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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14화 (414/497)

414화 조제성의 음모

“대통령께서 친히 오실 줄은 몰랐군요.”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어쩔 수 없지요. 조제성 회장. 아니 수상(chancellor)라고 불러야 할까요?”

미합중국 대통령 잭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제성은 미, 중, 러 삼국에 군사적 협력을 제안했다. 그 결과 각국의 인물들이 뉴욕의 유엔 건물에서 모이기로 되었다.

미 대통령 친히 군사 지휘관들과 함께 나타난 것은 사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록 20킬로톤급 소형 핵탄두라지만 핵공격을 받고도 거의 피해가 없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언론에 공표는 되지 않았지만, 이 정보를 접한 강대국 정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헬 여신을 자처하는 초능력자가 종적을 감춰서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명백히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헬이라는 존재가 인류를 조롱하며 당당히 진군하고 있었다.

“핵에 대한 방어 시스템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방어 시스템의 허용범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러시아측 군사 지휘관이 물었다.

“우선 공간이동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군요. 공간이동은 두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텔레포트입니다. 게임 등에서 많이 등장하지요. 객체를 대상으로 하는 겁니다. 스타트렉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방식이지요. 객체 그러니까 대상을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생각보다 까다롭지요. 대상의 질량이나 성질 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반면 헬이 사용하는 방식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통로라고도 볼 수 있고 구멍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터널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공간과 공간을 있는 것이라서 부하가 걸리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니까요. 대상의 양, 성격, 질 같은 것은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열린 문 밖에서 열린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조제성이 테이블을 터치하자, 입체 모형이 올라왔다. 거미형 신수의 모형과 그 위에 놓인 링 형태의 게이트가 있었다.

“그럼 대처할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처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메가톤급 핵병기가 있겠지요.”

“메가톤급 핵병기라면 통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공간을 여는 문의 크기는 꽤 자유로운 편입니다만, 그래도 한계는 있을 겁니다. 핵탄두의 위력이 크면 클수록 반사광의 위력도 커지겠지요. 일단은 고려해볼만 합니다. 문제는 효력이 있을지언정 그 여파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되겠지요. 핵의 여파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겁니다. 방사능 낙진은 물론이고 핵겨울의 도래도 고려해야겠지요. 설사 죽이는데 성공할 지라도 부활할 가능성도 있고, 애초에 영적 존재를 죽이는게 가능할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헬 여신이 사용하는 사신인 발키리들을 알고있는 이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핵탄두의 사용은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핵폭발이 일으키는 버섯구름은 막대한 양의 먼지를 상공으로 끌어 올린다. 방사능이 포함된 먼지들이 멀리 퍼져서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상공에 포함되어 태양빛을 차단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메가톤급 핵탄두들이 다수 누적 사용되게 되면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빙하기를 맞게 될 수도 있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뭔가 방법이 있어 보이는군요.”

오바마 대통령 이후로 미국에는 다수의 흑인 대통령이 있어왔지만, 잭슨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수완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외교와 국방쪽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조제성은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핵 이외의 대응 방법이라면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거지요. 문 자체를 치는 겁니다.”

조제성은 문으로 가서 가지고 있던 펜으로 링을 때렸다. 경쾌한 금속성이 울려 퍼졌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붙였다고 하지만, 경계는 존재합니다. 물이나 빛은 자연스럽게 갈라지지만 고체는 다르지요. 문에 부하를 가할 수 있습니다. 경계에 걸린다고 해야 할까요? 여길 두들기면 통로를 유지하는 신성력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신성력이 걸린 무기나 육체는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지요. 하지만 쉽진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경계를 치는 겁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잭슨은 유능한 정치가였다. 대번에 제성이 노리는 것이 따로 있음을 알아챘다.

“하하. 역시 그렇게 보였습니까?”

조제성은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는 것은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최선은 역시 메가톤급 핵병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헬은 신성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력이 온전히 발휘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온전히 발휘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위력 자체가 무시무시한데 말입니다.”

“헬이라는 존재도 프레이야 여신님처럼 부활의 능력을 쓸 수 있을텐데, 그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러시아측 지휘관중 하나가 물었다. 핵이 잘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통했다고 해도 문제는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핵은 심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차르 봄버라는 핵탄두는 실험 과정에서 수백키로 떨어진 핀란드의 유리창을 깰 정도였다.

“부활과정에서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신성력의 소모가 있습니다. 추종자들의 피해도 신성력의 수급에 영향을 주지요.”

“하지만 핵에는 부작용이 큽니다. 몇번만 사용해도 환경에 미칠 영향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공감합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잠깐 시간을 끈 다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지요. 핵탄두라는거 꼭 지구에서만 쓸 필요가 있습니까?”

조제성의 말에 순간적으로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가 말한 의미를 눈치채지 못한 이는 거의 없었다.

“우주에서 싸우자는 겁니까?”

통역 탓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한 중국인 지휘관 하나가 질문을 했다가 주변의 싸늘한 눈초리에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구가 아닌 곳이 우주라면, 아스가르드도 우주라고 볼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싸워야 한다면, 전장을 지구로 할 필요는 없지요. 아스가르드의 넓은 대지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새로운 개척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지요. 물론 인간이 살기에 좋은 환경의 별은 아닙니다. 성역에 의존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지요. 그러니 오히려 좋지 않습니까? 핵의 부작용이 있어도, 성역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성역을 누가 제공해주는가가 문제겠지요.”

“물론입니다. 프레이야 여신은 엘프들의 수호자입니다. 그분을 따르는 인간들도 보호 대상이긴 합니다만, 그들이 안전하다면 굳이 정치적인 개입을 할 의향은 없으십니다.”

조제성의 말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야 여신은 기본적으로 정치 체제에 대한 간섭은 하려고 들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에 식민지라고 해야 할까요. 개척지가 생겼을 때, 그 개척지의 소유권을 가진 국가의 권한을 간섭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기존의 프레이야령이나, 굴베이그령 같은 곳을 침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만.”

아스가르드의 크기는 지구와 비슷했다. 그래서 평행세계의 지구가 아닌가 하는 가설도 있었다. 반면 전체 인구는 일억도 되지 않았고, 성역의 범위는 전체 아스가르드 크기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육지의 10% 정도가 성역의 범위인만큼 인류가 진출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공격해 오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공격해 들어가자는 거로군요.”

“우선 그 전에 지옥의 여신을 자처하는 헬을 격퇴할 필요는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전법과 기술 개발로 질적인 면에서 압도할 수 있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프레이야 여신님께서 아스가르드로 진출할 수 있는 차원 게이트를 열어드릴 겁니다.”

모인 이들은 조제성의 말에 머릿속에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스가르드 진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여파를 가져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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