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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63화 (463/497)

463화 놀원의 이능

“네가 실질적으로 리더가 될거다.”

조제성의 말대로 놀원이 자연스럽게 무리의 리더가 되었다. 원기도 희연도 리더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놀원이 타고난 지도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카즈키와 연하처럼, 본능으로 움직이는 타입이었지만 놀원에게는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성미와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추진력이 있었다.

“왜 내가 리더가 되어야 하지?”

“여신님께서 짐을 늘리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 특히 이번에는 짐을 늘리는게 아주 좋지 않거든.”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원기는 자기 사람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 집착은 무의식적인 것이기에 스스로 절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강렬한 집착이 있기에 지금의 프레이야 진영이 있었다.

조제성은 내부의 배반자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합성종들을 프레이야 진영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승자는 일본을 포함한 지구측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지구측에서 오딘을 위해서 싸워줄 중요한 전력이기도 했다.

물론 원기와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원기의 사람 좋아하는 성격은 불치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놀원이 차단막이 되어주길 바란 것이었다.

원기는 추진력을 내세우기 보다는, 사랑받는 리더였다.

“내가 리더니까, 내가 책임을 진다. 그러니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해. 암수를 불문하고.”

놀원은 선언하듯이 말했다. 작전에 투입되기 전, 그녀에게 돌아온 펜릴의 신성력이 그녀의 선언과 함께 각성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눈치챈 이는 없었다.

“마차 여행이라니, 기분이 좀 묘한걸.”

마을들은 인간들의 습격에 지하로 옮겼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지하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벌판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고, 마을과 마을을 오가는 상인들도 있었다.

원기 일행은 포장마차를 이용해서 합성종들의 마을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것은 평범한 말이었다.

“전시라고는 믿기지 않는 평화로운 풍경이네요.”

연하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아, 저기 비행선이 보이네요. 일본에 판 비행선이네요.”

연하의 말에 원기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같은 독수리의 눈임에도 불구하고 원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건 희연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연하하고 상성이 잘맞나보네. 난 도저히 못찾겠는데.”

적어도 수십키로 이상은 떨어져 있는 듯 했다. 독수리의 눈으로도 쉽게 못찾을 정도면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쟁이라지만, 일방적으로 마을을 습격해서 마을 사람들을 잡아가는 형태니까.”

대규모 병력을 풀어서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짓은 합성종들이 총을 난사하면서 부터는 불가능해졌다.

비행전함과 정예 성기사와 신관들을 이용해서 던전을 습격하는 형태이다보니, 들에서 전쟁의 기색을 찾기란 힘들었다.

“슬슬, 여기서 쉬자.”

놀원이 지시를 내리자, 마차가 멈췄다. 처음에는 무슨 이유로 장소를 골랐는지 잘 몰랐지만,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눈에는 잘 안띄면서, 주위에 오는 존재들을 눈치채기 쉬운 장소였다.

“설정이라지만, 이거 좀 노골적인 것 아닐까.”

자위대용 야전 텐트를 펴고, 레이션을 준비했다. 혼돈의 대륙에도 이미 지구에서 가져온 물자들이 제법 퍼져있는 상태였다.

자위대를 습격하고 보급물자를 얻었다는 컨셉으로 준비한 물품들이었다.

“맥주까지 챙겨주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연하가 닭과 비슷한 크기의 조류를 활로 잡아와서 모닥불에 구웠다. 덩치가 비슷한 탓인지, 색깔은 붉지만 맛은 닭과 비슷했기 때문에 맥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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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잠에서 깨어난 후, 놀라서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큰일났다. 이거 꿈이 아닌거지?’

그의 곁에는 늘씬한 미녀가 알몸으로 자고 있었다. 바로 놀원이었다. 프레이야가 만들어준 어린 모습이 아닌, 늘씬한 팔다리의 미녀였다.

그녀가 죽기 전의 모습에 가까운 육체였다.

원기는 간밤에 벌어진 일들을 떠올렸다. 야속하게도 선명하게 생각났다. 놀원이 자신을 유혹했고, 자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놀원의 유혹에 응했다.

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기를 바란 원기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지? 어떻게 된거야?’

펜릴로 각성한 놀원의 이능은 ‘절대명령’이라고 부를만한 것이었다. 지휘하에 들어온 이들은 그녀의 의사에 절대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었다.

원기는 당황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희연과의 관계를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원기로서는 이 사태는 악몽이나 다름이 없었다. 앞으로 인간관계들이 어떻게 요동칠지 몰랐다. 그걸 생각하니 정말 자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들통났을까? 영문을 모르겠네.’

원기는 천막 안을 둘러봤다. 얇은 천막에 방음 기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소에서 사고를 친 것인지 원기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원기가 조심스럽게 천막을 제치고 밖을 내다보려는 순간, 희연과 눈이 마주쳤다.

“일어나셨네요. 마침 식사 준비가 끝났으니, 준비하고 나오세요.”

희연이 원기를 보면서 말했다. 그런 희연 뒤로 카즈키와 연하의 모습도 보였다. 야영 중에는 변신을 풀고 인간형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가죽이나 비늘을 지닌 수인형태에 맞춰서 주요 부위에 장갑판만 대놓은 옷을 입었기 때문에 비키니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원기는 어떻게 숨길까를 고민할 틈도 없이, 희연에게 보여져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희연이 담담한 모습을 보이니,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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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놀원이랑 잔건가. 어린애 아니었어?”

“이쪽 세상이랑, 저쪽 세상이랑 좀 다르다고 하던데요.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고 해요.”

혼돈의 대륙은 문명세계와 달라서 날자를 세는 풍습은 없었다. 우기와 건기가 있기는 하지만, 지구 나이로 환산할 만한 정확한 나이는 물론이고, 생일도 몰랐다.

놀원이 막내이기는 하지만, 우두머리의 후계자로서의 자리를 차지할 정도이기 때문에, 이쪽 세계의 기준으로는 성인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희연 넌 왜 기분이 좋아보이냐?”

“그게 보여요? 희연 언니는 표정으로는 잘 못알아보겠던데.”

카즈키의 질문에 반응한 것은 연하였다. 희연은 무시하고 마차에 침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원기가 놀원과 사고를 쳤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은 원기의 걱정과는 달랐다.

희연 역시 카즈키가 본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희연에게 존재하는 마음 중 가장 크고 중요한 마음은 충성심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충성심이라기보다는 숭배하는 마음에 가까웠다.

원기가 꿈사건 이후에 희연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달라붙는 성향을 보였다. 그리고 그 상황이 희연에게는 기쁘면서도 심하게 불편한 모순된 감정을 불러온 것이었다.

존경이라는 감정과 친애의 감정은 서로 대립되는 면이 있었다.

진정으로 존경하는, 숭배하는 대상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가진 희연은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게 싫지는 않지만, 심하게 불편했다.

자신은 낮아지고, 여신은 높아져야 했다.

소중한 배우자가 아니라, 쓸모있는 도구가 되고 싶은 것이 희연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하지만 원기의 뜻을 거스르는 것 또한 용서가 안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카즈키역시 원기가 희연에게 친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희연이 프레이야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에서 왠지 모를 패배감도 느껴졌고, 희연을 프레이야에게 빼앗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하의 경우에는 올게 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내 차례도 생각보다 빨리 돌아올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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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원기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바람피다가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놀원의 이능은 아직 확인된 상태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유혹에 져서 이렇게 된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원기는 희연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자, 안도감과 함께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짝사랑인걸까.’

[놀원이 펜릴의 힘을 각성한 듯 합니다.]

[거의 기X스에 가까운 것 같은데? 쓸만한 이능으로 보여.]

조제성과 장수한의 메시지에 원기는 정신을 차렸다.

[기X스라고요?]

[그래.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이에 한해서, 절대적 명령을 내리는거지. 단순한 강제 명령이 아니라,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강력한 힘인 것 같아. 물론 여신님의 눈으로 확인하면 더 정확하겠지만.]

장수한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오해를 풀 기회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뭐가 오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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