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화 시사라 대책
[바니걸 통신입니다. 중요한 알림사항이 있습니다. 바다에 새로운 생물인 시 샐러맨더가 등장했습니다. 보통 4미터까지 성장하는 바다 도롱뇽입니다만, 강력한 육식 동물입니다.]
바니걸 통신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바니걸 통신에 귀를 기울였다. 여신이 아기들에게 속삭여주는 말만 듣다가, 자신들에게 걸어주는 말을 들으니 더 기분이 각별하게 느껴졌다.
아기들에게 속삭이는 여신의 텔레파시 역시 기분을 평화롭게 만들고 만족시키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원기가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시 샐러맨더의 식인 위험성이었다.
‘가치있는 바다 몬스터라니. 황당하네.’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라는건가.’
‘이제 해산물들 마음놓고 먹어도 되는걸까?’
[시 샐러맨더들은 미래를 열어갈 소중한 자원이 될 겁니다. 하지만 식인을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식인을 함으로써 시 샐러맨더들은 더 고가의 자원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평범한 시 샐러맨더가 은이라면, 식인을 통해서 강해지는 시 샐러맨더들은 금으로 더 나아가서는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시 샐러맨더들이 식인을 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죄없는 사람들이 살해되는 것만큼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살인은 인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때에만, 용납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충분한 조건이 아니며, 최소 조건입니다. 시 샐러맨더에 의해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이 모두 프레이야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형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았고, 복수 등의 이유를 비롯해서 죽어 마땅한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사람의 목숨을 프레이야가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기쁨을 느꼈다. 자신도 소중히 여겨질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력을 기울여서 시 샐러맨더로 인해 인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을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바랍니다. 바니걸 통신은 기본적으로 비밀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비롯해 여러 집단이 바니걸 통신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혹시 협박을 받거나 위협을 당하신다면 바니걸 통신 내용에 대해서 밝히셔도 됩니다. 여러분들의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바니걸 통신의 내용은 금새 각국 정부에도 알려졌다.
바니걸 통신을 듣는 사람들을 위협해서 알아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노출하는 것도 아니었다. 프레이야는 위협을 받으면 밝히라고 했고 그다지 중요한 비밀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
여신이 되도록 밝히기 싫어한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어했다.
따라서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에 대해서 알게 되더라도 각국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독심술 능력자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바니걸 통신이 들리는 동안에는 적어도 그 내용에 집중하기 때문에 독심술 능력자로 도청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렇게 바니걸 통신을 도청할 경우에는 여신의 정서적 영향이 배제되기 때문에 바니걸 통신을 훔쳐듣는다고 신자가 되는 일은 없었다.
“여신이 방해할 모양이군.”
“북한측에도 엘프들이 배치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태백산맥을 통해서 이미 월경을 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엘프들에게 있어서 DMZ는 아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였다. 땅을 거의 딛지 않는데다가, 엘프들의 부드럽고 날렵한 발걸음은 발자국도 잘 남기지 않았다. 지뢰를 밟고 걸어간다고 해도 폭발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무게를 분산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게임 캐릭터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말 운 나쁘게 걸려서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부활해서 지나가면 끝이었다.
엘프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남북을 오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바이벌의 달인들이었다. 북미 인디언들을 능가하는 지식과 비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특수부대원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엘프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미 북한 고위 간부들과도 조제성이 교섭을 마친 상태였다.
조건은 간단했다. 엘프들의 인명구조 활동을 묵인한다면, 북한 고위 간부들이 가진 헬 코인을 묵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헬 코인은 유럽과 북미를 위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상당수의 헬 코인들은 자연스럽게 기득권자들에게 흘러들어갔다.
실제로 가족들 가운데 환자를 고친 다음에는 비싼 값에 팔아먹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특히 증식 제한이 걸리면서 암거래 비용은 꽤 올라간 상태였다.
“헬 여신의 주술을 파괴하는 기술이 우리 프레이야 진영에는 있습니다. 어차피 하나 없앤다고 해도 증식하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제성은 이렇게 헬 코인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었다. 프레이야 측과 헬 코인을 적대관계로 묘사하면서도, 이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활동 자체가 북한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쪽으로 이뤄지는 만큼,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다만 북한 측에서도 외화벌이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비인륜적인 방식으로 시사라들을 이용할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좋아. 조속히 아마존 작전을 실시하게.”
북미의 에너지 재벌들의 입김이 닿은 정치가들에 의해서 아마존 작전이 실시되었다. 후쿠시마 부근에서 포획한 시사라들을 아마존에 방류한다는 작전이었다. 바다 도롱뇽이라는 명칭이 붙은 시사라들은 사실 바다만이 아니라 민물에서도 잘 사는 편이었다.
이들이 아마존 유역에 대량 방류된다면, 인명 피해는 막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 대서양에서 상당한 양의 고급 에너지 확보가 가능해질 터였다.
“가능하면 50미터 정도까지 커지면 좋겠군.”
“50미터는 불가능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약 20미터가 지상 활동 가능한 성장 한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 클 수는 있지만, 그래도 50미터는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일부 생물들은 무제한으로 성장한다고 되어있지만, 성장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최대치까지만 성장하게 되어 있었다.
성역이 아닌 곳에서의 시사라의 성장은 약 4미터가 한계였다. 그 이상은 몸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성역 내에서 자라는 시사라는 약 십오미터까지 자랄 수 있었다.
인간을 잡아먹으면, 시사라는 최대 이십미터 이상까지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십오미터를 넘어서면,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쉴새없이 인간을 잡아먹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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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시 샐러맨더라는 괴물들이 있구나.}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놈들이래.}
{내가 깨어나게 되면 그런 놈들 용서치 않겠어.}
{안돼. 잡아서 해체하면 중요한 자원이 된데.}
{근데, 사람이 뭐야?}
{우리 같은 존재 아냐?}
{우린 엘프잖아.}
{엘프도 사람 비슷한 거 아냐? 사람 중에 좀 더 뛰어난걸 엘프라고 말하는거 아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바니걸 통신은 감정을 비롯해서 이미지 같은 것을 함께 보내는 것이지만, 기초 상식에 해당되는 것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강하게 이미지를 떠올리며 보내면 소리나 영상까지 전달 가능하지만, 보통은 말을 걸 듯이 보내기 때문에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반면 ‘엄마’라고 부르라고 할 때에는 소리의 이미지까지 함께 전달했기 때문에 태아들은 물론이고 착각도롱뇽들도 엄마의 발음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시사라들은 혼내주겠어.}
{나두}
{나두}
착각도롱뇽들은 그렇게 착각속에 지내면서 몸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길이는 고작 1미터 남짓이었지만, 지능과 발전 능력, 그리고 전기의 컨트롤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그들 외에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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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마음에 걸려. 이 생체 반응들이.”
시사라들을 낳은 오카 이즈미, 그녀는 후쿠시마 바닷속에 은신한 이 착각도롱뇽들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지는 못했다.
“이 특이한 파형의 전기 파장들을 좀 분석해 봐.”
오카 이즈미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감을 믿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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