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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03화 (403/497)

403화 가면 무투회

“세상은 참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욕합니다. 형님. 저도 욕나오는군요.”

“하지만 사실이야. 그 때문에 골치가 아프군.”

조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제성의 경우 100원의 수익을 기대했을 때 1000원의 수익이 나왔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이 아니었다.

수익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어리석은 이들만이 좋은게 좋은거라고 자처하며, 생각하기를 게을리하는 것이었다. 조제성에게 있어서 계획은 딱 맞아 돌아가야 이상적인 것이었다.

“단기적으로 결과가 좋다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 오히려 재앙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아.”

“흠, 그런가요?”

“자네가 알기 쉽게 설명하면, 닭집을 차려서 예상외의 성공을 했다고 해보게.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뒤쫓아서 닭집을 차리는 이들이 생기겠지. 그리고 가까운 곳에 대기업의 체인점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고 말이야. 그리고 열광적인 팬들은 생각보다 무섭네. 빨리 식기도 하고, 자신들의 이상을 강요하기도 하지. 혁신을 보여준 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욕하는 이들도 열광적인 팬들의 한 모습이야. 단기적인 성공이 반드시 훗날에도 이롭다고는 할 수 없어. 그게 문제야.”

“아, 그거 알 것 같네요. 제가 예전에 하던 게임이 그랬지요. 초반에 잘나가는 게임에서 의외로 역전이 잘나오더군요. 탱커도 킬딸을 하려고 딜템으로 가고, 정글러도 딜로가고 죄다 딜로 가다가 나중에 한방에 훅가더군요.”

“킬딸? 정글러? 그냥 그렇다고 해두세. 단기적 성공은 사람들이 자신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

조제성은 한숨을 쉬었다. 무사히 프레이야 진영이 현세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장기 계획의 상당부분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의 계획에는 이렇게 빠르게 현실 세계에 발을 뻗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현실세계가 오딘에게 침습을 당하면, 잘라버리고 후퇴하는 쪽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우주 개발에 상당 자원을 퍼부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긴 많았지.’

프레이가 멋대로 블러드 라인에 들어와서 사로잡힌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덕분에 헬과 펜릴까지 노획했다.

프레이의 마도 지식과 헬, 펜릴의 신성은 예상치 못한 큰 행운이었다.

조제성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행운을 포기하는 쪽은 아니었다. 다만, 행운을 받아들임으로써 생길 여파를 고려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기회를 살리는게 좋겠지.”

“그럼, 천하제일 무도회를 열게되는 겁니까?”

“그 이름은 쓸 수 없겠지만 말이지.”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시사라의 등장은 조제성의 계획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정령의 활용으로 2족보행 병기가 조금 쓸만해졌다면, 시사라는 다족 보행 병기를 압도적인 병기로 재탄생시켰다.

시사라 엔진의 고출력을 유효하게 활용할 병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투기는 제트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었다.

이온 제트 엔진이라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추진재당 추력 효율이 좋을 뿐이었다.

전차의 경우에는 분명한 이득이 있었다. 하지만, 최고 속도에는 구조적 제한이 있었다. 캐터필러를 이용하기 때문에 파워가 넘치면 헛돌게 되는 것이다.

몇몇 국가에서는 초도급 전차라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잠수함과 항모 등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전투 능력의 급격한 향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리베로는 그런 면에서 정령과 시사라라는 두가지 신기술이라고 할지 신소재의 등장으로 큰 혜택을 보게 되었다.

정령의 제공은 그런 면에서 강대국들과 손을 잡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다만 그 문제가 있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

모든 나라와 공평하게 손을 잡는다면, 모든 나라를 적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조제성의 선택은 타당한 것이었다.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쪽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기감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었다.

헬의 힘에 관심을 과도하게 보인 것도 그때문이었다.

‘헬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게 손을 댈 필요가 있겠지.’

워싱턴 사태는 예측 이상의 사태였지만, 꽤 좋은 일이기도 했다. 우선 미국이 미리 준비한 이들 가운데 헬의 신관이 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워싱턴에 있던 미국인 두 사람이 헬의 신관이 되는데 그쳤다. 그리고 초능력자들의 존재가 아주 좋은 형태로 세간에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미국에 소속된 초능력자 부대들이, 인명 구조를 위해서 활약하는 모습과 테러 조직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 결과 조제성의 계획 중 상당수가 의미를 상실했다.

레이싱 팀을 운영해서 엔진 기술을 손에 넣고 드워프들을 훈련시킨다는 계획이 그 가운데 하나였다.

최신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손에 넣기 힘들거라는 판단이었지만, 리베로를 통해서 상당히 강력하고 효과적인 군용 병기 기술을 대부분 손에 넣은 것이었다.

리베로 소체 생산과 개발은 여전히 프레이야 진영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어차피 정령칩의 문제로 프레이야 진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미국은 우호라는 형태로 프레이야 진영을 속박하는 방법을 취했다.

덕분에 리베로에 사용될 수 있는 고급 기술들과 데이터들이 꽤 많이 확보되었다. 모든 나라에 소체가 제공되지만, 각국가의 기술 감독 하에 생산되는 형태였다.

덕분에 자동차 레이싱은 큰 의미를 잃었다. 물론 사업을 접지는 않지만 다른 사업에 비중을 두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그렇습니다. 안전 문제도 해결 중입니다.”

초인대전, 초능력자들이 대결을 벌이는 것을 생중계로 보여주는 계획이었다. 미국 및 다수 국가들의 동의를 받은 상태였다.

자국민의 초능력자 각성을 유도하고, 초능력자를 훈련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미국인들 가운데에는 유명 슈퍼히어로를 닮은 능력자들이 나왔다. 특히 벽에 달라붙는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 제법 있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스파이더맨을 흉내내서 벽을 기어오를 수는 있지만, 전투에 활용하기는 쉽지않았다.

어설픈 흉내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팔만 강화되면,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나 다리가 못받쳐주는 문제도 생기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강한 이능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이능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벽에 붙는 능력자는 미국에 주로 발생했고, 그 외의 국가에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문화적 아이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에 주로 나타난 능력자들은 투명인간인 경우가 많았다.

야한 상상을 했다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경향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능의 특성상, 원하는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그런게 존재하는지도 모르면, 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좋은 가방이 있어도, 그 가방에 대해서 모르면 사려고 들지 않는 것과도 같았다.

다양한 능력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능력을 발견하면 각성 확률이 높아졌다. 엑스칼리버처럼 고의적으로 위기에 몰아넣어서 각성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진정으로 원해서 만들어지는 각성자들의 능력이 더 강한 것은 틀림없었다.

아더의 엑스칼리버가 다른 모든이의 엑스칼리버보다 가장 강력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다만 공격력에서는 희연의 능력이, 유연성에서는 카즈키의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초인 대전용 무기입니다만, 무기 아이템으로 고려중입니다.”

“아이템이라고?”

“예. 블러드 라인에서 사용되는 무기들을 사용하는 겁니다.”

“그건 괜찮은 아이디어일지 모르겠군.”

조제성은 장수한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 아이템들은 HP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제 사물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외면당했다.

“하지만, 승부는 가릴 수 없을텐데?”

“전신 가죽옷을 입히는 겁니다. 방어구 자체에는 HP가 없지만, 내구도가 있습니다. 무기에는 내구도에 미치는 데미지가 따로 설정되어 있지요. 그걸 이용해서 내구도를 HP대신 사용하는 겁니다. 고렙 공격템으로 저렙 방어템을 공격하면 의외로 시원하게 깨집니다. 방어템이 부서지면 패배로 결정하면 됩니다.”

“역시 자네로군. 하지만 문제는 더 있지 않나? 무기나 방어구는 내가 알기로는 게임 캐릭터가 쥐고 있지 않으면 사라질텐데?”

“사실 그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상점 모드입니다.”

“상점모드?”

“예. 가상현실 게임이라서 캐릭터가 좌판을 벌이면, 유저들이 집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인벤토리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쥐고 흔들어보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무기를 시험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방어구는 부서진다고 하지 않았나?”

“아, 테스트한 무기는 상점 주인에게 돌려주면 원상복구가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숴볼 수도 있게 되어있습니다. 심판을 게임 캐릭터가 하면서 동시에 좌판을 벌이는 겁니다. 그리고 좌판의 아이템을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게 되는 거지요. 좌판의 아이템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약 30미터입니다만, 심판 주위로 30미터가 되는 셈이지요. 제법 넓은 범위가 될겁니다.”

“심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상상으로 무기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자라고 하면 됩니다.”

“그거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조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완전히 게임 세계에 푹 빠진 상태였다. 그가 게임 세계의 신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을 터였다. 덕택에 블러드 라인 게임의 달인인 장수한과는 대화도 잘 통했다.

장수한의 두뇌역시 비상한 편이라, 프레이를 이용해서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제성이 주어진 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두뇌라면, 장수한은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구현해가는 두뇌라고 할 수 있었다.

현실가와 몽상가의 조합은 프레이야 진영을 지지하는 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조제성에게 리디아와 박승희가 있다면, 장수한에겐 오덕들과 프레이가 있었다.

‘초인 무투회’라는 이름의 이 경기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카즈키의 기대대로 그녀는 희연과 시범경기 겸 일차전에서 대결하게 되었다.

원기는 물론이고 연하와 레이니 등도 참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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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발상이군요. 모든 참가자들은 복면을 한다니.”

원기는 대전 참가자들을 위한 슈트를 입었다. 라이딩 슈트, 혹은 잠수복과 비슷한 물건으로 아티팩트였다.

공격용 아이템은 참가자를 해치지 못하지만, 이능 자체로 공격을 받거나, 맨몸으로 공격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격템이 방어템을 때리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공격템이 인체는 통과하지만, 방어템은 통과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런 면에서 사용자를 보호해주는 아티팩트는 필요했다.

“각국의 대표들은 대부분 각국에서 비밀리에 키우는 초능력 전투원들이나 첩보원들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모두가 정체를 감추고 코드명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초인 무투회’이자 ‘가면 무투회’인 것이지요.”

“게임 캐릭터로 참전하는건 좀 미안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 무투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훗날 에인페리아들과 일선에서 싸울 이들입니다. 그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 뿐입니다. 절대적 강함을 가르쳐주고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도록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제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프레이야측 참가자들은 만렙 캐릭터로 참가하도록 했다. 이능을 사용하는 만렙 캐릭터라고 한다면, 이능을 사용하는 에인페리아와 대등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워싱턴 참사 후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된 리베로 리그에 더불어 초인들의 존재를 공식화하고 ‘가면 무투회’가 개최되면서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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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정, 세계수의 수액. 모두 무시무시한 물건이로군.”

“그렇습니다. 프레이야는 이것들을 악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이 기술이 악신들에게 넘어간다면, 어찌될 지 모릅니다.”

“그렇군. 혈정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 되겠지.”

템플 기사단의 수장이자 아크 엔젤로도 불리우는 오드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아스가르드에서 전투에 승리하면 점령한 지역의 세계수를 빼앗고 거기 담긴 에너지를 흡수하고 아티팩트의 재료로 삼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혈정은 의미가 달랐다. 현자회가 주술과 과학기술을 결합시켜 만들어낸 끔찍한 악몽이었다.

오딘이나 로키를 비롯한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손에 넣게 된다면 그들은 학살을 통해서도 힘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믿는 자들의 정신에너지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강제로 죽여서 신들의 에너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이었다.

비슷한 기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자회의 기술은 극히 효율성이 높았다. 흡혈귀나 늑대인간들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생명력의 일부를 섭취하는 것과는 달랐다.

세계수가 유정이라면, 인간은 오일샌드와 같았다. 석유를 품은 모래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활용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혈정 기술은 이와 비슷했다. 아니, 고도로 농축된 인간의 생명은 세계수의 수액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프레이야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헬 여신의 신관들은 결코 이 세상에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드는 결단을 내렸다. 역사의 뒷편에 모습을 숨기려던 템플 기사단은 다시한번 성전을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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