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화 병주고 약주고
‘죽어야 되겠지.’
관동을 담당하는 엘프 리제라는 핏물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상대는 압도적으로 빠른 몸놀림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공격해 왔다. 길이 2미터에 달하는 장검은 꽤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어서, 파워드 슈트의 장갑을 으깨고 찢어냈다. 단칼에 베어낼 수는 없지만, 충분한 데미지를 주고 있었다.
‘같은 검술을 써도 그분과는 다르군.’
리제라가 떠올린 것은 희연이었다. 희연이라면 각목을 가지고도 나이트 엔젤을 베어버릴 수 있을 터였다. 절대 소멸이라는 신의 권능이 아니라, 무기사랑이라는 이능에서도 가능했다.
희연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상대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상대에게 위해를 입히는 것은 금한다. 치명적일 수 있는 반격은 하지 마라.”
상대는 아스가르드와 싸울 소중한 전력이었다. 반격은 가능하지만, 상대가 잘못해서 목숨을 잃는다면 곤란했다.
“최대한 저항하는 모습은 보여라. 상대에게 전투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그녀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명령을 내렸다. 맞아 죽는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 밖에는 나올 수 없지만, 그것이 프레이야를 위한 최선이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나이트엔젤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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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밤중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조제성은 장수한의 보고에 다시 사령실로 나왔다. 모처럼 아내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본 측의 이능자들이라고 보여집니다. 러닝 스킬의 수준이 꽤 높습니다.”
장수한과 찬균, 호철은 사령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덕들의 장점인 외출을 싫어한다는 점 때문에, 이 세사람은 사령실 옆에 개인실을 만들어 두었다. 다수의 모니터와 각종 게임기, 컴퓨터, 그리고 의자와 침대로 이뤄진 방과 사령실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24시간 돌발 사태에 대응하기 좋은 편이었다.
“멍청한 녀석들이 헛짓을 했군.”
조제성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능을 지닌 자들의 부대라는 것은 참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에 투입할 부대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아스가르드에선 신들과 그 전사들이 넘쳐났다.
학습형 이능 역시 수천년에 걸쳐서 개발되었고, 종족 자체가 개량되기도 했다.
신관이나 성전사들의 능력은 이미 검증된 학습 이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에게 가능한 자유롭다못해 엽기적이고 기괴한 발상이나 욕구로 만들어진 각성 이능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역에서 보호받는 신관이나 성전사들에게는 씨도 안먹힐 가능성이 컸다.
조제성이 원한 것은 전차, 헬기, 전투기, 포병 등을 이용한 현대전의 군대들을 원한 것이었다. 전차라면 아스가르드에서는 대단히 유용한 전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개발된 고성능 리베로라든가, 리베로용 장비들 역시 매력적이었다.
인마살상용의 보병 병기, 수류탄이라든가 총기류는 통하지 않는 상대들이 많았지만, 헬기나 차량 탑재용의 대물 기관총이나 대물 저격총, 리베로가 갖출 총기형상의 포들은 통용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본 녀석들에게 이능 부대가 씨도 안먹힐 거라는 교훈을 안겨 주는게 좋겠지. 엘프들에게 전력으로 대응하도록 지시를 내려.”
“그렇게 하지요.”
엘프들이 무저항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갈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장수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나이트 엔젤의 전력이 세상에 드러날텐데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조제성은 가볍게 말했다. 실제로 상황이 바뀐 것 또한 분명했다. 뜬금없이 정부의 통제를 받지않는 무장집단이 등장한다. 더우기 그 전투력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만큼 높다. 그렇게 되면 강력한 저항에 부딛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파워드 슈트라는 족쇄를 채운 것이기도 했다.
안전에 도움이 되지만, 힘과 속도를 철저히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강력하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할 수 있는 이들이 좋은 일만 한다는 식으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한 것이었다.
“전력이라면, 이능도 포함입니까?”
“그래. 상대를 너무 얕보는 것도 곤란하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트 엔젤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학습형 이능은 바로 엑스칼리버였다.
각성 이능인 아더왕의 엑스칼리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약해서 양산형 엑스칼리버라고 부르거나, 찬균처럼 엑스칼리파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학습형 이능 중에서는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상현실을 통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반복 시도가 가능했기 때문에 모두가 갖출 수 있는 학습형 이능이된 것으로 아스가르드기준으로 학습형 이능으로서는 최상급이라고 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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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미치도록 단단하군.”
나이트 엔젤들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급소를 피하면서 방어를 계속해오다보니 짜증이 난 이능부대원이 투덜댔다.
원격 지원부대가 자랑하는 단검 공격은 전신을 감싼 두꺼운 장갑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
“이제야, 껍질이 열린 건가. 속살 맛을 좀 봐야겠군.”
나이트 엔젤을 감싸고 있던 장갑이 퍽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고, 그 안에서 이곳 저곳이 찢긴 옷을 입은 엘프가 비틀거리면서 몸을일으켰다.
“체스토!”
기합성과 함께 장검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리쳤다. 두꺼운 장갑 때문에 계속 두들겨댔던 짜증 탓도 있었기에 일격에 담긴 힘은 엄청났다.
일도양단의 확신을 가진 강렬한 일격이었지만, 그의 예상은 깨끗하게 벗어났다.
엘프가 가볍게 팔을 들어 막은 것이었다. 이백, 아니 반톤 이상될 충격량을 너무 가볍게 막았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이능병에게 되돌아왔다.
손목부터 팔꿈치, 그리고 어깨로 충격이 몰려왔고, 양 어깨가 빠져나오고 양 팔이 부러졌다.
“칙쇼!”
지켜보고 있던 원격 지원병이 단검을 뿌렸다. 수십개의 단검이 다양한 궤적으로 엘프를 향해 날아갔다. 전방향에서 뿌려졌지만, 엘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저 몸을 살짝 풀고 있었다. 그리고 단검들은 엘프의 전신 어디에도 박히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이트 엔젤들이 입고있던 파워드 슈트는 엑스칼리버 이능의 보급 이후로는 방어장구로서의 의미조차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총 중량 500키로의 짐을 50키로 남짓한 여성형 엘프들이 짊어졌기 때문에 불편함과 무게는 말도 못했다.
물론 그 중량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껍질에서 해방된 엘프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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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회 놈들은 어떻게 저 엘프들과 싸울 수 있었던 거지요?”
장수한이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보다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장 리제라는 엑스칼리버의 진화형 기술로 화살을 난사하고 있었다. 활도 없이, 활쏘는 자세를 취하면 활 형태로 엑스칼리버가 만들어지면서 화살이 날아갔다.
방출형 엑스칼리버라고 해야 할까.
카즈키의 촉수형과는 또 다른 형태의 각성화 이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엑스칼리버 이능이 현자회한테는 있고, 우리한테는 없었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이 혀를 찼다. 현자회는 말 그대로 이능자들을 갈아 넣어서 엑스칼리버를 소수나마 만들어냈다.
힘과 속도 면에서 뛰어난 게임 캐릭터를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운동신경과 균형감각의 엘프가 조종하면서 방어력까지 엑스칼리버로 매꾸니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엘프들은 호전적인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섭게 진보했군요.”
장수한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엘프들이 강해진 이유는 바로 희연과 카즈키에게 있었다.
프레이야를 곁에서 지키는 것은 엘프들의 임무였다. 짐이라기 보다는 긍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세계수의 수호라는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면, 원기가 프레이야를 이어받으면서 여신의 직접 경호가 가능하게 변화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여신을 가장 곁에서 지키는 것은 엘프들이 아니라, 희연이었다.
불만이나 질투같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희연은 분명 강한데다가 여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엘프 못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프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선의의 경쟁이라고 할지, 목표가 엘프들에게 생겨난 것이었다. 여신의 권능을 가진 희연을 넘어서는 것은 요원했지만, 보다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엘프들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전투는 끝나가는군요.”
나이트엔젤들은 사지를 부러뜨린 이능부대원들을 차곡차곡 접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한쪽에 정리해 놓고 있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자결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이능부대원들이었지만, 엘프들은 그들의 복면을 벗기려고 들지 않았다.
갑주를 벗은 엘프들은 너무 압도적이라서, 이능부대원을 상대하는 것은 세명으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생존자 구출과 탐색에 전념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드러내고, 사람들을 전력으로 구출하는 모습 덕분에 뉴스들은 그 사진들로 가득했다.
이능 부대원들은 뉴스조차 되지 못했다.
나이트 엔젤들을 습격한 괴한들을 목격한 이들도 많았지만, 언론 통제가 먹혀들어간 탓이었다.
목격자들도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전투를 목격한 이들도 ‘엘프들 몸매 끝내준다’‘가슴이 좀 아쉽다’‘무슨 훈련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 덕분에 좋은 구경한다’만이 머리속에 남을 정도였기 때문에 또다른 의미의 굴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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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는 무기를 쓸 가치도 없었던 듯 합니다.”
“쯧. 이능 부대의 투입은 재검토가 필요하겠는걸.”
황군을 지지하는 정치가가 혀를 찼다. 아스가르드의 자위대 투입은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이들의 투입이었다.
전 자위대 간부의 30%, 그리고 사병의 10%가 황군에 찬동하고 있었다. 간부 내에 확보된 협조자들도 제법 되지만, 사병 쪽에서는 골라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스가르드 정벌군은 대외적으로는 북아프리카 지원으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입 가능한 전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사병을 필요로 했다. 한국군의 사병만큼 통제가 쉽고 뒷처리가 깔끔한 군인들이 드물었다. 징병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군에서 죽으면 제 값을 받지도 못하고, 진상 조차도 쉽게 묻어버릴 수 있었다.
고위 장교들 가운데 다수의 협조자가 있기 때문에 뒷처리는 깨끗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돈과 핵심 장비는 일본이, 그리고 무장은 미국이, 사병은 한국이 조달하는 3국 동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너무 무력하군.”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지요. 참고 영상이라도 보시겠어요?”
갑자기 들려온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에 모든 이들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고귀함으로 이뤄진 듯한 미모의 여성이 있었다.
“리디아 황녀님이시로군요.”
그녀가 가져온 영상이 지휘실의 대형 모니터에 비춰졌다. 현자회와 엘프들의 격돌장면이었다. 헬기의 기관포와 로켓포에 엘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영상이었다.
“엘프들은 람보가 아니라서, 활로는 헬기를 못격추시키더군요. 중요한건 화력을 집중해서 투사하는 겁니다. 강력한 화기로 화망을 구성한다면, 엘프들이라도 무사하지 못하지요. 육체 이능자로 아스가르드에서 재미를 보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리디아의 말에 지휘관의 표정이 구겨졌다. 공들인 부대가 무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공격을 위협으로조차 느끼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오딘의 에인페리아들과 신관, 성기사들과 싸울 전력은 필요합니다.”
“그건 저희 쪽에서 지원해 드리지요. 나이트 엔젤에서 활동중인 엘프 백 명입니다. 능력은 충분히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저 활 쏘는 엘프 대장도 포함된 겁니까?”
“원하신다면 반드시 포함시켜 드리지요. 관동지역 대장인 리제라 말씀이시군요.”
리제라의 방출형 엑스칼리버는 각성 이능은 아니지만, 각성화 이능이었다. 학습 이능이 각성하듯 변화되는 각성화 이능은 성능 자체도 학습 이능보다 각성 이능에 가까웠다.
카즈키의 촉수 엑스칼리버의 성능이 높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다른 엘프들보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지휘관이 눈독을 들인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스가르드 진출의 문을 여시는 만큼, 여신님께 청해서 정령들의 지원도 받아왔습니다. 리베로 백대 분량의 정령들이 제공될 겁니다.”
엘프들의 전투 감각을 본 이들로서는 정령의 제공 또한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엘프는 완벽한 상위 전투종이었다.
‘이걸로 미국의 지원과 한국의 지원을 더 끌어낼 수 있겠군.’
정치가는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비록 일본의 이능부대원들이 추태를 보이기는 했지만, 엘프들의 전투 능력은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쓸만한 일본인 이능자 50명보다, 압도적인 엘프 이능자 백 명이 훨씬 가치있는 병력이었다.
한국군 내에 있는 협조자들 역시, 인명 피해가 지나치게 커지면 수습에 한계가 있었다. 안전하다고 확신하면 보다 많은 병력을 파견해 줄 수 있었다.
미국 내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마운 일이로군. 뭔가 보답을 하는게 좋겠지.’
리디아 황녀의 은사를 입은 이들은 그들이 약속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는 일본의 첨단 기술들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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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내 목소리가 들리는 아이들은 이 파장이 들리는 배 곁으로 모이렴. 배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면 안된다.]
원기는 시사라들을 향해서 바니걸 통신을 뿌렸다. 엘프 공장에 보내는 것과 별도로 시사라들을 향한 바니걸 통신이었다.
일부라고 하지만, 시사라들이 어째서 바니걸 통신을 들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아낸 것은, 시사라 제작에 인간의 유전자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인간과 동물을 섞은 키메라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시사라 가운데에도 특출한 개체들이 있었고, 그들이 팔뇽이가 된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장수한은 시사라의 산란기에 맞춰서 다시금 바니걸 통신을 전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백마리의 시사라 새끼들이 바니걸 통신을 들었다.
“예상보다 숫자가 많군요.”
“시사라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굶어죽은 놈들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을 것 같네.”
자신을 엘프라고 착각해서, 계속 굶었던 팔뇽이들의 상황을 생각하자 프레이야 여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수한은 자신이 실언을 한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알에서 깨어나서 한창 먹이가 필요할 시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특별한 개체가 아닌 한은 굶어죽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들이 더욱 특별해질 수 있었다고 봐야겠지. 그들이 아니었다면, 여러가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을 테니까.”
장수한은 팔뇽이의 우수성을 잘 알았다. 작은 덩치에 믿을 수 없는 전기 출력과 전기 제어력을 지녔다. 시사라와는 전혀 다른 개체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수와 결합해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그 능력은 이미 반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뿌려놓은 신의 그릇이 시사라들에게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라스푸틴처럼 지배하려고 들지는 않았지만, 세계수의 힘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팔뇽이와 같은 개체는 더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었다. 강제로 굶겨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학대를 할 수 있는 그런 독심이 있다면, 바니걸 통신 같은 기적의 권능은 발현될 수 없었을 터였다.
“이대로라면 어떻게 자라게 될까요? 팔뇽이들처럼 작게 자라진 않을텐데요.”
“시뮬레이션대로라면, 아마 크게 자라게 될거야. 이번엔 크게 키우는게 목표지.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있는 거대 괴수들, 말귀를 알아먹고 지시를 따르는 대형 전기 고지라의 부대를 만드는거야. 멋지지 않아?”
장수한은 프레이야 여신의 덕심을 자극하며 말했다. 원기 역시 그의 말에 눈빛을 빛냈다.
“파워드 슈트를 입히는건 어떨까요? 전기를 생산하고 제어할 수 있으니 가능할 겁니다.”
“그렇군. 포탑을 달고 승무원을 태우는건 어떨까?”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미사일이라든가, 광선 병기 같은 것도 쓸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 어느 정도나 크게 자랄까요?”
“성장기에 세계수의 수액을 잘 먹이면, 꽤 크게 자랄거야. 팔뇽이 같은 잠재능력이 있다면, 수백미터 급으로 자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괴수인지, 전함인지 모르겠군요.”
말이 통할 뿐만 아니라, 프레이야 여신의 영향력으로 온순한 성격을 가진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에 이르는 괴수들의 군단, 장수한은 전률을 느꼈다.
8마리 정도는 신급 시사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터였다.
‘시사라 개체가 늘어났으니 열여섯마리가 될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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