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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97화 (397/497)

397화 예기치 못한 혼란

“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오른 손등을 확인하라는거 말이야. 워싱턴 기념비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는 건 이해가 가는데, 손등을 확인하라는거 말이지.”

“모르지. 테러리스트들이 뭔 미친 짓을 하는지.”

“그래도 좀 이상한 것 같아. 정확히 12시 정각에 경찰들의 손등을 다시 확인한다는 거 말이야.”

“난 그보다는 저 군부대가 신경쓰이는군. 너무 경비가 엄중한 것 같지 않아?”

“그도 그렇군. 소문으로는 예의 특수부대도 나온다는 것 같은데?”

“리베로라면 저기 눈에 보이는데?”

“아니, 리베로 말고 초능력자로 만들어진 특수 부대라는군. 군 소속 ESP부대와 경찰 소속 ESP부대가 있다더군.”

“그런 멍청한 소리를 믿고 있냐? 하긴 저 리베로라는 물건들을 보면 믿고 싶어지기도 한다.”

경찰 기동대 소속 경관 잭은 도로를 돌아다니는 리베로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훗, 난 이번에 다이아몬드 리거가 되었다. 조만간 특채될 지도 몰라.”

“호오. 대단하군.”

잭은 파트너 마이클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감탄사를 냈다. 블러드 라인 2에서 리베로를 통해서 하는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리베로 조종자로 발탁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도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실버 리거에서 좌절한 잭은 마이클을 새삼 다시 봤다.

“그건 그렇고 정말 삼엄하군.”

“정말이야. 마치 전쟁이라도 벌일 듯한 태세인걸. 조금 있으면 정오로군.”

워싱턴 기념탑의 가까이에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이 존재하고 있었다. 워싱턴 기념탑이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큰 문제였다.

워싱턴 시내 곳곳의 빌딩 위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되었고, 공격 헬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헬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곧 12시군. 자네 오른 손 보여주게.”

“나참, 이런 걸 꼭 해야 하는건지.”

잭이 장갑을 벗어서 파트너인 마이클에게 보여주는 순간, 갑자기 도시 한 복판에서 폭음이 울려퍼졌다.

그들은 당황해서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살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저, 저걸 보게. 말도 안돼.”

마이클이 가리킨 방향을 본 잭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2미터쯤 되는 거구의 사내가 경찰들을 상대로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방패라고 봐도 무방한 큼지막한 건틀렛을 끼고 경찰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스치기만해도 온 몸을 떨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 사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맨이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난동을 부리는 폭력배들을 다수 경험해 본 잭은 상대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블러드 라인의 경우, 인간의 한계치에 가까운 능력은 레벨 30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 레벨 30은 엄밀히 말하면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치라고 할 수 있었다.

역도선수의 근력과 단거리 주자의 순발력, 마라토너의 지구력 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인간의 단련에는 한계가 있다. 지나친 근육은 때로 운동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은 레벨 10, 운동선수는 레벨 20 전후의 능력치가 평균적이었다. 그리고 레벨 40의 캐릭터는 충분히 괴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미국 경찰들답게 경찰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괴인에게 즉각 총기를 사용했다. 권총들뿐만 아니라 산탄총과 저격총들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괴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놈은 방탄복을 입고 있다. 마치 슈퍼 빌런 같다. 지원 바란다!”

순식간에 시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경찰들을 상대로 난동을 피우던 괴인이 갑자기 지하철 역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베로가 도착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형 리베로였다.

“이런 도망쳐 버렸군.”

[걱정하지 마. 놈은 깊이 도망칠 수 없어. 입구 계단에 숨어있을거야.]

해리엇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 헬이 벌인 게임의 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지하철은 지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계단을 얼마 내려가지 못해서 제한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놈은 독안에 든 쥐야. 쥐를 잡는다고 생각해.]

해리엇의 말에 스티븐은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 말대로 였다. 리베로와 인간의 덩치 차이를 생각한다면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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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잘못했군.’

원기는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하 1층이라고 하지만, 그 범위는 생각보다 좁았다.

“꽤 아프긴 아프군.”

그는 온 몸을 툭툭 털었다. 몸에 쫙 붙은 옷은 마치 바이커용 라이딩 슈트와도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재질 자체는 꽤 특수했다. 천연소재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미 여왕이 짜낸 실로 만든 특수 섬유라서 신축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극도로 질겼다. 원기의 이능 신체 강화와 결합된 덕분에 저격총의 강력한 탄환도 튕겨낼 정도였다.

‘하지만 리베로에게 통할 리는 없겠지.’

원기는 미국의 신형 리베로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평균적인 인간의 움직임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인용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좀 더 전력을 끌어와야겠지.’

원기는 틈을 보면서 기다렸다. 돌격소총을 든 군인이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순간, 원기는 양손의 건틀렛으로 전면을 가드하면서 뛰어들었다. 갑작스런 돌진에 당황한 상대는 총을 난사했지만, 대부분 건틀렛에 맞아서 튕겼고, 원기는 상대를 그냥 번쩍 들었다. 굳이 제압할 필요도 없이 그를 옆으로 들자 좋은 방패가 되었다.

‘덮어놓고 쏘진 말아야 하는데.’

원기는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총알이 빗발치지는 않았다.

건틀렛 자체도 방탄섬유로 감싼 스펀지로 만들어져 있어서 권투 글러브처럼 충격은 좀 주지만 치명상은 안입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 덕분에 스턴건에 맞은 것처럼 거동이 불가능해지게 만들었다.

원기는 재빨리 사내를 던지고 리베로의 발치를 피해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건물 벽을 뚫고 돌진해서 건물 반대편으로 뛰쳐 나갔다. 리베로에 대한 확실한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기의 이런 대처에는 스티븐과 해리엇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슬슬 돌입했으려나?’

원기는 워싱턴 기념탑 쪽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돼! 어찌된거지?”

원기가 바라본 워싱턴 기념탑은 쓰러지면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대량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모습이었다.

희연과 카즈키의 짓은 아니었다. 조제성이 꾸민 일도 아니라고 보았다. 이런 혼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거지요?]

원기의 메시지에 조제성이 곧 응답해왔다.

[지금 누구의 짓인지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현자회일 가능성도 있고, 중국과 러시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복수여단에서 테러 성명이 올라와 있습니다.]

[복수여단? 그런게 실제로 존재했던 건가요? 미국이 날조한 것 아니었어요?]

[예. 미국이 날조한 정보입니다만, 그걸 역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성 탐사선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승무원들을 태웠지만, 이번 헬 게임에서 미국은 자국 6명과 중국 러시아를 뺀 여섯개국만을 받아들였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견제이기도 했지만 여섯개국 조차도 불만을 가질만한 분배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현자회였다.

잠적하기로 결정한 집단은 헬 여신을 광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것이 바로 헬 코인이었다.

헬 여신의 신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넘길 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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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놈을 잡아야겠군요.”

스티븐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듯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범상치 않아. 이대로는 농락당할거야.]

“별 수 없지요. 리미터를 해제하겠습니다.”

[좋아. 기체 상태 점검은 네게 맡길께.]

시사라 엔진을 장착한 리베로는 엄청난 성능 향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인간의 움직임을 넘어서 엘프의 움직임에 가까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엘프 출신 정령들 조차도 밸런스를 못맞출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는 관절과 골격에 엄청난 충격과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성능에 제약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리미터였다.

원기는 갑작스럽게 빨라진 리베로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걷어 차였다. 신체 강화를 사용한 덕택에 즉사는 막을 수 있었다.

밟히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원기는 건물에 부딛쳐서 전신이 쑤셔왔지만, 필사적으로 냉정을 회복하려고 했다. 시내 이곳 저곳에서 폭음이 들려오고 난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기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해리엇이 원기의 앞에 버티고 섰다.

“능력자들은 즉결 처분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스티븐의 말에 해리엇은 리베로용 샷건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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