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화 퓨전
“전 주문대로 만들었을 뿐이에요. 주문은 좀비 영화의 괴물처럼 인간을 감염시켜서 괴물로 만들 수 있을 것, 그리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 요구 사항이었지요.”
오카는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녀는 연구를 위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서, 일본 정부 외에도 몰래 받아들인 연구들이 제법 있었다.
뱀파이어 혈족을 통해 받은 의뢰였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의뢰주가 미국에 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게 만든거지?”
“약물과 바이러스 둘을 조합했어요. 미리 약물을 투약받은 인간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발현되도록 말이지요. 늑대인간처럼 말이에요. 실제 사용된 바이러스도 광견병 바이러스의 변종이에요.”
광견병 바이러스에 의한 늑대인간 집단 발병은 현자회의 주축인 악신의 후예들에게 있어서 큰 골치거리였다.
늑대인간들은 광견병 백신이 나온 이후로는 광견병 백신을 빠짐없이 접종하는 습관이 있을 정도였다.
원치않는 변신과 난동이 사라진 덕분에, 정보통제가 힘든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더욱 완벽하게 숨어들 수 있게 된 이들이기도 했다.
오카는 이 구조를 주문받은 생물병기에 사용했다.
그녀가 택한 광견병 바이러스의 변종은 숙주가 사망하기 직전 일시적으로 가사 상태로 만드는 바이러스였다.
추가로 발병에서 사망까지 이르는 시간을 단축시킨 강력한 종류였다.
“광견병의 특성상 머리에서 가까운 부분을 물리면 더 빨리 증상이 나타나요. 한편으로 보면 좀비 영화의 기본이 된 물건이지요.”
허벅지나 다리보다는 팔이나 목을 물렸을 때, 더 빨리 사망에 이르는 병이었다. 숙주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가사상태에 빠뜨렸다가 다시 활동하게 만드는 형태의 바이러스도 있었다.
물려서 감염되고, 사람들을 물어뜯는 형태의 광기가 발현되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광견병이야말로 좀비 전설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약물은?”
“감염된 인간이 끔찍하고 강력한 괴물이 되는 것을 원했어요. 그래서 미리 약물을 먹여서 신체 개조를 해두는 거에요. 인간의 육체는 그런 변화에 대한 내성이 있지만, 광견병에 의한 가사상태에 빠지면 약물이 발동해서 강력한 괴물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괴물 상태에선 광견병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해놨어요. 낫는 건 아니고, 죽지 않고 힘차게 날뛰게 된다고 할까요.”
괴물로 변신하는 약물은 두가지 타입이었다. 하나는 자양강장제였고, 하나는 마약이었다.
고순도의 각성제에 약물을 섞었다.
“마약에 섞은 이유는?”
“주문 중의 하나가 가능하면 사회의 쓰레기에게서 많이 발병시키기를 원한다는 거였어요.”
“있을 법하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엘리트들이 쉽게 생각할 법한 이야기였다.
광견병이라는 것도 통제하기 쉬운 원인 중 하나였다.
광견병은 백신을 맞는 것으로 충분히 억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괴물로 변하는 이들이 나오면 광견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터였다.
“좀비 같은건가?”
“음, 강력한 괴물이라고 해서, 전 헐크 같은 걸 원했어요. 발색은 생각대로 안되었지만 말이지요.”
오카는 녹색 거인으로 변하는 약을 원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온 것은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그걸 본 사람들이 ‘스머프’라고 불렀지요.”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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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서 그 생물학적 테러가 발생할까요? 광견병 예방접종을 받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일단 광견병 예방접종은 동물에게만 실시됩니다. 인간에게도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위험성도 있고 부작용이 커서 광견병 예방 접종은 일반적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위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초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꽤 피해는 클겁니다. 반면, 상대는 원하는 시기에 개입해서 완벽하게 병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겠지요. 확실히 쓸만한 병기를 제공한 셈입니다.”
“여러 번 쓸 수는 없을 텐데요? 정체가 밝혀지면 쓸모가 없어지지 않나요?”
“여러 번 쓸 필요는 없습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 두 세번만 잘 사용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워싱턴에 퍼뜨린다든지 말이지요.”
광견병이 없으면 약물은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활력을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자양강장제로서도 꽤 쓸만한 약물이었다. 마약에 포함시킨 것은 엘리트적 악의가 표출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우선은 약물이 어디로 퍼졌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쪽에 나이트 엔젤들을 충원해야 할 것 같군요.”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나이트 엔젤의 과도한 동원 탓이었다. 동원 가능한 게임 캐릭터의 숫자는 현재 이백 남짓이었다. 그중 약 백명이 아스가르드에 투입되어 있었다.
아더왕을 중심으로 마지막 보루인 세스룸니르를 지키기 위해 70명이, 혼돈의 대륙에는 30명이 투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백명이 각지에서 나이트 엔젤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숫자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놀원을 제외한 놀들도 게임캐릭터가 아닌 에인페리아의 몸으로 나이트 엔젤을 맡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으로는 나이트 엔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엘프들이 다수 투입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임무라고는 해도, 목숨이 걸린 임무들이 많았다.
엘프들을 추가로 동원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원기의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엘프를 공장에서 찍어낸다고 하지만, 엘프를 기르기 위한 남성엘프들의 숫자가 부족했다. 멸족의 위기까지 갔던 탓에 남성 엘프들의 숫자는 고작 이천에 불과했다.
적어도 3년에서 5년은 지나야 다시 엘프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엘프가 대거 늘어날 수 있지만, 당장은 엘프를 더 늘이고 싶어도 늘이기 힘들었다.
“물론 엘프들의 탐색 능력을 주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전투원으로서의 투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 전투를 위해서 짬타이거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바빠지실 겁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의 안색이 밝아졌다. 조제성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피를 흘리는데 뒤에서 쉬고 있을 타입은 아니었다.
“우선, 엘프들을 투입해서 마약을 추적해 볼 생각입니다. 마약이 도는 지역에 바이러스가 투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까지는 사업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사업이라면 어떤 거지요?”
“자동차 관련 사업입니다. 드워프들의 잠재력이 역시 보통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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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조용했지만, 일본에서는 카즈키가 미야모토 카즈키라는 이름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레이싱 세계에서 비약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약체 레이싱 팀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일본의 F3에서는 통칭 워크스라고 불리우는 자동차 회사와 직접 연결된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프라이빗 팀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으로 충분한 성적을 내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카즈키가 프라이빗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이었다.
물론 실제 카즈키는 희연의 뒤를 쫓으면서 연하와 노닥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적이 나빠 퇴출 직전이었던 팀을 사들여서 팀 무사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F3팀은 카즈키의 발키리가 운전 면에서 성장한 것과 더불어, 투입된 드워프들의 잠재력이 발휘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드워프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보다 뛰어난 걸 못만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어떻게 잠재력이 발휘된거지요?”
“공장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모두 같은게 아니라고 합니다.”
조제성도 쓴 웃음을 지었다. 드워프들이 부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좋은 부품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의 귀와 감각은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혀 나오는 부품 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낼 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조립의 명인이었다.
그들은 인간보다 강한 완력과 믿을 수 없는 섬세함으로 부품들을 완벽하게 조립해냈다.
인간의 숙련 기술자가 조립한 엔진이 초등생이 만든 프라모델 수준이라면, 드워프들이 만든 것은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프로가 만든 프라모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메이커에서 엔진이 도착하는대로 해체했다. 엉성하게 조립된 엔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엔진들의 부품들 가운데 질이 떨어지는 부품들을 뽑아내고, 공장에 방문해서 가장 질이 좋은 부품들을 찾아서 아주 정교하게 다듬은 다음에 완벽하게 조립했다.
이것을 통해서 통칭 ‘초발기’라는 엔진을 만들어냈다.
“왠지 음란마귀 탓인지, 좀 이상하게 들리는군요.”
“초발기라는게 일본 경정계에서 나온 용어라고 합니다.”
일본의 경정은 보트를 이용해서 경주하는 일종의 경마와 비슷한 게임이었다. 특징은 모두가 같은 엔진을 쓰는 것이고, 엔진은 뽑기를 통해서 선수들에게 배분된다.
같은 엔진이지만 성능은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나는데, 그중 압도적으로 고성능을 발휘하는 돌연변이 같은 우연의 산물이 있어서, 이를 초발기라고 불렀다.
“같은 설계에 같은 부품을 쓴다고 해도 조립하는 이의 수준에 따라서 엄청난 성능 차이가 나왔다고 합니다.”
드워프들의 엔진 조립 능력이 힘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레이스 운영은 미숙했기 때문에 우승을 노리는 것은 아직 쉽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한 역량을 보이고 있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카즈키의 빼어난 미모가 결정적인 원인이라고도 할 수있었다.
“한국에서도 레이싱 팀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슬슬 희연양이 카즈키의 대적자로 등장해야 할 시기가 되어서 말이지요. 그걸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리디아 전하가 비서가 될 예정입니다. 희연양은 경호실장을 맡아주게. 두 덤도 함께.”
리디아가 배가교환이라는 능력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리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장기적으로는 엘프들의 여왕으로서 아니 황제로서 자리를 잡고, 알아서 거래상대들이 찾아오게 만드는게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그 날이 올 때를 대비해서 원기 곁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배가교환으로 이득을 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너무 사업을 분산시킨 탓에, 리디아의 사기적 이능으로도 큰 재미는 못보고 있었다. 하나 하나는 대단한 이익이지만, 프레이야 교단이 가지고 있는 사업들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 전하의 능력을 사용하면,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쉬우실 겁니다. 직접 기업을 운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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