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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19화 (419/497)

419화 북아프리카 전선

“생각보다 빨리 출전 기회가 올 것 같군.”

아폴로는 보고서를 검토하며 혼잣말을 했다. 북연방에서 생각보다 발 빠르게 몬스터 퇴치 작전을 발동시킨 탓이었다. 호전적인 군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물량전이라, 과연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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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의한 독재는 가장 강력한 독재 체제 중 하나로, 특히 군을 모아들이는데 있어서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악마의 주구들을 해치우는 성전이다.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하라. 우리 부대가 상대할 적은 꽤 쉬운 편이다. 상대는 벌 형태의 괴물이다. 독침은 있지만, 멀리서 쏠 수도 없다. 몸통에는 총알이 통하지 않지만, 날개는 약하다. 하늘을 나는 놈들을 떨구기만 해도 자멸한다. 그리고 불도우저가 땅에서 기어오는 놈들을 제압할 것이다.”

AK-47 한정과 수십발의 총알만 주어진 수천명의 병사가 지휘관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어진 장비는 불도우저 몇기와 지휘용 차량 몇 대 뿐이었다. 기갑 전력은 다른 몬스터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보내진 상태였다.

사령부는 총으로 격추시킨 몇 마리의 벌형 몬스터를 해부한 결과 병력을 배분한 것이었다.

“내일은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간다. 오늘은 이곳에서 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야간 경비에는 철저하게 임하도록.”

지휘관의 연설이 끝나고, 병사들은 흩어져서 취사후 천막을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휘관은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런 병력들을 데리고 싸우라니, 심하군.”

그가 생각하기에도 상대적으로 벌들이 퇴치하기 쉬운 적임에는 틀림없었다. 인간보다 야간 적응력이 떨어지는 주행성이고, 하늘을 날기 때문에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인간의 평균 신장과 비슷한 편이었다.

원거리 공격력도 없고, 근접시에 상대를 마비시키는 독침을 사용할 뿐이었다.

그때 그의 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귀의 착각인가 했지만 나뭇가지가 떨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왠 소리지?”

“적습이다! 적의 공격이다!”

하늘을 보자, 달빛속에 움직이는 벌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계를 시켜두긴 했지만, 야간 전투가 벌어지자 지휘관 역시 당황했다.

“모두들, 훈련한대로 화망을 구성하라!”

그 순간, 퓩퓩 하는 바람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진지 곳곳에 떨어졌다. 그리고 금방 폭발하기 시작했다.

“유탄이다! 적이 유탄 발사기를 쏘고 있다!”

“응사해! 하늘을 향해 쏴라!”

“사격 중지! 적이 어디있는지 아직 모른다!”

“기관포는 뭘하고 있는거야! 당장 쏴!”

“사령관님이 당했습니다!”

미친 듯한 아수라장 속에서, 적이 몇 마리인지도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른채 병사들은 하늘을 향해 총질을 시작했다. 수십 발의 총알은 금새 동이 났고, 총알을 다 쏜 병사들은 이미 죽은 병사들이 지닌 탄창을 찾아 헤맸다.

야간이고, 적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는 상황 때문에 도망치는 병사들은 의외로 적었다.

“벌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지옥같은 아수라장 속에서 중대장은 부하가 끌고온 벌의 시체를 보았다. 날개가 부러져서 추락해 목과 허리, 팔다리가 부러진 벌형 몬스터의 시체였다.

이전에 봤던 시신과 알멩이는 차이가 없었지만, 장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머리에는 개조된 야시경을 쓰고 있었고, 앞다리에는 그레네이드 런쳐가 두문 장착되어 있었다.

탄창 교체식이 아닌, 개조 탄창으로 약 이십발 가량을 탄창 교체없이 발사할 수 있는 타입이었다. 중간 다리로 방아쇠를 당기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큼직한 엉덩이 부분에는 파인애플형 수류탄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역시 가운데 다리로 떨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정확히 겨냥해서 떨어지는 유탄이라면, 보병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미쳤어. 이건 이길 수 없어.”

중대장은 그렇게 혼잣말을 던졌다. 인간들이 조금만 모여서 총을 쏘면 곧 그리로 유탄이 떨어졌다. 이미 불도우저와 지휘차는 불타버렸다.

“야시 능력이 있는 대공 전차가 필요해. 그것도 기관포가 달린.”

휴대용 대공 미사일 같은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백마리 벌떼에게 한두발 쏘기도 벅찬 대공 미사일이나 로켓포는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사격 중지! 모두 흩어져서 몸을 숨겨라! 무리하게 도망치다간 놈들의 사냥감이 된다. 구덩이에 몸을 숨겨!”

대위의 명령에 병사들은 몸을 낮추고 숨기기 시작했다. 밤은 아직 길었다.

“적들이 접근하면, 일제 사격으로 적을 물리쳐야 한다. 모두들 총을 가지고 사격 준비를 갖춰라! 상대는 말이 통하는 인간이 아니다! 항복도 도망도 소용없다!”

대위의 격려 덕분에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추스렸다. 천막 조각이나 널빤지로 몸을 숨기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돼. 구원요청을 해야해.’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마땅한 지원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대위님. 지금 헬기 부대가 도우러 온다고 합니다.”

“하인드인가. 그거 다행이로군!”

그는 북연방이 자랑하는 하인즈 부대를 떠올렸다. 소련에서 제작된 병력 수송이 가능한 공격 헬기 하인즈는 가장 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기체이기도 했다.

방호력도 뛰어나고 공격력도 훌륭한 기체였다.

그리고 과연 기대대로 하늘을 나는 전차들의 웅장한 비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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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에 제대로 포착이 되지 않습니다! 록온 불가!”

“역시 벌레들인건가.”

유탄발사기와 수류탄 정도로 무장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비행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에 엔진도 없기 때문에 제대로 탐지가 되지 않았다. 로켓포나 유탄 발사기는 물론이고 유도탄은 쓸모가 없었다.

“다가가서 기관포로 치고 빠진다. 우리쪽이 속도는 압도적이야.”

벌들이 장착한 유탄발사기도 헬기를 노리기엔 부적절했다. 그런 면에서 그의 판단은 일반적이었다.

“접근합니다. 사거리에 들어옵니다.”

“좋아. 슈퍼 하인드의 기관포를 보여주지.”

북연방은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의 연합이라, 하인드만이 아니라 슈퍼 하인드도 다수 도입되어 있었다. 기동성이 좀 부족하지만, 몬스터들 상대로는 문제 없었다. 하인드와 슈퍼 하인드가 혼성으로 편재된 부대였다.

“2번기, 격추되었습니다! 미사일 경보!”

“뭐? 어떻게 된거야?”

“후방입니다. 후방 숲에서 벌들이 날아 올랐습니다! 스팅거 미사일로 보입니다!”

그와 함께 일번기에서도 폭음이 일어났다.

“여기는 1번기. 적의 미사일에 맞았다. 작전수행 불가! 먼저 귀환한다!”

헬기 부대들의 일부는 격추되기 전에 기관포를 쏟아 부어 벌들을 격퇴했지만, 후방에서 날아온 미사일에게 격추되는 기체가 발생하자 급격히 분산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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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역습으로 보병 부대가 괴멸했습니다.”

“기갑부대 역시 트랩에 빠져서 괴멸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싱크홀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구멍을 도로에 파놓은 거대 거미들의 함정에 전차들이 추락했다. 개미들이 파놓은 구멍에 거미줄로 뚜껑을 해둔 것이었다.

근거리에서 튀어나온 거미들의 거미줄이 구동부위를 접착시켜놓차, 전차들은 어이없이 무력해졌다.

북연방의 전술적 융통성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컸다.

“여전히 유효한 것은 전투기에 의한 공중 공격입니다. 하지만 지상 지원에 있어서는 스팅거 미사일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몬스터들에게 저런 것들을 보급한 미친 놈들은 대체 뭐야?”

“정보에 따르면, 몬스터들의 장비들 가운데는 이스라엘제로 보이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제와 러시아제, 미국제는 물론이고 일본제 무기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악마와 손을 잡다니 이런 미친 놈들!”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일단 그 악마들이 우리에게도 손을 내민 것은 사실입니다.”

“그 용병부대 말이지. 빌어먹을.”

“리베로 부대가 아니면, 몬스터들에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핵이라는 옵션도 있습니다만, 핵에 의한 피해는 몬스터들보다 인간들에게 더 치명적일거라고 합니다.”

“젠장. 그나마 몬스터들의 시체가 돈이 되니 다행이로군.”

몬스터들의 경우, 이성이 없고 인격이 없는 드론들이라고 해도 신성력으로 태어난 놈들이었다. 따라서 그 살과 피는 시사라들을 키우는 양식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각종 부산물들은 여러 가지 연구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각종 특수 재료나 약품의 원료가 될 수 있었다. 이미 몬스터의 피를 이용한 화장품이 출시된 상태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몬스터들을 뽑아낼 수 있는 프레이야 진영에 있어서 유리한 것이기 때문에, 조제성이 뒤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몬스터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석유를 중심으로 무기상인들이 북아프리카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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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임무는 고립된 보병 부대를 구하고 마을을 몬스터들에게서 해방하는 것이다. 드래곤 중대는 서쪽에서 매복하고 우리는 동쪽에서 진입한다.”

“말 그대로 성동격서네요.”

“리디아 언니, 사자성도도 쓸 줄 알아요? 대단하네.”

사심없고 본능으로 움직이는 연하는 사교성이 좋아서 리디아와도 금방 잘 어울렸다.

원기는 타이거 중대와 알파 소대를 지휘했다. 10인의 타이거 중대가 알파, 브라보, 찰리 소대로 구성되어 있고, 드래곤 역시 알파, 브라보, 찰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임무가 끝나면 맛사지좀 부탁할게. 대장.”

아신은 마조라고 하기보다는 매운맛을 즐기는 미식가처럼 전신을 휘도는 가벼운 고통을 즐겼다.

“하는 거 보고 결정하지.”

원기는 가볍게 답했다. 원기는 자신의 능력 페인 마스터리가 그녀와 접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고통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찌르는 아픔, 저리는 아픔, 뜨거운 아픔 등 다양한 식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통증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아픔은 못느끼고 아픔이 주는 시원한 해방감만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고통을 기꺼이 받아주면서, 다양한 감각을 갈구하는 아신은 좋은 실험대이기도 했다.

‘너무 적극적이라서 곤란하지만 말이지.’

아신은 세상에서 천대받던 한센병 환자로서 스킨십에 굶주렸다. 보기흉한 외모에 병까지 있던 그녀를 건드릴 사람도 없었다. 사이보그 개조 수술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다가올 이도 없었다.

그리고 피부를 통해서 아무 감각을 느낄 수 없는 기계 몸뚱이로 스킨십을 갖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는 이미 그녀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줄 아는 정도로 진보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몬스터의 종류는 벌들이라고 했는데, 좀 답답하군.”

원기에게는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하나는 헬 여신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정보를 알면, 그에 맞춰서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었다.

원기는 완벽하게 헬의 군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이는 리디아나 연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프레이야 세력의 인물들을 제외한 이들을 살리지 않는다는 제약도 받고 있었다.

따라서 아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모두 죽으면 끝이었다.

‘게임 감각으로 지휘하는 법을 익히면 안된다고 하니. 하지만 아신 정도는...아니, 그런 생각은 버려야겠지. 최대한 신중하게 가자.’

조제성이 제시하고 스스로 받아들인 제약은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딘과 싸우게 될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일이 잘못되어 오딘과 싸우게 된다면,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길 것이 틀림없었다.

‘오딘과 지구를 싸움 붙이고, 나몰라라 도망가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

가능하면 지구가 승리해서, 아스가르드를 해방시키는데 일조하고 달기지를 통해서 지구와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지구와 아스가르드를 붙여놓고 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조제성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만들어놓는 신묘한 재주가 있을 뿐이었다.

“모두들 지면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라. 정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하도록.”

원기는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정령기를 탔다고 하지만, 프레이야 여신에게 충성할 마음이 없는 스파이들과 정령들이 마음을 동조화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가계약을 통해서 조종하기 때문에, 원기나 연하처럼 자신의 몸을 다루듯이 조종하거나 기체의 센서와 동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동조없이 엘프의 초감각으로 리베로의 센서를 조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무기 상태는 어떻지?”

“이상 없어요. 과연 어떤 위력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연하는 자신의 기체가 장비한 라이플을 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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