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99화 (399/497)

399화 헤비 리베로

“전투기들은 어찌 되었나?”

“곧 전투 공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라이트닝 2가 출격한 상태였다. F-35E 블록 42타입의 전투기는 현재 완전한 미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정착된 상태였다.

무장창의 확대와 엔진의 개량으로 인해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투기로 환골탈태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무장창 오픈합니다.”

파일럿은 그렇게 말하며 무장창을 여는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워싱턴 시내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그가 탄 라이트닝 전투기가 폭발했다. 레일 건에 관통당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무장창을 열어서인가?”

“아닙니다. 무장창을 열기 전에 당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스텔스를 탐지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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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격추 확인, 상대는 혼란에 빠진 듯, 탐지가 불가능합니다.]

“칫, 고작 한기만 격추한 건가.”

“걱정하지 마라. 곧 제정신을 차릴거다.”

전쟁 통에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저격수 소년, 그가 각성한 능력은 살기 감지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현자회에게 들통이 나면서 죽음을 당했고, 망령이 되어 리베로의 조종 컴퓨터가 되었다.

감정이나 이성의 부분은 모두 박탈되어 단순한 생체 컴퓨터화 되어 있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아군에 대한 살기 탐지였다. 그것을 이용해 그는 저격수를 사냥하는데 탁월한 능력으로 ‘SS’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다.

라이트닝의 조종사가 가진 공격의지를 포착한 것이었다.

드론을 비롯한 무인병기에는 통용되지 않지만, 유인병기에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다.

“공격을 재개한다. 모든 편대는…”

공격을 결심한 편대장은 그 순간 날아온 레일건에 관통당했고, 다른 기체들도 차례차례 죽어갔다.

“이런 편리한 능력이 다른 기체들에게도 있으면 좋은데 말이지.”

SS를 탑재한 1번기의 파일럿이 입맛을 다셨다. 살기 감지는 유용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수의 적들이 있는 난전에서는 조금 쓰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1번기가 공중을 저격하는 것은 그때문이었다.

[적의 공격이 날아옵니다. 착탄!]

전차의 포격이 날아왔다. 여전히 미국의 주력 전차는 에이브람스였다. 드론을 이용한 전투가 중심이 되면서 주력 전차의 개발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

리베로를 상대하기에 가장 뛰어난 무기체계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활강포는 리베로의 방패에 맞고 도탄되었다.

10톤에 이르는 특수 실드 덕분이었다.

그 결과를 확인한 미군 전차와 부대원들, 보고를 받은 사령부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존 리베로의 중량은 5톤에서 7톤 사이였다. 리베로 엔진을 탑재해서 겨우 10톤급의 중량급 리베로가 탄생했다.

그것을 고려한다면, 전차포를 막을 만한 장갑판을 들고 움직인다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30미터급 시사라의 엔진을 장착한 신형은 본체 중량만 30톤에 달했다. 미칠듯이 날렵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방호력과 강력한 방패를 지닐 수 있었다.

땅에 지지하고 전차의 방향에 맞춰 비스듬히 세워진 방패는 주력 전차의 포를 막을 수 있는 힘을 발휘했다.

“레일건 발사해.”

망령기의 경우, 정령과 달리 파일럿과 정신적 연결이 없기 때문에 말로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파일럿이 취하려는 행동을 설명함과 동시에 조종간을 움직여서 지시를 내리는 이중 체계였다.

[도탄되었습니다.]

“터질 때까지 쏴!”

리베로용 레일건은 탄체가 가볍고 속도에도 한계가 있어서 전차를 관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데미지를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전차의 외부에도 센서를 비롯해서 약한 부분들은 다수 존재했다.

레일 건이 연신 불을 뿜었고, 그중 한발이 포신 내부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전차가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리베로 부대를 인명 구조에서 전투로 돌려! 적의 헤비 리베로 3기를 격파한다. 최우선 목표다! 전술 교도대 측에도 그렇게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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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냐? 연하야. 우선 적의 헤비 리베로들을 해치워달라는구나.”

“알겠어요.”

연하의 리베로는 활강 능력을 갖춘 날개와 압축 가스를 이용한 로켓, 그리고 윈치가 장착된 작살들이 존재했다. 시내에서 빌딩과 빌딩 사이를 이동하기에 이상적으로 되어 있었다.

연하는 재빨리 공중에서 이동해서 빌딩 뒤에 숨어서 저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충격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SS가 연하의 공격의지를 감지해서 저격한 것이었다. 빌딩의 철골을 거치면서 빗껴나간 덕택에 어깨가 부서지는 것으로 끝났다.

윈치에 매달린 연하는 땅에 착지하는데는 성공했다.

“대체 어떻게 한거지?”

장수한은 당황했다. SS의 탐지 시스템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 힘들었다.

조제성은 느긋하게 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차피 급박하게 벌어지는 교전에 낼만한 지시는 없었다. 그는 그보다 적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어이가 없군. 정말로 헬 여신의 신관을 노리는 건가?’

조제성은 적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키고도 남을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데 목표는 헬 여신의 신관이었다.

“러시아나 중국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증거나 자료 같은 건 없나?”

조제성의 질문에, 장수한의 옆에서 나이트 엔젤들과 연락하고 있던 엘프 엘레니아가 고개를 들었다.

“없습니다. 전원 아랍계통으로 보입니다. 목소리에서도 아랍 억양 외에는 독일계와 프랑스계의 억양이 들렸다고 합니다. 전원 교신에 영어를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음이나 돌발적인 탄성, 욕설 등에도 독일어와 프랑스어 외에는 러시아어나 중국어 등은 엿볼 수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조제성은 이 워싱턴 습격 사건 배후에 강대국이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사실은 직감하고 있었다. 사안 자체가 너무 무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대국이 연루된 흔적이 없다면, 3차 세계대전까지는 안갈 수도 있었다.

미국이 보복을 하지 않을리는 없겠지만, 미국 역시 드러난 증거가 없다면 굳이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는 짓을 벌이지는 않을 터였다.

3차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핵발전소들만으로도 충분히 재앙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지만도 않은가.’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인류 규모의 재앙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돌연변이가 발생하거나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은 있었지만, 인간의 남획이 줄어들면서 되려 물고기의 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사능 섭취로 인간의 수명이 수십년 줄어들 수 있지만, 어차피 야생에서 기대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간의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20년도 살지만,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3년 안팎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인간이 잡지 않음으로 인해서, 되려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개체수도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이다.

인간은 방사능보다 자연에 더 무서운 공해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성역이 있으니.’

후쿠시마 연구소에서 테스트 해본 결과로도 성역 안에서 방사능의 영향은 거의 무시해도 좋았다. 회복력 증진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성역의 범위는 지구 규모를 덮을 정도로는 불가능했다.

인간이 사는 범위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 분명했다. 그걸 생각한다면, 핵오염이 심각해진다면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살육전이 벌어질 것이었다. 오딘과 로키 등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성역의 범위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수천년을 지내온 아스가르드조차 성역이 완전히 덮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조제성은 위성 사진과 적들의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서, 적들의 의도를 읽어 나가고 있었다. 헬의 신관이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더욱 탈출을 기도할 것이 틀림없었다.

‘놈들이 게이트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걸 가정하고 살펴보자.’

조제성은 텔레포트 게이트가 아니고는 탈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베로들에게 쓰인 시사라 엔진들은 쉽사리 포기할 만한 물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40톤급 중량을 가볍게는 아니지만 거뜬히 움직일 수 있는 출력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현자회가 학살을 즐기는 놈들이라고 해도, 인명은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종청소나 분쟁으로 인해서 매일 천명씩 죽어나간다면, 천명을 확보하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규모를 이천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수고가 소요되는 것이었다.

조제성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고려한 결과 세곳의 포인트를 찝어낼 수 있었다.

‘저 세 곳 중 하나이거나, 세 곳 모두일 수도 있겠군.’

조제성은 지도상의 한 포인트를 눈여겨 보았다. 그라면, 가장 강력한 전력을 배치해 둘 포인트였다.

‘대체 뭐가 나올지 기대되는군.’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고민은 헬의 신관을 넘겨줄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헬의 신관 열두명 정도 넘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희연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표나지 않게 서서히 잠식해 들어갈 수 있었다.

제성의 말발이 신탁의 형태로 전해진다면, 그들은 놀아나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도를 차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헬 여신의 신관직을 얻기 위해서 몸이 달아오를 터였다.

그것을 이용해서 또 다른 장소에서 신관 뽑기를 행하면, 현자회는 미끼에 걸릴 것이고, 미국의 보복을 접하게 될 것이었다.

‘현자회의 힘이 딸리면 곤란한데.’

조제성은 현자회를 걱정해 주기 시작했다. 지휘에 정신없는 장수한이 흔히 말하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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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리베로의 레일건 삼문의 경우 빌딩을 뚫고 거침없이 날아왔다. 다행히 주변의 리베로들이 사용하는 레일건들은 그정도 위력은 없었다. 미군과 전술교도대가 사용하는 스탠다드 리베로가 가진 실드로도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괜찮은거야?”

원기는 다시 합류한 연하를 보며 물었다. 리베로의 특성상 팔 다리의 교체는 다른 리베로들을 통해서 빠르게 이뤄졌다.

“문제는 없어요. 비행 파츠는 여분이 없어서, 높은 곳에서 공격하는 건 무리에요.”

세대의 묵직한 리베로가 요새처럼 버티고 있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레일건의 연사로 건물을 뚫고 공격해 올 수도 있었다.

그 공격에 대부분의 미군 리베로들이 박살났다.

“일거에 공격해 들어가는 수 밖에 없겠어.”

원기는 결단을 내렸다. 전술 교도대로서 참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레이야 아바타와 꼭 닮은 게임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령과 싱크로해서 리베로를 조종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특성은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돌격!”

원기의 지시와 함께 미군의 잔존 리베로들과 원기, 희연, 카즈키의 리베로들이 뛰쳐 나갔다.

“일제 사격!”

기다린 듯이 레일건 탄환들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그리고 그 탄환이 빗발치는 속을 원기가 앞장서서 뛰쳐나갔다. 화약무기 없이, 양 손에 큼직한 건틀렛 형상의 방패를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서 탄환을 튕겨냈다. 원기의 특기인 방어 능력은 이 상황에서도 여실히 발휘되었다.

그리고 원기가 가린 그 뒤를 희연과 카즈키가 뒤따랐다.

“이거 완전 제트스트림 어택이네.”

카즈키는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헤비 리베로의 레일건이 원기를 향해 날아왔다. 원기는 그 포구가 자신을 겨누는 순간,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피할 수 없어. 아니 피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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