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화 엄마왔다.
[엘프 아기들에게만 엄마라고 부르라고 말해서 마음 상하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저는 엘프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엘프들의 여신이고, 엘프들을 위해 존재하는 엘프들의 ‘것’입니다. 만약 엘프들이 없었다면, 여러분들에게 말을 거는 지금의 ‘프레이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여러분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겁니다. 엘프들이 없었다면 저는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프들을 우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저를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엘프들을 창조한 것은 옛 프레이야입니다만, 적어도 저는 엘프들에 의해서 태어나고 살아온 존재입니다.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은 제 보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온전히 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인간 아기들이 자신들이 엘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낙심했을 거라는 말에 원기는 허심탄회하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확실히 나타났다. 바니걸 통신을 듣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 엘프가 부럽다라는 마음보다는 엘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었다.
엘프를 우선한다고, 우선해야만 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차별이나 편애는 아니었다.
고층빌딩에서 불이 났을 때, 아이들을 우선해서 탈출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다. 차별이 아니라 그저 순서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따뜻한 목소리를 건내주는 프레이야 여신은 엘프들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엘프들에 대한 고마움과 지키고 싶다는 마음들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장수한은 원기를 향해서 오케이 사인을 보였다.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 조제성이 황급히 들어왔다.
“시 샐러맨더들 가운데에도 ‘엄마’라고 부르는 애들이 있다고요?”
“예. 엄마라고 부르며 떠오른 시사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전, 엄마라고 부르지 말도록 하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고 합니다.”
“정말 제 목소리를 들은 건가요?”
“현재 그 해역에 일본 자위대와 연구원들이 총동원된 상태입니다. 전파를 이용해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모양입니다.”
조제성이 손짓을 하자, 오카의 태블릿에 뜬 대화 내용과 착각도롱뇽들을 찍은 영상이 두개의 화면에 나란히 떴다. 그리고 저격병의 모습이 갑판에서 보였다. 원기는 다급히 바니걸 통신을 보냈다.
[제 목소리를 듣는 시사라 여러분! 빨리 피해요. 엄마라고 자칭하는 그 여자는 여러분을 노리는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쁜 사람들이니까, 빨리 도망가요!]
“이쪽으로 오라고 알리세요. 공해상에서는 우리가 시사라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조제성이 좌표를 가르쳐주자, 원기는 강하게 그 장소를 이미지해서 보여줬다. 그리고 헤엄쳐서 탈출할 수 있다면, 안전할 터였다.
“탈출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대로는 도망칠 겁니다.”
원기가 탈출 좌표를 이미지한 그 순간, 저격수들의 엽총이 불을 뿜었다. 캉하는 금속성과 함께 마취탄이 착각도롱뇽의 머리에 맞고 튕겨 나갔다. 착각도롱뇽들의 비늘은 일반적인 시사라보다 월등히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두 마리의 경우 눈에 맞아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체내에 주입된 마취제의 영향으로 배를 위로하면서 떠올랐다.
착각도롱뇽들은 순간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했다. 형제나 다름없는 아니 형제 이상으로 친밀한 동료들을 두고 달아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달아나려고 해도 이미 주변이 강력한 쇠그물로 봉쇄되어 있었다.
“마취제의 효과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작살을 써! 그리고 그물을 이용하는거다!”
“아직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모두 포획해!”
착각도롱뇽들은 그물에 잡히고 작살에 꿰여서 차례차례 자위대 함선 위로 끌려 올라왔다. 너무 쉽게 진행되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놈들 왜 전기를 안쓰는거지?”
전기를 안쓰는 것은 물론이고, 물어뜯거나 할퀴려는 놈들도 없었다. 도망치려고 버둥거리기는 했지만, 저항다운 저항은 하지 못했다.
“목걸이를 채워.”
오카의 지시에 바니걸 통신을 차단하는 목걸이가 착각도롱뇽들의 목에 채워졌다. 말이 안통하는 놈들은 아니니까, 충분히 길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시사라였던 거야?}
{그래. 우리가 시사라였어.}
{사람을 해치는 괴물인거지?}
{엄마가 사람을 해치는 시사라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어.}
{시사라가 사람을 죽이게 둘 수는 없다고 했어.}
마지막 바니걸 통신이 그들에게 충격을 줬다. 시사라들에게 전하고자 한 사념 덕분에, 바니걸 통신이 자신들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들이 시사라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생물체가 나쁜 ‘사람들’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을 해치는 시사라가 될 수는 없었다.
“후후. 한마리라도 좋으니 좀 해체해서 안을 보고 싶은걸. 어떤 구조인걸까.”
오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착각도롱뇽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마리가 부상을 심하게 입은 것을 보고는 그 상처 부위를 살피면서 헤집기 시작했다.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것이었다.
착각도롱뇽은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자신의 전기가 ‘사람’인 오카를 다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안돼! 걜 죽이지 마!}
자신이 죽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형제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가 죽는 것을 감수할 수는 없었던 한 마리가 외쳤다. 그리고 강하게 전기를 뿜었다. 그의 전기를 맞은 일본 수병이 감전되서 사망했고, 그 순간 한 마리의 몸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다급히 수병들이 오카를 이끌고 피신했고, 폭주하기 시작한 착각도롱뇽 덕분에 갑판이 뇌전으로 뒤덮였다.
피신이 늦어진 이들이 잇따라서 감전으로 사망했고, 그것을 빨아들인 착각도롱뇽의 몸통이 커지기 시작했다.
“전자장비들이 마비됩니다!”
마치 EMP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전자 기기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착각도롱뇽이 본능처럼 전자기 브레스를 사용한 것이었다. 사람을 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함대의 전자기계들이 마비되었다.
“굉장해! 멋져!”
오카는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다. 시사라가 20미터급으로 성장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지금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수병들이 샷건과 돌격소총으로 변종 시사라를 공격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어서 바닷속으로 도망쳐. 여긴 내가 맡을께.}
{넌 어떻게 하려고?}
{난 사람을 죽인 나쁜 시사라야. 퇴치되어 마땅해.}
착각도롱뇽들은 당황했다. 어찌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우선 바다속으로 도망치는 걸 택했다. 자신들이 잡혀있으면, 동료가 사람을 더 죽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너도 함께 가자.}
{안돼. 난 나쁜 시사라야.}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린 도망칠 수 없어.}
{그래. 오라고 한 곳은 우리가 힘이 약해지는 곳이니 조심하라고 했어.}
{여기에서 내가 저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있으면 괜찮을거야.}
하지만 사람을 죽인 착각도롱뇽은 따라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이곳에서 죽을 생각이었다. 왠만한 총알들은 비늘이 튕겨냈지만, 비늘 틈을 뚫고 들어오는 총알들도 있었고, 포경용 작살도 있었다. 동료들이 무사히 탈출하면 저항하지 않고 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쁜 시사라를 죽여서 해체하면 가치있는 장기가 나온다고 했어.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시사라에게 사람들을 죽이게 만든다고 했지.}
{그래. 죽더라도 엄마한테 도움이 되는게 낫지 않을까?}
{보고싶은 엄마말하는거지? 그렇지?}
시사라가 살아서 쓸모있지만, 죽어서 더 쓸모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동료의 말에 나쁜 시사라는 마음을 돌렸다.
나쁜 시사라도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바니걸 통신을 떠올린 한마리가 말했다. 사람을 죽인 착각도롱뇽은 그들의 말에 함께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저놈들을 쫓아! 절대 놓치면 안돼!”
오카가 절규하듯 외쳤다.
-----------------------------------------------------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위대 지휘관의 말에 오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 이상 착각도롱뇽의 추적이 불가능해 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바니걸 추종자들 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해상 콘서트라는 말에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이 바다위로 몰려든 것이었다. 대부분 일본인들이었지만, 중국인들이나 대만인들 한국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선부터 크루져, 요트 등 온갖 배를 타고 모여든 것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프레이야 여신과 착각도롱뇽들을 지키기 위한 인의 장막을 펼치는 것이었다. 조제성은 그들에게 구명보트부터 유원지에서 징발해온 오리보트까지 온갖 작은 배들에 나눠타고 해자대 함 앞에 진을 치도록 지시를 내렸다.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은 성역에서 만들어지는데, 성역에는 기득권자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따라서 유력자들과 그 가족들, 유명인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탄 배들을 밀어버리고 쫓는 것은 오카의 백이 아무리 든든하가도 해도 무리였다.
새비지 빗치스와 프레이야 여신의 공연을 맨눈으로 본다는 것은 바니걸 청취자들에게는 최고의 호사였다.
모니터를 통해서는 여신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걸고 각지에서 급하게 모여준 이들을 위해서, 원기는 바니걸 통신과 함께 노래를 피로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착각도롱뇽들은 물속을 헤엄쳐서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프레이야는 착각도롱뇽들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거대화된 한마리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회복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유탄발사기의 공격을 몇십발씩 뒤집어 쓴 거대한 녀석은 온 몸이 화상으로 흉측해 보이기까지 했다.
단단하게 목에 자리잡은 그들의 목걸이는 희연이 잘라냈다. 쉽게 풀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바니걸 통신을 듣지 못한채 필사적으로 왔던 것이었다.
“내 잘못이야. 너희는 나쁘지 않아. 너희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넌 잘해준거야. 미안하고 고맙구나.”
1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착각도롱뇽의 모습은 무시무시했다. 특히 온갖 공격을 받은 탓에 상처투성이였다. 껍질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난 곳도 있었다.
목걸이는 어느정도 크기가 커지는 것에 맞춰 신축되게 되어 있었지만, 한계가 있는지라 살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간지 오래였다.
흉측하고 기괴한 괴물의 모습이었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 프레이야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이 미움받을거라고, 퇴치당해서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죽기위해 자신에게 찾아온 녀석이었다. 그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희연은 이미 식인을 경험한 거대한 식인괴물이 공격하지는 않을까 긴장을 풀지 않고 검을 쥐고 있었다.
자위대는 여전히 멀찌감치에서 미련을 못버리고 살피고 있었다. 잠수정과 잠수부를 사용해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진로를 연하의 케찰코아틀이 막고 있었다.
연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다. 전장에서 적에게 자비를 베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그런 사실을 눈치챈 해자대는 포기하고 등을 돌렸다.
--------------------------------------
“빌어먹을. 그런 중요한 실험체를 놓치다니.”
오카는 짜증을 내며 방안을 맴돌았다. 일반 시사라와 완전히 다른 신체 구조를 지니게 된 그 변종 시사라들을 놓쳤다는게 이가 갈렸다. 일부 신체 조직을 손에 넣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기 계셨군요.”
“누구지?”
“당신에게 그 변종 시사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사람입니다. 후후후.”
“정말로?”
“물론입니다. 제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우리와 손을 잡는다면 말입니다.”
“좋아. 악마라도 상관없다. 내 연구만 가능하다면.”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만드시는군요. 좋습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사내의 손에 이끌려서 오카는 연구실을 떠났다. 착각도롱뇽들이 오카에게서 해방되는 날은 아직 멀었다.
-------------------------------------------
착각도롱뇽들은 무사히 보호되어 아마존의 지저 기지로 옮겨졌다.
제대로 먹이를 먹기 시작하자, 하나같이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못먹어서 작았던 것이 틀림없었다.
몸길이는 약 7미터 전후까지 자라긴 했지만, 몸통은 얇고 길어서 마치 용처럼 보이기도 했다.
본래 도롱뇽의 어원은 되룡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그것이 도롱이 되고 추가로 용자가 붙어서 도롱뇽이 된 것이었다. 용이라는 글자가 두번 들어간, 상상속의 용과 극히 닮은 동물이 도롱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샐러맨더라는 명칭도 불의 화신인 전설의 동물 샐러맨더에서 온 것이었으니 야수보다는 신화적 동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동서양에서 모두 여겨온 존재이기도 했다.
15미터에 달하던 식인도롱뇽 역시, 며칠 안정을 취하자 7미터급으로 되돌아 왔다. 마치 늑대인간이 변신을 하듯, 착각도롱뇽들도 에너지를 소모해 변신을 하는 듯 했다.
사람으로 폴리모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2미터급으로 줄어들거나 15미터 이상 급으로 커지는 것이 가능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많은 존재로군요.”
“확실히 그렇지요?”
안정을 취한 착각도롱뇽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시사라들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근본적으로 같은 전기신호를 사용하는데다가 덩치도 크고 강하기 때문에 그들은 시사라들을 굴복시키는게 가능했다.
단순한 시사라의 신호를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시사라를 이용해서 시사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도 가능해 질 수 있다는게 장수한의 견해였다.
착각도롱뇽의 이름은 장수한이 붙였는데, 바로 ‘일뇽’이부터 ‘팔뇽’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네이밍은 장수한이 케찰코아틀의 모습을 한 연하를 가리키면서 한 말에서 원인이 밝혀졌다.
“넌 구뇽이.”
그 순간 장수한은 전기구이를 당했지만, 의외로 착각도롱뇽들이 기뻐했다. 일단 어감을 모르고, 개별적으로 이름을 받았다는게 좋았다. 거기에는 장수한의 ‘이종족 사랑’이라는 이능도 작용했다.
괴상망측한 이름을 받고도 좋아하는 일뇽이들 덕분에 이상한 이름이 정착되어 버렸다. 더불어 착각도롱뇽들을 ‘뇽족’이라고 이름붙이게 되었다.
“용과는 다르다. 용과는.”
장수한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네이밍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따름이었다. 특히 카즈키에게까지 구뇽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 연하는 단단히 화가 났다.
“앗, 누가온다.”
“엄마인거야?”
“엄마면 좋겠다.”
아마존 지하 동굴에 있는 뇽족 연구소의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일뇽이들을 비롯해 뇽들의 시선이 모였다. 프레이야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그들을 방문해주었기 때문에 뇽들은 그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는 전파가 아닌 소리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얘들아. 엄마왔다.”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등장한 것은 프레이야가 아닌 하얀 가운을 입은 오카주임이었다.
“우선 건강검진부터 시작하자꾸나. 어디 아픈데는 없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손에는 메스를 들고 있었다. 물론 뇽들을 해부하려면 메스로는 어림없고, 전기톱 정도는 있어야 했지만 그녀가 든 메스는 그녀의 속마음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뇽들은 당황했지만, 오카의 뒤에서 따라오는 장수한과 프레이야의 모습에 또다른 혼란을 느꼈다.
“저 여자에게 맡겨도 될까요?”
“글쎄. 사고는 크게 안쳤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오카를 스카웃해온 장수한도 뒷덜미를 살살 긁었다. 오카주임은 뇽들을 연구시켜준다는 떡밥에 금방 낚였다. 미국과 일본에 시사라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일부 공유한다는 조건으로 그녀의 스카우트를 무마할 수 있었다.
‘EMP 브레스’라고 이름붙은 시사라의 특수공격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출력의 전자기펄스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켜서 사용하는 이 공격은 살상력은 부족하지만 현대 병기에겐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고질라의 방사능 브레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특히 변종 시사라의 언어 능력도 중요한 관건이었다. 언어를 구사할 정도의 시 샐러맨더가 EMP브레스를 유효적절히 사용한다면 그건 악몽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미, 일은 20미터급 시사라 육성계획을 중단하고 10미터 급에서 도축하는 것으로 방침을 잡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