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22화 (422/497)

422화 수르트

“드디어 인간들이 우리의 땅으로 오는 것인가.”

수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불의 거인들, 무스펠의 자식들은 아스가르드의 신족들과는 좀 달랐다.

아스가르드의 신족들이 영체인 아스트랄계의 존재라고 한다면, 그들은 실체가 없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에너지로 이뤄진 존재라는 점이 달랐다.

세계수의 변종인 무스펠에서 파생된 존재였지만, 영체와 에너지체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기에 무스펠은 독자적인 세력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수르트는 인간을 지배하는 영체인 아스가르드의 신족들을 배제하고 자신들이 미드가르드를 차지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신들의 이주 계획인 라그나로크가 실행되었다. 그리고 추종자들은 라그나로크를 위해 죽임을 당했고, 광기에 가까운 그들의 영적 에너지는 아스가르드의 신족들의 호전성을 일깨웠다.

그로 인해 피튀기는 전투가 벌어졌고, 수르트는 지구에 남아있는 세계수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아스가르드와 연결된 차원의 문을 봉인해서, 신족들을 돌아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프레이와 싸워서 프레이를 쓰러뜨렸지만, 세계수는 파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무스펠들에게 비극이 벌어졌다.

그들이 마련한 무스펠하임과 지구를 연결해주는 게이트가 소멸된 것이었다. 세계수가 타버리면서 모든 이공간과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수르트는 소멸되었고, 무스펠하임에서 소생되었다.

인간들이 불의 별이라 부르는 화성에 무스펠하임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스펠하임의 지하에서 열 에너지를 빨아들여 미드가르드와의 연결 통로를 열려는 무스펠들의 과감한 시도는 도리어 화성을 죽음의 행성으로 바꿔버렸다.

멘틀은 식어버리고, 지자기가 사라지며 태양풍이 쏟아지고 그 영향으로 공기까지 희박해졌다.

그 이전까지는 본래 생물이 살만한 별은 아니었지만, 그들만의 세계수인 화염의 나무 무스펠의 힘으로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지하로 숨어들어가게 되었고, 무스펠 역시 근근이 살아남게 되었다.

“드디어 인간들이 오게 되는군.”

수르트는 감회에 젖었다. 노예인 인간들은 줄어들었다. 에너지체라고는 하지만 영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고작 수천명의 인간들만으로는 무스펠족이 살아갈 수 없었다.

지구에서 올림푸스산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화산의 지하에서 그들은 지구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들의 기계는 참으로 매력적이로군.”

그들은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들을 지배했다. 무스펠들은 에너지체이고 가장 성격이 비슷한 것은 플라즈마와 전기에 가까웠다.

그들은 기계들에 깃들어서 그 내부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언젠가 인간들이 왕복선을 타고 무스펠하임에 도착하는 것을 기대했다.

“진정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들의 성향은 빛과 열, 전기로 된 플라즈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는 에너지이고, 금속에 깃들어서 권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동상에 깃들어서 동상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관절부를 열로 녹이고 자력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움직이는 거상인 콜로서스의 전설들은 기원전에 무스펠 일족을 목격한 목격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시 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었다.

모든 기계류를 그대로 점령하는 것이 가능한 그들이지만, 지구로 자신들을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컴퓨터 바이러스같은 데이터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의지가 깃든 에너지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직접 기계와 접촉하지 않고서는 장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불의 세계수, 무스펠의 영역 외에서는 에너지의 공급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기계가 넘쳐나는 지구를 탐내면서도 지구로 올 수가 없었다.

일정량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면, 그들은 소멸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에너지의 공급 없이는 그들 역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세계수인 무스펠은 원자력 에너지나 지저의 대규모 에너지도 활용이 가능했지만, 불의 거인들은 자신들보다 큰 에너지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들의 능력에도 한계는 있었다.

지나치게 큰 에너지는 흡수하지 못하고 되려 흡수당해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그들은 화성에 묶여있게 되어버렸다.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들은 대부분 소형에 귀환 능력이 없는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메이플라워호는 달랐다. 궤도 비행을 하는 모선이 있고, 착륙과 이륙을 할 수 있는 왕복선이 있었다.

그리고 모선은 여차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전자파 엔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진정으로 탐나는 것은, 저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찬 존재로군.”

수르트는 동충하초인 사뇽이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세계수와 전기 도롱뇽이 결합된 존재였다. 그것만 손에 넣는다면, 그는 막대한 힘을 갖게 될 것이고,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불의 거인들은 지구의 수많은 기계들을 장악해서, 지구를 손에 넣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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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고대하는 침략자들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순항중인 메이플라워호는 축제 분위기였다. 물론 일부 탑승원들은 모르고 있었다.

메이플라워의 연료탱크 블록에 있는 수많은 ‘밀항자’들과 프레이야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여신의 방문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행차 계획에 헬 여신을 비롯해 굴베이그, 펜릴까지 4대 여신이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위험한 일은 없겠지?”

“그렇겠지요. 안그러면 제성사장님이 보내주시겠어요?”

“그렇긴 하다만. 네 여신이 전부 간다니 왠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하네.”

“그렇지 않아도 굴베이그와 펜릴은 여신 캐릭터가 아니라 전투 캐릭터가 가기로 했어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원기의 말에도 장수한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프레이야 여신의 안전은 프레이야 신도들에게 있어서는 늘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굴베이그나 펜릴은 보험이 될 수는 있다고 하지만, 프레이야와 바꿀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요새 재미가 좋은가 보더라.”

장수한의 말에 원기의 표정이 밝아졌다. 희연과의 관계가 깊어진 것이 확실히 정신적 안정감을 더해준 듯했다.

“좋긴 좋아요. 목욕도 같이 할 수 있고 말이지요.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확실히 몸매가 좋긴 좋지.”

장수한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엘프 성애자인 장수한인만큼 대사가 담백하게 들렸다.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아쉬운건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져요. 몸은 가까워졌는데 마음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장수한은 원기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원기의 고민보다는 희연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여신은 경애의 대상이었다. 경애의 대상은 높은 곳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 가까이에 있어서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어쩔 수 없는거야. 희연은 여신의 용사가 되고 싶은거지, 여신의 애인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노예나 시종이라면 모르겠지만’

장수한은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장수한 역시 원기와 프레이야 여신을 애써 분리해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을 뿐이다.

경애의 대상이 겸손한 것은 경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고통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드래곤 하트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어?”

“드래곤 하트요? 그게 대체 뭐지요?”

“그렇군. 그런게 있다는 소문만 돌고 있는 모양이야. 아직은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 아마도 시사라와 관련된 물건이 아닐까 싶어.”

“그렇겠네요. 동충하초는 확실히...”

세계수와 시사라를 퓨전시킨 동충하초는 전략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 명 가까운 인원이 화성까지 이주하는것을 가능케하는 우주선의 동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보급물자 대신에 수천명이 화물칸에서 밀항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시사라의 변종이 아닐까 생각되는군. 좀 더 알아봐야겠지. 신성 러시아 제국이라는 놈들도 조사를 해봐야겠고.”

자신이 진짜 라스푸틴이라고 주장하는 사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흡혈귀이며 영생을 산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랜 독재 통치의 결과 피폐해진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얻어서 게릴라 조직을 만들었고, 내전이라 주장하는 테러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드래곤 하트라고 불리우는 물건을 만들어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대도시에 퍼진 도청용 엘프들이 주워온 소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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