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39화 (439/497)

439화 여신양위

“꺼져라. 엘프. 이건 인간의 전쟁이다.”

“인명 구조와 보호는 여신님의 뜻입니다.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전쟁에 무관한 민간인따윈 없다. 미국의 장군이 말한 명언이지. 너희도 그렇지 않은가? 지구에서 고결한 척하지 마라. 엘프.”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테러냐 전쟁이냐는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꺼져라. 인간들의 전쟁에 간섭하는 것이 여신의 뜻이냐?”

아폴로의 선언에 나이트 엔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방해만큼은 용서치 않겠다.”

아폴로는 선언하듯 말하고 거침없이 불타는 거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나이트엔젤은 테러리스트로 알려진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들이 민간인들을 죽이는 과정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뒤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을 구조했다.

이런 모습이 전세계에 동영상을 통해 방영되었다.

나이트 엔젤은 테러에 대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내정에 간섭하지 못한다는 그들의 자세는 많은 반향을 불러왔다.

많은 테러 단체들이 자신들이 싸울 대상을 향해서 선전포고를 했다. 선전포고가 이뤄진 상태에서는 나이트 엔젤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프레이야측에 많은 이익을 가지고 왔다.

쓸데없는 기대와 경계가 불식된 것이었다.

그리고 다수의 이능자들이 테러와 테러방지라는 형태로 동원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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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잠에서 깨어나자,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희연의 모습이 있었다. 곤하게 잠든 그녀의 모습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인간이 아닌 아름다움, 원기는 손을 들어 여신 헬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런 원기의 움직임 탓인지, 반대쪽에서 카즈키가 원기의 왼팔을 끌어안으며 파고들어왔다.

원기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살짝 몸을 뒤틀었다. 연하가 원기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꼴이람.’

프레이야 여신은 한숨을 쉬었다. 프레이야 여신을 세 방향에서 포위하고 있는 존재들은 여신들의 아바타였다.

신성의 양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였다.

원기가 지닌 프레이야 여신의 신성을 양도할 수 있는 대상은 현재 둘이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 프레이야 여신의 그릇이 될 예정이었던 리디아와 원기의 카피에 가까운 굴베이그였다.

그리고 펜릴의 신성을 이어받을 수 있는 재능을 지닌 것은 카즈키였다. 굴베이그의 신성은 꽤 융통성이 있어서, 씨앗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헬 여신의 신성은 희연을 제외하면 서유리가 유일했다.

최고신에 가까운 펜릴과 헬, 그리고 신격이 상승된 프레이야는 양도 가능한 대상에 제한이 있다고 봐야했다.

펜릴과 굴베이그의 신격을 카즈키와 연하에게 임시적으로 이전시킨 것은 이 둘의 이능을 각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프레이야 측은 모든 국가에게 오딘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강제각성의 위험성이었다.

오딘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아스가르드로 공격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강제 각성이 가능한 일명 ‘초인’과 신이 될 수 있는 씨앗인‘반신’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각국가들은 이들을 찾아내서 이용하는데 정신이 팔린 것이었다.

일반인도 이능을 깨달을 수 있지만, 초인이나 반신이 각성가능한 이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운에 맡겨야 했지만, 각성하기 쉽고, 강력한 이능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각 국가들의 이능 개발에 대한 열의를 높인 것이었다.

조제성 역시 이능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조제성이 주안점을 둔 것은 희연의 이능이었다.

희연의 이능은 무기 강화의 이능이었는데, 무기사랑과 발광검으로 나뉘었다. 문제는 무기사랑이 대단히 강력한 이능이면서도, 제한 조건이 분명했다. 실체인 무기만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반면 발광검은 무기를 빛내는 역할을 하지만, 실체인 무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 빛은 공격력이 없지만 모양이 자유자재였고 검과 별도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헬 여신이 되면서, 진화한 능력은 무기사랑이 아닌 발광검 쪽이었다. 공격력이 없던 발광검이 상대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신축자재의 검으로 변한 것이었다. 빛을 발하느냐 빨아들이느냐, 공격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급격한 각성 때에는 발광검, 아니 소멸검만으로도 모든 것을 베어버릴 정도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는 헬 여신 상태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었다.

반면, 인간 아바타일 경우에는 소멸검 자체만으로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기사랑과 겹쳐져야만 효과가 발휘될 수 있었다. 무기사랑과 발광검이 원래 한쌍인 능력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소위 ‘반신급’이능이 극에 이르렀을 때, 신성을 얻으면 ‘신급’ 이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제성이 보기에 극에 이른 이능은 카즈키의 촉수 엑스칼리버와 연하의 무념무상이었다. 그래서 펜릴과 굴베이그의 아바타를 일시적으로 카즈키와 연하에게 이전시킨 것이었다.

리디아의 배가교환은 좀 특수했다. 리디아는 씨앗이 아니라 그릇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배가교환 자체가 신급 이능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래도 리디아의 경우도 더 강력한 이능이 깨어날지 모르니, 프레이야의 신성을 맡겨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일단 무리입니다. 리디아도 굴베이그도 솔직히 말하면 프레이야님의 대리를 맡길 수 없습니다. 리디아가 프레이야님의 대리를 맡는다면, 즉시 프레이야 진영이 붕괴될 것이고 굴베이그님도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단언했다. 원기가 프레이야 진영의 구심점이기 때문이었다.

영리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성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하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면도 있고, 부하들을 도구로 여기는 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능하지 못한 자를 중용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부하들 역시 인간이다. 무능해지면 버려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가 좋은 자들은 배신당해서 몰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생전에 배신당하느냐, 사후에 배신당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조제성은 자신의 그런 한계를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의식할 필요도 없었고 느낄 수도 없었다.

바로 프레이야가 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는 아무리 무능한 이라도 결코 버려지지 않을 것임을 마음속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프레이야 휘하의 이들은 자기 살길을 찾기에 필사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역으로, 기꺼이 프레이야 진영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각오까지 갖고 있었다.

“일시적이라고 해도, 많은 이들이 당황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리해야 할 세계수도 많지요. 프레이야님의 신성은 옮겨져서는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종족들이 공존하는 것 자체가 프레이야님 덕분입니다.”

조제성은 단언했다. 헬과 펜릴의 잔당들이 엘프들과 같은 장소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리디아가 프레이야 여신이었다면, 다크엘프들조차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프레이야 휘하에서는 모든 종족들이 단일 종족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살고 있었다. 엘프들은 프레이야의 종족이니 존중받았고, 엘프들은 프레이야의 뜻을 따라 다른 종족들을 아꼈다.

타 종족을 잡아먹는게 당연하던 종족들조차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조제성 사장님이 관리를 잘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제 힘만으로 될 수는 없었던 겁니다. 수어지교인 셈이지요. 제가 헤엄칠 프레이야님이라는 기반이 없었다면 불가능합니다.”

조제성은 겸손한답시고 자신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지나친 겸손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드라이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제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겸손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괜찮을까요? 상당히 강력한 이능을 가진 이들도 꽤 나왔다고 들었는데요.”

신의 씨앗을 가진 이들, 곧 반신(Demigod)급 능력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각국 정부들은 반신급 인재들을 찾아내고 구분해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을 훈련시키고 각성시켰다. 그 결과 반신급 이능을 각성한 이들이 다수 늘어난 상태였다. 이들은 현자회의 12신처럼 에인페리아들을 압도하는 이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원기의 걱정에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조제성의 미소만으로도 원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조제성 사장님이 없으면 안되겠네. 상상도 하기 싫어져.’

혼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조제성의 말을 기다렸다.

“이미 모든 이능자들이 여신님의 휘하에 들어왔거나 아니면 여신님을 거부한 상태입니다. 이상적이지요. 언제든 그들의 이능을 봉쇄할 수 있습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할 말을 잊었다. 원기 역시 여러가지 일로 바쁜 터라 게임속에 쳐박힌 프레이와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조제성과 장수한이 프레이와 함께 처리한 일이었다.

“여신님을 거부한 이들에게 여신님의 신성력, 곧 이능의 연료가 되는 것을 어느정도 공급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완전차단했지만, 바니걸 통신과 연계하면서 열어준 상태지요. 각 국가들이 이능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차단 가능합니다. 여신님이 전세계에 바니걸 통신을 방송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일일이 여신님을 믿지 않는다는 선언을 얻으러 다닐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조제성은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위험한 이능자를 처리할 경우를 대비해서 특정 범위나 짧은 시간, 혹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이능이 발동 안되도록 만들어놓은 시스템까지 구축한 상태였다.

“여신님의 힘을 빌리는 주제에 여신님에게 거스르는 멍청한 놈들이 없도록 하는 기본적인 조치지요.”

바니걸 통신을 듣고 그 청취자가 될 가능성은 사실 그리 높지 않았다. 여신과의 거리나 마음 상태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 프레이야 여신을 믿고싶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아니라면 근거리에서도 10%가 채 되지 않았다.

방송등을 통해서 청취자가 될 가능성은 그보다도 훨씬 더 적었다. 만분의 일 이하일 수도 있었다.

시사라들, 팔뇽이들이 청취자가 된 것은 그들이 프레이야의 세계수로 자라났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몇마리만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과장하고 여신을 거부하는 맹세를 함으로써 조제성은 앞날을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었다.

세계수를 얻은 이능자들의 목에다가 치명적인 방울을 다 걸어놓은 것이었다.

‘우와. 우리편이지만 참 치사하고 악랄한 수법이다.’

조제성의 약정은 조심해서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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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슬슬 깨우는게 좋을 것 같기도 한데.’

곤하게 잠든 헬 여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프레이야는 쓴 웃음을 지었다. 누가 쓰다듬어도 계속 자고 있을만큼 곤히 자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기가 본체로 있으면 희연은 언제나 원기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원기의 안전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섭섭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족쇄를 찰 필요는 없는데.’

헬 여신의 목에는 목걸이 형태의 아티팩트가 달려있었다. 이는 이능을 억제하는 구속구였다. 원기의 본체와 함께 할 때 희연이 반드시 차는 물건이기도 했다.

조제성의 주문으로 프레이가 제작한 이능 구속구는 희연이 혹시라도 원기를 해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희연은 그 구속구를 불쾌하게 여기기는 커녕 애지중지하다못해 편집적으로 챙겼다.

이능발동이 안되는 구속구를 차고서도 원기의 안전에만 집중하는 희연의 모습은 원기로서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기쁘면서도 섭섭한 그런 복잡한 것이기도 했다.

“야, 이 거지들아. 답답해. 꺼져.”

프레이야는 희연이 눈을 뜨는 듯하자, 연하를 카즈키에게 밀어 떨구고 몸을 일으켰다.

“슬슬 화성용 아바타로 갈아입고 와.”

원기의 말에 연하를 침대 바닥으로 떨궈버린 카즈키는 하품을 하면서 촉수 엑스칼리버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아직도 변화가 없나. 좀 화끈하게 변했으면 좋겠는데.”

카즈키는 물을 마시면서 투덜대듯 말하다가 침대 바닥에 떨어져서도 자고있는 연하의 얼굴에다 부었다. 찬물을 머리에 붓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코와 입에다가 붓는 듯 했다.

장난이 심한 듯 했지만, 전투요원으로 노숙을 밥먹듯이 한 터라서 익숙해진 상태였다. 연하는 일견 동네북처럼 보이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심하게 짖굳은 카즈키와 정신적으로 터프한 연하의 관계는 희연은 물론이고 원기도 내심 부럽게 여기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카즈키는 흐트러진 유타카의 옷섭을 여미면서 연하의 얼굴을 밟고 화장실을 가려다가 연하에게 발목을 잡혔다.

“이 멍청한게 힘만 세가지고는!”

근접전의 초고수인 카즈키였지만, 연하에게 붙잡혀서는 레슬링 기술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여신 아바타는 모두 스펙이 같은 거 아니었어?”

“힘을 쓰는 것도 요령이 필요해요. 힘을 쥐어짜듯이 끌어내는 요령은 연하가 훨씬 위에요. 잡히면 끝이지요.”

어느틈에 일어난 희연이 마카다미아 넛을 한봉지 건냈다.

“요새는 팝콘보다 이게 뜨더라고요. 아, 봉지 뜯어 드릴까요?”

“아니, 그냥 내가 뜯어먹을께.”

프레이야는 봉지를 뜯고 넛을 먹으며 연하의 일방적인 난타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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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짬타이거의 캐릭터로, 그리고 희연은 붉은 여우의 캐릭터로 화성에 도착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끌어모은 소 이천마리도 함께였다.

“이거 예상한 것과는 너무 다른 풍경인걸.”

화성의 도시는 지하의 커다란 구형의 공간이었다. 건물이라고는 없고 주위의 벽에 촘촘이 굴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굴에서 벌거벗은 그레이들이 살고 있었다.

“이건 너무해. 가난해서 벗고 살았다는거 아냐.”

호철이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레이 외계인들이 옷입은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 답이 나왔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동굴 안에는 소가죽이 깔려있었다. 양탄자 겸 침구라고 볼 수 있었다.

유일한 건물은 정 중앙에 있는 탑이었는데, 인공 태양의 역할을 하는 거대한 빛이 그 꼭대기에서 비춰지고 있었다.

“식물이라고는 이끼밖에 남지 않아서, 천도 없고 실도 없소. 먹을 것도 부족한데 힘줄을 쓰는 것도 아깝지. 하지만 이곳은 늘 비슷한 온도라서 춥지도 덥지도 않소. 굳이 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고 할 수 있소.”

아스가르드 공용어로 그레이 중의 하나가 답변했다. 그레이들의 외모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몸가짐은 확실히 위엄있어 보였다.

“사람답게 살려면 여러가지가 필요할 것 같군요.”

원기의 말에 발끈하려던 그레이 장로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전해졌다.

‘짐이 좀 늘어났군. 어떻게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을까.’

조제성은 그레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리디아가 나서기 전에도 이미 그레이의 마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르트 역시 그레이의 일부를 프레이야에게 넘기기로 계획하고 있었으니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무스펠 두명도 프레이야의 종속신이 되기로 약속되어있었다. 프레이와 프레이야 남매가 반신족에서 아스신족이 된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무스펠의 활용은 저놈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살풍경한 화성의 도시 무스펠헤임을 보면서 연신 뭔가를 떠들고 있는 호철과 찬균, 그리고 장수한의 모습을 보면서 조제성은 피식 웃었다.

“체인지포머다! 체인지포머가 되어야 해.”

“웃기지 마. 저들은 용자가 되어야 해. 화성용자 초신합체 무스페가!”

호철과 찬균은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수한을 바라봤다. 장수한이 결정해 주길 기대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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