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09화 (409/497)

409화 죽음의 지배자

남북 아프리카가 크게 전쟁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종교의 영향이 있었다. 이슬람교가 중동, 유럽, 북아프리카에 걸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교는 수니, 시아등의 분류보다 근본주의 이슬람교도와 자유주의 이슬람교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세상의 진보를 인정하고 세상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와 종교적 율법에 얽매여서 이슬람 외의 세상을 인정하지 않는 근본주의가 대립하게 된 것이었다.

자유주의를 택한 이슬람에서는 종교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의 이란처럼 자본주의에 호의적이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형태를 취했다.

가톨릭 교도들처럼 터번은 신전 안에서 종교예절을 취할 때나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자유주의 덕분에 이슬람교의 교세가 확장된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근본주의자들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연합은 이슬람교의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군부 독재자들을 과격파 무슬림들의 힘을 빌어서 뒤집은 케이스였다.

남아프리카 연방은 민주주의적인 사회질서를 받아들인 케이스로,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영향으로 조금씩 진보해온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남아프리카 연방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에는 군부 독재자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어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었다.

광신도들과 독재자들의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전쟁의 뒤에서 암약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현자회 출신의 젊은 야심가, 코드네임 아폴로가 바로 그였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신념하에 극단주의 이슬람교도들을 은밀히 지원했다. 중동의 왕족들이 테러의 피해를 입었다.

중동의 부호들은 고가의 미술품 등을 가지고 있는데, 이슬람 율법에서는 무늬를 제외한 모든 미술품은 우상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도 우상으로 금지되는 이슬람의 율법은 부호들이나 사업가들, 외부인들과 거래하는 이들에게는 무시당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원리주의자들을 조금 부추긴 것만으로도 아폴로는 회화는 물론 사진조차 우상숭배 금지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원리주의 신자들에게 주입시켰고, 도덕적 의무를 가진 왕족이 율법을 어긴 것은 심각한 죄악이라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중동 내의 종교분쟁이 극심해졌다. 이란을 따라서 완전한 신성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혁명 세력이 나타났고, 왕족이나 부호들을 비롯한 기득권 층들은 진보적인 이슬람 세력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쪽에서 온 시바의 여왕을 받아들인 솔로몬 왕의 관용과 지혜를 따라서, 이슬람도 변화해야 한다는 일명 솔로몬파가 나타났다.

마호멧의 권위를 솔로몬왕과 예수 그리스도등의 예언자의 권위를 통해서 분산시키는 관용적 이슬람 파벌의 등장이었다.

유대교에서 온 솔로몬 왕은 이슬람에서는 다윗왕보다도 더 비중있는 인물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또한 일부 이슬람에서는 구세주나 신의 아들은 아닐지라도 진리를 설파한 예언자로 인정받았다.

유대교나 그리스도교가 인권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맞춰 변화해가듯 이슬람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 자유 이슬람의 주장이되었다.

“소문 들었나?”

“그래. 소문은 나도 들었네.”

침중한 표정으로 두 사내는 대화를 나눴다. 아프리카 대륙을 휩쓰는 전쟁의 광기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리베로라는 무기의 등장 또한 큰 변화 중 하나였다.

정령, 혹은 혈정에 매인 석박령에 의해 움직이는 리베로는 딱히 조종하는데 훈련이 필요하지 않았다.

생각만 하면 생각하는데로 움직여줬다. 전투용만이 아니라, 농업, 건설, 공업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AI로 움직이는 리베로도 조종 방식은 뇌파를 이용한 방식이라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AI의 경우, 반응속도와 정확성 등은 많이 떨어지지만, 따로 조종방식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온다고 하더군.”

“젠장. 죽고싶지 않은데.”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뜻을 가진 ‘언보이더블 데스’라는 용병 부대는 사신의 문장을 어깨에 단 리베로 부대였다.

그들은 근본주의 이슬람 교파의 용병으로 마을을 학살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다. 마을의 경비대를 부숴버리고 마을 어른들을 시사라의 밥으로 주고, 어린이들을 혈정용 재료로 현자회에 팔아먹었다.

경비대는 고작 세대의 AI 타입 리베로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반면 언보이더블 데스는 유령기라 불리우는 고성능 리베로를 다수 가지고 있고, 나아가서는 정령기까지 가지고 있었다.

“우리 마을로 안오길 기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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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희의 기도를 들어주마.”

멀찌감치서 상황을 살피던 헬희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압적인 자세로 말했다. 희연이 지금 대사를 얼마나 부끄럽게 여길지 잘 아는 원기와 카즈키는 쓴 웃음을 지었다.

헬희연은 욕하는 것도 은근히 좋아했는데, 평소 희연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오히려 이해가 되기도 했다.

원기와 카즈키, 연하는 기괴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헬희연의 요청이라고 할지 떼를 써서 만들어진 켈베로스대였다.

헬 여신의 근위 기사들이라고 검고 기괴한 모습의 전신 갑옷을 둘렀다.

헬희연은 희연과 달리 바퀴벌레들을 좋아했다. 달방개 종족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희연은 바퀴벌레를 비롯한 벌레 종족에 딱히 악감정이 있는게 아니라, 학습된 혐오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일단 나름대로는 익숙해지고 좋아지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웃기지도 않는 방개타령이 나온거지.”

헬희연의 말처럼 희연은 나름대로 땅방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까지 바퀴벌레 종족을 좋아하려고 애쓴 것이 사실이었다.

원기와 카즈키, 연하는 사실 이번 전투에선 필요 없는 존재였다. 헬 여신의 등장을 꾸미는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거미 여왕에 헬희연이 올라탔고, 여왕벌에 연하가 올라탔다. 그리고 원기와 카즈키는 거대 병정개미에 올라탄 상태였다.

리베로를 능가하는 크기의 거미여왕 위에는 헬 여신의 옥좌가 있었는데, 수한과 프레이가 디자인한 것이라 왠지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놈들이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처하던 용병단들은 ‘찾아오지 않는 죽음’에 절망하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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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놈들하고 어울리다보니 죽겠군.’

아폴로의 수하인 레이먼드는 자신이 속한 용병대에 강한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용병대의 보스 하산은 잔인하고 공격적인 자였다. 아폴로는 이런 포악한 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원리주의 이슬람 세력을 고립시키고자 했다.

레이먼드는 하산의 용병대를 도우면서, 정보를 적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정령기의 존재는 그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어느 틈에 이렇게 거대해진건지.’

레이먼드는 하산의 용병대가 커지는데 기여했지만, 애착따위는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가 당한 끔찍한 비극 때문에 이슬람교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봐. 레인맨. 슬슬 정령기를 나도 하나쯤 얻을 수 있지 않겠나?]

“글쎄요. 정령이라는게 쉽게 구하기는 힘들어서 말이지요. 브로커에게 연락은 해보겠습니다.”

하산의 종용에 레이먼드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만약 죽여서 정령을 빼앗을 수 있다면, 하산은 레이먼드를 벌써 골백번은 죽였을지도 몰랐다.

현재 하산대의 리베로는 총 팔십기였다.

리베로 중 가장 성능이 딸리는 것은 AI를 사용한 기체로, 흔히 전뇌기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전뇌기의 특징은 걷는 것은 가능하지만,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평평한 바닥에서 인간 사이즈의 작은 기체로 달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쓰러지면 참사로 이어지는 대형 기체의 균형 감각을 대체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5미터급 중형 리베로의 경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거나 걷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는 전투력과 기동력 모두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인간들의 지혜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백 채리엇 시스템이라는 것을 개발한 것이었다.

허리 부분에 두바퀴가 달린 차량을 연결하는 거였다. 리어카 혹은 인력거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 채리엇 시스템을 사용하면 균형감각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전뇌기라도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이었다.

보급물자와 무기를 싣고 빠르게 달리면서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백 채리엇에도 모터가 달려 있어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유령기를 되려 속도로 능가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정령기나 유령기에도 백채리엇 시스템이 기본이 되어 있었다. 뒷 바퀴달린 켄타우로스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허리에 조인트 시스템이 달려 있어서, 양팔을 사용하는데에 무리가 없고 분리도 쉽게 되는 형태였다.

채리엇 시스템을 장착한 리베로들의 이동은 새로운 시대의 기마대가 진군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뭐지? 저건? 모두들 속도를 줄여라!]

하산의 명령이 떨어졌다. 레이먼드는 전방의 괴상한 물체를 봤다. 거대한 거미 형상의 괴물체가 보였다. 좌우에는 개미 모양의 물체도 있었다.

‘기형 리베로인가?’

리베로의 부품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다보니, 그것들을 이용해서 특이한 형태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위험해. 저건 헬 여신이야! 이럴수가!]

다크엘프 정령인 루이스가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망쳐! 당장 이 사실을 프레이야 여신님께 보고하지 않으면 안돼!]

거미 위의 옥좌에 앉아있던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라! 18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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