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화 인류의 희망 - 3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프리카 서해안 지역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핵 테러를 일으킨 단체는 최근 모습을 드러낸 초능력자들의 집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더는 강력한 초능력자로 죽음의 여신 ‘헬’을 자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 테러 집단을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핵폭탄의 위력은 약 20킬로톤으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사용된 원폭과 비슷한 수준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상황은 소식이 들어오는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TV 뉴스를 보던 원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 핵탄두를 쏘는 이들이 어디있을 것인가.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로군요.”
“상황상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무슨 소리지요?”
“핵탄두를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칫하면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일이지요. 제 생각에는 이번 사태는 미, 러가 아닌 다른 세력의 무기 테스트로 보입니다. 중국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지만, 증거는 없습니다. 심증 뿐이지요. 사용된 미사일도 미제 토마호크 미사일로 보입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국가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도 없고, 범인이 불확실한 상태로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핵이 사용된 것도 감출 수는 없지요. 피해가 지나치게 크니까요. 결국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답은 테러 행위인 것이고, 헬에게 뒤집어 씌울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납득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공표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북연합의 군대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야 했다.
“아군측 인명 피해가 없다는게 불행중 다행입니다.”
“역시 조승상님이라고 밖에는 말씀드릴 수 없군요.”
“늦건 이르건 반드시 핵탄두가 날아올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최소한의 대비를 안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되겠지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며, 가장 믿고있는 무기가 바로 핵이었다. 그리고 핵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인간들의 마음은 꺾이기 쉬웠다.
오딘과의 전쟁에서 이런 국면이 나오고, 기세를 몰아서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인류가 함락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반칙 같은 방어 기술이로군요.”
“네가 고안해 낸 것 아니었나?”
제성의 물음에 수한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정도로 잘 먹혀들어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핵 미사일이 폭발하기 전, 거미 여왕은 아티팩트를 들어올렸다. 바로 근거리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드는 아티팩트였다.
바로 옆의 하늘과 이어지는 두개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하늘에 전개한 것이었다.
이를 장수한은 포탈 디펜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게임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리고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강렬한 열선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그 열선은 텔레포트 게이트로 들어가서 다른쪽 게이트로 발산되었다. 게이트 밑에 있는 거미여왕과 헬의 군세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구에 원자력 테크놀로지가 있다면, 아스가르드에는 시공간을 조종하는 기술, 차원 테크놀로지가 있지.”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로키의 군세가 오딘의 열차포 공격을 포탈을 통해서 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딘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타당했다.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포탄을 상대에게 되돌려 보내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게이트의 특성상, 고레벨 성역안이 아니면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고레벨 성역 안이라면 원거리 무기들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시공간과 차원을 조종하는 기술은 원자력 기술 못지않은 경이적이고 위협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론의 충원에는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만, 일단 적의 타격은 적지 않은 듯 하군요.”
“동영상 찍는다던건 어찌되었지요?”
수한이 말하는 드론은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 벌레형 몬스터를 말했다. 무인기를 의미하는 드론으로 간단히 표현했는데, 이런 명명에는 수한의 입김이 강한 편이었다.
조제성은 명칭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수한의 스타일은 오덕기가 있는 원기가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었다.
“아, 지금 유포중이야. 난리가 났을거다.”
“오덕들 주로가는 동영상 사이트가 난리가 났겠지.”
조제성도 내심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헬 여신의 핵탄두 사용 후의 입장 발표에 대한 동영상이었다. 헬 여신의 핵 공격에 대한 반응을 담은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배경의 알현실이었다.
알현실의 내장을 온전히 오덕들에게 맡겨버린 덕분에, 내장은 싸구려 영화 셋트장처럼 되어 있었다.
해골들이 진열된 곳에는 특이한 해골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유명한 SF시리즈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두개골들이 있었다.
의자 머리에 붙어있는 용머리 장식의 용은 한쪽은 갓질러, 한쪽은 용가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LED 조명을 장착했는데, 얼핏보면 근사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티가 났다. 일부는 전선도 노출되어 있었다.
잘 봐줘도 블록버스터급은 커녕 SF드라마 수준도 안되는 싸구려 영화 수준에서 볼 수 있는 셋트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헬의 영상이 유투브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우스개거리로 삼았다. 그리고 이 영상이 실제로 헬의 추종자들이 방송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조롱거리로 삼았다.
“이계에서 왔다는 여신이 LED로 의자를 꾸미냐.”
“복장도 저기 일본에서 나온 싸구려 특찰물에 나오는 코스튬이라던데.”
“여간부 코스튬으로 코스프레하는 여신이냐? 장난도 아니고.”
“살아있는 머리통은 합성한건가? 아니면 장난감인건가?”
“초능력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아닐까?”
뉴스에서 헬 여신을 초능력자들의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표현한 상태라, 대중들은 그다지 신뢰를 갖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헬 여신을 자칭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이자 초능력 테러리스트들의 리더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수색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막을 아는 고위층들에게 이 영상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헬의 거미여왕은 핵탄두의 공격을 가볍게 씹어버리고 거대한 지상전함처럼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핵이라는 물건, 그럭저럭 쓸만하구나. 마음에 들었어. 내게 핵무기를 바치는 자들은 원하는 것을 주겠다. 영생이든 안전이든 말이지. 인류의 역사가 끝난 후에도 상류층 다운 삶을 보상해 주겠다.”
헬희연의 말을 접한 일반인들은 허세 쩐다며 비웃었지만, 그녀가 들고있는 머리통의 진실을 알고 있는 주요 국가의 고위층들은 충격을 먹은 상태였다.
“수십 메가톤급 핵병기라면 어떨까요?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의 차르 봄바 같은 58메가톤 핵탄두라면 다를지 모릅니다.”
“안타깝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저 악신이 사용한 것은 공간이동을 위한 문을 장벽으로 쓴 것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열선이라도 저 문을 피해가지는 못할 겁니다. 악신의 벌레들 중 중요한 벌레들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게 특기인 듯 합니다. 열선이 막히고 폭풍으로 인한 2차 효과까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방사능 낙진 같은게 저 괴물들에게 통할 거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들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대규모 폭탄은 바위로 땅속에 숨은 개미를 내려 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 공간을 왜곡하는 장비에 대항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어떤 물질탄이나 에너지 공격도 왜곡된 공간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레이저 같은 병기는 오히려 적에게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상대할 방법이 없지않소!”
“안타깝습니다만, 현재로는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신성력에는 신성력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저 악신의 성역을 우리쪽 성역으로 중화시키면 됩니다.”
“프레이야 여신인가? 너무 위험한 것은 아닌가? 그녀도 이계의 존재로 알고 있는데.”
“헬과 적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템플 기사단에도 성역을 만들 수 있는 영적 존재가 있습니다. 수호천사를 자처하며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존재입니다. 충분히 견제가 가능합니다.”
“그들은 이단으로 간주되어 지하로 숨은 자들 아닌가.”
“저 악신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꾸준히 은신해 온 이들입니다. 기꺼이 인류를 위해서 나서 줄 것입니다.”
“프레이야 측은 저 공간을 뒤트는 터널? 방패?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건가?”
“아마도 저들도 갖고 있는 기술일 겁니다. 해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있다고 해도 가르쳐 줄 지는 잘 모르겠군요.”
“일단 대처 방법을 모색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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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하여 군사적 강대국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핵이라는 무기가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미처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헬의 거대 마수는 노골적으로 포탈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통용되던 전차포들은 포탈을 통해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그들에게 되돌아왔다.
포탈을 사용할 수 없는 성역 외곽을 공격하는 등의 전법이 사용되었다.
종교국가인 북아프리카 연합은 프레이야의 힘도 템플 기사단의 힘도 빌릴 수 없었기 때문에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세상은 초능력자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초능력자 등록제가 실시되기 시작했다.
초능력을 가진 자들은 모두 국가에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명분으로는 초능력을 이용한 핵테러리스트들의 등장이었다.
초능력을 이용한 범법자의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공권력으로서 초능력이 필요했다.
초능력자들을 위한 훈련 시설, 혹은 교육 시설이 세계 각국에 세워지고 그들을 우대하고 이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세상은 다시한번 변해가고 있었다.
“포탈 시스템을 상시 사용하는건 좀 곤란하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게임이 안될 것 같은데요.”
“뭔가 방법을 찾아내겠지. 전법이 되었든 무기가 되었든 말이야. 개인적으로는 아폴로에게 기대하고 있다네.”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헬희연은 전진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전진은 막혀야만 했다. 원기와 카즈키, 연하는 신형 리베로들과 함께 아폴로의 곁으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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