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455화 (455/497)

455화 프라나-2

“날 실망시켰군.”

지크프리드는 분노했다. 그는 아돌프 시클그루버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전차라는게 그렇게 강력한 물건인가?”

“예. 저희가 재현한 물건과는 차이가 큽니다.”

아돌프는 솔직하게 답했다. 아스가르드로 넘어온 나찌 병사들은 대부분 고고학자와 신비학자들이었다. 현자회의 지식도 있었지만, 2차세계대전 이전의 현자회는 현대 문물에 밝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컴퓨터 기술들을 접목시키면서 현자회의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한 터였다.

산을 타면서 조사하던 그들이 전차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었다. 그들은 트럭과 짚, 그리고 보병용 무기들을 가지고 아스가르드에 떨어진 것이었다.

역사학자들이 무기 개발사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림에 재능이 있는 이들이 있어서 다양한 병기들을 재현하고자 노력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그들이 만든 타이거 전차는 20톤이 안되었다.

외형만 어느정도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현대 기준으로는 경전차나 장갑차 수준이었고, 대형 인형병기인 지크프리드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했다.

“미드가르드의 병기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더군.”

오딘은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야 진영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과는 꽤 큰 격차가 났다.

지구의 기술력이나 생산력을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오산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인간들이 하는 짓이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서 농락하는 것은 오딘의 특기이자 즐거움이기도 했다. 프레이야의 잔당들이 미드가르드의 뒤에 있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나름 오딘에 대한 대비도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딘은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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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 죽는 줄 알았다.”

아카기 소령은 전차 안에서 신음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뜨거운 공기와 충격파가 전차 내부를 덮친 탓이었다.

“괜찮은가? 너희들?”

“예. 무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살아 있습니다.”

[2호차, 전원 생존 보고합니다.]

[3호차, 전원 생존 보고합니다.]

생존 보고가 이어졌다. 전차 뿐만이 아니라, 장갑차에서도 마찬가지로 생존 콜이 이어졌다. 심지어 지크프리드에게 짓밟힌 장갑차에서도 생존 보고가 들어왔다. 물론 그쪽은 부상이 좀 심했다.

후폭풍에서 안전했지만, 강렬한 열풍에 노출된 탓이었다.

표면이 녹을 정도의 강렬한 에너지였지만, 직접 노출되지는 않았던 탓에 대부분의 승무원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전차들의 파손은 주로 센서와 무기쪽에 집중되어서, 엔진을 구동시키자 꿈틀거리며 검은 재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상자들을 수습한 그들은 조용히 퇴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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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손실이 자그마치 30명을 넘었습니다. 그 중 다수가 사이코 닌자 파일럿들입니다. 이건 작은 손실이 아닙니다.”

아스가르드의 존재는 아직도 세상에 공표되지 않은 국제적 기밀사항이었다. 일본군의 움직임도 여러 나라의 승인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사망자들의 발표를 미룬다. 그리고 용병들을 더 투입하기로 하지. 그리고 놀제로를 불러라.”

“알겠습니다.”

참모는 미카도에게 고개를 숙였다. 군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맹목적인 충성을 선호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참모진 역시 그런 이들로 꾸며져있었다.

충성이라는 명분하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 그리고 남들 또한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광신도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이들은 사이비 종교 대신에 국가를 신앙하는 광신도일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수인족들을 전쟁에 투입해야 할 것 같다. 너를 따르는 이들을 훈련시켜서 내보내라.”

놀제로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이미 조제성에게 언질을 받은 부분이었다.

“댓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아. 수인족들이라 해도 말이지. 그들을 전장에 내보내려면,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할거야.”

“식량이면 충분하지 않나? 보급 물자도 제공하지.”

“전장에 내보내는데는 부족해. 전장에 내보내려면 식량으로는 부족하지. 출세가 필요해.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 맹목적인 충성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아.”

미카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놀제로의 말은 타당했다. 지구 출신 병사들은 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아스가르드 출신 병사들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유와 부족 자치권이겠지. 어느정도는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수인들을 신뢰하지 않듯이, 그들도 너희들을 신뢰하지는 않으니까. 식인을 포함한 그들의 문화를 존중받으려고 들게 될거야.”

놀제로와 츠루기가 혼돈의 대륙을 평정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동물원에서 한 우리에 모든 동물을 모아놓을 수 없듯이 이들은 생활 습성이 다른데다가 문화적으로 뒤쳐져있다.

그러면서, 쓸데없이 자존심과 고집이 컸다.

헬의 부족처럼 여왕을 통한 절대적 지배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도 안들어쳐먹는 개새끼들을 비롯한 소새끼, 닭새끼들은 끌어안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계륵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놀제로와 츠루기가 판단하기에 사회성도 있고, 프레이야 여신의 인도하에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만한 부족들은 이미 확보된 상태였다.

일본인들에게 넘겨진 부족들은 관리하기 힘들고 말은 안들어쳐먹는 그런 놈들이었다.

“말해 두지만, 놈들은 짐승이다. 일본식 표현으로 말하면 중이병의 집합체같은 말귀 못알아쳐먹는 놈들이다. 가둬놓고 가축처럼 기르면 몰라도, 풀어놓으면 고생 좀 해야 할거다.”

“자네의 카리스마로 저들을 제압하지 않았나?”

“너희는 개를 길들였다고, 개한테 자동차를 운전하게 만들 수 있나? 그런 거다.”

“네가 지휘해야 할텐데?”

“그렇겠지. 너희 장교들이라는 녀석들을 배치하는건, 늑대 소굴에 병아리들을 집어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다만, 이들이 저지르는 사고들을 모두 책임질 수 없다는 뜻이다.”

“할 수 없지. 맡기겠다.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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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움직여줄 말이 더 늘었군.”

조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인들을 통제하에 넣으면서, 동시에 프레이야 소속으로 만들지 않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렌트카라는 소리가 있다.

일본 소속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홀가분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지크프리드의 분석이 어느정도 완료되었습니다.”

장수한이 디지털 펜으로 눈썹을 긁으며 말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나보군.”

“생각보다 많이 빈약해서 그렇습니다. 결정적인 것이 에너지 총량입니다. 일만 프라나라는 것은 생각보다 빈약합니다.”

“그렇게 볼 수만은 없지. 우리의 계산으로는 오딘의 백성은 약 칠천만 이상이야. 하루에 모아들이는 양은 칠십만 프라나 이상, 백만은 넘지 않을거라고 보고 있지.”

“다수의 기체를 운용할 거라고 봐야 할거야.”

“하지만 우리측의 네오 무스펠가만 해도 3만 급의 출력입니다만.”

“우리와는 다르지. 무스펠가 두대를 제외하면 프라나를 사용하는 무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저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프라나를 사용하지.”

프레이야 측에서 수확하는 프라나들은 대부분 공간이동 게이트에 소모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우주 개척이라는 이름의 탈출 계획에 상당부분이 소모되고 있었다.

전쟁 자체를 주도하는 입장이 되는 것은 피하고자 하고 있었다.

“전차의 방호력은 생각보다 높았어.”

“예. 프라나 입자포의 위력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광범위한 공격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만.”

전차들은 핵공격에도 어느정도 승무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네이팜탄 같은 무기의 공격에 대한 방어력도 확보되어있기 때문에 고열의 강력한 병기라고 해도 조사 시간이 짧아서 내부 인원들의 생존에는 문제가 없었다.

“궁그닐이나 묘르닐 같은 공격의 수치는 아직 조사가 안된건가?”

“일단 오딘이 가진 프라나의 총량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계측이 어렵습니다. 총량을 계측하는 것만 성공한다면, 프라나 소모를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겁니다.”

프라나 소모를 유도하기 위한 병기 개발도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에 양도하기로 되어있는 병기 하나는 ‘캐리어’였다.

한국에서 유행하던 유명 게임에 등장하던 병기였다.

발할라에서 채취한 부유석을 이용해서 선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본의 신관들을 태워서 성역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성역이 확보되면 토르의 해머나 오딘의 창으로부터 선체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탑재기들은 무인기로 만들어졌다.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았다. 취미용 RC 비행기에 폭탄을 달아놓은 정도였다. 그리고 선내에서 게임하는 감각으로 조종하도록 만들었다.

만약 지구의 무기 체제를 상대한다면 헛짓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아스가르드에서는 취미용 드론도 쉽게 떨굴 수 없었다.

궁그닐이나 묘르닐 같은 신능이 아니면, 비행물체를 격추하기는 쉽지 않을거라는 계산을 한 것이었다.

고가의 고성능 무인기도 섞어서 사용하면 프라나 소모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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