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비밀병기
“이건 놀라운 함선이로군. 공모라고 불러야 하나?”
프레이야 측에서 제작한 함선, 속칭 ‘캐리어’는 일본 측에 판매되었다. 원자력 전함 야마토를 빼돌린 과거를 생각하면 조금 뻔뻔한 일이지만, 조제성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리디아를 보내서, 값을 몇 배로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원하시는 대로 부르셔도 좋습니다. 이 함에는 프레이야 여신님의 신능에 관련된 기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인신이 된 미카도시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고귀한 엘프, 황녀이자 대신관인 리디아의 설명에 미카도는 흡족한 기분이 되었다.
“그렇군. 그런데 자네, 혹시 내 신관이 될 생각이 없나? 내 휘하 최고의 자리에 올려주겠네.”
미카도가 흑심을 내비쳤다. 모처럼 신이 되었으니, 이런 아름다운 신관을 휘하에 둔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했다.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리디아는 가볍게 웃으면서 넘겼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냉담하게 식어있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미카도는 그녀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신에도 격이 있다고 했던가.’
미카도는 전에 들었던 설명을 떠올렸다. 현인신이라고 하지만, 세계수 하나를 지배하는게 최선인 미카도나 라스푸틴은 하급신이었다.
신의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혼의 격이 있었다.
펜릴이나 헬, 프레이야같은 상급신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격은 라스푸틴이나 미카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판명되었다.
반면, 놀제로에게는 그 격이라는 것이 미카도에게 느껴졌다.
놀제로와 츠루기 부부는 각자 딸을 데리고 있고, 그 둘이 모두 전펜릴과 현펜릴이라는 점에서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격도 언젠가는 올라간다고 말했지.’
신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 일단 신성을 획득하면 언젠가는 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나치게 흥에 겨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캐리어에 눈을 돌렸다. 이미 일본인 군사 전문가들이 캐리어 내부를 탐색하고 살펴 본 상태였다.
“자네들 분석 결과는 어땠나?”
“외계인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중력 프레임을 이용해서 꽤 높은 질량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에너지로 날 수 있습니다. 공기의 저항에 약하긴 하지만, 고출력 엔진을 장착하면 그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비행선 따위와는 다릅니다.”
“현재 기본 무장 뿐입니다만, 개조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내부 공간이 넓어서 무장을 확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만 공간 보호막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캐리어에는 이지스함의 방어 시스템을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미국측의 허가를 얻어 일본측에서 싣도록 되어 있는 상태였다. 공중을 나는 이지스 시스템은 조기 경보기와 방공체계를 합쳐놓은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추가로 팔랑스 기관포 블록 5를 설치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기체 상부와 하부, 그리고 사각이 없게끔 전부 4기를 장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대공 미사일과 전투기의 공격은 충분히 커버 가능합니다.”
미사일을 기관포로 원거리에서 격추하는 시스템에 이능자를 이용한 고성능 대공포, 그리고 뛰어난 탑재량을 이용한 미사일 공격까지 고려한다면, 괴물이 탄생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게다가 신성력을 소모하는 방어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원거리에서 폭발하는 대규모 탄두, 핵탄두에 대해서도 보호받는 것이 가능했다.
“매버릭 미사일, 로켓 런쳐, 헬 파이어 등 실을 수 있는 무기는 많습니다. 그리고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투기를?”
“물론 착함까지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직이착륙기나 헬기라면 충분히 착함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캐리어에서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착륙은 공군기지에서 하는 방식으로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공모에서 전투기가 출격할 만한 활주로를 확보할 수 있나?”
“어렵지 않습니다. 엔진을 건 상태에서 폭탄을 투하하듯이 떨구기만 하면 됩니다. 고도가 확보된 상태이므로, 충분히 비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군에서는 2차세계대전 당시에도 실전 운영한 바 있습니다.”
자폭병기 오우카에 대한 것을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는 전문가였다. 야만적이고 비실용적이어서 세계에는 조롱거리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극우파에게는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탑재기의 이름을 ‘오우카 2’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닙니다. 탑재기의 이름은 ‘영식 함상전투기 제로 2’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군. 그 부분은 논의해보도록 하게.”
“함수부에 탑재된 대구경 포는 어떻게 봐야할지 애매합니다. 저희가 잘 모르는 기술입니다.”
“대구경 포?”
미카도는 황당하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자, 리디아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코드네임, 야마토 포입니다. 신성력을 이용할 수 있는 대구경 포라고 해야겠군요. 가공된 신성력, 저희는 프라나라고 부르는 에너지는 물리력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지크프리드가 사용한 열선 공격이 그것이겠군요. 미카도의 프라나 역시 물리력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병기입니다. 기본은 장약과 전자기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레일건입니다만, 장약과 병행, 혹은 단독으로 프라나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탄두나 장약 없이 프라나를 발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방호력이 뛰어난 전차라면 모를까, 전투기나 헬기, 미사일 등 비행물체에 대해서는 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프라나를 공격에 사용하다니.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로군. 지금까지 프레이야 여신에게 받은 프라나의 양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까?”
“하루 평균 50프라나 정도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약 5000명 분이라고 할 수 있군요.”
“그렇군. 그럼 저 프라나포를 사용하는데 드는 프라나의 양은?”
“최소 일백 프라나에서 일천 프라나까지 가능합니다.”
전함 야마토의 주포와 같은 18.1인치 구경의 하이브리드 레일 캐논이었다. 고고도에서 함포 사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실, 어차피 스컬지 쓰는 캐리어에 야마토포가 없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두 오덕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터였다.
일본에서 어차피 돈을 지불할 물건이니, 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데이터를 얻는게 좋다는 차원에서 조제성 역시 승인이라기보다는 묵인해서 얻어진 것이었다.
“토르의 해머 같은 공격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는건가?”
“세계수의 가지와 신관들을 다수 배치하면 성역이 만들어집니다. 성역이 있으면, 토르의 해머도 오딘의 창도 자동적으로 방어가 됩니다.”
수인들의 합류와 해방된 인류의 덕분에 프레이야의 지원 없이도 프라나의 확보가 가능해진 미카도였다. 다른 나라들이 참전하기 전에 중요 자원들을 더 선점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혼돈의 대륙을 지배해온 최강의 존재들인 합성종들의 나라가 아직 남아있었다.
대륙의 삼분의 일을 차지한 합성종들의 나라는 제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였지만, 왕국이라고도 불리우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부족’ 국가였다.
합성종들은 혼돈의 대륙에서 태어난 돌연변이로, 동시에 두개 이상의 동물 특성이 발현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날개달린 호랑이 같은 수인도 있었다. 문제는 날개가 달렸다고 해도 호랑이 같은 덩치로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그리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날개같이 힘이 부족한 부위라고 해도, 써먹을 방도는 있었다. 프라나를 이용한 증폭 능력이었다.
수인들은 적을 죽여서 프라나를 흡수한다. 흡혈귀처럼 공들여서 빨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죽인 자들의 프라나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신체를 유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소모하여 자신을 강화할 수 있었다.
힘과 속도가 강화되거나, 신체의 일부가 더 강화되는 것도 가능했다. 날개를 가진 이들은 강화되고 거대화된 날개로 비행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수의 동물 특성을 가진 합성종들은 가장 강력한 부족으로 꼽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는 절대적인 수의 부족이었다. 이들은 돌연변이에 가깝다보니, 숫자가 천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뭉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놀제로 같은 경우에는 특수한 돌연변이였다. 뇌전 능력을 사용하는 뿔을 가진 경우였다.
반신급 존재들에게서 나오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놀제로는 돌연변이지만, 완벽한 하이에나였다. 하이에나와 짝을 지으면, 놀제로의 능력을 잇는 자식이 나올 수도 있고, 없는 녀석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하이에나였다.
하이에나 부족에 녹아드는 것도,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반면 합성종들, 예를 들어 개와 호랑이의 합성이라면, 개 부족에 가야하는지 호랑이 부족에 가야하는지도 애매하고 짝짓기도 쉽지 않으며, 태어난 자식의 성향도 부모와 같다고 할 수 없었다.
그 탓에 합성종들은 배척받았고,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거나 운이 좋으면 부족에서 추방당했다.
그리고 그런 합성종들이 뭉쳐서 만든 ‘부족’국가가 대륙 최강의 세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일반 수인들은 이들에게 쫓겨서 영역을 빼앗겼지만, 그들을 경멸하고 언급하는 것도 꺼렸다.
그리고 합성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인들을 인간과 같이 노예겸 식량으로 취급했다.
종교로 뭉친 용족을 자처하는 도마뱀 일족과 야만인처럼 살아가는 수인들, 그리고 배타적으로 뭉친 합성종들이 있었다.
“상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크프리드와의 교전 후에 일본군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 무기의 성능에 대한 신뢰를 되찾자, 그들은 적극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이 합성종들과 만나자 난항을 겪게 되었다.
수인족들이 땅굴을 파고 숨은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베트콩과 비슷한 전법이었다. 하지만 베트콩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이들은 동굴을 파는데 귀신들이었다. 인간과는 비교가 안되는 고성능의 육체였다. 특히 동굴을 파는데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진 이들도 다수 있었다.
동굴 안으로 전차가 들어갈 수 없었고, 공습도 소용이 없었다.
땅굴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파괴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병사들을 돌입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인용 소총, 기관총으로는 최강을 자랑하는 합성종들을 잡을 수 없었다. 가죽이 단단한 짐승의 특성을 가진 이들은 특히 더 심했다. 수류탄 등의 무기가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매몰되면, 인간은 죽지만 단단하고 힘이 센 수인들에겐 별 어려움없이 탈출이 가능했다.
설사 자력 탈출이 불가능해도 동족이 구하러 와주는 것이다.
소총이 통하지도 않는 상대를 땅굴 속에서 특히 근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면 승산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일본군에게서 빼앗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합성종들도 나왔다.
일본군의 제식 장비 중 하나인 소총이나 수류탄이 수인들에게는 안통하지만 일본군에는 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카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적의 병사가 뛰어나지만, 그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일천에 가까운, 하지만 수백에 지나지 않는 강력한 전사들이지만 그들을 제압하면 수십만의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해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원으로 삼게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본의 영광을 위한 초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혼돈의 대륙을 제압해서 프라나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아스가르드를 점령해 나갈 예정이었다.
프레이야는 지구를 포기할 예정이었고, 아스가르드에 대해서도 후퇴할 예정이었다. 다만 승전할 경우, 그 시점에서 각 국가가 점령한 영역에 대해 존중할 것이며, 자신들이 차지한 영역에 대해서만 권리를 주장하기로 계약했다.
“좋아. 이 함의 이름을 야마토라고 부르겠다. 선수에 국화문장을 달도록. 그리고 함수의 프라나포의 이름을 파동포라고 부르겠다.”
다수의 자폭드론과 몇기의 공격헬기, 그리고 다수의 미사일로 무장한 첨단 공중항모가 아스가르드의 창공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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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들이 만드는 건 무언가?”
오딘이 혼돈의 대륙에서 찾아온 영상을 독일인 기술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독일인들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V2 로켓입니다. 정확히는 V2로켓이 아니라, 그 파생형이나 아류작이겠지요. 먼 거리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병기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닐텐데?”
“물론입니다. 궁그닐을 사용할 경우,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하나 있습니다. 원자탄이 사용될 가능성입니다. 수십키로를 초토화시키는 강력한 폭탄이 개발중이었습니다.”
“그렇군. 나름 머리를 굴리는건가.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겠지.”
오딘은 독일인 기술자들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V2로켓이라는 것에 대처할 방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혼돈의 대륙에서 비밀리에 준비하는 카드를 미리 알아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전략적 우위를 차지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조제성이 비밀리에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이렇게 오딘에게 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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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우리는 오딘을 상대할 힘을 얻게 되겠군요.”
원기는 아스가르드에서 보내진 영상을 보면서, 감상을 말했다.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할지, 믿기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이제 오딘과 해볼만 해질 겁니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로켓을 바라보았다. 이 로켓을 비밀리에 건조하느라 들인 노력은 작지 않았다.
조제성조차 이 로켓이 오딘에게 노출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 시작됩니다. 10...9...”
유혜서와 조제성의 이능 조합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로켓 발사 장면이 중계되었다. 로켓이 발사되면, 오딘에게 노출될 것은 틀림없지만 그건 별 상관 없었다.
로켓이 성공적으로 하늘에 쏘아올려졌고, 인간의 영지를 집결한 강력한 무기인 ‘군사 위성’이 아스가르드의 창공 위로 날아 올랐다.
“정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지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딘도 그 발사 모습을 보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채지 못했다. 독일인 과학자들은 V2 로켓의 불발 확률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가버린 불발탄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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