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화 황제의 역습
“오늘 경기 관전 포인트를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압도적인 머신 퍼포먼스를 가지고 등장한 저그불과 프로터스의 에이스들의 경합이 될겁니다. 요한 벙커 선수의 강인한 멘탈을 보면 어느정도 기대는 됩니다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가 흥미 요소가 되겠지요.”
“미녀 드라이버인 리디아 선수에 대한 것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아, 그녀는 정말 놀라운 신인입니다. 다만 신인이라는 것이 함정이 되겠지요. 그녀를 보면 마치 예전의 지노 스톰이 등장하던 것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순수한 재능을 보여줬지요. 하지만 예선과는 달리 본선에선 꽤 고생했습니다. 견제가 심했거든요. 리디아 선수에 대해서도 꽤 심한 견제가 예상됩니다. 새롭게 등장한 천재 신인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머신입니다. 머신의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해요.”
“예선 성적은 5위로 예년이었다면 폴 포지션을 노려볼만한 성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드라이버의 테크닉에 의존한 기록입니다. 엔진 성능이 너무 떨어져요. 감속과 가속이 반복되는 레이싱용 튜닝이 아닙니다. 가속 성능이 떨어지면 치열한 근접전, 독파이팅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리디아 선수에게 평가가 좀 짠 것 같습니다만.”
“일단 그녀가 천재라는 것만큼은 높게 살 생각입니다. 지노 스톰보다 더 강렬한 재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레이싱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과 그것을 보완해줄 고성능 머신이 없다는게 그녀가 5위 성적을 유지하기도 힘들거라고 보는 제 예측입니다. 저그불 팀과 프로터스 팀의 머신은 비유를 들자면 초원의 치타입니다. 반면 그녀가 속한 브리싱가멘 팀의 머신은 고양이 수준 밖에는 안됩니다.”
“테라니 팀의 머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은 치타입니다. 완성도가 떨어질 뿐이지요. 적당한 비유가 마땅히 없군요. 프라모델로 예를 들어보자면 저그불과 프로터스의 머신이 프로 모델러가 정성들여 조립한 프라모델이라면, 테라니의 경우는 같은 프라모델이지만 초등학생이 대충 만든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브리싱가멘 팀의 머신은 과자 속에 든 조잡한 장난감을 프로 모델러가 정교하게 다듬고 새로 도색한 물건이라고 할까요.”
해설자의 예측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은 세가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길리엄과 지노의 1위 쟁탈전, 명백한 불리함 속에서 황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롭게 등장한 미녀 천재는 과연 레이싱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리디아는 경기장에서도 차에 오르기 전에 원기의 손에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입을 맞췄다. 사람들 역시 그 모습을 기대한 탓인지 카메라들의 플래시가 쏟아졌다.
“저분이 여신님이시겠지. 정말 부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디아에게 입맞춤을 받는 원기를 부러워했지만, 리디아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엘프와 다크엘프들을 비롯해서 아스가르드에서 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아스가르드의 풍습을 잘 알고 있었다.
리디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그녀가 프레이야 외의 누군가에게 저런 예를 취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악취미적인 외향이신걸.”
“그런가. 난 인간의 모습은 잘 구별이 안가서.”
달기지에서도 TV 시청은 가능했다. 조제성은 프레이야 진영에서 벌이는 일들에 대해서 가능한 시청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원기는 바퀴벌레를 비롯해, 거미 일족 등도 자신의 손에 입맞추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대게 누군가에게 한번 허용하면, 다들 받아줘야 하지.”
장수한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디아가 손에 키스한 이상, 다른 이들도 손에 입맞추고 싶어할 것이고 몬스터에 가까운 형상을 한 종족들도 당연히 원할 것이다.
“모든 머신 일제히 스타트를 시작했습니다! 과연 저그불과 프로터스, 멋진 스타트를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엔진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일제히 머신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길리엄 패트릭이 압도적인 빠르기로 선두 코너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지노 스톰이 빠르게 쫓았다. 그들의 안중에 요한 벙커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 뒤를 빠르게 프로터스의 스탠다르 선수가 쫓았다.
문제는 마이스터 자비에르였다. 그는 뒤에서 쫓아오는 리디아를 골탕먹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제1코너에서 뒷바퀴 부분으로 리디아의 앞부분을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스타트 직후의 제 1코너는 가장 위험하고 혼잡스러운 곳이었다.
설사 피한다고 하더라도 코스 아웃될 가능성이 컸다.
‘여기야!’
그는 핸들을 위협적으로 꺾었다. 차가 굉음을 내며 오른쪽으로 엉덩이를 내밀며 살짝 미끄러졌다.
‘어디갔지? 어떻게 된거야?’
자비에르는 당황했다. 그의 차가 엉덩이를 내민 곳에 있어야 할 리디아의 차량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엉뚱하게 왼쪽에서 요한 벙커가 치고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리디아가 따라갔다.
“아, 자비에르 선수 아쉽군요. 제 1 코너에서 미끄러지면서 인코너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마치 그 미끄러짐을 예측이라도 한 듯 리디아 선수가 인코너를 노렸습니다만, 요한 벙커 선수가 더 빨랐습니다.”
“엔진 퍼포먼스는 테라니가 더 뛰어난 편입니다. 가속 성능에서 앞서기 때문에 나온 결과지요. 요한 벙커 선수의 대단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리디아 선수도 대단하군요. 멋지게 상대의 움직임을 읽었습니다.”
리디아의 균형감각과 공간감각, 그리고 주변 상황을 읽는 능력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비에르의 머신의 균형을 읽고, 어디로 움직일지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로 움직일 수 없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서킷의 황제 요한 벙커가 존재하고 있었다.
‘랩타임은 내가 좀 더 빨라. 그러니 추월할 수 있을거야.’
리디아는 그렇게 확신하고 요한 벙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물렀다.
요한의 특기인 벙커링이 시전된 것이었다.
“요한 선수! 일찌감치 시상대를 포기한 걸까요? 5위인 리디아양에게 블로킹을 걸고 있습니다. 현재 4위, 선두 그룹을 쫓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할 듯 합니다.”
해설자는 아나운서의 말을 받으며, 서킷을 주시했다. 길리엄, 지노, 스탠다르의 세대가 빠르게 후속 그룹과 거리를 벌이며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요한의 벙커링에 막힌 리디아에게 예선 4위의 자비에르가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결국 리디아는 자비에르를 피해서 6위로 밀려났다. 그녀의 목표는 완주였고, 6위권도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라고 불릴만한 실력이 있어.’
리디아는 내심 감탄했다. 요한의 차량 셋팅은 최고속력이 아닌 근접전에 맞춰져있었다. 리디아가 조화를 이뤄서 빠르게 코너를 돈다면, 요한은 상대의 부조화를 강요하는 라인을 탔다.
상대에게 보다 많은 부조화를 강요하고, 그를 위해 자신도 부조화를 감수하는 셋팅이었다.
리디아는 공격적이고 치열한 인간의 레이싱에서 조화를 보았다.
요한은 아주 교묘하게 함정을 팠다.
마치 빠져나갈 수 있을 듯한 틈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함정에 빠지면 타이어만 소모하고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었다.
“젠장. 천재가 있긴 있나보군.”
완벽하게 리디아를 블로킹해서 후위로 떨구고서도 요한은 불만을 토했다. 그가 쳐놓은 함정에 리디아는 얼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감이 아닐까요?”
“감이라도 그정도로 잘맞으면 초능력이라고 해야 할거야.”
“그건 그렇고 페이스가 너무 느린 거 아닙니까? 선두 그룹하고 차이가 너무 커졌습니다.”
“하하. 그게 내 의도라고 하면 믿겠어?”
“역시 성격이 나쁘십니다.”
“어떻게든 시상대에는 올라 봐야지.”
요한 벙커가 웃으면서 말했다.
“선두 그룹, 벌써 한바퀴를 넘어서 최후미 그룹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요한 벙커 선수가 노린 건 이겁니다. 일부러 레이싱 페이스를 늦춰서 다른 차량들을 장애물로 쓰는 겁니다.”
“규정대로라면 피해 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후미라고 해서, 레이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요. 보십시요.”
22위로 달리는 차량은 일본의 오카다였다. 그리고 21위로 달리는 차량은 한국의 김수원이었다. F-1 드라이버로서는 하위권이지만, 아시아에서는 관심을 갖는 대결이었다.
길리엄이 다가오자 오카다와 김수원은 길리엄이 추월하도록 길을 양보했다. 그리고 길리엄이 추월하는 순간에 맞춰서 오카다가 길리엄 뒤에 따라 붙었다.
“오카다! 길리엄의 슬립스트림에 들어가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김 선수를 추월하려고 합니다!”
일본측 관중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김수원 역시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가속했다. 길리엄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끼면서 가까스로 빠져 나갔다.
아슬아슬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사이에 지노 스톰이 다가왔고, 지노 스톰은 그 상황에서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위험한 수준의 격투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양보라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요한 벙커가 4위 자리에서 뚜겅을 덮듯이 레이스를 늦춘 덕택에 중위권은 물론 하위권에서도 치열한 격투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 사고가 속출했다. 자비에르의 공격을 매끈하게 피해낸 것만으로도 리디아는 뛰어난 활약을 벌였다고 할 만 했다.
“크러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5위 다툼을 벌이던 선수들이 충돌했습니다. 지노 스톰 선수! 갑자기 느려졌습니다. 타이어가 손상된 걸까요?”
“파편을 밟은 모양입니다. 운이 없군요. 피트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요. 요한 벙커 선수, 이제 슬슬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 예측하신대로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비에르 선수도 페이스를 따라 올리는군요.”
“글쎄요. 리디아 선수는 몰라도, 자비에르 선수는 머신의 소모가 지나쳤습니다. 오늘의 레이싱은 잡념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군요.”
해설자의 예측대로 요한 벙커의 벙커링을 뚫을 기회를 노리면서 동시에 리디아 선수를 위협하는 두가지 행동을 동시에 한 덕분에 자비에르는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타이어와 엔진 양쪽에 부담이 간 탓에 결국 후반이 되어서는 리디아에게 추월당했다.
저그불은 승리를 확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노 스톰 7위, 자비에르 10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끝났고, 프로터스가 1, 2위를 석권하는 축포를 터뜨렸다.
요한 벙커는 3위로 시상대에 오르는데 그쳤지만, 서킷의 지배자, 황제는 그냥 죽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리디아는 능수능란한 천재 신인 레이서로서 시상대에는 못올랐으나 사람들의 인기를 확실하게 끌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원기에게 의외의 제의가 들어왔다.
테라니 팀의 제의였다. 엔진을 제공할 테니, 엔진 튜닝을 해달라는 제의였다. 테라니로서는 저그불과 프로터스에게 무력하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한 벙커는 자신의 명성을 지키고 실력을 입증해 보였지만, 테라니는 다른 두 팀에게 현저히 밀린다는 인상을 주고 만 것이었다.
“요한 벙커 선수가 리디아를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로군.”
원기는 거래를 받아들였다. 엔진을 교체하면 리디아로도 시상대를 노려볼 수 있을 터였다. 레이서로서의 실력은 엘프인 그녀가 최강인 것은 틀림없지만, 현 머신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요한 벙커에게서 드라이빙 테크닉뿐만 아니라 전략까지 레이싱을 배울 수 있는 것은 꽤 좋은 기회였다.
“다음 레이싱이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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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드가르드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프레이야에게 지금까지 놀아난 셈이로군.”
오딘은 자조하는 웃음을 지었다. 격노하진 않았지만, 은은한 분노가 일어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문제는 프레이야가 미드가르드와 거래를 한건지, 미드가르드와 통로를 뚫은 건지 알 수 없다는 거로군.”
오딘은 블러디 라인의 위화감을 알고는 있었다. 돌아올 수 없는 프레이때 이미 실감을 했다.
오딘과 로키는 라그나로크 당시의 시공간 좌표를 알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좌표에는 오차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지구만 태양을 공전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도 은하계를 공전하는 것이었다. 거리상으로는 변화가 작을지 몰라도 시공간 좌표 자체는 완전히 틀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미드가르드에서 누군가 좌표를 보내 준다면, 충분히 가능할텐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대한 수정 앞으로 향했다. 수정이 마치 모니터 화면처럼 전장을 비춰주고 있었다. 토르와 티르의 군세가 지칠줄 모르고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선 저 것들을 정리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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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을 지구로 불러오고 싶다고요?”
장수한은 경악해서 목소리가 뜨고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딘이 지구로 왔으면 하는거지.”
“극구 막으시려던 것 아닙니까?”
“그때와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지. 지구 측에도 어느정도 면역이 생겼으니까. 아군도 꽤 생겼고 지금이라면 해 볼만 하지.”
장수한은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오딘과 로키의 세력이 지구에 나타났다면, 현대인들은 마땅히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프레이야 세력은 오딘과 한편으로 몰려서 집중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템플 기사단의 경계를 받고 있지만, 어느정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얻었고, 신뢰도 얻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높은 경계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오딘이 나타난다고 적으로 몰정도는 아니었다. 오딘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었다.
프레이야와 지구가 손을 잡으면, 오딘이 지구에 넘어온다고 해도 힘을 못쓰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전쟁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일단 원기님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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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이 지구에 올 지 모릅니다.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블러디 라인 2에서 실종된 그 사람이 있는 이상, 게임과 지구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겠군요.”
“예. 그래서 오딘의 존재를 각국 실세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원기는 조제성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가 경험한 조제성은 그리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다.
“뭔가 생각하시는게 있나요?”
“일단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줘야 합니다. 오딘이 지구에 게이트를 열고 나타나는 것을 대비하는데도 쓸모가 있지만, 오딘을 불러들이는데 정보가 사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 아닌가요?”
“제가 생각하는 최악은 우리가 짐작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짐작도 할 수 없는 타이밍에 오딘이 게이트를 열고 준비를 했다가 공격하는 겁니다. 반면 대비를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오딘을 지구로 끌어들여 섬멸하고 아스가르드의 인간들을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원기도 조제성의 의도를 눈치챘다. 아군이 많은 곳으로 끌어들여 전투를 벌이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오딘은 적이었다.
“역시 조승상님이시로군요.”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각국에 세계수를 나눠주고 초능력자들을 키우게 유도했다. 리베로 기술들을 비롯해서, 아스가르드의 기술과 현대 기술의 접목방법을 찾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느정도 누출시켰다.
“오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오딘이 지구에 오는 것을 저지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조제성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었다.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조제성이 취하는 행동은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가 언제 어디서 일으킬지를 유도하는 것 뿐이었다.
“타고난 정치가로군요. 승상님은.”
“정치도 사업도 결국은 같은 겁니다. 벌어먹고 사는 것도 전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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