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내가 니들 엄마다. (I'm Your Mother)
“이것들이 지금 발해지고 있는 전자파 신호의 해독내역입니다.”
오카는 연구원이 내민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거기에는 착각도롱뇽들의 대화 내용이 마치 메신저 사용기록처럼 적혀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소리 대신에 전파를 이용해서 통신을 하는 건가? 정말 멋진 생물이로군.”
물속에서 전파는 산란과 감쇄 현상을 일으켜서 공기중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거리가 짧아진다. 따라서 물속에서는 전파보다는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시사라들의 전기 친화적 특성 때문에 전파를 이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출력이 높으면 수십에서 수백미터 정도는 충분히 전달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언어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바니걸 통신으로 보입니다. 통역기 수준이긴 합니다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본래 전기 신호로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는 시사라들이지만, 착각도롱뇽들은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언어라는 개념을 깨닫게 되었고, 전파를 이용해서 언어 개념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참고한 것은 어부들이 사용하는 무전이었다. 어부들이 사용하는 무전 전파를 수심 얕은 곳에 있는 착각도롱뇽이 수신해서 그걸 다른 착각도롱뇽들에게도 알린 것이었다.
그 결과 일반 무전과 극히 흡사한 방식의 전파형 언어전달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착각도롱뇽들의 신호를 예의 주시하던 일본 연구자들 가운데 해독해낸 이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독자적인 언어체계였지만, 바니걸 통신과 일본 근해 어부들의 무선을 토대로 한 덕분에 어순이나 단어가 한국어나 일본어로 변환되기 쉬웠다.
덕분에 오카는 꽤 쓸모있는 통역기를 손에 넣었다.
[얘들아. 난 오카라고 한다. 너희들의 엄마야.]
{엄마? 엄마라고?}
{엄마라는데?}
{음. 맞는 것 같아.}
착각도롱뇽 가운데 하나는 진위를 가리는 이능이 있었다. 그래서 착각도롱뇽들의 지적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는데 막대한 기여를 했다. ‘일 더하기 일은 삼이 아니다. 일도 아니다. 이다.’ 라는 추론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엄마인거야?}
{엄마다. 엄마.}
[그래. 내가 너희 엄마란다. 날 엄마라고 불러도 좋아.]
오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실험대상이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놈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가 있었다. 이 변종 시사라들의 대화록을 점검해본 결과 엄마를 대단히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굉장합니다. 이녀석들이 발하는 출력은 10미터급 시사라에 맞먹습니다. 1미터 정도의 체격을 고려하면, 이건 굉장한 겁니다.”
출력 자체는 10미터급 시사라가 조금 더 크지만, 작고 가벼우면서 고출력이라는건 엄청난 활용도가 발생했다. 위성 등에서 사용할 경우, 레이저 병기 등을 난사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이건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카는 여덟마리나 되는 실험체를 보면서, 우선 몇 마리를 해체할까 즐겁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카는 사실 돈 욕심은 없지만, 연구비에 대한 욕심은 많은 편이었다.
“바니걸 통신 차단용 목걸이는 준비 된건가?”
“예. 지금 곧 가져오겠습니다.”
[내 말을 들으렴. 이쪽으로 모여줄래? 엄마가 좋은 선물을 줄께.]
{음.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은데?}
{그래? 그럼 가지 말자.}
[얘들아. 엄마 말 들어. 엄마는 너희가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한 그 여자와는 다르단다. 엄마라고 불러도 좋다고 했지?]
{음. 별로 부르고 싶지 않은데.}
{응. 나두.}
{나두.}
[너희, 엄마가 보고싶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며.]
{그건 보고싶은 엄마.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 엄마야. 엄마라고 불러도 좋은 엄마가 아니고.}
{우와. 뭔가 복잡하다.}
{역시, 머리가 좋아.}
{잘모르지만 나두.}
[무슨 소리야. 엄마는 하나 뿐이지.]
{엄마는 하나 뿐인거야?}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엄마가 하나 뿐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착각도롱뇽들의 대화에 오카는 당황했다. 엄마가 하나 뿐이어야 한다는 상식은 저들에게는 없었다. 머리가 좋긴 하지만, 상식 부분은 좀 결여되어 있었다.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프레이야가 이런 저런 상식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엘프 공장의 특수성 때문에 전통적인 가정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았다.
[얘들아. 내말 들어. 그 여자는 너흴 버렸어. 외면했어. 너희가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했어.]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우리 버림받은 거야?}
{아니.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했지. 버린건 아니야.}
{맞아. 그렇게 생각해.}
{나두.}
오카 역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바니걸 통신은 메시지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전해주는 것이었다.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 것이 그들을 위해서 한 말이라는 마음도 함께 전달되었다.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고 감춰야 한다는게 서러운 것이지. 자신들을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엄마라고 불러도 좋은 엄마보다는 엄마라고 부를 수 없는 엄마가 더 좋아.}
한 마리의 신앙고백(?)에 다른 착각도롱뇽들도 일제히 나두를 외치며 동의했다.
{엄마가 하나여야 한다면, 엄마라고 부르고싶은 엄마가 좋아.}
{그엄마가 그엄마지?}
착각도롱뇽들의 말에 오카의 안색이 변했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자위대 인원들이 조금씩 배치를 바꿨다. 포획작전은 당연히 준비되어 있었다.
사냥용 마취엽총을 꺼내서 바다에 뜬 시사라의 머리를 겨냥한 저격병도 있었다. 그때 연구원 하나가 긴급한 보고를 했다.
“바니걸 통신입니다. 바니걸 통신이 저 시사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놈들을 잡아. 발전기관만 안다치면 죽어도 상관없어!”
오카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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