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화 개전
한미일 연합으로 이뤄진 원정대가 출발했다.
일본군이 전투와 점령, 포로 확보를 맡았고, 미국은 병기 지원, 정비, 데이터 확보의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한국군은 공병과 경비병력 위주로 파견되었으며, 기지와 제반시설 구축, 그리고 안전을 위한 경비 임무를 맡았다.
일본이 노리는 포로 확보, 미국이 노리는 데이터 확보에 비하면 한국측에서는 얻을 것은 별로 없었다.
전투를 주로 일본이 담당한다고 하지만, 일본 측은 공격하는 능동적 입장이고, 한국군이 맡은 경비 임무와 기지 구축의 특성상, 혹여 원정이 실패할 경우에는 그 피해가 클 수도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야 군이 있었는데, 프레이야 군은 공격과 수비 양 측면에서 협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화력을 투사해서 적의 전력을 제압하고 사람들을 해방시킨다는게 기본적인 전략이지만, 적의 에인페리아가 살아남아서 아군 속으로 뛰어들 경우에 대처하기가 힘들 가능성이 컸다.
자칫 잘못하면 말 그대로 무쌍을 찍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에 엘프들의 정예 부대가 효과적일 수도 있었다.
파견되어 온 부대는 엘프 50명에 다크엘프 50명이었다.
구성이 변경된 사실에 대해서 일본측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근접전투에 있어서는 다크엘프, 특히 남성 전사가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납득했다.
엘프가 기본 능력은 다크엘프보다 뛰어나지만, 게임 캐릭터를 선택한 이상은 동등했다. 엘프들은 원거리 전투를 선호하지만, 다크 엘프들은 근거리 전투를 선호했다. 잠입해서 단검으로 목을 따는 타입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동등하지만, 성향적 차이가 있었다. 엘프들이 균형감각에선 더 뛰어나지만, 다크 엘프들 역시 그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간에도 성능 차이가 없지는 않았다.
체격에 의한 성능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남성형인 다크엘프들이 일반적인 전투에서 유리했다.
“아스가르드 침공을 개시하겠습니다.”
원기의 선언과 함께, 블러드 라인 2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게임 세계 속에 전이된 오딘의 전력은 갑자기 등장한 전차와 공격헬기, 그리고 리베로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일부가 황급히 게이트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블러드 라인 내부를 제압하는데 성공한 뒤 지구의 게이트와 블러드 라인2를 연결한 게이트를 분리했다.
그리고 혼돈의 대륙과 지구를 연결한 게이트를 미국 측에 양도했다.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옮겨진 자위대와 한국군이 차례대로 게이트를 통해서 아스가르드, 혼돈의 대륙에 발을 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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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원수도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군.”
김윤호 중위는 피식 웃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불량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능에 눈을 뜬 덕분에 특별 대우를 받게 된 것이었다.
아스가르드에 파견되는 한국군, 소형 리베로 파일럿으로 특채된 것이었다.
소형 리베로는 약 삼미터의 크기에, 헬리콥터와 비슷한 조종석이 대부분인 몸통, 그리고 걸을 수 있는 양다리, 그리고 무기가 장착된 두 팔이 달린 물건이었다.
걸어다니는 전투헬기 같은 물건이었다.
과거에 인기있던 게임, 메크 워리어라는 메카닉을 닮아서, 메크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로보캅에 나오는 악역 로봇을 닮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김윤호 중위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비행 교육을 받지 않고 이능자가 조종할 수 있는 기체로서 성능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는 파병 명단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파병 명단을 보면서 하늘이 준 기회에 기뻐했다.
그가 퇴학을 당하게 된 계기는 학원 폭력이었다.
찌질한 새끼들을 노려서 적당히 겁주고 부려먹으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겁만 줘도 알아서 꼬리를 내리는 녀석들은 어디에나 널려 있었다. 그들을 굴복시키는 것은 자존심을 고양시키는 효과까지 있었다.
폭력 써클에 들어있던 그는 오덕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찌질한 놈들 주제에 이런 저런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취미로 연결된 경우들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바보 취급 당하고 경원시 당하지만, 나름대로 지들끼리는 똘똘 뭉치는 기질이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재수 없는 놈들.
그래서 그는 오덕들을 무시하고, 적당한 놈들을 빵셔틀이라는 이름의 노예로 거느리며 놀았다.
‘지들을 안건드렸으면, 얌전히 있었어야지. 빌어먹을 새끼.’
파병된 공병 중 하나인 최기섭 이병이 바로 그 놈이었다. 정의감을 발휘한답시고 선생에게 일러바친 것이었다. 그 결과 그는 강제 전학을 당해야 했고, 그리고 나서는 학교 생활이 꼬였다. 적당히 자기 주장을 하려고 해도, 전학생이 설 자리는 거져 얻어지지 않았다. 결국 싸움을 벌이다가 퇴학을 당해야 했다.
퇴학 당시에는 자신과 싸움을 벌인 불량학생놈을 증오했다. 학원 폭력때문에 전학온 자신만 퇴학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기섭에 대한 증오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 새끼를 어떻게 괴롭혀줄까. 아예 죽여버릴 수 있으면 그래도 좋겠는데.’
그는 죽여버릴 생각부터 했지만, 갑자기 죽어버리는 것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롭히다가 죽여야 복수의 의미가 생긴다고 여겼다. 그는 이능 각성자로 중위의 계급까지 가졌다.
그리고 상대는 공병부대의 이병이다.
이능을 가진 장교들에게는 이번 파병 인선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다. 그것은 아스가르드에서 미각성 잠재 능력자들이 각성할 가능성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재능을 판별 가능한 이능자들이, 신급 이능자들은 각성하기 전에도 판별해서 분리했다.
전투부대는 학습 능력자들, 그리고 공병부대는 아직 미각성 능력자들로 이뤄져 있었다. 재능은 있지만, 고위나 신급은 아닌 이들로 이뤄져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그 혼란을 틈타 제거해 버리면 되는데...’
자신이 가진 소위 메크형 리베로의 발칸포라면 충분히 흔적도 못찾을 정도로 박살을 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좀 괴롭혀 줘야 했다.
너무 티나게 괴롭히는 것은 곤란하지만, 방법은 생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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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로부터 연락은 없었나?”
“엘프들로부터 연락입니다. 잠입 배치 완료, 명령과 동시에 신전 제압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좋아! 진격 명령을 내려라!”
오카모토의 명령에 90식 전차 10대가 힘있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일본에도 최신형의 10식 전차들이 있긴하지만, 일본 본토에서 운용하는 것을 상정한 경전차이기 때문에 방호력은 신기술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90식에 못미쳤다.
그리고 포신이 짧은 탓에 공격력은 90식보다 많이 상회한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전차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는만큼, 90식 전차가 떨어질 이유는 없었다. 특히 90식은 구형 전차로서 차례차례 퇴역되는 만큼 빼돌리기가 쉬운 전력이기도 했다.
최신형 현대 전차가 아스가르드에 최초로 등장했다. 그 위용은 대단했다. 엘프들이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오딘의 병력들이 집중된 곳, 일반인들의 피해가 없을 만한 곳으로 집중 포격을 실시했다.
그리고 일본산 정찰헬기 OH-1 닌자를 토대로 개발한 공격헬기 OH-1S 싸이코 닌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로켓과 개틀링을 퍼부었다.
오딘의 병력들 역시 총기와 대포로 무장하긴 했지만, 그 수준은 심각하게 차이가 났다. 2차세계대전의 기술 수준도 제대로 재현 못한 대포는 90식 전차에 흠집을 내지도 못했다. 헬기를 격추하는데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예지, 혹은 초감각을 가진 이능자들이 조종하는 헬기는 최강의 공격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차, 전투기, 리베로 그 어떤 병기도 그 공격력과 정확한 화력 투사를 따를 수 없었다.
그리고 폭음이 터지는 순간, 오딘의 신전은 엘프들에 의해서 완전 제압당했다. 완벽에 가까운 일제 공격으로 신전 내에 상주하던 경비병력 20명과 신관 10명이 제거되었다. 에인페리아급 전투력을 가진 엘프 백명이 동원된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전차 앞에 칼과 창으로 무장한 에인페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전차를 칼이나 창으로 제거하려면 영웅급의 에인페리아가 아니면 안되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이들은 신들의 숫자보다 조금 많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반신이나 신으로 봐야 했다.
헬기라면 노려볼만 했지만, 사이코 닌자에 탑승한 이능자들은 적의 감지나 위기 감지를 이용해서 그들이 접근하기 전에 피하거나 탄환을 퍼부었다.
전차들이 성벽을 부수고 도시에 진입해서 건물들을 짓밟으며 돌격하자, 오딘의 부하들은 포기하고 후퇴를 시작했다. 비행정들과 배들이 탈출을 시작하자, 전차와 호버크래프트, 공격 헬기들이 추격을 나갔다. 하지만 그 때를 노린 듯이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쏟아졌다.
오딘의 권능, 궁그닐이었다.
하지만 이 얼음창들은 사이코 닌자들의 로켓탄과 발칸포에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토르의 해머가 떨어졌다.
얼음덩어리와 달리 운석으로 된 토르의 해머는 사이코 닌자들이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헬기들은 재빠르게 몸을 피했지만, 전차와 호버크래프트들은 피하지 못하고 피해를 받았다.
사실 헬기들이라고 해도 이능자들이 있었으니 피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예지능력자인 편대장 기노가 아니었다면 무사할 수 없었을 터였다.
“제 이능으로 어떻게 편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이대로 공격받으면 위험합니다. 지시를 부탁합니다!”
편대장 기노의 보고가 있자, 곧 사령부에서 응답이 왔다.
[신전 북쪽에 엘프들의 지휘 전차가 있다. 그쪽 상공으로 피신하라.]
엘프들이 신전을 제압하고 세계수를 봉인하자, 곧 오딘의 성역이 사라졌다. 그리고 거북전차를 본떠 만든 지휘차에서 성역이 만들어져서, 헬기들을 보호했다. 토르의 해머는 상당한 신성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곧 멈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얼음의 창들과 운석의 공격은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항구 도시 제압에 성공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적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오딘의 항구도시가 예상보다는 간단하게 일본군의 손에 떨어졌다. 아니, 오딘의 병력이 철수했다고 보는게 맞았다.
엘프들과 다크 엘프들의 활약으로 세계수는 무사히 일본군의 손에 떨어졌다. 덴노가 와서 세계수와 계약했고, 오딘의 백성들이었던 이들에게 자신이 신임을 선포하고 생활을 약속했다.
최저임금도 무시하고 식량과 생필품만을 제공한다는 약속이었지만, 아스가르드의 인간들이 대부분 그렇듯, 새로운 신을 받아들였다. 사실 오딘의 백성들이라고 말해도, 그들 대다수는 혼돈의 대륙에서 수인들이 먹이로 기르던 가축들이었다.
안전을 보장하고 편안히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오딘이건 제우스건 산신이건 상관없는 이들이었다.
덴노는 이 백성들의 신앙심에 감동했다. 자신을 신으로 여겨주는 인간들이라는 것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것이었다.
현인신 타령하는 광신자스러운 우익들은 혐오스러울 때가 더 많았다.
일본의 황실에 대한 대우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되었다.
황실에는 자유가 없었다. 그들은 완전히 꼭두각시에 가까웠다. 그래서 젊은 미카도(덴노의 별칭)는 변화를 꿈꾸게 된 것이었다.
좌익들에겐 조롱거리, 우익들에게는 선동용 깃발, 정부에게는 장식, 국민들에게는 병풍 신세였다.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전쟁 난민으로 보이는 측은한 모습인 그들이 미카도를 신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들과 세계수를 통해서 연결된 미카도 역시 실감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신자들이 필요해.’
약 삼백명의 신자가 확보되었지만, 신으로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수천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오딘과 싸우는 것은 부담스럽고 혼돈의 대륙을 정벌하는게 좋겠군.’
덴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미국측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다.
혼돈의 대륙은 수인들을 제압하는 것만으로 해방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신들을 상대하는 것 보다는 부담이 없었다.
그런만큼, 이들을 일본이 선점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은 꼼짝없이 적과의 전투에 내몰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조제성이 접촉했다.
젊은 덴노는 자신이 신이 된 것에 고취되기는 했지만, 오딘과 토르의 권능에는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들을 수인들에게서 해방시켜서 점유하는 것은, 그러니까 독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헛점이 있지요.”
“헛점? 그게 뭔가. 알고 싶군.”
“간단합니다. ‘인간들’과 ‘수인들’이지요. ‘인간들’을 지배하고 잡아먹는 ‘수인들’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들 역시 신성력을 제공하는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잡아먹어서, 자신의 몸을 유지한다고 들었는데?”
“그건 그들이 믿을 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신성력을 생산해 내지 못하면서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 인간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먹을 것을 제공하면서, 신성력을 따로 제공하면 그들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어야 할 신으로서 덴노가 나선다면, 그들은 신성력을 제공할 겁니다. 먹여야 할 신성력보다는 더 많은 양을 내놓습니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서 전기를 좀 써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혼돈의 대륙을 지구측 거점으로 굳힌 다음에 아스 신족에게 도전해야 했다. 인간 확보를 위해서 일본이 멋대로 뛰어드는 것은 곤란했다. 사실 바다를 넘을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프레이야의 성 세스룸니르를 전쟁에 말려들게 할 수도 없었다.
“세계수를 확보해서 다른 나라에 넘겨주고, 인간들을 확보해서 다른 나라에게 넘겨준다면 문제는 안생길 겁니다. 상륙작전을 갑작스럽게 벌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잘 될까요? 식인을 하는 수인족들을 교화시킨다는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손을 잡을만한 상대가 있습니다. 보면 놀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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