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화 진퇴양난
“이제 곧 오겠군. 지구로 되돌아갈 찬스가 오는 건가.”
급속도로 다가오는 화성 탐사선을 보면서 수르트는 들뜨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노력했다. 지금까지 화성에 온 탐사선들은 모두 무인의 편도행이었다.
지구로 돌아갈 연료도 에너지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오는 함선은 달랐다. 다수의 인간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며, 화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지구로 귀환이 가능한 배였다.
게다가 군침이 넘치는 타겟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세계수와 결합된 뇽족이었다.
에너지 생명체로서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이었다.
“아니! 어떻게 된거지?”
수르트의 기대와 달리, 화성 탐사선은 분리가 되었다. 그리고 탱크 부분은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가서 우주의 미아가 되었고, 탐사선은 속도를 늦추면서 화성궤도에 들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화성탐사선에서 발사되어 위성 데이모스에 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탐사선들에 빙의하면서, 불의 거인들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조작해왔다. 하지만 극비정보까지 얻기는 쉽지 않았다.
탐사선은 정보를 보내는 장비이지, 받는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리적으로 기계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그들이었지만, 전파를 통한 해킹은 그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화성 탐사선이 도착하지 않으면 알 수 없겠군.’
불의 거인들은 우주에 갈 능력은 없었다. 그리고 데이모스에 착륙한 탐사정은 한 기도 없었다. 그렇기에 데이모스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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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데이모스에 착륙했습니다.”
엑스칼리버 이능을 각성한 탓에 포탄처럼 데이모스에 격돌하게 된 일뇽이의 보고에 달 기지의 모두가 환호성을 올렸다.
충격으로부터 보호되는 캡슐을 이용했지만, 위험성이 적지는 않았다.
무사히 달과 데이모스간의 게이트가 열리자, 준비된 장비들이 게이트를 통해서 데이모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렵, 화성 탐사선 메이플라워호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화성궤도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세계 매스컴을 강타했다.
사람들은 곧 화성에 인간이 발을 딛게 된다는 소식에 열광하며 기대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지?”
장수한은 호철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메이플라워호에서 착륙하기 전에 보낸 탐사로봇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부 컴퓨터에 존재하는 발키리칩에 발키리를 배치해 둔 상태였습니다만,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탐사로봇이 장악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키리가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발키리는 일종의 영체였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성역 밖에서는 신성력이 담긴 물건이나 신관, 에인페리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돌아오는 데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일단 보고는 해 봐야겠군.”
장수한은 조제성에게 달려갔다.
“골치아프군. 화성에 오딘의 잔재가 남아있는건가?”
“오딘일까요?”
“발키리를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은 신족의 힘이라고 봐야겠지. 탐사로봇에서 발키리를 쫓아냈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오딘의 힘이 화성에 있다는 뜻이라고 봐야할거야.”
“그도 그렇겠군요. 그럼 데이모스 개발 계획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물론 속행해야겠지. 화성에 어떻게 해서 갔는지 모르지만, 데이모스에는 없을 가능성이 커.”
조제성은 그렇게 단언했다. 달에는 어떤 신족들의 흔적도 없었다. 신족들이 차원 이동의 기술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존한 것이었다.
‘성역을 이용하면, 화성에서 인간이나 유사인류를 살도록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데이모스는 의미가 없어.’
조제성은 그렇게 단정지었다.
“그럼 화성 탐사선의 착륙을 저지시킬까요? 메이플라워호에는 협조자도 있고, 발키리칩을 이용해서 컴퓨터도 장악이 가능합니다.”
“그건 지나치게 소극적이군. 오딘의 함정이든 유산이든 활용할 방법이 있겠지. 정보가 재산이야.”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제성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사실은 장수한도 짐작하고 있었다.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게 더 무서운 것도 사실이었다.
오딘이 설치해둔 함정이라고 해도,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난만큼 개입해서 이용할 여지가 있다고 조제성은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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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가 들어간 곳은 미드가르드가 아닌 다른 곳이었군.”
오딘은 쓴 웃음을 지었다. 프레이야가 장난치고 있을 거라는 판단은 이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자중하고 있었다.
오딘은 수하들에게 캔 광물들 사이에 아티팩트를 집어넣도록 명령했다. 블러디 라인2의 세계가 환상의 세계일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낸 가상 세계와 마법을 통해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는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일 수 있었다.
캐낸 광물들이 사라진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그 광물들을 다른 형태로 가공해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상의 세계일 가능성을 본 것이었다.
캐낸 광물들 틈에 부러진 곡괭이 끝부분으로 위장한 아티팩트를 넣었고, 그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오딘은 보내온 차원의 좌표를 통해서, 미드가르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슬슬 움직여야겠군. 프레이야의 잔당들을 정리해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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