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화 리베로의 시대
“대단한 무기야. 정말로.”
원기는 연하의 리베로가 든 무기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하의 리베로가 든 무기는 하이브리드 캐논이라는 이름을 가진 레일건의 변종이었다.
시사라가 등장하면서 리베로라는 무기는 혁신적으로 진화했고, 출력 높은 시사라가 만들어내는 전력을 활용한 무기가 계획되었다.
그것들 중 하나가 레일건이었다.
문제는 시사라가 고출력이라고 해도, 레일건을 온전히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출력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팔뇽이들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팔뇽이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았다. 세계수를 직결시킨 동충하초 타입의 경우에는 대형 우주선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온 엔진을 자세 제어용으로, 전자파 엔진을 주된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메이플라워호는 화성까지 일년 정도면 도착할 정도로 시간을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전함급의 능력을 가진 팔뇽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소형 레일건으로는 충분한 위력이 안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레일건과 일반 화약 병기를 결합시켰다.
그것이 바로 연하가 장비한 최신 병기인 하이브리드 캐논이었다.
강력한 철갑탄을 화약을 이용해서 발사하면서, 총신에서 가속시켜주는 형태의 병기였다. 라이플의 원리를 이용해서 회전력까지 부여한 탓에 직사 능력도 뛰어났다.
가장 강력한 것은 스피드, 속도였고 포구속도가 초속 4키로를 넘었다.
문제는 탄환의 속력이 빠르면, 공기저항도 컸기 때문에 빠르게 속도가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1키로 내에서는 어떤 전차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관통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는 기동병기의 장갑이 리베로의 무기앞에 무력해진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했다.
연하가 가진 하이브리드 캐논은 테스트용 장비였다.
고성능 시사라 엔진을 장착했다고 하지만, 하이브리드 캐논의 레일건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한 전력을 상시 내보낼 수는 없었다.
축전 시스템이 존재해서, 발사 준비에 약 1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발사 준비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약 10초였다.
콘덴서로 알려진 장치가 축전을 해서 발사하는 방식인데, 강력한 에너지를 축전하다보니, 발열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5초 이상 걸리면, 과열된 축전기를 냉각시키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했다.
1분 축전해서 10초 이내에 발포하지 않으면 폭발을 막기 위해서 강제로 방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5초이상 축전을 유지하면 냉각 시간은 10분 이상, 1초 이내에 발사해도 총신의 과열로 2발쏘면 냉각에 들어가야 하고, 4발을 발사하면 총신을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사정 내의 물체는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베로의 활용도를 극도로 높여주는 물건이었다.
연하의 이능까지 고려하면 2키로 내의 비행물체들은 모두 적중시킬 수 있었다.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겠어.’
원기는 조제성의 책략이 필요한 것임을 다시한번 납득할 수 있었다. 불필요한 전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아스가르드에서 인간들의 삶을 떠올린다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잘 되면, 아스가르드의 인간 해방에도 이어질 수 있겠지.’
“모두 준비해라. 내가 돌진하면 일제히 사격에 들어간다.”
원기는 자신의 리베로를 점검했다. 좌우로 넓은 형태의 중장갑의 기체였다. 팔뇽이 중 하나를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에 파워는 리베로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무게의 장갑을 두른 말 그대로 탱커형 리베로였다. 원기의 이능에 가까운 방어기술, 아니 이능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방어기술과 결합된 덕분에 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하의 하이브리드 캐논의 직사조차도 높은 확률로 도탄을 시켜버릴 수 있었다.
원기가 계획한 작전은 간단히 말하면 타초경사의 작전이었다. 벌집에 돌을 던지고, 날아오른 벌들을 격추한다는 단순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던져지는 돌은 바로 원기 자신이었다.
원기의 리베로 짬타이거의 등에 달린 두 기의 일회용 로켓이 불을 뿜었고, 원기는 하늘을 날아서 그대로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벌레들이 파놓은 함정은 위험하지만, 리베로의 발에 달린 청음센서는 지면의 소리를 듣고 분석해서 주위에 함정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원기를 향해 수많은 벌들이 날아올랐고, 거의 동시에 유탄 발사기가 원기의 기체를 향해 불을 뿜었다.
“소용없어. 벌레가 무는 정도도 못돼.”
원기는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그의 말은 통신기를 통해 부대원들에게 전해졌다. 폭발에 휩쓸린 대장기를 보면서 불안해하던 부대원들은 작전대로 벌들을 향한 사격에 들어갔다.
“이거야, 원 게임이랑 별 차이가 없군.”
“정말이야. 시시한 장난 같아.”
원기를 향해 날아올라 집중사격을 가하던 벌들은 멀리서 쏟아지는 개틀링포에 우수수 떨어졌다.리베로에는 전파를 이용한 레이더가 아닌 카메라를 이용한 화기관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머리에 달린 메인 카메라와 총에 달린 건카메라의 화상을 분석해서 적의 방향과 거리를 판단하는 장치였다.
주변 부대원의 화상 정보를 공유해서 표시하는 능력도 있었다.
대형 딱정벌레가 땅 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원들은 무시하고 벌들을 향해 개틀링을 쐈다. 어차피 개틀링건이 통할 상대도 아닐 뿐만 아니라, 상대할 화기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삐이잉 하는 묘한 전기음 뒤에 펑하는 폭음이 터지고, 딱정벌레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저격 완료. 아직 세 발 남았습니다. 쿨타임 일 분입니다.”
연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게임같군.’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나갔다. 적에게 난도질 당하던 초기부터 엘프의 육체를 써왔기 때문에, 인간 이상의 감각으로 적의 공격을 감지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를 줄이는데는 이골이 나있었다.
[기체 손상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원기에게 쏟아진 로켓탄과 유탄들의 수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축적되는 피해는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적들이 도망칩니다.”
아무리 두들겨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벌들은 원기를 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좋아. 마을 주민들을 해방한다.”
원기는 한숨을 돌리며, 부하들에게 마을을 해방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긴장을 풀지말고 주위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연하와 리디아는 접근하는 적이 있는지 확실하게 추적해줘.”
원기는 기체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장갑판만이 아니고 관절 부분에도 많은 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적습입니다! 적이 공격해 왔습니다.”
“마을 주민들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로켓탄을 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민들을 제압할까요?”
2중대장인 드래곤의 말에 원기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우리 임무는 주민의 구출이지, 학살이 아니다. 즉시 퇴각 작업에 나서라.”
원기는 그렇게 말하고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주민들이 소총과 수류탄, RPG 등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몇몇 리베로들이 팔을 잃었지만, 무사히 후퇴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주민의 공격이었지만, 역시 정령기들이었다. 엘프들이 순간적으로 반응해서 로켓탄을 팔로 막은 덕분에 파일럿을 비롯해 주요부를 상하지는 않았다.
“주민들의 구출이 쉬운 일이 아니로군.”
원기는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 후퇴한 뒤에 여러 마을에서 학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용병부대들만이 아니고 정규군들 역시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점령된 대부분의 마을에서 악신 헬을 섬기는 주민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미쳤군.”
원기는 한숨을 쉬었다. 아프리카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세를 떨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민간신앙이 자리잡고 있었다.
온전한 그리스도교도도 이슬람교도도 아닌 것이었다. 미신과 주술을 여전히 생활 속에서 의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죽음의 신인 헬을 섬기는 신자들이 발생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희연은 자신이 헬 여신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원기를 위해서 일할 때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녀는 헬 여신의 추종자들에 대해서 아주 평등하게 무관심했다.
자비를 원하는 이들은 프레이야를 추종했고, 공포를 원하는 이들은 헬을 추종한다는 면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원기의 평등한 자비와, 희연의 평등한 무자비는 추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희연은 물론이고, 제성조차 헬 여신을 믿는 미친놈들이 생겨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지구인치고 헬을 믿는 이들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고, 잘못하면 프레이야에게 무겁고 성가신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헬 여신은 지배지역의 인간들에게 포고했다.
너희들은 가축이고, 헬 여신의 종들에게 있어서 먹이 이상은 아니라는 선포였다. 신자가 될 수도 없고, 총애도 받을 수 없다. 가축으로서의 사육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 가혹한 선언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인간들의 종교가 인간을 사랑하는 신을 섬기는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대 남미에서는 인간들을 신이 돌보는 옥수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들이 수확할 수 있도록 신관들이 알아서 인간을 수확해 바치는 인신공양의 풍습이 있었다.
수많은 고대 종교들이 악신을 섬기고, 인신 제물을 바쳤다.
가축이든, 농작물이든, 먹이든 상관없었다. 가축도 도축할 때까지는 인간의 보호를 받는다. 농작물도 수확의 때까지는 농부의 돌봄을 받는다.
헬 여신의 강함과 무자비함에게 매료된 인간들은 스스로 그 종복이 되기를 청했다. 스스로 신관을 자처하고 나선 이들이 마을마다 생겨나서는 제물로 약자들을 바치려는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었다.
강제적인 군사력에 점령당한 나라에서 매국노들이 재빠르게 움직여서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약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과도 비슷했다.
게다가 현자회의 광신자들 중 일부가 마을에 숨어든 것도 컸다. 뱀파이어의 혈족인 이들이, 자신들이 상위종이라는 것을 자처하면서 마을 인간들을 제압하고 헬 여신에게 귀순을 청했다.
이슬람교도들이라고 생각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렇게 순식간에 헬 여신의 추종자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별 쓸모없었던 소총들이 인간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전쟁은 다시 인간들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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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네.”
“저도 참 난처해요.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는지. 헬 같은 걸 믿는다고 날뛰는 미친것들이 그렇게 많으리라고는.”
원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서 빙수를 먹는 희연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헬 여신과 그 추종자는 희연에게 있어서 완전한 남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원기와 희연은 서로 스케쥴을 맞춰서 함께 로그아웃하기로 되어 있었다. 희연이 내세운 조건이었다. 하루 여덟 시간 헬 여신으로 근무하고, 원기와 함께 열여섯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리디아가 원기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원기의 부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녀석들도 의외로 잘 노는걸.”
연하와 카즈키도 덩달아 로그아웃해서 주위에서 놀고 있었다. 24시간 스토커 체계에서 열여섯 시간으로 줄어들어 조금도 떨어지려고 들지않는 희연과 달리, 스토킹 놀이에 질린 카즈키는 연하와 함께 잘 놀고 있었다.
변화가 있다면, 원기였다. 24시간 늘 곁에 있던 희연이 없다는 것이 꽤 큰 변화였다.
‘이능 자체도 완전히 변해버렸지.’
모든 감각은 고통과 연결된다. 지나치게 달아도 고통스럽고, 지나치게 짜도 고통스럽다. 지나치게 밝아도 고통스럽고, 지나치게 큰 소리도 고통스러웠다.
적당히 쓰면 맛있고, 적당히 뜨거우면 시원하다. 적당히 쓰라리면 매콤하다.
모든 고통을 지배한다는 것은 모든 감각을 지배하는 것과 같았다.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원기는 모든 감각을 상대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신에겐 좀 미안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어떤 촉감도 못느끼는 그녀에게 이런 저런 감각을 느끼게 해보다 보니, 능력이 개발된 점도 있었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의 다섯가지 센스가 있다고 한다면 그중 네가지는 머리에 집중되어 있다. 머리를 제외한 육체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촉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원기는 아직 능력의 발동 조건이 접촉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촉감을 지배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접촉한 상태에서 고통을 부여할 때, 촉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이용해서 고통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고통 외의 감각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기가 가진 능력은 감각의 정도를 이용해서 적당한 고통을 부여하는 것 뿐이었다.
적당한 뜨거움으로 따뜻함이나 시원함을, 적당한 차가움으로 말 그대로의 시원함을, 적당한 압박감으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터치 마스터리라고 해야할지, 여신의 손길이라고 해야할지.’
바니걸 통신으로 마음을 통해서, 페인 마스터리로 몸을 통해서 편안함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신을 통해서 발견한 것 한가지가 더 있었다.
촉감 중에서 ‘성감’에 대한 것까지도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거 참 어쩌다가 이런 괴상망측한 능력까지.’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능력 자체를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신에게 시험삼아 시도했다가 그 효과에 당황했다. 아신 역시 무지한 덕분에 그녀가 무슨 감각을 느낀 것인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알게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랐다.
원기는 자연스럽게 희연에게 써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상상을 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희연은 원기를 보며 물었다. 원기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돌렸다. 희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감정을 느꼈다.
그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24시간 원기의 곁에 붙어다닐 때에는 굳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일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묻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생겼고, 지금처럼 물어도 뭔지 모르는 일들이 생겼다. 알고 싶다는 욕구와 알게 되는 즐거움이 생겼다.
‘나쁘진 않은 것도 같은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바이오 리베로에 사람 얼굴을 붙인 건 누구 생각이야? 아, 그렇지.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10미터 사이즈의 바이오 리베로에 애초에 계획이 없던 완벽한 인간형의 얼굴이 붙어있었다. 바로 장수한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엘프들 사이에서 장수한은 ‘현자’로 조제성은 ‘지자’로 알려져 있었다. 조제성의 전략적이고 전술적, 경제적 판단은 지극히 뛰어났다. 하지만 장수한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이 있었다.
현자라고 불리우는 이유 중에는 이종족 사랑이라는 이능의 탓도 있지만, 풍부한 상상력 덕분에 기괴한 발상도 나오긴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어려움이나 문제들을 미리 눈치챌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물론 바이오 리베로에 사람 얼굴을 붙인다는 발상은 오덕스러운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조제성은 그 안에 흔쾌히 찬성했다.
바이오 리베로의 특성상, 완벽한 얼굴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거대화한 여신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통용되었다. 희연의 표정과 연동하는 희연과 비슷한 미모의 여성 얼굴을 보면서, 생체 리베로를 여신이라고 여기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헬교의 이상스러운 붐과 맞물리면서 혼란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거신으로 현신해서 거스르는 리베로들을 거침없이 베어버리는 흉폭하고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은 이런 저런 동영상에서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악신을 따르는 테러리스트들이 악신의 모습을 딴 리베로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서방에 보도되고 있어서 혼란은 좀 줄었지만, ‘저 모습을 보고 리베로라니 말도 안된다’는 음모론도 꽤 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리베로가 지나치게 많아진 느낌이야.”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에, 아프리카 북부에 리베로들이 폭증했다. 양측을 지원하는 세력들도 있었고, 고가로 거래되는 몬스터들 탓도 있었다. 도요타 트럭이 테러리스트들의 주된 무기로 이용된 것처럼 소형 리베로들은 금새 병기로 둔갑했다. 작업용의 명목으로 다수의 인공지능 소형 리베로들이 수입되어서 무기를 손에 들고 전장에 투입되었다.
현대전에 특화되지 않은 일부 몬스터들은 비록 드론이지만, 리베로들의 공격에 씨가 마를지경이 되었고, 게중 귀여운 외모를 가진 일부 몬스터들은 환경 단체에 의해서 보호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자회 출신으로 이뤄진 제약회사는 몬스터의 피를 가공해서 만든 각종 포션을 출시했고 몬스터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속속 모여드는 이들도 있었다.
그 결과 리베로 전력의 심각한 불균형이 이뤄졌지만, 전장에 희연과 카즈키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리베로들을 상대로 정글도를 휘두르면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썰어버리는 헬과 그림자는 리베로 부대의 공포가 되었다.
악신의 칼날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가 비스트 부대의 대장인 캐슬 타이거였다.
원기를 따라서 코드명을 각각 동물이름으로 삼은 제로 스쿼드론은 기체의 어깨에 자신의 코드명에 해당하는 동물을 새겼다.
각국의 정예로 이뤄진 부대인만큼, 용병들처럼 무질서하지 않았고 실력도 좋은 편이라, 높은 성과로 유명해지면서 비스트 부대라는 이명을 얻었다.
그리고 원기는 희연과의 대결에서 상대의 공격을 무수히 막아내서 걸어다니는 성채라는 이명을 얻었고, 그것이 캐슬 타이거라는 별칭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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