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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68화 (468/497)

468화 붙잡힌 굴베이그

“결계를 쳐라. 공간이동도 차원이동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다.”

지크프리드의 명이 떨어지자, 오딘의 에인페리아들이 일제히 창을 치켜들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반신급 에인페리아들이 제어하는 오딘의 신성력이 굴베이그의 성역을 침범했다. 순식간에 성역 내부의 흐름이 흐트러졌다.

공간이동 같은 능력들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제법 판단력이 빠르군.”

지크프리드는 성에서 빠르게 리베로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기체들에 비해 체구가 약간 작은 미소녀의 모습을 한 리베로들도 확인했다.

마린용 생체 리베로도 포함되어 있었다.

생체 리베로의 모습은 본인을 따서 만든 것이라 지크프리드는 내심 편하다고 생각했다.

블레이드, 마린, 랜슬롯 목표한 3인 모두가 알아서 튀어나와준 것이었다.

“하지만 너희는 무력하지. 발동하라. 신속”

지크프리드가 외치는 순간, 주변의 색깔이 변했다. 빛의 파장이 변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자신의 속도를 몇배로 높인 탓에, 빛의 파장조차 느리게 느껴져서 색이 변색되 보이는 것이었다.

일부 빛은 가시광선의 범위를 벗어나서, 시야가 전체적으로 어둡게 변했다.

지크프리드는 말 그대로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생체리베로의 민첩한 움직임으로 지크프리드에 맞설 생각이었겠지만, 어림도 없었다.

지크프리드가 가진 신기 노른의 수레바퀴가 가진 힘이었다.

지크프리드는 멈춰있다시피한 상대의 허리를 자르고 가슴을 열어 콕핏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블레이드의 가슴에 불사의 창을 꽂았다.

그리고 마린과 랜슬롯에게도 마찬가지 짓을 벌였다.

“이놈들은 아무래도 성가시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남은 생체 리베로들의 콕핏에 칼날을 꽂아넣었다. 생포할 가치가 없는 엘프 에인페리아들만 제거한 것이었다.

노른의 수레바퀴를 멈추자 세상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굴베이그를 해치우는 것만 남았군.”

그는 더이상 서두르지 않았다. 세계수가 파괴되기 전에는 굴베이그는 죽지 않는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불사의 창을 찔러넣고, 그 다음에 세계수를 파괴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지크프리드는 여유있게 메카닉 리베로들을 짓밟았다. 몸놀림이 민첩한 생체 리베로라면 모를까, 둔한 메카닉 리베로들은 지크프리드의 공격을 피하지도 막지도 못한체 파괴되어갔다.

“저건 뭐지?”

지크프리드가 성벽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성벽 위를 오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딘이 습격하는 틈에 로키의 군세가 성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크프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굴베이그령이나 인간들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굴베이그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섭을 해봐야 하나?’

지크프리드의 군세가 접근하는 순간, 성벽에서 오크들이 포격을 개시했다. 지크프리드가 덩치가 크다고 하지만 전차보다 단단한 것은 아니었고, 신성력에 의한 방어도 굴베이그의 성역 탓에 약화되어 있었다.

지크프리드가 비틀거리자, 오크들이 기세좋게 외치기 시작했다.

“적 약하다! 우리 강하다!”

“우리 두려움모른다!”

오크들이 기세좋게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지크프리드는 인상을 썼다. 오딘의 군세들의 중심은 베르세르크들이었다.

전쟁의 광기로 움직이는 광전사들.

그들이 광기를 일으키며 오크들과 교전을 시작했다.

지크프리드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오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물론 오딘의 광전사들도 그 공격에 휘말렸다.

굴베이그 성은 그렇게 오크와 광전사들, 오우거와 지크프리드를 비롯한 거대 병기들에 의해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굴베이그 성 지하에서 수십만의 시체가 발굴되었고, 굴베이그는 창에 꿰뚤린채로 오딘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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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가짜는 아니겠지?”

“틀림없습니다. 놈들의 말에 거짓은 없습니다.”

오딘의 신관들이 자신있게 말했다. 거짓을 간파하는 이능자들이 있기 때문에, 거짓 정보에 현혹될 일은 없었다.

지크프리드가 잡아온 이들은 분명했다.

“우리는 타락한 마신 오딘과 최후까지 용감히 싸울 것이다.”

흉측한 고기덩어리에 가까운 몰골로 블레이드가 말했다. 고문도 그녀(?)의 정신을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굴베이그. 인간을 지키는 마지막 여신이예요.”

작은 소녀인 굴베이그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급신이라고 해도 오딘과 같은 신의 반열에 있는 존재이기에 신관들이 그녀에게는 상대적으로 정중하게 대하고 있었다.

“나는 마린이다. 나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마린과 랜슬롯 역시 비참한 몰골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신관들은 고문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는데 실패한 탓에 오딘 앞에 몸둘 바를 몰랐다.

“생각을 읽는 것은 어떤가?”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신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머리속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오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신기를 사용하고도 생각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에인페리아들이니만큼 가능할 수도 있었다.

“상관없다. 언젠가는 굴복하겠지. 불사의 저주가 계속되는 한, 놈들은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다.”

오딘은 그렇게 냉혹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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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확장팩에서 로리 여신님이 나왔다는데?”

“그렇게 예쁘다며? 블러디 라인2가 나와서 블러디 라인이 완전히 버려진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블레이드도 등장했다지?”

“좀 뜬금없는 콜라보 이벤트기는 한데 말이야. 블러디 라인에 페이크 캐릭터들이 등장했다니. 뭐 나야 좋아하지만.”

“그래도 블레이드가 남자처럼 말하는거 좀 이상하지 않냐?”

“일본어판은 제대로 여자말투로 말한다는데, 왜 한국어판만 그모냥인건지.”

“관심이 없는거겠지. 한국판에. 그건 그렇고 랜슬롯이라는 캐릭터는 왜 나온건지 모르겠어.”

“님들아. 초보 마을에선 이벤트 안해요?”

“초보 마을에선 이벤트 안한다던데요.”

“제 친구가 첫날에 초보 마을에서 이벤트 NPC들 봤다고 하는데요. 인증샷도 있는데.”

“그래요? 전 이틀째부터 봤는데 초보 마을에는 없었어요.”

귀여운 어린 소녀 모습의 굴베이그 여신이 타락한 마신 오딘과 싸우는 확장팩 발매기념 이벤트 전투의 화제로 블러디 라인 게시판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벤트 NPC들은 사람들에게 이벤트 안내를 하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온 몬스터들과 싸우긴 하지만, 대사가 한정적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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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베이그령의 인원들 모두 데이모스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렇군. 수고했네. 우리측 피해는 어떻게 되었지?”

“일단 상정했던 범위 내의 손실입니다. 여신님께서 불편해하실 만한 손실은 없습니다. 예상보다 시체 확보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겠지. 일단 공급이 한정된 소재이니.”

조제성이 혀를 찼다. 인간의 시신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재료는 아니었다. 특히 백인들의 시신은 더 구하기가 힘들었다.

연고가 없는 부랑자들의 시신과 의학용으로 기증된 시신들을 서구 국가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손에 넣어왔지만, 수백이라면 모를까 수만구의 시신을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들었습니다. 무사히 다들 빠져나왔다지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원기가 프레이야 여신의 모습으로 황급히 들어와서 말했다. 조제성과 장수한의 손을 붙잡고 기쁜 모습으로 말하는 여신의 모습에 두 사람은 쑥쓰러움과 보람을 느꼈다.

굴베이그령에 있던 굴베이그와 블레이드 일행은 프레이야 여신의 걱정거리였다. 조제성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는 있었지만, 그 책임은 늘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대처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레이야 여신이 감탄하면서 묻자, 조제성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으로는 원기가 지도자로서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은퇴 생활 이후에도 안심하려면, 믿을 수 있는 이에게 맡겨야 하는데, 프레이야 여신말고는 믿고 맡길 사람이 없었다.

장수한은 쓸만한 친구이긴 하지만, 리더로서의 자질은 별로 없었다. 이인자로서 유능하고, 이인자로 있기를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간단합니다. 상황을 거시적으로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0.1퍼센트의 가능성으로 자동차가 고장이 난다고 합시다. 천분의 일의 확률입니다. 자동차를 살 때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작 천분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자동차를 파는 입장은 어떨까요? 백만대를 생산해서 판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천대 정도는 고장 나겠군요.”

“그렇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일어날지 안일어날지 모르는 일이 되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일어나는 일입니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으면, 그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겁니다. 먼 나라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면, 개인은 남의 일처럼 여겨도 됩니다.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일이지요. 하지만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그 병이 반드시 들어올 거라고 알고 있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겁니다. 오딘이 쳐들어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능한 대비를 해두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것이 되겠지요.”

“그렇겠군요.”

“일단, 데이모스 기지에 안착한 이들을 여신님이 환영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이니 신경써줄 필요가 있을 겁니다. 갑자기 우주에 떠있는 돌덩어리에서 살게 된 셈이니까요. 용병도시 문제는 제가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오딘은 어떻게 하고 있지요?”

“지금으로 봐서는 열심히 NPC와 대화중입니다. 대화 패턴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클릭 중이지요. 오딘의 인내심이 얼마나 갈지 기대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딘은 자신이 잡은 굴베이그와 블레이드, 마린과 랜슬롯이 NPC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머리속을 들여다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의심하기도 어려웠다. 그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분명히 굴베이그, 블레이드, 마린, 랜슬롯이었다.

덕분에 조제성은 네개의 감시용 카메라 겸 도청장치를 오딘의 성 내부에 장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을 통해서, 오딘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얼 알고 있는지 역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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