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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91화 (391/497)

391화 인던공략

“와오. 죽이는데. 나치하고 싸우는 이야기인가?”

박호연은 수풀에 숨어서 오딘의 부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치와 중세 판타지에 등장할 법한 기사 복장을 한 인물들이 한데 섞여 있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차원 이동으로 나치가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것으로 할 셈인가? 재밌겠는데? 우선 동영상을 좀 찍어서 올려야겠네.”

그런 그의 눈에 나치들이 움직이는 포탈이 들어왔다. 거대한 빛의 입구로 나치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왕성인건가? 인던이겠지?”

그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움직이면서 무언가 데이터를 조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동시에 포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포탈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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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사라졌다고?”

“예. 갑자기 소멸되었습니다. 존재가 사라진 듯이 소멸되었습니다.”

오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구라고 여기던 세상이 ‘블러디 라인’이라고 불리우는 중간세계라는 것을 알아낸 것은 큰 성과였다.

하지만 갑자기 포로가 탈출인지 소멸인지 모를 방식으로 사라진 것은 문제였다.

‘그 부활하는 에인페리아들이 블러디 라인에서 고용한 용병이라는 것은 잘 알겠는데 말이지. 그냥 죽이고 영혼의 정보를 빼낼 걸 그랬나?’

“알아낸 건 뭔가 있나?”

“그 자는 ‘로그아웃’이라는 마법으로 자신이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게임, 관리자, 서버 등을 외치는 등, 정신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어설프게 영어를 사용해서 대화는 해봤지만, 진실미가 결여되었습니다. 그는 이곳도 블러디 라인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 ‘인던’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정신이 이상한 놈이면 어쩔 수 없지. 결국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지구는 아니었다는 말이군.”

“예. 지구인들이 만들어낸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실체가 없는 꿈과 같은 것으로 여기더군요.”

나치 연구원의 말에 오딘은 쓴 웃음을 지었다. 프레이야의 통로가 지구가 아닌 블러디 라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발키리가 찾아간 곳은 게임의 세계였으니 그리 다를 것은 없었다.

‘블러디 라인에서 만나서 지구인과 거래를 하고 있는건가?’

“일단 좀 더 확보해보도록 하라.”

“로그아웃이라는 탈출 마법이 블러디 라인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인계 등을 이용해서 발견하는데로 유혹해 보겠습니다.”

“맡기겠다.”

오딘은 토르와 티르의 공세 속에서도 여유있었다. 토르와 티르는 오딘의 목줄을 쥐고 있을 셈이지만, 오딘에게는 강력한 카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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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라인 2에서 사망한 박모군이 해커였다고 합니다.”

“해커?”

“예. 게임 내 정보등을 수집해서 팔아먹는 해커라고 하더군요. 블러디 라인 2의 향후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다른 기업에 팔아먹으려고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개조 단말기를 사용한 탓에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조 단말기라. 그 해커란 친구의 정보는 없는건가?”

“사망자 정보 보호법에 따라서, 사망이 확인된 즉시 계정이 삭제되고 로그기록도 삭제되었습니다. 문제는 해킹 그룹에 올라온 사진 중에 특이한 사진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유럽 사진입니다.”

“유럽? 분명 블러디 라인 2에서 허용된 지역은 남반구의 유원지 뿐일텐데?"

“예. 저희도 이상해서 확인을 해봤습니다만, 개조 단말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물건으로 나왔습니다. 프레이님께도 확인해 봤습니다만, 컴퓨터 기술로 블러디 라인을 해킹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럼 그 친구는 어떻게 해서 유럽에 들어간거지?”

“아마도, 이능을 각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외로 많은 이능력자들이 게임 내에서 각성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게임속에서는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공간 이동 혹은 결계를 통과하는 이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개조 단말을 믿은 것도 있겠지요.”

그가 만든 개조 단말은 캐릭터의 좌표를 수정해서 보내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와 프레이야의 세계수와 연결된 블러디 라인, 블러디 라인2의 경우는 수치만으로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은 그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능은 프레이야를 근본으로 하는 힘이고, 블러디 라인에서는 증폭되는 경향을 보여줬다. 프레이는 이능 획득을 통해서 장닭을 제압한다는 야심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좌표를 수정했으니, 수정된 좌표에서 자신이 나타날 거라는 믿음과 공간 이동의 이능이 함께 결합되어 나타난 최악의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결과는 로그아웃이 불가능으로 인한 수분 섭취 부족, 갈증으로 인한 심장마비 사망, 계정 삭제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경찰 측이 블러디 라인을 이유로 삼지 않은 것은, 12시간 연속 로그인 제한으로 인한 강제 로그아웃으로 게임 상에서 로그아웃 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육신은 로그아웃했지만, 영혼은 돌아오지 못했고 그 결과 육신의 사망이 이뤄진 것이었다. 그리고 계정 삭제로 그의 게임 캐릭터가 사라지고 그의 영혼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떠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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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는 손에 입을 맞출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 더할 나위없이 기뻤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손바닥에도 입을 맞춰도 될지 물었다.

원기는 아스가르드의 풍습에 대해서 알아봤기 때문에 손바닥에 입을 맞추는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은 그 사람의 수족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그의 손과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딱히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손등은 공적인 일을 대행하는 존재라는 뜻이고, 손바닥은 사적이고 내적인 일을 돕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프레이야에게 자신의 손을 대신하는 존재로서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엘프족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영광이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리디아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원기로서는 딱히 거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무엇이든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리디아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공경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덕분에 원기의 마음에 있던 응어리가 하나 사라졌다.

리디아는 과거 원기가 했던 실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고, 진심으로 원기를 위해 움직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조만간 카즈키도 합류하겠지.’

검도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리를 거둔 카즈키는 유로F-3 데뷔가 결정되어 이미 일본 언론에 특필되었다.

그리고 F-3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에 리디아가 활약하는 왈큐레 레이싱 팀에서 F-1 데뷔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희연 역시 바이크 레이싱 쪽 자격을 획득하고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경우에는 인간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엘프들이 출전하지 않는 한, 희연은 자신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나도 역시 뭔가를 하고 싶군.’

조제성의 생각이 옳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원기는 안전한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주는 것이 프레이야 진영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이었다.

원기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머리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천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정치력이나 인맥을 쌓는 능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짬타이거는 그의 적성에 맞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몸을 던지고,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그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사실 그것만은 아니지.’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사실 적을 죽이고 파괴하는 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화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인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크고 강한 육체로 적을 유린하면서 풀어온 것이었다.

그는 그런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만큼 강했다.

‘아무래도 조사장님과 얘기를 좀 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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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더 바쁘게 해드렸어야 했나.’

조제성은 한숨을 쉬었다. 현명한 이들도 때로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

아니, 현명한 이들이기에 어리석은 짓을 한다.

사람은 어리석은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무조건 억누르기 보다는 길들여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 종종 자신의 충동을 지나치게 억눌러 괴물로 키워내는 것이다.

조제성이 보기에 아스가르드의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토르와 티르의 군세가 오딘을 몰아붙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그런 양상과 매우 비슷했다.

‘역시 오딘은 거슬린단 말이야.’

원기를 아스가르드에 보낼 수는 없었다.

‘지구를 전장으로 만들 수도 없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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