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화 무투회
초능력자들에 의한 배틀 대회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가져왔다.
초능력에 대한 것을 믿지 않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었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훔치러 올 수도 있는 초능력자들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을 수 밖에 없었다. 일반인들이라면, 해킹 대비나 정전 대비 같은 것을 하지 않지만, 부자들은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기 위해서 폭발물등과 정전 등을 이용하는 무력집단의 강도 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진정되었다.
국가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초능력 탐지기였다. 원기와 조제성이 프레이를 통해서 개발을 부탁한 장치였다.
이능이 발동되면, 그것을 탐지하는 장치였다. 어디에서 언제 어떤 이능이 어떤 파장으로 발동되었는지 탐지해서 세계수에 연동된 컴퓨터로 데이터화시키는 장치였다.
다른 능력자들은 불가능하지만, 프레이야측 능력자들의 파형은 그대로 포착되게 되어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보증이 붙은 이능 기록기는 국가들이 프레이야 측과 일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주었다.
대부분의 초능력자들은 빠짐없이 초능력 사용이 보고되며, 이능의 파장을 통해서 DNA나 지문처럼 범인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그리고 국가에 소속된 뛰어난 초능력자들이 초능력 범죄에 대처할 거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국가 소속의 초능력자들이 대거 참여하기로 알려진 ‘가면 무투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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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출전 선수들은 두가지 타입으로 나뉘었다. 살상 능력자와 비살상 능력자였다.
무기와 방어구가 게임용 장비템이긴 하지만, 이능 자체가 공격력이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달랐다.
예를 들어, 희연의 경우 무기템에 무기사랑 이능을 걸 경우에는 방어템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이능에 의해서 상대도 두토막이 나는 거였다.
반면, 힘이 강해진다던가 속도가 향상되는 능력자들은 전투력 자체는 상승하지만, 공격은 템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비살상 능력자로 간주되었다.
이 문제는 적절한 이능력자들의 배치로 해결되었다.
바로 결계를 사용하는 능력자들이었다.
특히 코드네임 ‘리세터’는 깃털 가운데 최상위 능력자로서 특정 범위의 공간을 5분 이내라는 한도내에서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서진 사물이나, 부상당한 생명체를 되돌리는 능력이었다.
다만, 생명체가 죽었을 경우에는 되돌린다고 해도 영혼은 사라지고 육체만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다는 특성이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기억도 남게 되어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라기보다는 물질을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기억이었다.
죽은 인간을 되살리는 것은 프레이야를 비롯해 오딘이나 로키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키리가 죽어가는 영혼을 억류했다가 되돌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완벽한 부활이 가능했다.
리세터와 신관, 발키리의 조합으로 경기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도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살상 능력자들은 부심인 리세터를 추가하는 정도로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경기 시작 시에 주어진 아이템과, 경기장 내에 배치된 아이템을 이용한 공격만 가능합니다. 살상 능력을 가진 이가 그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그 능력으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힐 경우에는 책임을 묻게 될 것입니다.”
TV화면을 통해서 나오는 심판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면서 세상이 바뀌어감을 느끼고 있었다.
초능력으로 상대를 해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출전 선수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모든 이들이 전신을 감싸는 슈트를 입고 있었고, 마스크를 쓰거나 안경을 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각자 취향에 맞는 보호구를 장비해서 개성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선수들 가운데는 기존의 슈퍼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면, 일본의 선수들은 전대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일된 유니폼에 색상을 달리하고, 각각 조금씩 어레인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가에서 인정한 강력한 능력자들의 모습이 방영되자 시청률은 꽤 높아진 상태였다.
“특별 출연으로 나이트 엔젤들이 일반부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일반부 64강부터 나이트 엔젤들이 참여하게 되며, 최종적으로 일반부 16강, 내셔널 히어로 16강이 모여 서른두 명의 강자들이 최종적인 승부를 벌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실체를 드러낸 초능력 군단에게 폭발적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다양한 소문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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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일본 놈들 장난이 아닌데요?”
장수한의 반응에 조제성이 관심을 보였다.
“대단한 초능력자라도 나온거야?”
“아니요. 그건 아니고, 음모론 중에 하나를 만화로 그렸네요.”
조제성은 만화화된 음모론에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은 정보의 쓰레기통이긴 하지만, 가끔은 그 정보들을 이용해서 대단한 것을 가공해 내기도 했다.
오늘의 신문이 내일의 휴지라고 하지만, 모든 지혜는 정보를 바탕으로 태어나는 법이었다.
“허어. 이건 좀 예상 밖이군.”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제성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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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이게 뭐야.”
원기는 자신이 등장한 만화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에는 프레이야 여신과 짬타이거의 진한 키스신이 그려져 있었다.
“정령들의 입단속을 좀 할 필요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본쪽 리거에게서 흘러나간 정보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보 자체는 상당히 오염되어 있습니다만.”
조제성은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만화에는 프레이야 여신을 토끼귀를 가진 마족으로 그렸다. 토끼귀를 지닌 마족들의 여왕인 프레이야가 마계로 떨어져 마족으로 개조당한 레슬러 출신의 짬타이거와 사랑에 빠져 마계를 배신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구상에는 마계와의 균열이 곳곳에 생겨서, 마물들이 출연하고 균열이 생긴 영적 스팟을 통해 인간들이 초능력을 각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블맨과 호랑이마스크맨을 적당히 짬뽕한 아류작이라고 까이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인기리에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걸 보면서 기분이 더러워지는 내가 이상한 거겠지?’
원기는 ‘프레이야’도 ‘짬타이거’도 자신이라고 여겨지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살짝 고민했지만, 당연한 거라고 여기고 받아들였다.
그때, 장수한이 회의실에 뛰어 들어왔다.
“만화가가 이능자인 듯 합니다.”
“이능자라고?”
“예. 자위대를 비롯해서 여러 루트로 알아봤지만, 그녀가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오타쿠, 부녀자로 알려져 있으며, 해킹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능력은 어떤 거지요?”
“보도된 제한된 정보에서 많은 것을 알아내는 능력인 듯 합니다.”
“그런데, 프레이야와 짬타이거가 키스를 한다고요?”
장수한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도, 얻어진 정보들을 가지고 나름 각색하고 요리한 것 아닐까 싶은데 말이지.”
“정보 분석계통의 이능이로군.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애매한걸.”
조제성이 혀를 찼다. 보이지 않는 이면의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은 대단했다. 만화의 세부 디테일에는 사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정보는 하나같이 에로틱하고 황당무게한 망상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타이거 그랩이라니, 대단하다고 할지.”
원기는 미소를 지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라이가’의 필살기가 손으로 상대방을 움켜쥐고 으스러뜨리는 타이거 그랩이었다.
페인 마스터리에서 비롯된 짬타이거의 주된 공격수법을 필살기로 만든 것이었다. 원기는 살짝 마음에 든 듯,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작은 소리고 ‘타이거 그랩’이라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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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라! 눈에서 빔!”
싸이클롭스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이능자가 눈에서 빔을 쐈다. 강렬한 빛은 상대의 눈을 멀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상대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눈에서 빛을 쏘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이었다.
싸이클롭스는 상대 선수에게 뒤통수를 맞고 그대로 바닥에 뻗었다.
장비 파괴 부가 효과에 기절이 발동된 탓이었다.
프레이는 이 무투회가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장비가 파괴될 때, 부가효과를 부여했다. 흉갑이 부서지면 전신 마비, 그리고 헬멧이 파괴되면 기절 효과가 나서, 패자가 무너지듯 쓰러지게 만든 것이었다.
“이거 웃겼다. 정말이야.”
국제부의 경기와 달리 일반부의 경기는 모두 방영되지 않았지만, 싸이클롭스 선수의 경기는 방영되었다.
일반부의 능력자들은 대부분, 분에 넘치는 능력을 추구했다.
싸이클롭스의 눈에서 나가는 광선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했겠지만, 그정도의 이능은 에인페리아에게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웃음 거리가 되었다. 눈이 부시게 만드는 정도의 능력 때문에, 야영갈 때 쓸모있겠다고 평가받으며 사람들의 농담거리가 되었다.
반면 국제부의 능력자들은 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이능은 지나치게 사소한 것을 바라도 안되고, 지나치게 큰 것을 바라도 안된다는 사실 또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초능력자에 대한 공포도 생각보다 쉽게 가라앉았다.
만화로 인기를 끌며 유명해진 프레이야 마족설 이외에도 프레이야 외계인설도 꽤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공통점은 특정 스팟에서 이능이 각성될 수 있으며, 이능 또한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불시착하면서 파편이 떨어진 스팟이 있다는 설이 프레이야 외계인 설의 일부였다.
사람들은 정보를 모아서, 예상보다 정확하게 세계수의 위치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은 프레이야측에게 꼭 나쁜 것은 아니엇다.
대부분의 세계수들은 각 국가들의 요청으로 자리잡은 것이어서, 노출된다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세계수들은 남미의 밀림 속과 달 위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노출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또한 조제성 스스로가 음모론을 날조해서 정보를 교란시키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최고의 세계수 스팟을 버뮤다 삼각지라든가 한반도의 DMZ등으로 여기고 있었다.
‘현자회의 움직임을 주시해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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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다! 또 강기 사용자가 나왔다!”
엘프들 가운데 전투 요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능은 ‘엑스칼리버’였다. 그리고 이 이능을 각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강도인데, 오리지널 각성자인 아더의 능력과는 비교하기 힘든게 일반적이지만, 아무리 약한 엑스칼리버라도 전투에 있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인마살상용의 총기는 대부분 통하지 않았으며, 폭발형 무기에 대한 방어력도 높았다. 대구경 대물 저격총이나 철갑탄을 사용하는 대형 기관포 정도나 통할 정도였다.
나이트 엔젤로 출전한 엘프들은 엑스칼리버의 능력을 충분히 피로했다.
한국에서는 강기로, 중국에서는 검기로 불리웠고, 일본에서는 결계라고 불렀다.
그리고 서방에서는 ‘소드 필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압도적인 강함, 그것을 세상에 보여준 것이었다.
이는 오딘의 에인페리아들에게 대비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우와! 강기를 그냥 맨손으로 막았어!”
원기의 강함 역시 각별했다. 원기는 맨손으로 엑스칼리버를 시전한 엘프의 검을 막았다.
‘역시 여신님의 전사인가. 하지만 나도 지고싶지는 않아.’
짬타이거의 정체가 프레이야 여신이라는 사실은 정말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만약 여신이 짬타이거의 몸을 이용해서 상처받으며 일선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대부분의 엘프들은 동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고위 신관이 대거 늘어나기는 했지만, 새로 고위 신관이 된 이들은 계약자인 원기가 프레이야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조제성은 엘프들에게 포상을 약속했다.
짬타이거를 비롯해 희연, 카즈키, 연하 등에게 승리하면 여신의 친위대로 삼아준다는 약속이었다. 덕분에 엘프들은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게 된 것이었다.
‘스피드는 내가 빨라. 그걸 이용해야 해.’
원기는 상대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르기도 힘들었다. 결국 완벽하게 등을 노출했다. 그리고 검격이 등으로 향했다. 하지만 엑스칼리버의 이능으로 강화된 검이 원기의 신체 강화를 뚫지 못했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등뒤를 노출했을 때 상대가 어디를 노릴 지를 읽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원기는 등을 찌르고 옆구리 쪽으로 미끄러진 검날을 붙잡고 분질러 버렸다.
그리고 나이트 엔젤의 머리를 붙잡고, 페인 마스터리를 이용해서 기절시켜 버렸다.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는 이젠 극도로 정교해져서 고통을 느끼지 않고 기절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극도의 고통은 오히려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타이거 그랩!’
원기는 속으로만 그렇게 되뇌었다. 목청껏 외칠만큼의 용기라고 할지 만용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적을 자랑하던 나이트 엔젤의 패배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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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클롭스가 아닌 캠핑 랜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어버린 노만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결과를 기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적어도 웃음거리가 되기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도 자신의 능력을 살려서,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국가 채용 시험에 떨어졌다. 그의 능력이 실용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일반부 16강까지 올라가면 국가에서 채용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젠 모두 물건너 간건가. 젠장.”
모텔 방에서 병째 술을 마시며 푸념하는 그에게 다가온 그림자가 있었다.
“이봐. 노만 화이트. 자네의 이능을 제대로 발휘해 보고 싶진 않은가?”
“누구요?”
“나? 오카 주임이라고 한다네. 자네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줄 사람이지.”
아시아계의 여자가 던진 제안에 노만은 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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