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외계인의 침략
‘오덕들이란 정말 재밌는 놈들이야. 여신님께서도 그들의 취향을 좋아하시니 나쁘지 않지.’
조제성이 생각하기에 장수한은 꽤 훌륭한 인재였다. 어차피 조제성 하나가 있으면, 비슷한 사람은 둘 이상 필요 없었다.
조제성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고, 내심 나타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조제성은 유혜서와 알콩달콩 은퇴 생활을 하는게 꿈이었지만,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해주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주는 프레이야 여신 역시 특별한 존재였다.
‘우주 진출하면, 일도 줄어들고 굳이 후계자를 둘 필요는 없지.’
장수한은 조제성만큼 냉철하고 계산적이지는 못했다. 따라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면은 부족했다.
조제성이 전략가라면, 장수한은 창조자였다. 마냥 자신들의 취향대로만 나가려는 찬균과 호철을 다독여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쓸만한 것으로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조제성은 찬균과 호철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기여도는 꽤 컸고, 그것은 장수한의 덕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종족 사랑의 덕택도 있겠지만 인재를 끌어모으고 그들이 가진 힘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조제성으로서도 감탄할 만 했다.
‘내 한계를 느끼게 해주는 놈이야.’
조제성은 장수한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물론 질투는 하지 않았다.
장수한의 재능은 그가 갖지 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간절히 원하지 않는 재능이기도 했다.
독수리가 돌고래의 수영솜씨에 감탄하기는 해도 질투하지는 않는 것과도 비슷했다.
조제성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게임하는 플레이어와도 닮았다.
최대한 빠르게 필요한 자원을 모으고, 그것을 이용해서 적을 칠 전력을 만든다. 그리고 전력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운영해서 적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싸우고 승리한다. 이 원리로 움직였다.
반면 장수한은 게이머로 비유한다면 씸씨티나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즐기는 사람과 닮았다.
합리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조제성과 유사하지만, 찬균이나 호철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내놓는 때론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들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좋아했다.
무미건조하게 확장하기 보다는, 최초의 계획과도 다른 특이한 성장을 이뤄내는 요소이기도 했다.
‘흠, 내가 수한이 녀석을 같은 게이머로 여기고 있었군.’
조제성은 자신이 장수한을 자신과 어느정도 대등한 입장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제성에게 프레이야는 조제성이라는 게이머가 성립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과 같았다.
사기적인 경제감각을 지닌 조승희나 반칙이나 다름없는 외교능력을 가진 리디아는 유닛에 가까운 개념으로 존재했다.
전투 유닛인 희연이나 연하 등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함께 플레이를 해나가는 협조자로서 조제성이 내심 인정하는 것은 장수한 뿐이었다.
“대단한 놈이야. 이런 발상을 해내다니.”
조제성은 장수한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프레이야 여신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꽤 좋은 방법인 듯 했다.
실제로 프레이야 여신 역시 난처한 표정을 하긴 했지만, 쉽게 응했다.
조제성은 인터폰의 스위치를 눌렀다.
“좋아. 그럼 여신님의 화려한 등장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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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뉴스 속보? 외계인 침공? 장난하나?”
“누가 해킹이라도 한건가? 대단하네.”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핸드폰에서 울려온 속보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태풍이나 기상 속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이나 지진 같은 속보도 믿을까 말까한데, 외계인 침공 경고라는 말에는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빌딩 외벽의 대형화면에서 속보 화면이 뜨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속보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도로의 자동차들도 멈춰서면서 경적들이 요란하게 울려댔지만,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늘면서 조용해졌다.
“주석우 기자, 미국발 보도라고 들었습니다만 믿기지 않는군요.”
“예,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미국내 기자들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특파원들이 백악관을 비롯해 펜타곤 등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외계인 침공 경고라고 속보가 떴는데,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군요. 일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전염병 소동과도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 세계 각지에서 미라클 스팟이라고 불리우는 장소가 드러났습니다. 스팟 안에 머무르면 전염병에 안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도 스팟 안에만 들어가면 낫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한 필드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전염병에 대비하던 의료진들의 증언으로 이 사실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망하기 전에만 이 기적 지대로 옮겨지면 생명을 건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기적의 지대로 옮기는 것이 국가의 지시였다고 하는 거지요. 게다가 이송된 환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모두 위약이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녹말 가루나 생리 식염수, 포도당 등 아무 의미없는 처방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사율 99%의 맹위를 떨치던 전염병에서 회복되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국가의 지시였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또 있습니다. 이 기적의 지대가 일본의 후쿠시마를 제외하면 대부분 각국의 수도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 고위 정치가들이나 재벌 등이 이 지역에 이주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음모론이 더욱 불거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한국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현재 10대 재벌가의 인척들이 전염병 소동 이전에, 최근 1년 사이에 이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반경 1키로가 안되는 이 공간에 미리 옮겨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소리가 됩니다. 반면 이 기술의 정체는 현재 의료기술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온갖 음모론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외계인 이야기로군요.”
“예. 곧 외계인들의 대대적 침공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 지구에 온 우호적인 외계인이 있다고 합니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군요. 정식 발표된 내용입니까?”
“예.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우호적인 외계인은 달 뒤편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경에 네바다주의 사막에 나타날 거라고 합니다.”
“네바다주라면 유명한 에어리어 51이 있는 곳이로군요.”
“예. 미국에서도 유명한 비밀 구역으로 외계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던 곳입니다. 일단 착륙지점은 라스베가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취재진을 비롯해서 각국 주요 인사들이 라스베가스의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외계인의 방문이라니,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외계인의 지구 방문 소식이 들려온 다음에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리베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로봇 기술의 획기적인 진보를 끌어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만, 이 리베로가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라면 유명한 이야기로군요. 특수 컴퓨터를 사용해서인지, 양산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리베로의 동체 자체는 전투기나 전차에 비하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만, 고성능 컴퓨터가 양산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그게 외계인의 기술 탓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 특파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새로운 속보가 있습니다. 달 그림자에서 빛을 발하는 원반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천체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국립 천문대에 있는 유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유기자 나와주세요.”
“예. 국립 천문대입니다. 현재 영상으로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원반형 비행체가 달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직경 약 300 미터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보이듯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공원에서 던지고 노는 원반 장난감처럼 보이는군요.”
“예. 미국을 비롯한 각지에서 플라잉 디스크, 혹은 프리스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침략을 알리러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장 같은 것은 보입니까?”
“표면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매끈한 외형은 말 그대로 프리스비처럼 보입니다.”
“그렇군요. 주 특파원을 다시 연결해 보겠습니다. 주 특파원, 무슨 소식이 있습니까?”
“예. 지금 라스베가스에서 대규모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곧 네바다 상공으로 외계인의 우주선이 날아온다고 합니다. 30분 후에 내방한다고 합니다.”
“30분입니까? 아직 달 상공에 있는 원반이 30분 만에 도착한다니 그거 놀랍군요.”
사람들은 뉴스를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그래서 사방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확인했지만, 모든 방송들이 하나같이 같은 뉴스를 하고 있었다.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집에 있던 천체망원경을 모두 들고 나왔는지 생각보다 많은 천체망원경들이 거리 곳곳에 있었다.
“맨눈으로도 보이네. 저거.”
달 옆에 떠있는 작은 별과 같은 빛을 보면서,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외계인의 침략이 있을거라는 소리야? 정말?”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러는건지.”
“그건 그렇고, 서울에 외계인의 기술이 적용된 공간이 있었단 말야?”
“리베로가 외계인 기술이었다고 하니, 납득이 가긴 하는데.”
“그건 그렇고 아직도 제자리네? 얼마나 빠른거야?”
“뉴스 보니까, 달에서 지구까지 40만키로 가까이 된다고 하던데? 현재 위치에서 네바다까지는 40만키로가 넘는다고 하더군.”
“시속 40만키로라도 한시간은 꼬박 걸린다는 소린데, 아직도 출발 안한거야? 몇분 남았지?”
“이제 5분 밖에 안남았는데? 저거 진짜 UFO 맞아?”
“저쪽 아저씨가 가진 반사 망원경으로 봤는데, 진짜 UFO 맞는 것 같아. 작긴해도 납작하게 생겼어.”
그리고 10시 59분 59초가 되는 순간, 우주선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네바다 상공에 나타난 UFO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과, 광속입니다. 광속으로 UFO가 이동을 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뉴스에서 경악성이 나왔지만,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진짜 UFO가 미국 네바다주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조용히 네바다 상공에서 부유하고 있는 원반의 모습에 사람들은 말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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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품이야. 난 쥐어짜도 저런 발상은 못했을거야.”
“형님에게 그런 칭찬을 받으니, 정말 영광이로군요. 호철이 밑에 있는 UFO 오덕 한놈이 UFO가 텔레포트의 힘으로 날아다닌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공간이동 기술은 신화적이나 판타지적으로 접근하면 마법이지만, SF적으로 접근한다면 초과학기술, 혹은 외계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었다.
공간 이동의 경우, 확실히 광속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통해서 계측된 상태였다. 시간 역행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속도이기는 했다.
텔레포트 게이트와 부유석을 결합시켜 만든 UFO라서 자력으로는 날아다닐 수 없는 물건이었다. 비행선처럼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게 고작인 물건이었지만, 달과 네바다에 만들어놓은 마법진 사이를 오갈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서 광속 비행을 연출해 낸 것이었다.
“우주선의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미국의 대통령입니다!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뿐만이 아닙니다. 각국 정상들이 손을 흔들며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행원들과 함께 비행접시에서 모습을 드러낸 미 대통령은 내려와서 단상에 올라섰다.
“여러분들에게 기쁜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를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쁜 소식은 이미 알려드린 바와 같이, 지구를 침략하고자 하는 악한 외계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이 소식을 전해주고 우리와 함께 싸워주기 위해서 온 친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류의 친구이자 전우가 되어줄 분을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소개와 함께 원반 안쪽에서 인간형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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