스템 메시지가 뜨면서 배경이 흑백으로 변한 것을 발견하고 연하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령상태가 되어있는 연하의 모습이 보였다. 연하는 멋적은 듯이 웃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카즈키와 연하가 죽었다는 판정이 뜨자, 원기는 물론이고 조제성과 장수한도 황급히 파티 채팅을 통해서 확인하러 들어왔다. 여신을 경호하는 희연과 늘 붙어다니는 두 사람이 동시에 사망판정이 뜨자 놀라서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연하는 장수한에게 ‘죽음의 폭격기’라는 칭호를 선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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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놀래라.]

바니걸 통신을 사용하던 중이라 원기는 무의식중에 생각을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날려보냈다.

[여러분은 목숨을 소홀히 여기면 안된답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소중히 여겨 주세요. 하지만 이 세상의 섭리는 가혹해요. 우리는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지켜야 할 소중한 동료와 부족들을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올겁니다. 불필요한 살생은 피하세요.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살생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에게 텔레파시로 교육을 시킨 결과 빠르게 지능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텔레파시를 통한 교육은 그런 면에서 엄청난 효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사람에게 쓰기에는 쉽지 않았다. 다수에게 쓸 수 있는 능력자가 흔치 않았고, 언어를 터득하고 나면 조금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니걸 통신의 경우에는 정서적 치유효과와 교육효과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특히 유아기에 언어와 기본 개념을 빠르게 익히면, 육아에도 편해지고 영재교육이 된다는 측면도 있었다.

특히 바니걸 통신이 연결된다는 것은 이능 각성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강력한 이능을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원기는 기초상식이나 도덕 윤리 등을 바니걸 통신을 통해 주입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이 더 많이 들었다. 원래 정에 굶주린, 정이 많은 성격에 정이 더 들다보니 엘프 아이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이제는 머리카락도 제법 난 상태였다. 아직 눈은 못떴지만 바니걸 통신에 맞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래, 귀여운 내 아이들아. 너희 엘프들을 위해 내가 있단다. 너희들이라면 날 엄마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구나.]

원기로서는 참으로 쑥쓰러우면서도 내뱉기 힘든 말이었다. 내뱉고도 스스로가 당혹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아빠도 아니고, 엄마라니. 내가 미쳤구나. 하지만 정말 귀엽긴 귀엽네.’

프레이야 여신의 상태로 원기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 바니걸 통신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여신이 정말 아이들을 아낀다는 마음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엘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원기는 사람들이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정말 원치 않았다. 그저 지금 공장에서 태어나는 이 (엘프)아기들에게만 허락해준 것이었다.

뒷 배경에 깔린 여신의 생각까지는 정확히 몰라도, 감정은 어느정도 전해졌기 때문에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은 여신을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엘프 아기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느꼈다.

‘아, 우리가 엘프라는 종족이구나. 이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는 분이 우리 ‘엄마’시로구나.’

착각도롱뇽들의 착각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전기 신호를 통해서 서로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시사라들은 지능이 떨어져서 위험신호를 비롯해 간단한 신호들만 사용하지만, 착각도롱뇽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전기 신호를 통해서 조금씩 의사를 소통하기 시작했다.

‘엄마, 빨리 보고 싶다.’

‘나두.’

‘나두.’

총 여덟 마리의 착각도롱뇽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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