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화 명분
“안타깝지만, 은하철도 계획은 보류되었다.”
장수한의 말에 호철과 찬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게이트를 오갈 때 보다 효율적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서 철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량의 물자를 한정된 게이트로 빠르게 운반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UFO처럼 만든 비행선은 화물 탑재 등에 있어서 효율적이지 못했다. 현재도 화성과 달기지, 그리고 지구 사이를 화물열차가 오가고 있었다.
은하철도 프로젝트는 지상에서 우주공간 게이트로 이동한 뒤, 우주공간을 철도 상태로 이동해서 다음 우주공간 게이트를 통과해서 달에 만들어진 역에 도착하는 방식이었다.
현재까지 게이트를 통과하는 화물열차는 프레이야 조직만의 비밀이었다면, 은하철도는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목적이 있었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을 일종의 워프로 알리면,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터였다. 지구에서 워프해서 위성 궤도로 이동, 그리고 우주 공간을 관성비행하다가 달 게이트에서 달 정거장으로 워프이동 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화물열차보다 더 번거롭고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이지만 장점은 있었다.
일단 우주공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여행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일주일 이상, 우주공간을 기차로 여행하는 것은 꽤 매력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위성궤도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화물칸에 위성을 싣고 날아가서 위성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위성을 궤도에 띄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도 역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로망’이었다. 기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찬균과 호철만이 아니라 장수한도 포함된 오덕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째서지요? 프레이야 여신님도 좋아하실텐데.”
“환장하실거야. 나는 확신할 수 있어.”
원기가 들으면 뒷목을 붙잡을만한 대사들이 찬균과 호철에게서 나왔다. 원기의 모습을 보거나, 원기의 얼굴을 한 캐릭터를 볼 때는 그래도 원기로 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여신의 존재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탓이었다.
“여신님의 의향과는 관계 없다. 제성 형님이 지금 세계의 시선을 우주로 돌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셨다. 취소가 아니라 보류라는 점을 잊지 마라.”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오게 될 아스가르드 진출에 집중시키려는 것이 조제성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과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전쟁을 계속하려고 들까요? 국제 여론 같은 것을 생각하면...”
“그래.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었지. 하지만 제성 형님역시 그리 크게 의지하고 계신 것은 아니다. 다만, 지구측 병력이 큰 피해를 입는다면, 그 과정에서 오딘의 숨겨진 카드가 드러날 거라는 것이 제성 형님의 생각이다. 그 이후에 우주로 도망칠 것인가, 아스가르드를 정벌할 것인가의 판단을 내리게 되겠지.”
2차세계대전이나 6.25사변만 하더라도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동경대폭격이나 원산폭격같은 폭격이 허용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차츰 전쟁과 인권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이 바뀜으로써,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의 전쟁은 지극히 야만적이고 인종청소에 가까운 전쟁이기도 했다.
저항이 거세다면, 충분히 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높았다.
그렇기에 마지막에는 프레이야측 전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물론 우주로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일본의 선발대는 어찌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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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노가 말한 ‘황군’이라는 것은 정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위대 내의 비밀결사의 형태로 존재했다.
자위대에는 국가 공무원이라는 개념으로 입대한 다수의 대원들이 있지만, 극우 성향을 가진 일본인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카모토 대좌는 극우 성향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출세를 지향하는 인물이었다.
공무원 지향의 일반 자위대원들과 달리, 군국주의에 심취한 이들은 서로 긴밀히 협조하며, 자위대 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출세 지향의 인물들을 비롯한 기회주의자들도 꽤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반 자위대를‘헤이와보케’곧, 평화에 물든 멍청이라고 부르며 자신들과 선을 긋고 있었다.
황군이 가장 힘을 기울여 장악한 부대는 이능 부대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부대였고, 이능 각성의 특성상 젊은이들로 이루어졌다.
선동하기도 쉽고 세뇌하기도 쉬웠다.
경제 침체로 인한 외국인 혐오에 익숙한 세대라는 것도 중요한 키였다. 미움은 꽤 강렬한 감정이어서, 이능을 각성하는데에도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었다.
“이능 부대원들의 훈련 성과는 어떤가.”
“대단히 진취적입니다. S급 강화형 능력자들의 경우 나이트 엔젤을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워, 스피드 모두 나이트 엔젤을 능가합니다. 염동 능력자들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S급의 경우엔 A급들보다 통제가 어렵습니다.”
일본군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군사 조직에서 5등급으로 능력자를 분류하고 있었다.
S급은 신으로 각성이 가능한 그릇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들은 적당한 훈련으로 이능을 발현시키는 것이 가능했고, 다수의 이능을 각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A급과 B급으로 분류되는 능력자들은 이능력자로 태어난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A급은 자연 각성한 본인만의 능력-오리지널 어빌리티를 가진 이들이었고, B급은 강제 각성시킨 능력-커먼 어빌리티만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C급부터는 일반인이라고 봐야 했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자들이지만, 강렬한 바람이 있으면 오리지널 어빌리티를 각성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면 커먼 어빌리티를 각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를 D급으로 나눴고, E급은 미각성자를 의미했다.
커먼 어빌리티는 일반적인 초능력에 가까운 측면이 있었다. 이미지하기 쉽고, 활용도가 높았다. 재능이 있으면 쉽게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어빌리티의 위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본인의 강렬한 잠재적 에너지와 직결된 오리지널 어빌리티는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이 오리지널 어빌리티는 쓸모없는 방향으로 각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각 나라의 군에서 연구하는 것은 개성 넘치는 오리지널 어빌리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커먼 어빌리티의 개발이 더 우선되었다.
폭풍을 부르는 커먼 어빌리티와 돌맹이를 날리는 커먼 어빌리티가 있다면, 돌을 날리는 커먼 어빌리티가 훨씬 유용했다.
S급 능력자라고 해도, 폭풍을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운동장 정도 크기에 산들바람을 불러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반면 돌을 날리는 커먼 어빌리티를 각성한다면, 주먹만한 돌을 날려서 인간을 즉사시키는 정도의 위력은 낼 수 있었다.
오리지널 어빌리티는 커먼 어빌리티와 비슷하지만, 의도적으로 각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차이점이 있고, 효율은 기본 두 배 이상, 위력은 평균 세 배, 최대 열 배까지 나온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두배의 위력으로 돌을 날려도 오리지널 어빌리티라면 같은 정도의 피로도만 겪게 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커먼 어빌리티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학습형 스킬이라는 의미의 러닝 스킬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리고 각성형 스킬을 스페셜 스킬이라는 명칭을 썼다.
프레이야 진영에서는 미국의 명칭인 러닝 스킬을 썼지만, 레어 스킬, 레전드 스킬, 유니크 스킬이라는 명칭으로 각성형 스킬도 분류를 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진영에서 꿈도 꾸기 힘든 강력한 능력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덕들이 영향력있는 자리에 다수 포진하고 있던 탓도 있었다.
명칭은 다르지만, 각나라별로 이능을 각성할 수 있는 잠재능력자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많은 방법들을 쓰고 있었다.
최면이나 환각제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었다.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을 이용해서 각성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성역 내에서는 약물의 효과가 약해지지만, 성역 외에서 약에 취하게 만들고 성역 내부에서 후유증을 치료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가 개발한 커먼 어빌리티로 무장한 돌격대는 근접전에서는 무적에 가깝습니다.”
일본측에서 개발한 근접전용 커먼 어빌리티는 ‘신속’이라는 속도에 치중한 육체 강화였다. 대태도(타치)라고 불리우는 카타나보다 긴 도를 한손으로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급격한 대쉬로 거리를 좁혔다. 특수 전투복이라고 부르는 방탄복을 입은 강화된 신체는 인마 살상용의 총기쯤은 무시할만한 위력이 있었다.
순식간에 수십미터의 거리를 좁히면서 2미터에 달하는 대태도를 휘두르는 이들은 현대 보병전의 상식을 넘어서는 부대였다.
그리고 인첩대라고 불리우는 원거리계 능력자들은 무협에서 말하는 이기어검에 가까운 올레인지 어택이라는 커먼 어빌리티를 터득시켰다.
무형의 보호막에 보호받으면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단검을 다수 사용하는 원거리 공격자들이었다.
살기 감지와 시선 유도라는 커먼 어빌리티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위대 내에서는 그 전투력에 고취되어 있었다.
“나이트 엔젤 따위는 파워드 슈트째로 두동강을 내버릴 수 있습니다. 스피드, 파워 모든 면에서 우리 돌격대가 우위입니다. 인첩대의 원거리 지원까지 생각하면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엘프들을 중심으로 한 나이트 엔젤들의 활약은 세상의 관심을 끌어올 수 밖에 없었다.
새로 만들어진 이능 특수부대들은 나이트 엔젤을 가상의 대결 상대로 두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좋아. 아주 멋지군. 황군의 특수 이능자 부대의 성능을 세상에 알릴 겸, 나이트 엔젤과 실제로 전투를 벌여보는 것은 어떻겠나? 테러리스트로 위장시키면 가능하겠지.”
오카모토 대좌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오직 출세 뿐이었다.
나이트 엔젤과 전투를 벌여서 생길 전력 소모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공적을 빨리 만들어 내고 싶을 뿐이었다.
‘주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가.’
참모는 입을 다물고 지켜보기로 했다. 일본군의 아스가르드 원정은 일본 단독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의 지원 하에 이뤄지는 것이었다.
미군의 무기 지원과 한국군의 인적 지원이 약속되어 있었다.
한국군은 창설 당시부터 황군 출신들이 많았다. 아니, 거의 전부가 황군 출신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에는 황군에 대한 충성심을 그대로 가진 이들이 있었다.
육군 전력을 제대로 갖추기 힘들었던 일본의 상황을 고려해서, 한국의 육군 병력들을 일본의 말로 써먹을 계획이 있었다.
전범기업인 요츠비시는 경제력을 이용해서 그들을 암암리에 지원해왔고, 그들의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로 인해서 일본의 비밀 원정에 한국의 보병들이 다수 참여하게 되었다. 미군에서 파견된 고문이 대외적으로 지휘관이 되었기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한국의 병사들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강력한 일본의 이능부대를 보여준다면, 미국과 한국의 지원이라고 할지 투자를 더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카모토 대좌의 작전은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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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위치에 목표가 나타났습니다.”
일본에 존재하는 나이트 엔젤은 전부 삼십명이었고, 도쿄에 열명이 있었다.
“여전히 늦지 않았군.”
사냥감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하철 역을 공격 장소로 잡았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일반 승객들이 제법 있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평화에 찌든 멍청이들같으니. 이 세상이 악의로 이뤄졌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중이병에 물든 극우 청년 오카 중사가 경멸하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들 가운데 몇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게 다였다.
일본인을 지킨다는 명분보다는 일본이 강한 나라여야 한다는 집단 이기주의에 물든 이들이었다.
평화에 물든 일반인들은,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비국민들은 정신을 차려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다수였다.
“공격을 개시한다. 모두 진입하라. 한마리도 놓치지 마라.”
특촬이라고 불리는 아동용 드라마에 어울릴 듯한 헬멧과 전투복을 걸친 이들, 50명이 분산되어서 역 내부로 뛰어들었다.
“한 마리 발견! 사냥에 돌입합니다!”
2미터에 달하는 검을 뽑아들고, 상단 자세를 취한 돌격대의 젊은 병사 하나가 둔중해 보이는 파워드 슈트를 입은 나이트 엔젤에게 달려들었다. 연기 속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나오던 나이트 엔젤은 돌발적인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나이트 엔젤의 장갑이 두부 썰리듯 썰리면서 나이트 엔젤은 비틀비틀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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