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화 엘프의 변화
‘윽, 여신님이 보고 당황하셨다.’
리디아는 곤혹스러웠다. 평소에 사용하던 인간형 아바타가 아닌 엘프 본체였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좋아하는 원기에게 맞추기 위해서 가슴도 키우고, 인간에 가깝게 얼굴도 조종한 게임 캐릭터가 아닌, 엘프 본체였다.
그녀가 비운 사이에 몸을 관리한 발키리들이 소홀할 이유도 없어서 몸매는 여전히 날씬하고 가슴은 작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프레이야의 당혹감은 리디아에게는 실망감 나아가서는 혐오감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으로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의식이었기에, 그녀는 동요를 감추고 의식을 진행해 나갔다.
리디아는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최근의 변화는 그녀를 인간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귀가 대체 왜 이렇게 변한거야. 마치 동물같아.’
-------------------------
‘리디아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사람은 이성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뚱뚱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을 선호하고, 마른 사람은 든든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마른 것과 날씬한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매칭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원기의 경우에는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이 동경이었다.
희연과 연하처럼 운동부 출신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은 미의 여신, 아름다움의 추구자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름다움이라는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절대적이기보다는 유행처럼 일시적인 면도 강했다.
뚱뚱한 사람이 미인이던 시대도 있고, 목이 긴 사람이 미인이 되는 지역도 있다. 발이 작아야 미인이던 대국도 있었다.
미의 기준은 언제나 변해왔다.
사람들에 따라서 추구하는 바도 달라져 왔다.
그렇기에 역대 프레이야 여신들은 자신들이 절대적 미의 기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엘프들은 아름다운 종족으로 만들어졌다.
취향이 다른 몇몇 프레이야 여신들을 거치면서 엘프들은 당대 프레이야 여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외모로 변화되어 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그릇으로 태어난 리디아는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모든 신관들 가운데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았다.
원기의 눈은 미모의 여성들과 함께 있으면서, 꽤 높아져 있었기에 엘프들의 외모는 조금씩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엘프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신의 그릇인 리디아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이 세상에 있다면, 리디아겠네.’
원기의 취향은 건강한 여성이었다. 보디빌더처럼 근육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군살이 없는 생기넘치는 육체였다.
원기는 빈유파도 거유파도 아닌 미유파였다.
크던 작던 예쁜 쪽이 좋다는 취향이었다. 군살 없는 생기넘치는 육체를 좋아하는 만큼 글래머한 여성이 취향은 아니었다.
원기는 미의 집대성이 되어있는 완벽한 미모의 리디아에게 압도될 정도였다. 그가 만든 프레이야 여신의 외모는 리디아에 비하면 인공적이고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것은 원기만의 생각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추종자들에게 프레이야 여신이야말로 미의 기준이었다. 바니걸 통신의 영향력과 여신으로서의 오오라까지 흘러넘치는데 리디아가 눈에 들어올 수는 없었다.
헬과 펜릴, 굴베이그 역시 인간으로서는 눈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미모였다.
‘내 취향은 희연이지만, 누가 더 아름답다고 묻는가 하면 리디아라고 답할 수 밖에 없겠는걸.’
감히 범접하기 힘들 정도의 미의 극치를 리디아의 본체가 보여주고 있었다. 미녀들 틈에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원기의 이상적인 미모는 그만큼 파괴력이 있었다.
이 장소가 아니었다면, 리디아의 외모는 모인 이들의 눈길을 장악할 것이 틀림없었다.
특히 길어진 귀는 독특한 매력을 발하고 있었다. 본래 엘프들의 귀는 미국쪽 엘프들과 비슷했다. 인간보다 조금 크고 조금 뾰족하며 머리에 붙어있는 형상이었다.
다만, 귀의 성능을 위해서인지 조금 더 컸다.
하지만 어느사이엔가 귀는 명백하게 길어지면서 수평으로 누웠다. 소위 일본풍 엘프에 가까워진 것이었다. 특히 리디아는 그게 더 심한 편이어서, 원기는 자신이 좋아하던 게임의 캐릭터가 이 세상에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구현된 듯 느꼈다.
원기가 엘프들의 이미지를 서양풍보다는 일본풍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예쁘다. 너무 아름다워서,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건가?’
원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타당해보이기도 했다. 완벽에 가까운 미모를 인간으로 보이게끔 고칠때마다 그 완벽함이 훼손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디아는 인간으로 자라온 원기의 정체성을 고려해서, 필사적으로 인간처럼 보이려고 노력해 온 것이었다. 게임 캐릭터의 가슴을 키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간이 보기엔 너무 작은 것 아닐까. 부끄러워. 눈매도 좀 날카롭고. 머리카락은 너무 연한 색깔이야. 나도 저렇게 진한 눈동자와 검은 머리칼이었으면 좋겠는데.’
리디아는 프레이야의 눈에 들고 싶었기에, 희연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이상해. 남자 엘프들이 보이지 않는데.”
원기는 리디아의 미모에 눈을 빼앗기고 있다가, 뭔가 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남자 엘프들이 이 자리에 나와있지 않은 것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저기 다 나와있는데.”
원기는 뒤에 서있던 연하의 말에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눈치챘다. 남자 엘프들이 성장해 있었다. 기본 남자엘프들이 초등학생 미소녀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면, 중학생 미소녀 정도로 변화된 것이었다.
원기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었지만, 그 사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잘 먹으면 남자 엘프들도 커지는 걸까? 그건 그렇고 남성스럽게 되지는 않았군.”
원기가 남자를 좋아하게 되지 않는한, 그들이 남성스럽게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남성들이 중학생 수준의 체격에서 머물지 더 성장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잘 봐줘야 중성적이고 객관적으로는 대단히 여성적인 그들의 외모를 생각하면 나이들어 보이도록 성장하는게 좋은 일일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재앙이라면, 남자 엘프들의 가슴 역시 커지지는 않았지만, 좀 더 예쁘게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현재도 진행중인 변화였다.
“그건 그렇고, 참 대단한 모습이로군요.”
“무슨 의미지?”
속삭이듯 말을 걸어온 장수한에게 조제성이 물었다.
“저 많은 종족들이 평화롭게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것 말입니다. 저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지요.”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한의 말 그대로였다. 이건 개와 고양이를 모아놓은 것이라기보다는 고양이와 쥐, 카나리아와 사자를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인간과 아인종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인종들은 인간을 개조한 존재들로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인원과 인간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유인원과 인간은 대등할 수가 없는 것과도 비슷했다.
엘프들은 인간들과 오랫동안 싸워왔고, 펜릴의 수인족이나 헬의 충족, 마족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삼아서 잡아먹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서 모여서 충성을 맹세하며 함께 환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대다수의 우월종들에게 인간은 결코 대등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
“프레이야님의 힘만으로는 이렇게까지 되기는 어려웠을거야. 희연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지. 프레이야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면, 헬은 모두 다 싫어하지.”
“그렇게 세상을 혐오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미워하지는 않지만, 공평하게 싫어하지. 애정도 없고 미움도 없어. 그리고 그걸 매력으로 느끼는 이들도 있어. 공평한 미움은 평등한 사랑과도 비슷한 매력이 있지. 경멸도 미움도 없는 무관심에 한없이 가까운 혐오다. 공정한 신이 인간에게 가질법한 마음가짐일지도 모르지.”
바퀴벌레들이 앞으로 나서자, 프레이야는 그들이 건네는 증정품을 기쁘게 받았다. 그리고 대표가 손에 입맞추는 것을 미소지으며 받아들였다. 프레이야에겐 외모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별로 공평해보이지 않는데요.”
헬의 불쾌감이 장내를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내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헬 여신의 분노도 그저 식의 일부처럼 여길 뿐이었다.
거미 일족의 여왕도 나서서 진상품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했다. 인간의 상체와 거대 거미의 몸통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괴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헬의 거부감도 꽤 강했다.
‘희연이 고생이 많군.’
원기도 내심 감탄했다. 주군의 안위를 지키는 충성스런 무사로서 그녀는 어떤 상황에도 물러서지 않고자 하는 기백이 있었다.
그리고 벌 일족이 올라왔다.
벌의 여왕과 나비 여왕은 대단히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동물의 흔적이라고는 날개 외에는 없었다.
요정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여왕들은 넘치는 신성력을 가진 반신적 존재였다. 헬의 여왕들은 종속성이 강해서 그렇지, 왠만한 하급신보다 더 강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아름다움도 범상치 않았다.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모든 생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헬 여신의 종족들 중에서 가장 찬사를 받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녀들 역시 진상품을 바치고 프레이야의 손에 입맞추기 위해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헬의 살기가 장내를 뒤덮었다.
‘역시 우리 여신님이야. 자비가 없으시지. 차별도 없고.’
바퀴벌레 일족들과 거미 일족들의 호감도와 헬 여신에 대한 자부심이 급상승했다. 바퀴벌레 종족은 경원당하고 미움받는게 당연한 듯이 살아왔다. 그들도 그런 상황이 기분 좋을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정말 괴롭게 하는 것은 외형이 아름다운 종족들이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었다.
헬 여신은 그런 건 없었다. 벌레는 예뻐도 벌레였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만족스러웠다.
‘과연 우리의 여신님이시로군.’
헬 여신에게 벌레취급당한 벌의 여왕과 나비의 여왕도 불만은 없었다. 자신들을 편애해 준 여신들도 있지만, 그것을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여신은 나라, 혹은 세상과 비슷했다. 썩어빠진 나라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그것을 모두 유쾌하게 여기지는 않는 것과도 비슷했다.
헬 여신은 결코 편애하지 않는다. 좀 더 싫어하고, 덜 싫어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차별보다는 구별에 가까웠기에 그들은 만족했다.
----------------------------
행사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열렸다. 원기는 심한 피로감을 느꼈지만, 많은 이들은 극히 만족스러웠다.
프레이야 여신을 포함한 네 여신의 신성력이 모든 이들에게 빛과 함께 뿌려졌다.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데이모스의 거대도시는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건설에 참여한 이들도, 막 이주한 이들도 모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끝까지 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프레이야 여신의 선언과 함께 대규모 행사가 막을 내렸다.
“정성껏 준비했으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기 바란다. 마음껏 먹고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을 즐겨줬으면 한다.”
연회장은 수십개로 나뉘어져 있었고, 종족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모든 인원이 한데 모여서 연회를 할 수 있는 큰 광장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족별로 편안하게 연회를 즐길 수 있도록 연회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종족간 상성을 고려해서 장소를 배치했다.
바퀴벌레와 개미, 그리고 고양이족이 한데 모인 것은 장수한의 배려였다.
협소성애자, 아니 협소성애 종족에 어두운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바퀴벌레와 개미가 같은 환경을 선호한다고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철천지 원수에 가까운 종족이었다.
고양이 종족은 바퀴벌레를 가지고 놀기도 좋아하고 잡아먹기도 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미묘했다.
다만, 이런 천적관계는 프레이야와 헬이라는 무차별주의자들 덕택에 극복될 수 있었다.
프레이야와 헬이 구심점에 있기에, 그들은 구원을 잊고 함께 할 수 있었다.
“저 연회장에 나도 가보고 싶군.”
바퀴족 한명이 연회장을 비추는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밝고 넓은 장소라서 그리 마음 편한 장소는 아니지만, 프레이야 여신과 한 자리에 할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곁에 있던 개미족과 고양이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헬과 펜릴 역시 충성을 바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력을 뿌리고 있었다.
펜릴에게서는 알파의 매력, 무리짓는 짐승들을 지배하는 천부적인 마성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프레이야에게 충성을 다하면서도 자신이 알파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그런 매력이었다.
놀원의 이 마성적인 카리스마는 자신이 프레이야를, 그 핵심은 원기를 ‘정복’했다는 데에서 각성한 것이기도 했다.
“펜릴의 저 능력이 정복감에서 성취되었다면, 좀 위험한 것 아닐까요?”
“정복이라는거, 사실 별 거 아니야.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등반가가 에베레스트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지. 그냥 기분에 지나지 않아. 착각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인간의 소유가 그렇듯 말이야.”
“소유가 착각이라는 건 뭡니까?”
“네가 땅을 사서, 네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개가 오줌싸놓고 자기 영역이라고 여기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거지. 다른 인간이 사용할 수 없게 막은 것 뿐이지, 진정으로 소유한 건 아니라는거야. 국가도 마찬가지고. 펜릴은 그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지.”
동물들도 영역 다툼을 한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인간만이 자신들이 정한 소유가 절대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뿐이었다.
다른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국경도 개들이 오줌싸놓은 것이나 곰들이 등비벼 놓은 것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전혀 차이가 없었다.
“동물들에게 있어서 영역은 끊임없이 뺏고 빼앗기는 변화무쌍한 영역이지. 하지만 영역을 포기할 수는 없어. 그녀의 정복이란 그런 거야. 결코 소유할 수 없다고 알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
“너무 두 분이서만 어울리는 것 아닌가요. 섭섭하군요.”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유혜서가 옆에 오자, 조제성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사람들이 내 곁에 오려고 하질 않아서 말이야. 이 녀석 정도만 내 상대를 해주더라고. 그건 그렇고, 좀 더 즐기고 오는게 좋지 않겠어?”
유혜서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연회장에도 가보고 싶군요.]
VIP들을 비롯해서 각 종족의 대표들이 모인 연회장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었다. 원기는 늘 외로웠고, 사람들을 좋아했지만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사람들과 부대끼는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피곤하긴 했지만, 다른 연회장에도 소외감을 주지 않도록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제성은 혜서의 팔짱을 끼고 원기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무리가 갈라지며 조제성의 앞길을 열었다.
VIP들은 진짜 무서운 존재는 헬 따위가 아니라, 조제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은 프레이야 여신의 손을 이끌고 중앙 무대 한 곳으로 가서 섰다.
“여기에 연회장 간을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놨습니다. 희연양도 이쪽으로 오게.”
직경 5미터 가량 되는 원형 엘리베이터였다.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었지만, 여신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는 이들은 없었다.
“전 여기 있을테니, 다녀 오세요.”
유혜서 역시 몸을 뺐다. 공적인 일이니만큼 자신이 빠지는게 옳다고 생각한 것이었고, 여신들이 탄 엘리베이터에 함께 하기엔 송구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군. 그럼 저도 빠지지요. 리디아전하. 전하께서 안내해 주시지요.”
조제성이 빠지자, 프레이야 여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조제성이 곁에 있어주는게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는 그 모습을 보고 내심 당황했다.
자신의 안내를 불편하게 여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와있었다.
조제성과는 다르지만, 리디아 역시 믿고 의지할 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면서 여신의 곁에 섰다. 엘프 특유의 향기가 원기의 코를 스쳤다.
[그건 그렇고 정말 예쁘군.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실감나는걸. 엘프가 미의 종족이라지만, 리디아는 더욱 각별해. 누군지 모르지만 리디아의 짝이 될 사람은 정말 좋겠어.]
원기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이 내심이 자기도 모르게 바니걸 통신으로 모두에게 퍼져나갔다는 사실이었다.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게 될 상황이었지만, 원기는 자신의 생각이 새어나간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도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리디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