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06화 (406/497)

406화 젠트란

“빌어먹을, 또 가로채인건가? 빌어먹을 년.”

현자회의 요원이 이를 갈았다. 캠핑랜턴으로 비웃음을 당한 노만은 상당히 매력적인 도구였다.

너무 강력한 능력을 원했기 때문에, 각성을 했다고 해도 쓸 수 없었다.

이능이 자동차라면, 연료는 자신의 정신력과 신성력이었다.

문제는 이능의 성격인데, 지나치게 강력한 이능은 마치 전차와도 같았다.

전차처럼 크고 무겁고 강력한 힘을 필요로하는데, 연료는 눈물방울만큼 있다면, 시동이 걸리고 조금 들썩하고 마는 꼴이었다.

연료만 충분히 공급받는다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는 별볼일 없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현자회가 노릴만한 인재들은 동양인 여성의 스카우트를 받아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오카 그년은 대체 어느쪽 파벌에 붙은거야?”

현자회의 현 상태는 히드라와 비슷했다. 뿌리는 하나지만, 제각각 수많은 머리로 갈린 것이었다. 특정 국가에 붙은 이들도 있고, 대기업과 붙어먹은 놈들도 있었다. 완전히 은거 체제로 들어간 이들도 있었다.

흡혈귀와 늑대인간들은 숨어들어간 쪽이었다. 이런 격변기는 끝나갈 즈음에 느긋하게 나오는게 득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지만, 수천년 역사를 가진 이들에겐 리스크를 피하는게 더 중요했다.

어차피 인간의 영화는 길어봐야 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여겼다.

반면, 인간 협력자들은 헬 여신의 신관이 나타나면서, 조급해졌다. 헬 여신이 강림하면,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변한 것도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 덕택에, 세상의 여론이 오컬트적인 능력에 대해서 상당히 좋아진 것이다. 특히 국가나 권력자들이 프레이야 세력의 대항마로서 현자회와 교류를 트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리 현자회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는 달리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군요. 프레이야가 없던 시절이 우리쪽의 가치가 더 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약이 있으니, 독을 쓸 생각을 한 것이지. 약 덕분에 독도 살 수 있는거야. 놈들도 우리에게 휘둘리고 싶진 않았던 거지.”

과거에는 현자회와 교류를 하는 것이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교회의 눈도 무섭지만, 악마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힘을 빌리면, 악마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신뢰할 수 없어도, 견제할 수 있으면 충분히 거래를 해볼 수 있었다. 현자회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제성이 있었다.

현자회가 몰래 발전시켜온 기술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그것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제성에게 현자회는 기술의 보고였다.

점조직에 가까운 형태로 전세계에 나눠진 그들은 과학문명의 발전과 함께 마도 문명을 암중으로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오카 외에도 많은 현자회의 잔재들이 다양한 방면의 기술을 얻고 있었다.

박해의 공포가 아닌, 양지에서의 활약이 가능해 진다면 현자회들의 성향도 바뀔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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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요청입니다. 혜서 학원을 능력자 양성소로 바꿔달라고 하는군요. 요청이라기보다는 강제적 통보에 가깝습니다만.”

장수한은 볼펜 뒤쪽으로 미간을 긁으며 말했다. 탐탁치 않은 기색이었다. 조제성은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주의였다. 비밀에 집착하다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제성과 혜서학원의 정체가 프레이야측의 거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그 사이에 조제성은 자신과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업체들과 거점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정부가 알게 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조제성은 그것을 정부와 교섭하는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능력자 양성소라, 리디아양을 보내서 교섭을 해보도록 하지. 어차피 학원 따위는 이제 의미가 없으니 말이지.”

혜서 학원이 한때는 최중요 거점이었던 시기도 있지만, 원기가 졸업한 시점에서 그 의미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템플 기사단의 멤버들이 이미 득실거리는 만큼, 능력자 양성소와 별 차이는 없었다.

그저 한국 정부측의 위탁을 받아, 한국 정부 소속이 될 능력자들을 일부 키우게 될 뿐이었다.

“가면 무투회가 여파가 큰가 보군.”

조제성의 예상을 넘어서, 가면 무투회는 엄청난 성황을 누리고 있었다. 장수한과 오덕들의 기획이 꽤 잘먹혀 들어간 것도 있었다.

‘역시 뱀의 길은 뱀이 안다고 했던가.’

조제성은 유치찬란한 기획이 생각밖으로 잘 먹혀들어간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일반부에 나이트 엔젤들을 출전시키는 것은 조제성으로서는 살짝 회의를 갖고 있던 부분이었다.

조제성의 생각으로는 무투회가 끝나고 상위권의 능력자들과 나이트 엔젤들을 겨루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는 승률 반반의 경기가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수한과 오덕들은 달랐다. 압도적 강자들이 약자들을 짓밟고 올라오는게 더 재미있다고 보고 초전부터 나이트엔젤들을 배치했다.

나이트 엔젤들은 소드 필드라는 별명이 붙은 전투 이능 ‘엑스칼리버’를 사용해서 소위 양민학살을 하며 시시한 경기를 하며 올라왔지만, 시청률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내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로군.’

조제성은 강자에게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게임은 승률이 반반일 때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선 국가대표전이 확실히 재밌었다.

각 나라의 뛰어난 전투 능력자들은 능력들이 고만고만한 편이었다.

대부분 육체 강화 능력자였고, 강화 폭은 한계에 가까운 능력자들이었다.

무투회장은 고레벨 성역이었기 때문에 한계치가 높은 능력자가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능력은 각성치와 한계치가 있는데, 각성치가 낮고 한계치가 높은 능력이 가장 좋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같은 경우에는 성역 레벨이 낮은 경우에는 발톱이 날카롭게 변하는 정도에 신체의 일부에 털이 짙어지거나 근육질로 변해서 힘이 강화되는 정도였다.

성역 레벨이 높은 곳에서는 전신이 늑대화되는 것을 비롯해서, 거대화가 되는 것 까지 가능했다.

피부가 딱딱해지는 능력을 가진 이가 비늘을 가진 파충류나 갑각을 가진 곤충류로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화된 육체와 전투기술로 현란한 전투를 벌이는 국가대표전은 화려했지만, 나이트엔젤들에 비하면 빛이 바랬다.

“역시 싸움은 쪼렙들 싸움이 재밌지. 하지만 멋진 건 역시 진짜 강자야.”

시청자들의 평가는 대부분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대형 사건들이 터졌다.

짬타이거와 검의 여신, 그리고 채찍을 휘두르는 ‘여왕님’들이 나이트 엔젤을 압도한 것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이야말로 나이트엔젤의 최상위 버전이라는 것은 대전 순서나 나이트 엔젤들이 전투에 임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일반인 출신의 이능력자들 가운데 나이트 엔젤들을 꺾고 올라가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중 하나가 ‘젠 트란’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이였다.

그녀가 나이트 엔젤에게 승리할 거라고 예상한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소드 필드라고 불리우는 이능은 너무나 완벽한 전투 기술이었다.

그리고 젠트란의 이능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젠트란의 능력은 ‘성정체성 장애 유도’라는 착각형이자 공감형 정신 능력이었다.

젠트란은 성 정체성 장애를 가졌다. 몸은 여자지만, 스스로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원한 것은 남장이 아니었다. 여자랑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남자들 속에서 동료로 받아들여져서 같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레즈로 모는 것에 지쳤다. 성 정체성 장애로 남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나오는 이야기는 보통 그것이었다.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느냐.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질문에 진절머리 나도록 괴롭힘을 당했다. 남자를 좋아하느냐, 여자를 좋아하느냐.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이 본래 남자인데 여자의 몸에 들어와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단발에 화장도 안하고 털털하게 입고다니며 스포츠 좋아하는 말괄량이 여자로 받아들여져도 좋았다.

문제는 그가 성역의 영향을 받아버렸다는 것이었다. 숨겨둔 그의 갈증은 신성력을 빨아들였고, 그로인해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

몸매는 좋아지고, 피부엔 빛이났고, 이목구비의 균형이 맞아가면서 아름다움을 더해갔다.

화장 안한 모습도, 털털한 옷차림도 그의 육체가 발하는 여성적인 매력을 감추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가진 작은 안식처를 빼앗아 갔다.

여자취급 안하던 동료들이, 그를 성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성폭행을 당할 위기까지 닥쳐왔다.

그 때 각성한 그의 능력은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도 느끼게 만드는’ 공감형 능력이자, 착각 능력이었다.

그를 폭행하려던 남자는 자신이 여자였는데 육체가 갑자기 남자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패닉을 일으켰고, 그 틈에 그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젠트란의 능력은 성전환은 아니고, 스스로가 성전환을 당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남자들에게는 제법 먹혀들어갔다. 남자들은 여자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성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 틈을 이용해서, 그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썼다.

여성에게 사용하면 반대의 효과가 나오기도 했다. 스스로가 여성의 몸에 들어온 남성이라고 생각해서 좀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젠트란이 이 경기에 참전하게 된 것은, 리베로 리그에서 정령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은 그에게 진정한 육체, 남성의 육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트 엔젤과 만난 순간, 그는 패배를 직감했다.

공방일체의 소드 필드는 상대를 당황시키는 것이 고작인 자신의 이능으로는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권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자신이 이능을 나이트 엔젤에게 사용했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나이트 엔젤은 자신을 남자라고 인식하자, 저항을 포기하고 몸을 숨겼다.

몸을 숨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구석에 웅크리고 등을 보인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소드 필드를 펼칠 생각도 하지 않고 젠트란이 공격하면 공격하는대로 다 맞아서 방어구가 파괴되어 탈락한 것이었다.

‘이상해. 스스로가 남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야 정상인데? 혹시 여장남자들인건가? 아니야. 스스로가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저항은 하게 되어있는데?’

엘프들의 습성을 모르는 젠트란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젠트란의 능력에 대해서는 대전 상대들을 통해서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숨겨진 또 다른 능력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남성 엘프들은 적이 마을을 습격하면, 구석을 찾아서 숨는다. 발견 당하면 때리건 죽이건 저항하지 않았다. 공연히 도망다니다가 숨어있는 다른 이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 엘프들이 챙겨가지 않으면, 미끼가 되어 시간벌이용 희생양이 되는 것이 남성 엘프들의 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이트 엔젤의 전투 엘프들도 그런 매뉴얼이 머리속에 인식되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여성엘프의 육체에 옮겨탔다고 생각해도 싸울 의지를 일으키지 못하고 숨었다가 들키면 도망갈 생각도 안하고 그냥 맞아 죽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젠트란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능력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튀어 나왔다.

정신계 능력은 워낙 특수한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분신술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에게만 분신을 보이게 하는 환각계 이능은 가능했다. 상대가 환각을 향해 공격하는 순간, 뒤통수를 치는 방식으로 승리하는 이들도 있었다.

절대 강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특이한 이능을 가진 약자들이 꺾으면서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고 있었다.

‘다음 상대도 나이트 엔젤이로군. 이건 행운이야.’

젠트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시험해 봤지만, 다른 이능이 각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트 엔젤들은 예외없이 그의 이능에 무력한 반응을 보였다.

‘절대 강자 중 한명을 꺾는다면, 내 염원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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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 공지.

한국에 무사히 귀국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컴퓨터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애용하던 키보드도 마우스도 모두 없고....--;

자료도 전부 화물선으로 귀국중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키보드는 오타도 많고, 적응이 안되는군요.

그렇다고 곧 도착할 키보드 두고 새걸 사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재 재개는 최소 열흘 이상은 걸릴 듯 합니다....--;

컴퓨터를 비행기편으로 갖고 올 생각이었는데...

막상 이사 준비하니 그렇게는 안되더군요...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일단 근황 보고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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