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화 오벨리스크 공방전
“긴급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워싱턴 시내에서 테러활동을 꾸미려는 불온 분자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모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테러 조직의 이름은 복수 여단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오른 손등에는 거미모양 문신이 있다고 합니다. 경찰이나 군인의 검문이 있을 경우에는 오른 손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주의깊게 살펴 주십시요. 오른 손등을 감추려고 들거나 장갑을 낀 사람들이 있다면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의 발표와 더불어 긴급 속보가 떨어졌다. 그리고 워싱턴 시내에는 리베로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시사라 엔진을 탑재하게 되면서 리베로는 상당히 효율적인 병기로 탈바꿈 된 상태였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하고 밸런스 감각과 섬세함을 함께 겸비했다.
스티븐과 해리엇 역시 워싱턴 경비에 동원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리베로가 워싱턴 시내 이곳 저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상당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지만, 테러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는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이건 좀 지나치군요. 완전히 원천봉쇄로 보입니다.”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밝히고 검문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워싱턴 기념탑에 이미 열두명의 코인 오너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책략을 짠 세 사람은 워싱턴 기념탑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사전에 발각되어 코인을 압수당하고 수감되어 있었다. 헬 여신의 이번 행사가 비밀리에 진행될거라고 믿은 것이 실수였다.
세계 각국에서 이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각 국가에서 미국에 접촉해 왔고, 공권력을 투입하고 워싱턴 기념탑에 머물려던 그들의 계획은 들통날 수 밖에 없었다.
“헬 여신의 신관이 되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갖고 있는 일이다. 자네의 영혼을 그 악마가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네의 일거수 일투족은 남김없이 감시받게 될 것이다. 자네의 체내에 심어진 도청기와 심장에 장착된 GPS가 자네를 감시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자네의 희생을 조국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네의 가족은 가장 먼저 그대의 치유를 받게 될 것이다. 혹시 잘못되더라도 조국이 자네의 가족을 돌볼 것이다.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헬의 신관이 된다는 것은 헬이 지구를 침략하는데 첨병이 될 수도 있고, 영혼을 빼앗겨서 꼭두각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각국은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헬의 신관 후보로 내세웠다.
프레이야의 신관은 극소수였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신관의 희소성을 생각한다면, 헬의 신관이라고 해도 국가에 충성하는 인물이라면 모험을 해서라도 확보할 가치가 있었다.
신성력을 현대 문명과 결합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가치가 있었다.
특히 의학 수술과 신성력의 결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체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수술도 신성력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수술 후의 경과도 극히 좋은 편이었다.
장기 이식 수술의 경우에는 극히 그 효과가 좋았다. 장기는 적출되는 순간 약해지고 죽어간다. 그리고 수술 과정에서 더 쇠약해지게 되었다.
위험 부담을 짊어지고 장기 이식을 결행했는데, 장기가 그냥 죽어버리는 경우도 사실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신성력이 결합된 수술은 달랐다. 체력을 보호해주고 죽어가는 세포를 살려냈다. 장기는 싱싱한 상태로 체내에 이식되고 결합부위는 흉터도 없이 말끔하게 이어졌다.
신성력을 때려 부어도 나을 수 없는 병들이 있었고, 이는 대부분 외과적 수술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었다. 그렇기에 현대 의학과 신성력은 결코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합함으로써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다.
프레이야의 신관이든 헬의 신관이든 그 가치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래서 각국은 미국과 교섭하에 신관 후보를 워싱턴 기념탑 안에 배치시킨 것이었다.
미국 6명,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캐나다 도합 여섯개 국에서 한명씩을 확보하게 된 것이었다.
이미 워싱턴 기념탑에 열두명이 자리잡게 됨으로써, 다른 이들은 게임을 해보기도 전에 탈락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예상한 대로입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나설 차례가 된 겁니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바라본 면면은 화려했다. 모습은 각각 바뀌었지만, 아스가르드에서 활약해온 최강의 팀이었다.
원기, 희연, 카즈키, 연하, 놀원을 비롯한 놀들, 레이니를 비롯한 엘프 군단들이었다.
“여러분들은 시작과 동시에 워싱턴 기념비를 치는 겁니다. 리베로들과 경찰들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서 열두명의 자격을 빼앗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탈출한 후에는 여러분들끼리도 싸우게 될겁니다. 우리측에서는 세명만 남기기로 하겠습니다. 승리한 이들에게는 프레이야 여신님의 손에 입을 맞출 수 있는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조제성의 이야기에 당황과 함께 실망한 기색을 보인 것은 원기와 연하 뿐이었다. 희연은 리디아가 원기의 손에 입맞추는 것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의 태도로 볼 때,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은 결코 작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권리를 정당하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카즈키는 희연과 겨룰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꼈다.
그녀는 희연을 제외한 모든 이를 떨구고, 그 다음에 희연과 마지막 승부를 겨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놀원을 비롯한 놀들이나 엘프들은 당연히 조제성이 제시한 상품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원기와 연하 뿐이었다.
“리베로의 공격을 요령껏 피해서 내부에 잠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베로 부대에게 대인전 요령을 익히게 만들 수도 있겠지요.”
조제성의 진짜 목적은 이것이었다.
에인페리아 테러리스트, 혹은 암살자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워싱턴 기념탑은 주변이 탁트여서 수비하기 좋은 곳이었다. 물론 탑 자체를 공격한다면 별 어려움은 없겠지만, 그런 형태의 공격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요인들이 있는 기념탑을 과연 미군의 엘리트 부대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제성의 관심사였다.
원기 일행은 그들의 장갑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암살 게임이라고 해도 좋았다.
지켜야 할 요인 열두명을 과연, 리베로의 힘을 빌려 지켜낼 수 있을지 제성은 기대감을 가지고 살펴 보았다.
막아내든 실패하든 미군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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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거 정말 암울한데.”
원기는 경찰들과 군인들이 쫙 깔린 도로를 보면서 혀를 찼다. 워싱턴 기념탑은 화이트 하우스 남쪽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경비가 삼엄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국립 아메리카 역사 박물관이라. 저 건물을 노려야겠군.’
원기는 자신의 육체를 살폈다. 짬타이거와 비슷한 체격을 가진 캐릭터로 흑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임 캐릭터들의 피부색과 헤어스타일 등은 쉽게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레벨은 40 남짓이었다.
헬 코인으로 증폭된 일반인의 능력을 감안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확실히 만렙보다 둔한 느낌이로군.’
원기는 리베로를 유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소동을 벌여서 리베로들을 유인하겠어. 희연과 카즈키, 리디아는 그 틈에 내부에 진입해서 열두명 모조리 탈락시켜.”
희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큰 캐릭터를 사용하는 원기는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전사였다. 지키기보다는 서로 등을 맞대고 싸워볼만했다.
“카즈키. 탈출하고 나서 10분 동안은 싸우지 않고 흩어지는거야.”
“물론이지. 걱정하지 마. 희연은 마지막 트로피니까.”
희연이 주어진 작전을 완벽하게 실현하려고 든다면, 카즈키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임기응변을 통해서 가볍게 실행시키는 타입이었다.
원기는 두 사람을 믿고,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양 팔에는 큼직한 건틀렛을 장비했다. 그리고 전신을 갑옷과 투구로 감쌌다. 중세 기사보다는 파워드 슈트 같은 형상이라 위화감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이지만, 유인 작전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좋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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