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화 태동
아마존에 다수의 시사라들을 풀어놓는다는 계획까지는 조제성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다수의 시사라들이 태평양 곳곳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포획 아메리카 동해안으로 운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시사라들은 전기 신호를 이용해서 서로 연락을 했기 때문에 인간들이 분석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신호 자체도 몇 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어의 개념을 깨우친 착각도롱뇽들과 달리, 간단한 울음 소리 말고는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시사라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공격받았다! 공격하자!’는 것과 ‘공격받았다! 도망쳐!’, ‘숨어!’라는 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맹수는 무조건 인간을 습격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육식동물들일수록, 자신이 먹어본 음식이 아니면 잘 안먹는 편이었다. 시사라들 역시 그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서, 자신들보다 작은 사냥감, 접하기 쉬운 사냥감을 선호했다.
그로 인해서 인명 피해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어에 의한 피해’로 묘사하고 있었다.
문제는 한번 인간을 잡아 먹어본 놈들은, 인간을 먹이 또는 사냥감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들은 치명적이 될 수 있었지만,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더 좋아했다.
“큭큭, 엘프들이 잘나봐야 뭍에서나 움직이지.”
해상자위대 함장 이누마타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시사라의 기밀을 알고있는 일부의 인간이었다. 비밀보호법 덕분에 일본 정부는 더러운 짓을 해도 그것이 밝혀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러운 중국놈들을 처리하는데는 이것만한 것이 없지.”
“C급 시사라 06호 밀어중인 중국 어선을 향해 접근합니다.”
“좋아. 이대로 주시한다.”
시사라를 활용한다고 해도, 사실 북한 어촌을 습격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가까운 곳에서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북한 어촌을 습격한 다음, 북한 측에 포획되면 실질적으로는 북한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었다.
엘프들은 인간을 습격한 시사라를 제거하고는 그 자리에 남겨두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이 맡은 범위 지역이 넓어서, 인명 피해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각국은 교묘하게 시사라들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밀입국선이었다.
다수의 밀입국자들이 탄 선박은, 선진국들에게는 골치거리였지만 지금은 보물선이 되어버렸다. 충분한 대비도 되어있지 않으면서 사람이 가득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을 시사라들이 먹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들이 아니었다. 공격신호를 내보내면, 밀입국선 정도는 순식간에 침몰하고 시사라들이 인간을 포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인간을 포식한 시사라는 급격하게 성장하는데, 급격하게 성장한 뒤에는 문제가 생긴다. 먹어서 해결안되는 굶주림이 생기는 것이다.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일상적인 식사로만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들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식사인 인간을 노리게 되어 있었다.
해상자위대에는 이들에게 번호를 붙였다. 태풍처럼 덩치에 따라서 급을 부여하고, 호를 붙이는 것이었다. 물론 번호를 부여받아 관리되는 놈들은 사람을 먹지 못하고는 견디지 못하는 7미터 이상급의 시사라들이었다.
20미터를 A급, 그 이상을 S급이라고 보고 있었다.
6호를 A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이누마타의 임무이기도 했다.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다. 중국 어선들은 끊임없이 일본 해역으로 들어와서 밀어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좋아. 잘한다.”
작은 어선에 몸통박치기를 한 시사라는 흔들리는 뱃전으로 가볍게 뛰어올라갔다. 이미 식인을 다수 경험한 터라서, 작은 선박에 올라갈 때는 빨판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시사라는 거침없이 선원들을 잡아먹었다. 선원들은 전기에 감전되어서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했고, 선장은 무전으로 응원요청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조차 되지 않았다.
시사라는 사람들을 다 잡아먹은 다음, 선창의 고기들을 주워먹으며 배를 마구 뜯었다.
“이거 고맙군. 설거지까지 알아서 해주다니.”
작은 어선이 손상으로 인해서 침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누마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배가 깨끗이 침몰하는 편이 뒷처리가 쉬웠다. 밀어를 하던 선박이라고 해도, 배가 남아있으면 피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중일 모두 관계가 악화되면서, 외국인 혐오자들이 늘어났다. 밀어를 하는 중국 어선들과 어부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여기는 극우파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비도덕적이고, 비인륜적인 어리석은 행위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아주 손쉽게 이뤄지고 있었다.
“시사라 6호 B급으로 상향조종 예정입니다.”
“좋아. 계속 보호임무에 돌입한다.”
B급 이상의 시사라는 꽤 큰 가치가 있다. 각국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전기 전차의 소스가 될 수 있었다. D급 이상은 리베로에, B급 이상은 전차에 그리고 A급이상은 함선이나 발전소 등에서 사용될 수 있었다.
A급의 경우에는 경제적 가치가 높아서 현재 발전소용으로 충당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더 많은 밀항자나 밀수꾼들이 필요했다.
일본의 감옥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감옥에서 밀수업자, 밀입국 브로커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석방되고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시사라는 전기우파루파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물론 전기가 강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방송은 흘러나오고 있었다.
2미터급까지는 인간을 습격하지 않고, 피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입이 작은 편이라, 인간을 먹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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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시사라의 식인 메커니즘이라는거.”
장수한이 시사라의 영상을 보면서 혀를 찼다. 국가들이 맘잡고 시사라들을 관리하는 상황에 프레이야측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었다.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프레이야 진영이 배를 운용할 수는 있지만, 안전은 확보되기 어려웠다.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건가?”
조제성 역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스가르드의 마법 체계 등은 장수한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종족을 좋아하고, 프레이와도 친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식인이라는게 엄밀히 말하면 영혼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겁니다. 고기를 먹는 것은 의미가 없고 말이지요. 일부 몬스터들에게 부여된 능력이긴 합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에 백이 부서지며 영이 이탈한다면, 백이 부서지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겁니다. 보통은 이걸 위해서 접촉이 필요합니다. 손톱이든 이빨이든 상대방의 신체 중요부위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피를 매개체로 하기 때문에, 목과 심장 등을 노립니다. 상대가 죽는 순간이 아니면 보통 영력은 못뽑아 오지요.”
“보통?”
“예. 예외가 뱀파이어입니다. 뱀파이어는 헬 여신이 개조한 방식으로 피를 빨면서 영적 에너지를 빨아먹습니다. 죽이지 않고, 여러 차례에 나눠서 빨아먹는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잘 안되었다고 하더군요. 피는 곧 다시 재생되지만, 백은 쉽게 재생이 안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죽일 때 영력을 빨아들이는 비율이 10%에서 20%이고, 죽는 순간에 상대와 몸의 일부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사라들은 좀 달라요. 접촉 없이 주변에서 죽는 인간들의 영력까지도 흡수하고 있습니다. 효율도 비정상적으로 높고 말이지요.”
“현자회들의 짓이겠군.”
“예. 마치 퓨전 판타지 소설 같네요. 중원은 기가 부족해서 기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장수한의 비유는 조제성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듯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영력은 기본적으로 남아도는 것이었다. 세계수를 통해서 공급을 받고 있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제든 풍족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현자회에게는 달랐다. 세계수도 없고, 신들도 없다. 그들이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들 뿐이었다. 그리고 이 인체실험이나 인신공양은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적대시 당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히토바시라’, ‘이케니에’라는 이름으로 인신 공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산간 지방에 숨어들어서 신을 자칭하는 것만으로 식인요괴나 다름없는 존재들에게 알아서 제물을 바쳐왔다.
엄격한 유교사회인 조선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자회의 연구가 인간이 가진 영적, 생명 에너지에 집착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자의 돌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을 농축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인간을 잡아먹는 효율이 어떤 몬스터보다 뛰어난 놈들인건가?”
“예. 반면 성역에서는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장에 던져놓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것 같은데. 굉장한 것 아닌가?”
“살아있는 놈을 우리 시키는데로 조종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요. 결국은 그놈을 또 해체해야 한다는게 문제기는 합니다.”
“1등이다!”
“멍청한게 발만 빨라서는. 날개 꺼내는건 반칙이야!”
조제성의 사무실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연하와 카즈키가 뛰어들었다. 둘은 격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원기와 희연이 느긋하게 걸어들어왔다.
카즈키와 연하가 멋대로 경쟁을 한 것이었다.
연하는 날개를 이용해서 달리는 속도를 증가시켰다. 고속 경주용 자동차들이 날개를 이용해서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였다. 보통은 공기의 저항으로 더 늦어져야 할 것 같지만, 힘이 넘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민첩캐보다는 힘캐가 최고라고.”
“좋겠다. 멍청해서.”
“자꾸 멍청하다고 말할 거야? 스토킹말고는 할 줄 모르면서. 그렇게 들러붙으면 상대가 좋아할 것 같아? 귀찮아하고 짜증만 내…지…”
연하는 갑자기 서늘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봤다. 카즈키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조제성과 한희연이 연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원기는 못들은 척 먼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푸하하. 연하야. 뭐묻은 개들 앞에서 뭐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머리를 박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연하 옆에서 장수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연하는 연민의 눈빛을 담아 장수한을 바라보았다.
“머리 박을까요? 형님?”
“설마, 그런 걸로 되겠냐. 나중에 따로 좀 봐야겠다.”
연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하양.”
“예? 대가리 박을까요?”
제성의 목소리에 깜짝놀란 그녀가 황급히 반문하자, 제성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운동부 출신다운 발랄하고 과격한 놀이에 어울릴 생각은 없었다.
“아마존에서 시사라들이 난동을 피우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연하양이 나서줘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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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남미 지역발의 뉴스에서 케찰코아틀의 기사가 떴다. 남미 아메리카의 신화속에 등장하는 수호신이 아마존 유역에 사는 부족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거대한 번개를 이용해서, 전기를 무기로 사용하는 시사라들을 구워버렸다는 믿기 힘든 뉴스가 사방에 퍼졌다.
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구한 이들은 없었다. 스마트폰등을 통해서 촬영한 이들은 있었지만, 시사라들이 발하는 강력한 전자파에 의해서 못쓰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필름 카메라들이 사라진 영향은 묘한 곳에서 나타났다.
사람들은 신종의 시사라가 아닌가라는 예측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음모론이나 헛소문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많았다.
시사라가 거대해져서 사람을 습격한다는 소문은 사회적으로는 음모론 취급을 받았다. 환경 보호론자들이 시 샐러맨더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유포했기 때문이었다.
50cm에서 1미터 가량되는 작은 크기일 때는 이 시 샐러맨더의 인상이 대단히 귀여워보였다. 전기 우파루파라는 애칭이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였다.
세슘을 농축시켜서 바다를 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마운 동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생태였다.
전기 우파루파가 냉난방과 전기 자동차에 사용될 거라는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있었다.
거대하고 난폭한 시사라의 무리가 아마존 원주민들을 습격하고 거대한 날개달린 뱀이 번개를 쏴서 시사라들을 청소했다는 이야기를 믿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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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아이들을 수조에서 꺼낼 시기가 된건가.’
원기는 프레이야 캐릭으로 엘프 공장 한가운데에 섰다. 시작 당시엔 창고 내지는 중국 식품 공장같았지만, 지금은 제법 현대식 공장처럼 되어 있었다.
아기들 가운데에는 일부 눈을 뜬 아이들도 있었다. 엘프 남성들 천 명이 오천명의 엘프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삼십대 이상부터 오십대의 애보기에 익숙한 남성 엘프들이었다. 인간 사회 기준으로보면 완전 찌든 홀아비들이 되어야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중학교에 들어갈까 말까 한 미소녀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저 아저씨들을 보면, 난 양호한거야.’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남성성을 재확인했다.
[이제, 우리 아기들 깨어날 시기가 되었네요. 천천히 움직여서 물 위로 올라오세요. 제가 여러분들 곁에 있을거에요. 눈만 뜨면 보일거에요.]
그리고, 그 순간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성역의 영향을 받는 지역 각지에서 아직 태어날 시기가 되지 않은 아기들이 태어나려고 든 것이었다.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자신들이 엘프라고 착각한 태아들의 탓이었다.
그리고 조제성은 정보 단말들을 점검하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허, 엘프 아기들만이 아니라, 인간 아기들도 바니걸 통신을 들은건가?’
“이봐. 오늘 3시경에 문제가 발생한 임산부들의 리스트를 작성해주게.”
조제성은 빠르게 대처해 나갔다.
“오카 주임님. 저희가 모니터링하던 에너지 반응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빨리 자위대를 급파해. 나도 현장에 가보고 싶군. 헬기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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