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화 운영의 묘
“오카 대위님. 전투 공역에 도달했습니다.”
“좋아. 그럼 공격을 개시한다.”
일본이 미국과의 오랜 교섭에서 얻어낸 전투기가 랩터였다. F-22J형으로 불리우는 기체였다. 마이너 체인지 되었다는 평가도 받지만, 개량을 통해서 일부 성능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첨단의 전투기라는 사실이었다.
공격헬기는 위험을 감지하는 이능력자가 아니면 사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발칸을 들고 저격을 해대는 괴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 대가리를 한 괴수가 있어서, 공격헬기의 지원이 어려웠다. 이능자들 역시 위험을 파악하고 접근하지 못하는게 고작이었다.
“락온 완료. 미사일 발사합니다.”
외부 무장창에 장착한 공대지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었다. 랩터가 동원된 것은 스텔스 성능이 아닌, 최첨단 전자장비 때문이었다. 이쪽 세상에선 스텔스 기는 필요치 않았다.
랩터 세기에서 동시에 수십 발의 지대공 미사일이 쏟아졌다.
“이걸로 초토화되겠군.”
오카 대위는 기수를 돌려서 기지로 귀환했다. 이능과 매의 눈을 동시에 사용하는 미친 괴물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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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라, 괜찮은 생각이로군.”
랩터에 장착된 발키리 칩을 통해서, 조제성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발키리 칩을 이용하면, 기계 오작동으로 추락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첨단 전투기는 수많은 안전 장치들을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요소가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조제성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보를 주지도 않았다.
“위험이 감지 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여러곳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혼돈의 대륙에 사는 인간들 가운데에는 이능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수인들 사이에는 이능자가 제법 있었다. 혼돈의 힘과 식인을 통해서 각성한 것이었다.
애초에 수인 자체도 기본은 인간이었다. 재능을 가진 인간이 태어나면서 혼돈의 힘으로 강화된 것이 수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동물의 힘 자체가 이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물적인 위험감지 능력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 대처하나 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는 없겠지.”
조제성의 예상대로 연하가 나섰다. 연하는 매의 눈과 특수 이능인 절대 명중을 가지고 발칸포를 들고는 하늘을 향해서 불을 뿜었다. 개틀링 건의 일종이라지만, 영화와는 달랐다. 방아쇠를 당기는 즉시 포탄이 날아갔다. 미사일과 로켓들이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끝났군요.”
장수한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현대 병기가 무력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연하가 든 발칸포도 역시 현대 병기이기 때문이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이 손 쓸 방법은 더 이상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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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어. 이젠 끝이야.”
사사키는 전신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하늘에 펼쳐진 불꽃을 보았다. 죽음은 각오했지만, 죽음도 쉽게 찾아오지 않을 듯 했다.
“이런 결말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기지는 못해도 받아들이기는 해야지.”
곁에 있던 쿠마다 대위의 말에 사시키는 눈물이 글썽거리던 눈동자를 감추려고 했다. 여성인 쿠마다 대위에게 볼품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습니다.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래. 나도 후회하진 않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쿠마다 대위는 눈을 감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본 땅을 다시 보게 될 기회는 없겠지. 어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자위대 대원들 가운데에 극우 청년들은 사실 많지 않았다. 넷우익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실제로 군생활을 견딜만큼 사교적이지도 근면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위대에 입대한다고 해도, 무언가를 믿고 맡길 수 있을만한 정신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반병들 가운데에는 우익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반면 이능자들은 우익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각성되었다. 아니, 우익의 이능 각성률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미카도는 이런 이들을 신성력으로 끌어들였다. 신성력을 이용한 치료는 강력한 무기였다.
가족 혹은 자신의 치료를 댓가로 미카도와 계약하고 전쟁의 첨병이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계약을 맺은 쿠마다 대위나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전장을 선택한 사사키 하사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아머드 그리폰이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살기로 넘치는 수인들이 이를 갈고 있었다.
“건드리지 마. 이들은 귀한 자원이다.”
쿠마다 대위는 어렴풋이 아스가르드어를 알아들었다. 자원이라는 말에 떠올리게 되는 것은 수인들이 인간의 목을 따서 잡아먹고 괴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일본어? 일본어로 말했어?’
“무슨 이야기지요?”
“너희들은 거래 재료다. 너희들은 전쟁 포로, 아니 전쟁 노예다. 이 땅에는 제노바 협정 같은 것은 없지. 너희를 가장 비싸게 사줄 상대에게 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너희를 일본 정부가 사 줄 수도 있겠지. 그러니, 잘 생각해서 비디오 촬영에 협조하는게 좋을거다.”
아머드 그리폰은 그렇게 말하고 재킷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병사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살아서 돌아갈 가능성이 주어진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교섭하지 않을텐데.”
“너희는 외계 침략자다. 외계 침략자에 저항하는 이들을 너희는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나? 너희는 전쟁 노예고, 우리는 너희를 팔아서 무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일본이 안사준다면, 러시아에 팔면 그만이다. 그들이 너희를 어떻게 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머드 그리폰은 그렇게 말하고 스마트 폰 하나를 던졌다. 쿠마다는 그 폰을 받아 들었다.
“그걸로 너희를 보낸 녀석들에게 호소력 있는 동영상을 찍어라. 돈을 더 내고 싶게끔 말이지. 협박도 나쁘지 않을거야.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에 팔리는 것보다 일본에서 사갈 수 있도록 잘 찍어 보라고. 너희의 운명은 너희가 결정하는 것이 낫겠지.”
아머드 그리폰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 곁을 떠났다. 다른 수인들은 살기가 등등했지만, 아머드 그리폰은 왠지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쿠마다는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아 일본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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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을 구해야 합니다.”
“문제는 조건이 되겠군.”
미카도는 턱을 쓰다듬었다. 까끌까끌한 느낌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었다.
쿠마다 대위가 촬영한 동영상은 의외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능자로 특별 채용한 것이지만, 장교계급이 부끄럽지 않은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동영상에 담겨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은데.”
쿠마다 대위는 포로병들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어깨 너머로 수인족들의 모습을 찍어 보냈다.
그리고 미제 병기는 물론이고, 러시아 병기들의 모습도 촬영했다. 포로들에게 주어진 음식은 중국산 군용 식품이었다.
당연히 노획한 일제 장비들도 촬영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멍청해서 촬영당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다는 느낌이로군.”
“이건 기회일지 모릅니다. 포로를 거래하는 김에, 놈들을 사들이는 건 어떻겠습니까?”
미카도는 참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도 돌아가고, 말도 통하는 상대였다. 쿠마다 역시 아머드 그리폰이 거래가 가능한 상대라고 여기고 있었다.
상거래의 기본을 알고 있었다.
“좋아. 거래를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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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종교를 국교로 삼아달라?”
포로의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본측에서는 막대한 배상을 지불해야 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까지는 아니었다. 추가적인 거래선을 제의했고, 그것도 받아들여졌다.
“그렇습니다. 미카도를 신으로 섬기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대들과 손을 잡을 의향이 있습니다.”
“미쳤군. 우리가 지구의 인간을 신으로 섬길거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전 재산과 목숨까지도 신을 위해 기꺼이 바치라는건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원하는 것은 노예인 인간들입니다. 인간들에게 우리 미카도를 신으로 섬기게 해주십시오. 그 댓가는 충실히 지불하겠습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 우리의 신 펜리아님께서 결정하실 것이다.”
“펜리아?”
“그래. 모든 수인들의 왕, 지금은 모습을 감춘 펜릴의 적통을 이은 유일한 딸인 분이다.”
아머드 그리폰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난 잠시 후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수와 같은 건강함과 섹시함, 그리고 카리스마를 지닌 미인이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군. 몸매에 비해서, 얼굴은 조금 어려보이는 듯도 싶군.’
일본측 거래자는 펜리아의 앞에서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는 여신을 자처할 만한 분위기가 존재했다.
“가축들에게 미카도를 신으로 섬기도록 가르치라는 요구를 들었다. 어차피 인축들은 내 백성은 아니지. 하지만 너희를 신뢰할 수 없다. 신뢰가 쌓이고 조건이 만족스럽다면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일본은 펜리아님과 손을 잡고 싶습니다. 펜리아님이 합성종들의 국가를 통일하고 유일한 황제가 되시도록 밀어드리겠습니다.”
“너희를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두고 보도록 하지.”
펜리아의 말에 거래자는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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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계획과는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군. 어쩔 수 없지. 그 시점에서 최선의 방책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사람이 짜는 책략이라는게 늘 불완전하게 마련이지.”
조제성은 자조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장수한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책략 자체도 뛰어난 편이지만, 상대가 틈을 보이면 재빨리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스노우 볼을 크게 굴리는 재능도 있었다.
놀원은 수인족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해서, 합성종에서도 강한 세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현 상황이라면 놀원과 놀제로가 혼돈의 대륙을 양분해서 나눠가지는 형태가 될 듯 싶었다.
일본은 많은 것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그리 큰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오딘과 싸우기에 일본은 충분한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슬슬 혼돈의 대륙을 벗어날 준비를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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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미드가르드로 진출할 준비를 갖춰야겠군.”
오딘은 혼돈의 대륙을 살펴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구의 병기를 비롯해서 지구의 인간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었다. 슬슬 수확할 시기가 된 것이었다.
지구의 병기, 물자는 물론이지만, 인간들 또한 중요한 자원이었다. 죽여서 영혼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뽑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딘 역시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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