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화 지크프리드
프레이야 컴퍼니, 용병 회사의 설립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규군의 인명 손실이 정부 모르게 이뤄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용병회사는 달랐다. 어느정도 사람들 모르게 처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엘프와 다크엘프 용병들을 제공하는 프레이야 컴퍼니 외에도 많은 컴퍼니가 생겨났다.
황군 소속의 자위대 병사들이 제대한 후 설립한 야마토 컴퍼니를 비롯해서 각 국가들, 혹은 세력별로 컴퍼니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경우, 재벌가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용병회사들이 결성되었다. 예비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벌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한국은 인명을 갈아넣을 준비가 충실히 되어 있었다.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동원 능력을 가진 재벌들, 그들의 개입을 막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오딘과 싸워줄 전력들이기 때문이었다.
---------------------------------
“생각보다 제법 강한 걸.”
오딘은 일본 황군의 병기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상정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군. 결국 그대들의 기술이 그대로 발전한 느낌이로군.”
“예. 정말 다행입니다. 오딘님.”
아돌프 시클그루버는 고개를 숙였다. 공격 헬리콥터와 이능자의 조합은 훌륭했다. 유도탄의 성능이나 완성도도 놀라웠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인간의 기술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는 신이었다.
인류 문명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믿고있던 병기들을 잃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히틀러의 피를 이은 자손인 아돌프 시클그루버는 쓴 웃음을 지었다. 과거의 동맹국이었던 일본인들이 미국에 달라붙은 것은 불쾌했지만, 어차피 기술력이 없던 동양 야만인들이었다.
독일이 기술을 제공해주지 못하니, 미국에 달라붙은게 틀림없다고 봤다.
“언제쯤 저들을 징벌하실 생각이십니까?”
“좀 더 적들을 끌어들이는게 좋겠지. 일망타진으로 절망을 안겨 줄 필요가 있으니.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상대는 해줘야겠지. 지크프리드. 네가 나서야겠다.”
너무 저항이 없으면, 상대도 의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오딘은 지크프리드에게 명을 내렸다. 거대 인형 병기, 지크프리드를 이용해서 인간들의 병기와 상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어느정도의 힘을 보여줘야 할까요.”
“그래. 마력로의 봉인을 푸는 정도로 충분하겠지.”
오딘의 허가가 떨어지자, 지크프리드는 고개를 숙이고 전장으로 향했다. 인간들에게 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비록 편린이라 할지라도.
--------------------------------------
혼돈의 대륙은 말 그대로 혼돈에 빠졌다. 아스가르드를 지배하는 신성력이라는 절대적이고 강력한 힘으로부터 보호받아온 수인족들은 자신들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약육강식의 야만적인 질서이긴 했지만, 강대한 수인족들의 힘에 의한 질서는 절대적이며, 세상의 섭리라고 여겨져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거대한 쇠붙이들에 의해서 무시당했다.
수십톤의 쇳덩어리인 전차는 절대자로 여겨지던 수인족의 우두머리들도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전기 충격 장치를 장착한 경장갑차량조차 무적의 병기나 다름 없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전기를 사용하는 놀제로 같은 전격계 이능자들을 제외하면 손도 댈 수 없는 것이었다.
놀제로라면 장갑차쯤은 뒤집을 수 있지만, 전차쯤 되면 사실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지구로부터 온 침략자들은 장갑 차량과 전기 그물, 그리고 리베로들을 통해서 수인족들을 포획했다. 그리고 가축인 인간들을 해방시켰다.
수인족들은 무력감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혼돈의 대륙에서 패자들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라는 것은 먹이가 되는 것 뿐이었다.
“패배자들에게 고한다.”
뿔을 가진 암호랑이의 포효에 수인들은 고개를 들었다. 전기 충격장치가 붙은 쇠사슬로 구속된 수인들은 머리를 치켜들었다.
‘저건 하이에나 족의 우두머리로군.’
모습을 바꾸긴 했지만, 그녀가 정체를 감출 생각도 없었고 대륙에서의 활약도 컸던 터라 정체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대륙 내에서 최강의 존재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내게 복종하고, 미카도를 신으로 섬겨라. 그러면 너희들에게 상응하는 자유를 줄 것이다. 신뢰를 얻으면 그 자유도 조금씩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거요?”
“간단하다. 그저 자유없이 살게 될거다. 너희가 기르던 인축과 같이 말이지. 물론 너희를 잡아먹을 자도 없고, 먹을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육사를 건드리면 살처분될 것이다. 그건 조심하는게 좋아. 그럼 우선 식사를 제공하지.”
묶여있는 그들에게 엘프들이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줄을 제외한 나머지 쇠사슬들을 풀었다. 엘프들의 육체 능력은 최상급. 이능 양산형 엑스칼리버의 보호를 받는 그녀들은 수인족 강자라고 해도 해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딱히 저항하는 놈들은 없었다.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해도 이런 상황에서 움직이진 않았다.
혼돈의 대륙에서 일반인의 인질 가치는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인질을 잡아서 탈출하는 것은 꿈꿀 수도 없었다.
“오, 이거 맛있는데.”
먹기좋게 요리된 닭고기들이었다. 조금은 약하게 간이 되어 있었고 소스에는 세계수의 수액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을 먹지 않고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처였다.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어도 좋다.”
혼돈의 대륙에 수인들은 모두 육식이었다. 인간을 초월하는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인간을 잡아먹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의 형상을 한 이들도 식인 곧 육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래서 준비된 음식들을 먹을 수 없는 자들은 없었다.
“너희들이 미카도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고 해도 먹이는 오늘과 같은 수준으로 제공될 것이다. 미카도의 백성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처벌도 없다. 탈출은 의미 없다. 너희들이 알기 좋게 쇠사슬로 목줄을 해놓았다만, 너희 머리통 속에는 칩이라고 불리우는 작은 돌이 들어가 있다. 그 돌은 너희가 어딜 가든지 그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 도망치면 다시 잡아올 뿐이다. 물론 그 와중에 미카도의 백성에게 피해를 입히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충성을 맹세하면 조금씩 자유를 줄 것이고,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면 그냥 가둬둘 뿐이다. 마음대로 해라.”
놀제로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서 그 자리를 떠났다. 놀제로가 자리를 뜨자, 수인들은 웅성거리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프들이 식기들을 치우고 그 자리를 비우자, 한쪽 벽에서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건국 신화를 만화영화로 제작한 것이었다.
영화를 처음보는 그들이었지만, 연극 같은 것은 있었으므로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그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오, 정말 효과가 있군요.”
수인족들에게 일본 건국신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신앙심의 에너지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낀 미카도가 감탄했다.
“저자들은 신을 믿을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입니다. 아니,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는 이들이지요. 놀제로와 마츠모토 츠루기는 대륙에서도 유명한 강자입니다. 그러니 굴복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신으로 섬겨도 좋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녀석들에게 미카도가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고 정보를 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위협이나 협박, 고문 등으로는 반감만 안게 만들지요.”
“수인족들에게 신성력을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신성력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신을 통해 가공되는 힘입니다. 다만 인간을 제물로 삼아서 강제로 뽑아낼 수는 있습니다. 로키가 만들어낸 수법이지요. 죽이고 먹는 것으로 인간의 영혼이 가진 힘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겁니다. 수인 자체도 신성력을 생산하는 근원임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아뭏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미카도는 미소를 지으며 조제성의 손을 잡았다. 조제성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미카도는 신이 됨으로써, 프레이야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 듯 싶었다.
라스푸틴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거 위험해. 조심해야겠어.’
미카도의 호의는 양날의 칼이었다. 일본의 힘을 보다 많이 끌어쓰기 위해서는 호의와 신뢰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카도가 프레이야 여신에게 필요이상의 호의와 신뢰를 갖게되면 프레이야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 지는 것이었다. 원기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거래입니다. 미카도는 세계의 정점에 오르실 분이니, 저희도 호의를 보이고 싶은 것 뿐입니다. 안타깝지만, 엘프 용병의 추가 주문은 못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미카도는 조제성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엘프 용병들은 말 그대로 최강이었다. 돈을 얼마든지 더 줘도 상관없었다. 얻을 수 있는 자원의 가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용병이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되면 헬 컴퍼니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다만 엘프 용병들과는 거리를 둬 주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언제 한번 여신님을 뵙게 해주십시오.”
미카도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조제성은 미카도와 프레이야 여신과의 만남은 더 이상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여신에게 더이상 짐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프레이야 여신님의 정신 지배 능력은 호의와 신뢰에 근거한 겁니다. 미카도께서 우리쪽을 신뢰해 주시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정신 지배에 대한 내성이 약해졌습니다. 자칫하면 강제 지배를 받게될 지 모릅니다. 되도록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자신의 의지를 잃고 조종받는 인형처럼 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렇군요. 그건 피해야겠지요.”
조제성은 교묘하게 말을 했다. 의지를 잃고 조종받는 인형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그걸 원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아니, 내버려 둔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터였다.
-------------------------------------------
“전 부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전진을 계속한다.”
일본 기갑대 아카기 소령은 지휘전차에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폈다. 수인족들은 항공 정찰로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잉 전력이군.’
90식 전차 20대에 장갑차가 50대나 되었다. 그 밖에 공격용 헬기가 세대나 상공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능을 가진 저격병이 마취탄도 가지고 있었다.
성역과 달리 혼돈의 대륙은 회복력 버프를 적게 받기 때문에, 마취탄의 효력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수인들의 제압용 무장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방에 거대 인간형 병기 발견.]
“지구제인가? 리베로는 아니겠지?”
[리베로는 아님. 지구제도 아님. 지크프리드로 추측됨.]
오딘이 리베로와 유사한 병기를 쓴다는 정보는 프레이야측을 통해서 알려진바 있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거대한 기체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공격하며 퇴각하라. 전차대에게도 알린다. 즉시 후퇴한다. 적이 보이면 공격하라. 철갑탄 장전.”
지시를 내리자, 곧 폭음이 들려왔다. 사이코 닌자가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기관포와 로켓 등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쪽 방향에서 거대한 인간형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6시 30분 방향에 적의 모습을 발견! 포격 개시!”
지크프리드를 발견한 전차들의 포문이 굉음을 내며 불꽃을 뿜었다. 아카기 소령은 망원경으로 적의 모습을 관찰했다. 120미리 활강포의 포탄이었다. 독일 라인메탈제의 포신이라서, 공격력 만큼은 일류 전차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하지 않겠지.’
전차들 앞에 저런 거체가 등장했다는 것은 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혼돈의 대륙은 성역을 쓸 수 없기에 지구측 장비가 유리한 곳이었다. 대비가 없다면 저렇게 공세를 펼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포탄들이 지크프리드를 관통해 버렸다.
“뭐지?”
[적은 자신의 앞에 공간이동용 게이트를 펼쳤습니다. 탄환은 관통해서 뒷쪽의 출구로 빠져나갔습니다. 어떤 무기도 통용이 안됩니다.]
공격 헬기 사이코 닌자의 탑승원이 보고했다.
“과연 신인가.”
아카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회피하면서 공격을 계속하라! 적의 방어는 신성력을 소모한다! 마지막 한발까지 쏴라! 다만 일거에 포탄을 퍼붓지 말고 간격을 두고 쏴라.”
아카기의 대응은 미리 준비된 것이기도 했다. 헬과 프레이야에게서 얻은 정보를 통한 것이었다. 신성력은 힘의 원천, 이를 소모시킴으로써 적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
그는 입안에서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공격을 무시하며 움직이던 지크프리드가 갑자기 사라졌고, 다음 순간 사이코 닌자의 앞에 나타나서 검을 휘둘렀다. 공격 헬기가 깨끗하게 두쪽이 났다.
‘공간이동? 아니면 그저 빠르게 움직인건가?’
아카기는 절망을 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