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화 드러난 달기지.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승상님.”
미국을 뒤에서 움직이는 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하나인 클라우디 림머는 미소를 지으며, 조제성을 맞이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손에 길들여지는 광대들에 지나지 않았다. 임기가 정해진 정치가들을 진심으로 따르는 행정관료나 기업가들, 군관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정치가는 스쳐지나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한다고 해도,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은 물러날 것이고, 자신들은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행정관료도 아니고, 기업가들도 아닌 이들, 인맥으로 모두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진짜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제성은 인상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디아를 동행시킬 수는 없었다. 리디아의 능력에 대해서 이미 짐작하고 있는 이들이 제법 있었고, 클라우디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우주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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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달착륙 음모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허.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런 헛소리가 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군.”
“실은 그 헛소리를 미정부에서 흘리고 있습니다.”
“그럼, 달착륙이 거짓이라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해명 자체를 좀더 알기쉽거나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든지, 음모론이 살아남을 여지를 주는 겁니다.”
대통령 하워드는 비서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워드는 자신이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긴 해도, 왕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적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만 할 일도 적지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조금씩 흘리는 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그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군. 음모론이 이어져온 이유를 알 것 같네. 그런데 그 이유가 뭔가?”
“바로, 달기지 때문입니다. 달기지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것이지요. 달착륙 음모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서, 얻는 이익은 그것입니다. 달착륙 음모론을 믿는 자들은 인류는 아직 달에 갈 수 없다고 믿을 것이고, 음모론을 믿지 않는 자들조차, 달에는 갔겠지만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게 되겠지요.”
“내게 알린 이유는 뭐지? 공개할 생각인가?”
“예. 공개적으로 달 기지에서 화성을 향해 우주선이 날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를 대통령 각하의 업적으로 공표하시길 바란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세부 사항을 좀 알아봐 주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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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 우주선의 이름은 메이플라워호가 될 예정입니다.”
조제성의 보고에 엔터프라이즈를 지지하던 호철과 마크로스를 지지하던 찬균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장수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우주선은 미국의 탐사선이 되겠군요.”
원기 역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화성 개발을 위한 초기 계획과는 많은 변화가 오게 된 것이었다.
처음 계획은 운석으로 위장한 우주선이라기보다는 포탄에 가까운 물건을 화성으로 쏘아 보내는 것이었다. 화성 궤도에 이르는 도중 텔레포트 게이트를 위한 스테이션을 중간 중간에 배치하며 날아가다가 데이모스와 화성에 게이트를 설치하면서 화성 표면에 직격할 예정이었다.
실제로는 문제가 적지 않았던 것이, 상대속도의 문제였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포탄에서 태양의 위성궤도를 유지할 게이트 스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데이모스와 화성에 무사히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여건이 변한 것이었다.
달기지를 이용해서 우주 개발에 관심이 많은 서구 개발자들을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헬의 종족들을 달에 끌어들임으로써 노동력도 증가했다.
그 결과 포탄처럼 화성에 직격하는 물건이 아니라 화성의 위성궤도를 돌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 우주선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미 대통령은 이 우주선이 미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탑승자들은 프레이야에 귀순한 이들과 나사의 기술자들로 예정되어 있었다.
달 기지에 대한 정보는 미국측에도 자세히 알린 것은 아니었다.
화성 탐사용 우주선을 만들기 위한 조선소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기지로 알려놓은 상태였다.
실제로는 달바퀴벌레들이 재빨리 만든 임시 우주선 선착장에 지나지 않았다. 프레이야 측이 달기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의심할 수 있지만, 그것이 거대 지하도시 수준일 거라고는 예측 못할 것이라는게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일단 일본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의 자본과 연구진도 끌어들이기로 되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화성 착륙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약 오인조를 태운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고, 일주일 후 화성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탐사선엔 바퀴벌레들을 태워야 합니다!”
“탐사선의 받침 부분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조제성은 쿨하게 답했다. 탐사선의 경우 받침대가 발사대의 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지상에 남겨지도록 되어 있었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게이트 위치를 하나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승무원은 약 50명, 그 중 각국의 파견된 연구원이 25명이 될 예정입니다. 나머지 25명은 우리쪽에서 보내게 되겠지요. 자동차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계십니까.”
원기는 조제성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부족하지 않은 자금 지원에 충성스러운 일꾼들이 있으니 망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 드워프들의 공입니다.”
원기는 드워프의 수리기술을 보고, 드워프들에게 폐차장을 맡겼다. 그리고 폐차장에서 드워프들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그들은 폐차장에서 차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분해했다. 애초에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근력을 지닌 이들이었다. 그들은 자동차를 분해하는데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넷이서 가볍게 차를 들어 옮기고 철판을 근력으로 찢었다. 그들은 마치 가조립된 프라모델을 분리하듯이 자동차를 순식간에 부품별로 나눴다.
성직자의 능력을 부여받은 드워프들은 트럭을 통째로 들어올리지는 않았지만, 트럭이나 중장비까지도 그자리에서 해체해서 옮길 수 있을 정도였다.
거칠어보이지만, 기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섬세한 분해작업으로 부품들은 완벽하고 깔끔하게 분리되었고, 그것을 드워프의 감각을 이용해서 분류했다.
수박을 두들기듯 부품을 손가락으로 튕겨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부품의 내부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금속에 데미지가 가거나 피로가 쌓인 경우에는 용광로에 녹여버렸고, 멀쩡한 부품들은 등급별로 나눠서 재조립을 했다.
세 등급으로 나눠서 조립했는데, 엔진 같은 경우엔 최하 등급조차도 신품의 평균 성능을 넘어서는 스펙을 보여주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쓸 전투용 차량들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 필요한 것은 반드시 장갑차와 전차 같은 전투 차량만은 아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즐겨 선호하는 도요타 픽업트럭 같은 차량도 대단히 쓸모있는 차량이었다.
뿐만 아니라 레이싱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에게 드워프들이 재조립한 재활용 엔진은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성직을 부여받은 드워프들이 꽤 큰 힘이 되주었군요.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말이지요. 뇽들이에게 성직을 부여해 주는 건 어떨까요?”
“호오, 그거 괜찮은 생각입니다.”
원기의 아이디어에 조제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한 역시 눈을 반짝였다. 일뇽이부터 팔뇽이까지, 뇽족들은 사회에 대한 상식을 배우고 있었지만, 어디에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성직자가 되어 성역을 만들 수 있다면, 아스가르드의 바다를 활용하는 폭이 현저히 넓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신성뇽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늘을 날지는 못할려나?”
“오카도 좋아하겠군요. 새로운 실험 거리가 생긴데다가 회복력도 상승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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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달 기지에 착륙하겠습니다. 안전 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저거 봐. 대단한걸. 저런 거대한 함선이라니.”
“역시 미국이라고 해야 하나. 달에 저런 기지를 만들어 둘 줄이야.”
“그건 그렇고, 착륙 방식도 놀랍다고 해야겠군. 쿠션식이라니.”
달 기지에 착륙하는 착륙선은 착지용 다리가 없이 그냥 공 형태였다. 달 기지에 있는 쿠션 위로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섬유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쿠션 위에 떨어지는 것으로 쿠션에는 유명 침대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물론 침대 회사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로고를 박는 대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은 것이었다.
운영은 프레이야 측에서 하고, 명예는 미국이 가져가는 형태였다.
달 기지는 황량한 벌판에 만들어진 공장과도 같았다.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시설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만들어진 우주선을 가져다 놓고 그럴 듯 하게 꾸며놓은 것 뿐이었다.
포켓에 달 착륙포드가 떨어졌고 벨트가 풀렸다.
“달 주변을 걸어보시고, 숙소로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달 기지로 바로 가실 분들은 우주복을 벗으시고 A게이트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B게이트쪽은 외부로 이어지는 에어록이 연결되어 있으니, 우주복을 착용하신 상태로 가시면 됩니다.”
프레이야측 승무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우주복을 벗고 기지로 움직였다. 처음 달에 착륙한 연구원들은 안내원을 따라서 외부로 걸어나갔다. 그들로서는 달을 걷는 다는 것은 이루고 싶은 꿈 가운데 손꼽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 내가 뭘 본거지?”
레이디 퍼스트라며 양보해준 미국인 덕분에 앞장서서 나선 일본인 과학기자인 사사키 쿄우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슨 일이지요?”
“큰 바퀴벌레를 본 것 같아요.”
“하하, 저도 그 만화 압니다. 우주와 바퀴벌레라니 참 특이하지만 어울리는 조합이지요.”
안내를 맡은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등줄기로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우주에서 바퀴벌레라니, 재밌는 생각이야. 호흡기는 잘 살펴봤어?”
선배 연구원인 야마나카의 말에 사사키는 우주복을 점검했다. 공기 상태에 따라서 환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잘못 본 것 같아요. 어항 모양의 헬멧을 쓰고 등에 한글이 쓰여진 바퀴벌레라니.”
“한글이라고? 질나쁜 농담같은걸.”
“뜻은 잘 모르겠는데 ‘방개’라고 쓰여져 있었어요.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셔서 함께 한글 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적이 있어서 알고 있어요.”
“그래? 방개가 무슨 뜻인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신경쓰지 마세요. 환각같으니까요.”
“토끼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말이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살펴보고는 달기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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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었던 겁니까?”
달기지 지휘관인 호철은 지하 기지를 호출해서 물었다. 그러자 뱀파이어 일족의 리더가 답했다.
“급조된 통로에서 공기가 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긴급 수리로 나갔습니다.”
“왜 하필이면 바퀴, 아니 달방개를 내보낸 겁니까? 인간형이 작업해도 될텐데 말이지요.”
“달에선 달방개족이 제일 빠릅니다. 내부 통로를 두고 밖으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군요.”
달에 가는 것 따위는 상상도 못하고 관심도 없던 이들이 아스가르드의 종족들이었다. 우주에 간다는 상상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달 위를 걷는 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본 것이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달 위에 나타난 그들로서는 달위를 걷고싶어하는 지구인의 희망 따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비인간형 종족들은 달기지 쪽에 접근하지 말라고 일러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요. 더 이상은 갈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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