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야생의 법칙
“땅굴이라는 말이지. 교활한 짐승들이로군.”
자위대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혼돈의 대륙 제압은 초반에 비해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일단 수인들의 전투력은 인간보다 월등히 강했다. 권총 같은 것들은 먹히는 자들이 거의 없었다. 소총류의 무기도 강자들은 가볍게 씹어버렸다.
들판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화기를 이용한 집중 사격 등이 가능해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깊은 토굴을 파고 들어간 수인들을 상대로는 화기를 집중하기는 커녕 숫적 우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스를 쓴다. 강력한 수면 가스로 제압한다.”
ABC 병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조약 같은 것도 없었다. 아스가르드는 국제법상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제네바 조약같은 것도 적용할 생각은 없었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서, 혼수상태 혹은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는 강력한 수면가스를 짊어진 병사들이 동굴 입구로 접근했다. 그리고 유탄 발사기로 유탄을 쏴 넣었다.
수류탄을 까 넣겠다고 접근한 병사들이 수인들에게 끌려들어가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탄이 폭발한 후, 가스 병들이 가스 주입을 개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풀숲에서 일어나는 덩치 큰 그림자들이 있었다.
비늘이 전신에 붙어있는 맹수형 합성종들이었다. 곰과 호랑이, 사자, 늑대 등 다양했다.
“기, 기습이다!”
합성종들은 일어나자마자 기관총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에게 빼앗은 강력한 중기관총들을 옛날 영화의 액션 스타들처럼 양팔에 끼고 난사를 시작한 거였다.
인간의 몇배나 되는 힘을 가진 그들에게는 가벼운데다가 반동도 약했기 때문에 중기관총을 자유롭게, 아주 정확하게 다뤘다.
“헬기 지원을 불러!”
인간의 총알은 그들의 비늘에 막혀서 통하지 않는데, 그들이 가진 총알은 인간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중기관총의 정확하고 집중된 총알 세례에는 방탄 조끼 같은 것은 쓸모가 없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공격헬기, ‘쿠노이치’가 날아왔다. 정찰 헬기 닌자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공격헬기로 중무장을 한 ‘시노비’와 기동성을 중시한 ‘쿠노이치’로 나뉘어 있었다.
쿠노이치는 하늘을 날으면서 타겟을 찾았다. 헬기의 고성능 발칸은 충분히 합성종들에게 통용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탄환에 쿠노이치가 폭발해 버렸다.
합성종들을 상대하기 위한 대물저격총이 적에게 들어간 탓이었다.
“빌어먹을! 호크아이가 있었나.”
호크아이는 미국 만화책에 등장하는 영웅이 아니었다. 합성종의 영웅급 전투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합성종들의 경우에는 조류의 특성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호크아이, 혹은 호크래빗이라고 불리는 녀석은 매의 머리에 토끼의 귀와 다리를 가진 합성종으로 대물 저격용 라이플을 획득한 후로 인간의 저격뿐만이 아니라 비행물체를 저격하는 짓을 벌였다. 토끼 다리의 도약력을 이용해서 십미터가까이 점프해서 각종 타겟을 저격하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벌인 일들도 있었다. 산 너머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쏘고 산 너머로 떨어지는 짓을 벌이는 호크아이의 행각에 자위대만이 아니라 러시아군도 골탕을 먹고 있었다.
“빌어먹을 아머드 비스트들!”
자위대 지휘관은 항공요청을 추가로 보냈다. 아머드 비스트들은 비늘을 가지거나 두꺼운 껍질을 가진 합성종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총탄은 물론 수류탄에도 보호를 받을 뿐 아니라, 인간을 잡아먹으면 그것으로 능력이 추가로 상승되는데, 그 경우에는 대물 저격총의 탄환도 튕겨내고 상처가 급속도로 치유되는 능력까지 보여주었다.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육체적 능력까지 있으니 감당하기 힘들었다.
수인들은 기본적으로 근접전을 선호하는데, 이는 상대를 죽이고 그 에너지, 프라나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역이용해서 함정이나 혹은 전기 충격을 이용해서 제압하는 전법을 썼는데, 인간들의 전투력을 경계하기 시작한 합성종들은 인간들의 무기를 써서 적극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자위대는 그들의 공격을 받아, 다수의 희생자를 내고 장갑차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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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 대응하는 부대의 투입이 필요합니다.”
미카도는 그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인들과의 전투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순조로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의 고전은 어느정도 상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우리 정예를 투입하기로 하지.”
미카도는 자신감을 가지고 말했다. 미꼬라고 불리는 무녀들과 사무라이로 부르는 성기사들이었다.
“새로운 전국 시대의 막이 열리겠군.”
미꼬는 선별된 이능자들 가운데에서 오십명, 사무라이는 백명을 만들었다. 반신급 이능자들이기 때문에, 그 전력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이능자들 가운데에는 ‘테이머’가 있었다.
‘바람계곡의 소녀’와 ‘포지몬’이라는 만화영화를 좋아하던 소녀였던 테이머는 강력한 이능을 각성했다.
그것은 어떤 야수든 길들이는 능력이었다.
곰이나 호랑이, 일단 지성을 지니지 못한 존재는 무엇이든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녀의 이능은 시사라라는 괴수와 만나면서 빛을 발했다. 그녀가 동시에 조종할 수 있는 괴수는 세마리.
하지만 그녀는 그 능력을 거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조종이 가능한 동안 길들인 것이었다. 약 한달 정도의 길들이기를 통해서, 그녀는 괴수들을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시사라들을 조종해서 길들였다. 시사라의 무리들을 통제함으로써 길들이는 시간도 단축되었다.
그 결과 그녀는 시사라 열두 마리를 뜻대로 부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녀가 손짓과 명령으로 열두 마리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세 마리에게 텔레파시로 정교한 지시를 내리는 것을 통해서, 열두 마리를 말 그대로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무리를 마구 늘릴 수는 없지만, 약 서른 마리쯤까지는 컨트롤이 가능할 거라는 계산까지 서 있어서, 일본의 최강 전력으로 기대받고 있었다.
“신무기의 배치는 어떻게 되었나?”
“신형 파워드 슈트는 충분한 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령칩을 도입하면 더 강력한 기술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령칩인가.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 기술 노출의 위험성이 있으니.”
나이트 엔젤용의 갑옷은 전투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통갑옷이었지만, 일본에서 제작한 것은 외골격으로 만들어진 파워드 슈트였다.
다수의 모터와 전자력을 이용한 반발력과 흡인력을 병행 구사함으로써 인체의 움직임을 강화시켜주는 장비였다.
동작이 굼뜬 나이트 엔젤을 압도할 수 있는 성능이었지만, 맨몸의 반응속도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메인 컴퓨터로 프레이야측이 제공하는 정령칩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일본의 기술력이 높다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기술력도 그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프레이야측과 교섭을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우선은 지금 개발된 갑주만으로 투입하도록 하지.”
성기사가 걸친 갑옷은 신성력으로 강화되었다. 신성력 자체만으로는 방호력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방어구와 결합하면 강화되는 특성이 있었다.
이로 인해서 파워드 슈트는 장갑차량과 맞먹는 방호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이는 전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들의 투입은 충분히 합성종들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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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정령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장수한의 보고에 조제성은 혀를 찼다. 엘프들의 생령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이지만, 너무 많은 수를 생령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밀 문제였다. 게임 캐릭터야말로 프레이야 진영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게임 캐릭터화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은 엘프들 뿐이었다.
게임 캐릭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생령화는 카즈키의 이능과 희연의 이능, 그리고 게임 캐릭터 모두가 필요한 만큼, 프레이야측 최중요 기밀들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입이 무거운 엘프들에게만 공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또한 생산 능력의 한계가 있었다.
희연의 절대 소멸은 강력한 이능이어서, 희연의 정신력 소모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따라서 일정 수 이상을 보급하는 것은 역시 무리가 컸다.
하지만 정령들을 뿌리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컸다.
희소성 높은 최강의 전력이기 때문에, 각국의 무기 개발에 있어서 핵심적인 존재였다. 이는 프레이야 측에서 주요 군사 기밀에 접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연구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서 계속 이뤄지고 있었지만, 인간의 언어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인간 이상의 판단력과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도의 운동신경을 얻는 것은 현시점에선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국에서는 최신예 시험기에도 발키리 칩을 사용해서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예기 개발 프로젝트 다섯 중 가장 기술적으로 떨어진 세타 프로젝트에 적용된 기술이었지만, 그 시험기가 엄청난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차기 전투기 계획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프레이야측은 미국의 최신예기 기술 중 상당부분을 거저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의 파워드 슈트 기술이 제법 뛰어나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술 노출을 꺼려서 발키리칩은 채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베로쪽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그리 탐나는 기술은 없습니다.”
장수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일제 파워드 슈트는 강하지만, 예측 가능한 선에서의 강함이었다. 정령칩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을 터였다.
프레이야 측에서 지금 개발중인 엘프들을 위한 파워드 슈트와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기술 자체는 일본 것이 뛰어나다고 해도, 닭을 위한 무기와 독수리를 위한 무기는 비교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러니까, 일본 쪽에서 좀 제대로 된 것을 만들도록 독려해 줄 필요가 있지.”
조제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악역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세계정복을 노리는 비밀결사의 참모가 된 느낌이 들어.’
장수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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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군, 이 모습도. 이 공기도.”
원기는 자신의 앞발을 들여다 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도착한 아스가르드, 그리고 혼돈의 대륙이었다.
과거에 떨어졌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긴 했다.
원기의 임무는 합성종 국가에 잠입하는 것, 그리고 일본군을 격퇴하는 것이었다.
원기의 육체는 그것을 위한 합성종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블러드라인에서 탈것으로 주로 쓰이는 그리폰과 결합한 것이었다.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이었다.
호랑이를 주로 써온 원기에겐 그다지 낮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시력은 꽤 좋아졌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평소의 시야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폰이라고는 하지만, 사자형의 수인이 직립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날개와 독수리 머리를 제외하면 사자형의 수인이었다. 짬타이거를 사용하던 느낌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저격수도 할 만 할 것 같은걸.”
원기는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아니었다. 원기는 무의식적으로 적의에 가득찬 시선과 고통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성향은 아니었지만, 그 덕에 적의 주의를 끌고 근접전을 벌이는 능력만큼은 희연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만큼 발전했다.
맷집과 방어력은 희연도 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 그래요. 이건 저하고 잘 맞을 것 같네요.”
연하가 활을 휘두르며 말했다. 연하와 희연은 히포그리프와 결합한 합성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히포그리프 역시 블러디 라인에서 등장하는 탈 것의 하나로, 독수리의 상반신에 말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었다.
합성수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이 블러디 라인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택한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선 내 지시를 따르는게 좋아.”
놀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와 카즈키는 드래곤과 결합해서, 리자드맨의 형상에 박쥐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박쥐보다는 익룡에 가까운 형상이었다.
연하는 자신이 독수리의 머리에 관심을 가졌기도 하지만, 과거에 용신으로 행세한 적이 있기 때문에 드래곤의 형상을 택하지는 않았다.
놀원에게 있어서 혼돈의 대륙은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합성종들과도 교류를 가져본 경험이 있었다.
“내가 합성종 놈들은 잘 알아. 꽤 육질이 좋거든. 어느 부족이 맛있고, 어느 부족이 맛없는지 잘 알고 있지.”
“친구 같은 건 없었던 거냐?”
“가족만 있으면 돼. 친구 따윈 필요 없어. 친구 같은 건 아무 쓸데가 없지. 여기나 거기나.”
“굴베이그는 친구가 아니었어?”
“친구같은게 아냐. 가족이지. 여기있는 모두도 가족이고.”
놀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무게감이 있었다. 카즈키는 펜릴에 어울리는 것은 자신이 아니고, 놀원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가 펜릴로서 수인들 앞에 서게 된다면, 그녀는 충분히 카리스마로 수인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카즈키는 자신이 펜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낙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외톨이 늑대가 어울렸다. 그리고 그녀는 희연의 카리스마의 노예로서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희연이 언젠가 종속신을 만들게 된다면, 그자리는 노려볼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펜릴은 그녀에게 있어서 눈꼽만큼의 가치도 없었기에 어울리는 주인이 나타난 것을 내심 반겼다.
놀원은 원기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우두머리로 나설 의욕이 가득했다. 하이에나 일족은 암컷이 우두머리가 되는게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수컷은 암컷의 지시를 따라야 마땅했다.
“그래. 네 지시를 따르도록 하지.”
원기의 임무는 합성종들을 이끌고, 일본군을 고전시키는 것이었다. 파워드 슈트를 입은 성기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는 합성종들을 장악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놀원은 그 기량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기로서는 수인족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문에 원기가 한가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원기가 놀원을 리더로 인정한 것이, 그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다.
하이에나 무리에 있어서 수컷은 리더 암컷의 소유물이었다. 일부일처와 같은 정조개념은 없지만, 리더 암컷의 짝짓기 요구에 거스르는 일은 용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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