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02화 (402/497)

402화 헬의 신탁

[나 복수의 여신, 헬이 새로운 내 종들에게 알린다.]

헬 여신의 신탁에 새로운 신관들은 귀를 기울였다. 신관이 되었다는 것이 가져올 잇점과 짊어져야 할 위험요소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죽음의 여신이 아니다. 죽음은 만민에게 평등한 것,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나는 복수의 여신이다.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을 용서치 않는 복수자이다. 치유의 손길을 뻗는 자애의 신도 아니다. 내게 자비를 기대하지 마라.]

헬 여신의 신탁은 신관들의 입에 미소를 띄우게 만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평등도, 자애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들이 진정으로 저주하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내게 고하라. 그대들이 바치는 수명만큼, 그들의 영혼을 내 지옥에 가둘 것이다. 죽이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직접 죽여라. 죽음 이상의 것을 내게 구하라.]

헬 여신의 신탁이자, 선언은 동요를 불러왔다. 죽음 이상의 것을 약속한 헬의 선언은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기쁨이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곤혹 그 자체였다.

“역시 헬 여신님 답군요.”

현자회의 가장 강력한 일파이자 강경파인 흡혈귀 일족들은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들은 죽이고 싶은 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죽일 수 있었다.

진정한 증오를 지닌 자들은 죽이는 것만으로 만족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복수자를 자처하고, 자신의 수명으로 상대를 저주할 수 있게 해준 헬 여신의 약속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헬 여신은 지배자이지, 적선자가 아니었다.

[너희들은 신관이다. 신자들을 모으고, 그 생명을 내게 바쳐라. 그 일부를 너희들이 사용하도록 해주겠다. 나는 복수의 여신이다. 복수는 결코 정의가 아니다. 나는 증오의 여신이자, 질투의 여신이다. 스스로의 몸을 사르는 순수한 증오와 질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에게 길을 열어주겠다.]

“저런 소리를 듣고 헬을 믿고 싶어질까요?”

장수한은 희연의 신탁을 들으면서 의아한 듯 한마디를 던졌다. 원기는 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저는 왠지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원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프레이야 여신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원기는 살짝 당황하면서 말을 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그런 게 아니고, 대가 없이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이 왠지 설득력이 있어서요. 저도 무언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랐지만, 동시에 그런 형편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원기의 말에 장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궁지에 몰린 이들이나, 원한과 증오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헬의 메시지는 그야말로 복음일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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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쪽으로 난리가 났군.”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상 못한 쪽으로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다행이라고 해두세. 적어도 정부에게 책임이 돌아오고 있지는 않으니.”

워싱턴을 습격한 테러리스트들의 등장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도심의 피해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쏠렸다.

바로 용의 등장이었다.

워싱턴을 습격한 테러와 동시에 등장해서 전투기들을 격추시키고 사람들을 번개로 죽여버리고 하늘을 날아서 바다로 사라진 드래곤의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종교적인 쪽으로 끌어들였다.

사람들은 이 용이 레비아탄인지,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인지 관심을 가졌다.

‘바빌론의 창녀’가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도 돌았다.

프로테스탄트의 국가 미국에 있어서는 종말을 나타내는 표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고는 하지만, 테러보다는 재해 수준으로 인식했다. 바로 번개를 쏟아부은 용의 모습 때문이었다.

“헬 여신의 등장이라고 했지. 그녀야말로 세상의 멸망을 불러올 바빌론의 창녀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각하. 그런 말씀은.”

“일단 바티칸 측에 연락을 넣어보도록 하세.”

“바티칸입니까? 바티칸은 이런 문제에선 손을 완전히 뗀 것으로 압니다.”

비서관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마법에 손을 댄 현자회를 악의 조직으로 간주하고 싸워온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의 범죄 행위로 간주되면서, 교회는 뒷 세계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국가의 공권력에 맡기기로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비밀 결사들은 교회와 관계를 단절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는 자신들의 정의를 관철시키려다가, 이단으로 단죄받고 처단당한 경우도 있었다.

“템플 기사단의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바티칸으로 알고 있네. 현 시점에서 민심을 안정시키는데에는 바티칸의 힘이 필요해. 어둠을 올바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빛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

“알겠습니다.”

“헬 여신이라. 확실히 위험하군.”

테러리스트들은 증오의 화신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증오를 토해내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헬 여신에게 매달릴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 면에서 빛으로 어둠을 상대하고자 하는 판단은 현명한 판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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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주연이 용이라면, 조연은 단연 초능력자들이었다.

리베로들에 대한 것은 의외로 가볍게 묻혀져 버렸다.

시사라 엔진을 장착한 리베로들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무시할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사람들이 만화영화나 영화에서 보던 로봇의 수준을 넘었다고 보기엔 부족했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광선을 난사하는 로봇들에 비하면, 점프도 변변하게 못하고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리베로들은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사람들은 이미 나이트 엔젤들의 활동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트 엔젤의 파워드 슈트를 ‘과학적 산물’이라고 믿고 있었던 이들에게 리베로의 성능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트 엔젤과 전투를 벌이는 초능력자들의 모습은 놀랍기 짝이 없었다. 마치 아이언맨과 초능력자가 전투를 벌이는 듯한 연출이 벌어졌다.

게다가 명백히 미국을 위해서 일하는 듯한 초능력자들의 모습도 다수 찍혔다. 염력을 사용하거나, 건물 사이를 맨몸으로 도약하면서, 파워드 슈트를 입은 나이트 엔젤들과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수많은 스마트폰들이 동영상을 찍어댔고, 그 결과 많은 영상들이 동영상 사이트에 넘쳐났다.

용의 등장과 초능력자들의 등장, 사람들의 이목이 한데 집중되도록 만드는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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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말이야, 교통사고와 같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지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손해를 보게 되는 거야. 자네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사람을 치어 죽였다고 생각해 보게. 자네도 억울하지만, 피해자는 더 억울하겠지.”

“그런 겁니까.”

“그래. 사고를 일으킨 피해자와 말려든 피해자가 있을 뿐이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건 아니지. 그런 면 말고도 교통사고와 비슷한 면이 있지. 뭔지 알겠나?”

“글쎄요. 둘 다 피해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하지만 교통사고로 이익을 보는 이들이 없진 않아. 바로 견인차와 보험회사지.”

“그건 그렇군요.”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게 최선이지. 그리고 일어나게 된다면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거야. 전쟁을 일으키는 자도 어리석고, 침략당하는 이들은 더 어리석지.”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긴 합니다만…”

“당연한거야. 세상엔 어리석은 자들이 넘쳐나니까 말일세. 그리고 어차피 어리석은 자들이 사고를 낸다면, 보험회사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게 현명한 선택이 되는 거겠지.”

조제성은 장수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옆눈으로 박승희를 흘낏 쳐다보았다. 박승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의 플랜은 타당합니다. 다만 자금 투입 부분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초능력자 훈련기관의 설립비용입니다.”

워싱턴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역시 프레이야 진영이었다. 시사라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리베로와 레일건의 존재로 인한 것이었다.

정령 없이는 리베로라는 물건은 쓸모없다고 여겨졌지만, 서펀트(이무기)급 시사라의 출력을 가지면, 전차를 능가하는 병기가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드래곤 급 시사라의 엔진을 장착한다면, 전략병기 급의 성능을 가진 리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가들의 판단이었다.

문제는 샐러맨더급 엔진은 인간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지만, 서펀트 급이나 드래곤 급은 현자회나 프레이야의 마도, 혹은 신성 기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리베로에 대한 투자가 각 나라별로 대폭 상승하면서, 서펀트급 시사라 엔진 혹은 서펀트급을 키우기 위한 먹이 등의 수요도 늘어난 상태였다.

추가로 초능력자들의 존재였다.

백악관을 비롯한 각국 대사관들에는 각 나라의 주요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대피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독가스에 가까운 화학 가스들이 사용되었다.

그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은 프레이야의 신관들과 초능력자들이었다.

각국에서 소유한 초능력자들은 프레이야의 신관들의 축복을 통해서 초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신관들의 신성력과 치료의 힘, 그리고 초능력자들의 활약이 각국 고위 관계자들의 앞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로 인해서 각국에서 초능력자들을 양성하고 훈련시키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프레이야의 성직자를 유치하는데에도 힘을 쓰게 되었다.

‘모험이 성공했군.’

초능력자들을 근절시키고 박해하는 쪽으로 흐를 수도 있었지만, 조제성의 의도대로 각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초능력자들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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