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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42화 (442/497)

442화 용자의 탄생

“으, 응? 나 죽지 않은건가?”

스스무 일병은 주변을 살폈다. 분명 자신은 리베로의 발에 밟혀서 박살이 났을 터였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저승은 아니었다. 리베로의 발자국은 자신의 옆에 나 있었다.

그는 가슴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 가슴 주머니에서 사병용 타블렛을 꺼냈다.

위성 인터넷을 이용하는 밀리터리 타블렛이 작동중이었다.

지도와 전술 정보, 부대간 통신, 그리고 휴식시의 게임 및 동영상, 음원 시청 등이 가능한 물건으로 용병부대에 계약되면서 받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태블릿에는 대장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스스무 일병, 전투중 실종 처리(MIA).]

아렌드 대위의 얼굴을 떠올린 스스무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렌드 대위의 이능이 환영을 보여주는 능력이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유도하고 헛점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을 전사 처리한 것도 그 능력을 이용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너무 어리광을 부렸어.’

아렌드 대위는 스스무를 이해해주고자 노력한 극소수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군대가 그렇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스스무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대위를 곤란하게 했다는 자각은 있었다. 용병들은 정규군이 아니었다. 히어로는 더더욱 아니었다. 생존이 우선인 용병부대에서 자신의 주장은 어린애의 응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때, 메시지가 하나 더 들어왔다. 자신을 싫어하던 고참의 메시지였다.

[지옥에 떨어진 신참에게. 제발 살아돌아오지 마라. 너같은 멍청이가 살 곳은 이곳이 아니다. 일본으로 성불해라.]

고참 역시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았다. 탈영처리가 되겠지만, 스스무로서는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일본 대사관으로 가면 보호받을 수 있었다. 이능 용병들은 모든 나라에서 중요시하고 있었다.

‘당분간 자위대에서 복무하게 생겼지만.’

스스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일본 대사관이 있는 수도를 향해서 도망갈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피난하도록 알리고 함께 피난할 수도 있을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는 물건을 보았다. 바로 거대 로봇이었다.

리베로보다 훨씬 큰 크기였다. 리베로가 장난감처럼 보이는 크기.

‘20? 아니 30미터? 더 큰가?’

로봇은 보이지않는 장벽을 이용해서 미사일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대지 위에 웅장한 모습으로 섰다.

적들의 전투기들은 이미 미사일을 소모하고 돌아간 듯 싶었다.

‘예지 능력자들이니, 위험을 예측한건가.’

그렇게 스스무가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리베로 부대들이 공격해온 것이었다. 스스무가 있던 부대를 쫓아온 적 부대였다.

헬 여신과 손을 잡은 북아프리카 해방기구의 부대였다.

거대 로봇은 보호막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지? 저대로는 당해버리고 말텐데.’

그 순간, 로봇의 눈이 스스무를 향했다. 그리고 로봇이 손을 뻗는 순간, 스스무는 눈이 부셔와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어디지? 설마 로봇의 안인가?”

“역시, 일본인이군.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어.”

로봇의 내부로 보이는 공간 한쪽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고압적인 느낌이었지만, 건방지다는 느낌보다는 고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늑대 귀와 늑대 꼬리를 하고 있어서 마치 코스프레를 한 미소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코스프레 소녀로 보기엔 분위기가 달랐다.

“난 펜리아. 야수들의 신이다. 펜릴이라는 존재의 신성을 계승한 자다.”

“여신이라는 겁니까?”

여신이라는 스스무의 반문에 자신을 펜리아라고 칭한 소녀는 미간을 찡그렸다.

“유감이지만, 지금 신성을 갖고 있지 못해. 내 신성은 헬 여신을 추종하는 일본인 계집이 가지고 있다. 반드시 돌려받게 될거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싸워줄 전사가 필요하지. 나와 계약해서 이 로봇의 조종자가 되어라. 그리고 헬의 주구와 싸우는 거다.”

“계약입니까?”

스스무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놀원이 이해가 안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본 애니에선 여신에게 선택받은 용자라면 기꺼이 계약을 하는게 정상이었다.

“뭐야? 일본인이라면 이게 정상? 마마가 뭐? 큐 뭐라고?”

소녀는 명백하게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는 하나가 아닌 듯 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께요. 너. 일단 로봇을 조종해. 정식 계약은 나중에 이야기하지.”

거스를 수 없는 소녀의 말에 스스무는 조종석으로 보이는 좌석에 앉았다. 수정구로 보이는 두개의 구체가 양팔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뇌파로 조종하는 타입이었다.

“무기는 뭐가 있습니까?”

“무기가 뭐가 있냐는데? 응. 그래. 발키리 미사일이라는군. 발키리 미사일이라고 외쳐.”

“발키리 미사일이요?”

“그래. 네가 외쳐야 준비를 하지. 그리고 거기 별모양이 보일거야. 거기 다섯마리가 준비가 되면, 발사라고 외쳐.”

“다섯 마리요?”

“거기 별 끝에 보이는 불빛들이 들어오는 걸 확인해.”

멀리서 사격을 가하는 리베로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미사일이 발사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로봇을 움직여 미사일을 막아갔다.

정체는 잘 알 수 없지만, 강력한 바리어가 날아오는 무기들을 비틀고 있었다.

스스무의 이능은 시간 인식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마치 교통사고를 당할 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듯, 원하는 순간에 두뇌 회전을 집중시켜서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놀랍군. 이게 여신의 힘인가?’

본래 그의 능력은 미미한 수준이라서, 조금 느리게 보이는 정도였지만, 로봇에 탄 상태에서 발동시키자 확연하게 느리게 느껴졌다. 이능이 발동되어도 육체가 뇌의 반응속도를 못따라주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지만, 뇌파로 로봇을 조종하는 지금은 달랐다.

그리고 얼마안가 계기판 한쪽의 별 다섯개가 불이 들어왔다.

“발사!”

그가 구령을 외치자, 로봇의 앞쪽에 검은 구멍이 열렸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미사일들이 ‘소환’되어 튀어 나왔다.

로봇에 미사일을 실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구현된 ‘그레이 갈아넣기’ 시스템이었다.

변신을 위주로 만들다 보니, 내부에 기계장치도 변변히 못들어가는데 무기를 실을 공간은 더욱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미사일이지만, 발키리들이 미사일을 조종했기 때문에 알아서 타겟을 정해 날아갔다.

로봇이 소환한 미사일에 공격해오던 리베로들은 황급히 철수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마을을 구하는거야.”

“마을을 말입니까?”

“소방대 소환이라고 외쳐.”

“소방대 소환!”

“발사!”

그렇게 외치는 순간, 오른 팔이 분리되어 거대 소방차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 거대 소방차의 뒷부분이 열리고 그 안에서 다수의 소방차와 소방대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응급대 소환이라고 외치자 왼팔이 분리되어 앰뷸런스로 변하고 마찬가지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응급대와 소방대는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마을로 뛰어들어가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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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를 이용해서 구호부대를 투입한다는건 꽤 멋진 아이디어로군요. 그런데 왜 저 스스무라는 친구를 택한 겁니까?”

장수한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장수한 역시 군대생활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명령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하는 스스무같은 캐릭터를 불쾌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영웅도 아니면서 영웅인양 처신하는건 확실히 꼴불견이지. 하지만 영웅이 영웅답게 생각하는건 좋은 일이 아닌가. 현실적인 녀석에게 힘을 주면, 영웅처럼 처신하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흠. 그럴 듯 하군요.”

악역도 준비되어 있었다. 네오 무스펠가라는 이름이었다. 무스펠 둘 가운데 하나를 헬 여신의 진영으로 보낸 것이었다.

네오를 붙이면 로봇은 몇배는 세진다는 주장하에 호철이 붙인 이름이었다.

찬균의 진 무스펠가, 수한의 무스펠가 마크-2, 원기의 그레이트 무스펠가를 누르고 얻은 이름이었다.

파일럿으로 예정된 존재들이 희연, 원기, 카즈키, 연하라는 점에서 화성용자 무스펠가의 승산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이 문제가 있다면 있었다.

이능을 사용한 멋진 전투와 재난등에 구호활동 투입, 그것을 통해서 선전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제성의 계산이었다.

이능의 병기화, 이능력자들이나 이상주의자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오딘과 싸우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펜릴의 정통 계승자인 펜리아와 찬탈자인 카즈키의 대결 구도라는 것은 재밌는 소재로군요.”

라스푸틴은 헬 여신의 휘하로 들어갔다. 라스푸틴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이용가치는 충분했다. 신이 되어 악신의 휘하에 들어간 극악한 존재로서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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