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40화 (440/497)

440화 그레이

“용자가 되었든 체인지 포머가 되었든 가능한지는 확인한거야?”

장수한의 말에 호철과 찬균은 품속에서 휴대용 프로젝터를 꺼냈다. 그리고 각자 자기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만화영화를 틀어서 무스펠들에게 보였다.

수르트 역시 그들이 보여주는 것들을 유심히 살폈다.

‘프레이야가 중용하고 있는 이들이니, 우리의 능력을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과 가능성을 보여주겠지.’

수르트는 프레이야와 적대하는 것을 포기한 대신에 최대한 얻을 것을 얻기로 마음먹었다. 그레이 일족 중 쓸만한 능력자들과 무스펠을 보낸 목적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레이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프레이야의 움직임보다 무스펠들을 유효활용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무리다. 불가능한 일이야.]

[이쪽도 무리다. 우리에게 너희가 원하는 힘은 없다.]

용자황제 가가각을 본 무스펠도 체인지포머를 본 무스펠도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반응에 호철과 찬균은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장수한은 달랐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꽤 눈여겨 보더군. 어떤 면에서 불가능하다는건지 알려주겠나?”

[우선 저 용자라는 것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기계를 장악해서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부피를 키우거나 줄이는 능력은 없다. 거대한 비행기가 작아져서 날개로 부착된다던가 하는 것은 우리 무스펠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체인지포머도 마찬가지다. 철판을 자른다거나 다시 붙이는 것은 단시간에 불가능하다. 순식간에 깔끔하게 자르는 것도 어렵지만, 다시 붙여서 원상태로 만드는 것은 무리다.]

장수한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폰을 꺼내서 다른 영상을 보여줬다. 그것은 바로 장난감들의 광고영상이었다.

“이건 어떤가?”

작은 블록들이 모여서 합체한 블록 장난감과 일본에서 만든 변신로봇 장난감의 영상이었다.

[음, 꽤 괜찮은 구조로 보이는군. 작은 블록들을 뭉쳐서 형태를 만드는 건가. 훌륭한데. 범용성이 높아지겠군.]

[이 놀라운 관절 구조와 장갑의 연결을 봐. 이쪽의 몸체라면 체중을 단단히 지탱하면서도 동작의 자유도가 극히 높아진다. 금속을 무리하게 움직여서 발생하는 금속 피로도 줄어든다. 에너지 효율도 극히 높아질 수 있어.]

무스펠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르트도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과연, 동력을 어디서 만드는가, 동력전달을 어떻게 하는가는 신경쓰지 않는군.”

장수한은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들의 신성력으로 움직인다. 우리들의 특기는 에너지의 변환이다. 열이나 전기 에너지를 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무스펠의 말에 장수한의 입이 벌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수, 순수한 힘으로 변환이 가능한건가? 벡터 에너지?”

[순수한 힘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중력이나 관성력을 의미하는거다.”

[그렇다. 에너지의 전환이라는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철과 찬균 역시 그 말에 놀랐다. 본래 인간은 순수한 힘을 다룰 수 없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나 폭발 등의 화학반응 등을 통해서 힘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능은 달랐다. 염력은 순수한 힘이어서 중력이나 관성력을 중화시키거나 배가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이 염력을 사용하는 능력자들은 사용 조건이 제한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국가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존재이기도 했다.

최신형 전투기들은 복좌형 전투기가 많았는데, 이상적인 조합은 염력 사용자와 예지 능력자였다. 염력으로 파일럿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덜고, 예지 능력자의 능력으로 명중률과 회피능력을 함께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복좌형 구형 전투기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능력자까지 나왔다. 전투기 자체가 파일럿의 한계때문에 운동성이 제약되는데, 염력으로 보강하면 쉽게 한계를 넘을 수 있었다.

어차피 최신형 기체라고 해도 파일럿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운동성 자체가 염동능력자가 탄 기체를 넘지 못했다. 예지능력과 결합되면 스텔스의 우위도 의미가 없어졌다.

예지능력자들을 파일럿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조제성이 이미 예전에 구축한 예지 간섭과 예지 방해라는 개념이 정착되었다.

염력의 가치에 대한 연구는 확실하게 진전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 염력이 인간의 정신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인간의 정신력을 물리력으로 계산하면 그리 크지 않았다. 파일럿 두사람에게 가해지는 원심력을 조금 중화하는 것만도 대단한 것이었다.

무스펠들이 염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장수한도 알고 있었다. 프레이 시절에도 동상에 깃들어 동상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가스 버너를 이용해서 열에너지를 얻고, 그것을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UFO도 꿈은 아니야.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이 될 수도 있어.’

UFO가 염력-사이코키네시스로 날아간다는 UFO연구가(?)의 말을 비웃어 왔던 장수한은 엄청난 가능성에 전율했다. 특히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사라-팔뇽이를 떠올리니 더욱 그러했다. 세계수와 결합시킨 동충하초 프로젝트와 결합시킨다면, 활용 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용자놀이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무스펠들이야말로 반중력엔진이나 다름없어.”

리베로와 결합시키는 것을 기대하던 호철과 찬균 역시 장수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르트는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프레이야와 손을 잡은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우주전함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장수한이 혼잣말을 하듯이 조제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곧 조제성의 답신이 왔다.

“아, 그래요.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승상님이 뭐라고 하셔요?”

조제성의 경우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아지다보니 메신저로 연결된 실무진이 많았다. 그래서 직통채널을 상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장수한과 원기 정도였다. 찬균과 호철은 장수한을 통해서 전달받는 형태였다.

“간단히 말하면, 우주전함 거북선이다.”

우주전함 거북선이라는 말에 호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찬균이 쓴 웃음을 지었다.

“옛날 만화영화에 우주전함 거북선이라는게 있었어. 로보트 태권브이를 분해해서 거북선의 부품으로 쓴다고 해서, 보던 어린이들이 울고불고 했는데, 나중에 거북선에서 태권브이가 튀어나와서 거북선 따로 태권브이 따로 싸우는 만화영화였지.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는데...”

고전 만화영화도 수집하고 탐닉하는 찬균의 설명에 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스펠들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굳이 한곳에 묶어 둘 필요는 없었다.

“그럼 우주전함과 거대로봇 양자를 다 쓸 수 있겠군요.”

“그래. 그리고 용자물로 하라고 하신다. 선전활동은 아이들에게 더 잘먹힌다고 말이지. 소방차랑 구급차는 꼭 집어넣으라고 하셨다.”

장수한의 말에 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방차와 구급차보다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찬균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찬균에게 향했다.

“드릴입니다! 남자의 로망은 드릴이지요! 차원을 뚫는 크고 아름다운 드릴이 필요합니다!”

------------------------------

“그레이 종족의 종족특화 이능이 소환술이라는거로군요.”

용자물로 장수한 일당이 불타오를 무렵, 원기는 그레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레이들의 이능은 공간이동에 특화되어 있었다. 특히 소환 형식의 공간이동이었다.

양측의 좌표가 다 필요한 일반적인 형식의 공간이동과 달리, 원하는 상대를 자신들이 있는 곳에 끌어오는 방식의 공간이동이었다.

특히 다수의 그레이들이 원진을 짜고 함께 공간이동을 행함으로써 공간이동 능력을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었다.

일반적인 공간이동보다 활용폭이 좁다면 좁지만, 적지에 고립된 아군을 구출하는 용도로는 대단히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활용도가 높군요.]

적대 신의 성역에 들어가면 신급 이능을 제외한 이능들은 대부분 약화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간이동 계통은 특히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소환방식의 공간이동은 달랐다.

[오딘이나 로키쯤 되면 대처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좋은 능력으로 보입니다.]

“이들을 데려가면 좋은 일이 있겠네요.”

원기는 미소를 지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는 DNN방송국입니다. 거기 리차드 허드슨씨 댁이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장난 전화라면 사절하겠소.”

[장난 전화가 아닙니다. 리차드씨에게 납치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납치에 대한 사과? 어떤 놈들이 장난을 치는거요.”

[이번에 뉴스에 나온 외계인에 대해서 보신 적 있으시지요?]

“흥. 내가 본 외계인들과는 전혀 다른 종족이었소. 내가 본 건 그레이였단 말이요. 여신이라고 불릴만한 외모가 아니었소.”

외계인이라고 소개했지만, 일반인들은 프레이야 여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엘프족 혹은 아스족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바니걸이라는 이름은 바니걸 통신을 듣던 이들이 아니면 부르지 않았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누가봐도 여신같이 보이는 외계인을 바니걸로 부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신이 최근에 거둬들인 종족 가운데 화성에 있던 종족이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말하는 그레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꼭 사과하고 싶다는 납치 피해자들 가운데에 리차드 허드슨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합니다. 네바다의 신전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참석하실 수 있겠습니까?]

리차드는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고 외계인 신봉자들에게 심신양면으로 피해를 받은 적도 있었다.

자신이 본 것은 자신이 믿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겠소?”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시거나, TV를 보시면 됩니다. 참석하실 거라면 참석하겠다는 뜻만 밝혀주십시오. 헬리콥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도 되겠습니까?]

그레이의 가세와 외계인 납치 피해자와의 만남, 가축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이 이뤄지면서 외계인 파동은 더욱 커졌다.

프레이야 여신의 경우 지나치게 아름답고 극적이었다. 수행하는 이들은 엘프들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외계인의 방문보다는 천계에서 천족이 방문한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그레이들이 등장하자 여파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그레이보다 더 놀라운 것이 등장했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