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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23화 (423/497)

423화 재앙의 씨앗

“크하하하. 최고야. 최고!”

“무슨 일입니까? 이반 대장.”

“과연 내 숙적이야. 역시 살아있었어. 죽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죽음의 여신에게 선택받은 건가?”

칼잡이 이반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사내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눈 앞에는 생체 리베로의 전투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전투 스타일을 바꾸긴 했지만, 카즈키의 검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한층 성장한 모양이군.”

그는 유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습니까? 그래봤자 대장의 상대는 아니겠지요?”

칼잡이 이반, 삼보를 비롯한 격투기의 천재로 유명했지만 특수부대에 들어와서 나이프를 비롯한 온갖 날붙이로 근접전을 마스터한 인물이었다. 면도칼부터 대검까지 자유자재로 쓰는 근접전 최강자로서 러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인물이었다.

물론 세계적이라고 하지만 특수부대와 정보원들에게 알려진 것으로 유명했다.

“크하하. 그럴 리가. 성장하기 전에도 난 상대가 안되었지.”

“예? 대장이 상대도 안되었다고요?”

“그래. 내가 군대에 들어오게 만든 계기이기도 했지.”

“그건 좀 곤란하군요. 제 에인페리아가 될 강자가 약한 소리를 하다니요.”

“어쩌겠나. 약자가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세상의 섭리야. 세상엔 천재들이 있지. 아깝지만 그 천재는 헬이 집어삼킨 모양이야. 라스푸틴씨.”

“강함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요. 내가 원하는 강자는 칼잡이보다는 전투 지휘관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반씨는 만족할만한 동료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는 안어울려. 신이 되고자하는 야심가씨. 정말 가능한지는 모르겠군.”

“현자회는 사람들의 집합이지요. 사람이라는 종의 동물들은 결코 마음이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교활한 동물들입니다. 일부의 충견들은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친 주인들을 그리워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일부는 자신들이 주인이 되고자 했고, 일부는 돌아온 주인들에게서 주인의 좌를 뺏고자 연구해 왔습니다. 인공신 계획, 세계수 강탈 계획 등이 존재했지요. 신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이들은 꽤 많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결실을 맺을 때가 온 겁니다. 바로 제 손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난 영생을 얻는다는 거로군. 영원히 싸움을 즐기며 사는 영생 말이지. 꼭 무슨 만화 등장인물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군. 뭐, 나도 싫진 않지. 강자와 싸우는건 좋지만, 다시 싸울 기회를 잃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정말로 가능한건가?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이?”

“기술적인 문제는 끝났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합니다. 전술적인 문제도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이 마법적 도구, 열쇠라고 불러야할지 뇌관이라고 불러야할지 모를 이 아티팩트를 세계수에 접촉시키기만 한다면, 새로운 신이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됩니다.”

이반은 그의 말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라스푸틴을 자처하는 사내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않았다.

“엘프들과 싸우게 될 듯 합니다만, 괜찮으십니까?”

“문제없네. 맨몸으로 싸운다면 좀 어렵겠지만, 리베로에 탄 상태로라면야 별 문제 없지.”

정령 리베로와 유령 리베로간에는 큰 성능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면이 컸다. 엘프들 간에도 전투력 차이가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조화를 선호하는 엘프의 성격상, 파일럿과의 상성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인 유령은 파일럿과의 상성도 완전히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파일럿과 유령의 조합에 따라서는 정령 리베로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주는 경우가 존재했다.

이반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 기량은 리베로 최강이라고 불리우던 전술교도대에 필적한다고 평가되었다.

기존의 각 국가들은 리베로의 독자 개발을 추진했다. 정령을 제외한 프레이야측 기술력은 그렇게까지 높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각 국가에서 실전을 대비해 전쟁용으로 개발되고 있던 리베로들을 통칭 2세대 리베로라고 불렀다.

그리고 2세대 리베로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시사라 엔진이 개발되면서, 고출력 엔진을 가진 3세대 기체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령에 못지 않은 유령기와 경험많은 파일럿, 그리고 초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리베로의 존재는 특별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양쪽 팔의 장갑판은 40cm의 복합장갑입니다. 이거라면 그 헬 여신의 검격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무슨 소리? 헬 여신의 검격을 그걸로 막아낸다고?”

“그렇습니다. 헬 여신과 전투를 벌이고 장갑 손상으로 끝난 타이거의 중장갑에 대해서 알아보고 얻은 결론에 의한 겁니다. 약 200미리의 장갑판을 썼다고 합니다. 장갑판 하나하나의 설계까지 훔쳐 내서 검증된 결과입니다.”

“다시 알아보는게 좋을거야. 그 타이거라는 놈은 이능력자라고 봐야 해. 전차를 일도에 양단하는 헬의 검격을 고작 그정도 장갑으로 막아내는게 가능할 리가 없지. 이능 없이는 아마 불가능할거다.”

“그렇습니까? 그건 몰랐군요. 그럼 타이거와 혹시 교전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음,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질 것 같지도 않군.”

“기대가 되는 군요. 틀림없이 엘프들과도 교전을 벌이게 될 테니까요. 세계수와 프레이야 여신의 연결을 끊고, 제가 그녀를 대신해서 신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이반은 라스푸틴의 얼굴을 보았다. 젊어보이는 외모에 정중한 말투는 연약하게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의외로 허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엘프들이라, 전초전 상대로는 나쁘지 않군.’

그의 관심은 오직 카즈키에게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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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셨습니까?”

“그래. 무사히 성공했네. 조심하게. 곧 내 몸에선 병균이 방출될걸세. 방독면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걸로, 인류는 교훈을 얻게 될 걸세. 워싱턴은 제 2의 히로시마, 후쿠시마가 될걸세.”

미생물학자인 스티븐은 그렇게 말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워싱턴 근교에 있는 미생물 연구소에서 그는 박테리아를 연구했다. 다양한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분해하기 위해서 미생물을 연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연구시설이 특별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바로 성역 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성역 내에서는 모든 생물들이 생명력이 넘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이 효과는 인간이 가장 크게 받으며, 다세포 생물이 단세포 생물보다 더 큰 힘을 얻었다.

이를 이용해서, 미생물 연구소에서는 온갖 미생물들에 대한 위험한 연구가 벌어졌다. 성역 내에서는 안전 장비 없이도 병균에 감염되지 않았다.

그리고 개발된 것들 가운데는 극히 위험한 세균 병기들이 있었다.

성역 외부에서는 인간을 빠르게 감염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세균이 개발되었다.

세균에는 시간폭탄 개념이 장착되어 있어서, 삼주가 지나면 모조리 죽게 되어 있었다. 초기 감염의 확산만 잘 막는다면 피해 규모를 제어할 수 있었다.

“경고는 보냈겠지?”

“글쎄요.”

“무슨 소리야. 자칫 잘못하면 대재앙이 될 수도 있어! 공항을 봉쇄하고 도로를 차단하도록 해야 해.”

“미안합니다만, 스티븐씨. 그렇게는 않되겠습니다.”

“다, 당신들은 누구야!”

스티븐은 돌연 나타난 아랍계의 인물들을 보고 놀랐다. 결정적인 것은 그들이 아무런 보호장구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가증스러운 물건을 만든 서방세계를 용서할 수 없다는게 우리 입장이군요. 이 병기가 사용될 곳이 어디인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스티븐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세균이 든 캅셀을 먹고 성역을 빠져 나왔다. 지금쯤이면 몸 속에 세균이 풀리기 시작했을 터였다.

그는 황급히 창밖으로 뛰쳐 나가려고 했다. 자살을 한다면, 세균이 퍼지는 것을 조금은 늦추거나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의 몸을 모판으로 세균이 자라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사내들에 의해 제지되었다.

“선물로 알려드리지요. 이 친구들은 서방의 대도시로 흩어질 겁니다. 파리, 런던, 베를린, 로마, 도꾜, 모스크바 등이 되겠지요.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보호복을 입은 사내는 스티븐의 팔뚝에서 피를 뽑았다. 그리고 그 피를 아랍계통의 사내들에게 주사했다.

“모두 AB형이신건 맞겠지요? 몸에 좋은 주사는 아니지만 덜컥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이지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서방세계 인구의 삼분의 일은 죽을 겁니다. 중동에서도 서방과 친한 지역은 타격을 좀 입겠지만,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이 소동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겠지요.”

각각 항공권을 든 사내들은 공항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방에는 의자에 묶인 스티븐과 보호복을 입은 사내만 남았다.

그는 그 상태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었다.

헬멧 안에있는 헤드셋으로 그는 누군가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어로군. 난 미친 짓을 벌인건가.’

제어할 수 없는 세균 병기를 제작하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낙심했다. 이것이 무기로 사용될 때 벌어질 비극을 익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도시에 존재한다는 특수한 필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위험한 세균에 노출되어도 감염될 위험성이 없었다.

몇몇 난치병을 제외하면 왠만한 세균성 질병도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다.

위험한 연구시설과 함께 VIP들의 거주지가 이 필드 안으로 옮겨져왔다. 그들은 세균 병기의 피해로부터 안전한 것이었다.

이런 부조리함에 고민하던 그는 세상에 교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저 사내에게 충동질 당했다.

그가 워싱턴을 고른 이유는 테러 대책이 잘되어있고, 이 특수한 필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보면 그것도 저 사내가 조언해 준 것이었다.

‘내가 속았군. 그건 그렇고 러시아인인데, 모스크바를 공격시켜?’

그는 두들겨 맞고 피를 흘리는 속에서 열심히 궁리했다. 혹시 살아남는다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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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보고 들으셨습니까? 미국에서 위험한 세균 병기가 도둑맞았다고 합니다.”

“그래. 나도 지금 들었다. 이미 빼돌린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보고가 들어왔어. 세균은 이미 퍼져나갔다고 봐야 할 거다.”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는...형님은 예상하신겁니까?”

“그래. 마법과 의학, 마법과 과학이 결합되면 발생되는 부가 효과는 어마어마하지. 어린아이에게 수류탄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 없어.”

제성이 알고 있는 세계적 위기만 해도 세균 병기 외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세계수의 결계가 핵의 직격에서 보호해주지는 못하지만, 방사능의 여파를 줄여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략과 전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럼, 대책은 있으신 거로군요.”

“물론이야. 내가 왜 우주 진출을 서둘렀겠냐.”

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할 말을 잃었다.

“일단 이정도 피해로 완전히 지구가 멸망하는 일은 피해야겠지. 지금 워싱턴발 비행기들이 착륙하는 공항에 신관들을 파견 시켰다. 그들이 공항을 성역으로 감싸고 질병의 확산을 막을것이다. 그리고 격리 치료용 공간을 각 성역 중심부에 마련한 상태다. 문제는...”

조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인도적인 세균 병기에 대한 정보가 중동의 반서방세력에 누설된 것은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역이용해서 서방세계에 큰 타격을 주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런 대응을 노린 누군가가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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