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화 바니홈쇼핑
“아직도 재정이 많이 부족한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정은 아무리 많아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저렴한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한 일꾼들이 많아서 제법 순조로운 편입니다.”
조제성은 달기지, 아니 월면도시 건설은 물론 데이모스 개조라는 대규모 작업을 총괄하면서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우리의 사업이 크면 클수록, 세상으로부터 안전해질 뿐 아니라, 데이모스 건조도 빨라지는게 사실입니다. 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월면도시도 데이모스도 제법 돈을 벌고 있습니다.”
데이모스는 기본 무중력이고, 월면도시도 지구 중력의 1/6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산 건설이 대단히 쉬웠다.
기둥을 세우지 않아도 주변에 시멘트로 벽을 치는 정도만으로 충분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광산에게 특화되었다고 알려진 이들로 드워프 일족이 있었다. 이들은 키가 작아서 광산을 작게 만들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갱도가 좁으면 좁을수록 좀 더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드워프들을 능가하는 광산 일족이 바로 바퀴벌레와 개미일족들이었다.
이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땅굴을 파는 재주가 있었다.
이들이 땅굴을 파서 광석을 발견하면, 그 광석을 드워프들이 캐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하 도시는 점진적으로 확장되었다.
월면에 있는 대량의 광석을 헐값에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잇점을 최대한 살려서, 조제성은 막대한 흑자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데이모스의 무중력 공간에 건설된 제철소에서 만들어진 금속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균일한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금속과는 재질이 다른 것이었다.
“이거 완전 건다X움아냐.”
“이거 우리 프레리움이라고 불러야 하는거 아니냐?”
호철과 찬균의 격론 끝에 새롭게 만들어진 금속은 데이모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데이모늄은 탄성과 강도 양면에서 뛰어난 금속이어서, 상업적 가치가 충분했다.
조제성은 이 데이모늄을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에 팔아넘겼다.
“애석하지만, 한국은 정치적 파트너로서는 그리 유리하지 못합니다.”
조제성은 단언하듯 말했다. 재벌 기업들이 국정을 장악하고, 독재에 가까운 정치체제였다. 거기에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얽매이게 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게 조제성의 입장이었다.
프레이야가 한국인 출신이라는게 알려지게 된다면, 한국의 무기로서 옭아맬 가능성이 컸다.
이미 프레이야가 한국쪽하고 연관이 깊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려져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조제성의 전략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조제성의 전략을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할 수는 없었다.
데이모늄이라는 것도 날로 먹으려고 들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혜택이 전국민에게 돌아간다면 모르지만, 일부 재벌들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 국적과 관계없이 인건비를 지불하는 나라의 국민들에게나 도움이 되는 법이었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에 대부분의 인건비를 지불하는 대기업의 경우, 국적이 어디인가는 의미없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측 업체에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제값을 받고 말이지요. 중소기업 위주로 재료 가공도 맡길 예정입니다. 하지만 거리는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어느나라 국민도 아니라고 봐야 하니까요. 우리의 백성 대다수는 지구인조차 아닙니다.”
조제성은 확실하게 못박듯이 말했다. 원기의 무른 면을 걱정한 것이었다.
“저도 어느쪽에 저울을 둘 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엘프들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엘프들이 행복한 세상이 제가 살아가야 할 목적입니다.”
“저도 그걸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 세상에서 여신님과 함께 살기 위해서 말이지요. 영생이 제 목표입니다. 몇십년의 평화가 아닌 몇백년 몇천년의 평화로운 삶이 제 목표지요.”
“욕심의 스케일이 범인의 범주와는 다르시군요.”
“원래 그런 겁니다. 대지약우, 큰 지혜는 어리석음처럼 보이는 법입니다. 큰 용기는 비굴함으로 보이지요. 그리고 큰 욕심은 오히려 청빈한 것처럼 보이는 법입니다.”
“형님의 경우엔 그다지 어리석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확실히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군요.”
“저도 승상님을 위해서 오래 살아야겠군요.”
“아주 오래 사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드릴 겁니다.”
조제성의 말에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는 원기였다. 기대가 크니 부담도 역시 커지긴 했다.
------------------------------------
“이건 제가 실수한 걸까요.”
데이모스의 이종족 거주구를 방문한 원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수인족들의 모습은 생각한 것과 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원기가 광고한 것은 위생용품이 대부분이었다. 샴푸와 칫솔, 치약 등이었다.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을 위해서 넥타이를 광고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모습은 상당히 위화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온몸이 찰랑찰랑 거리는 윤기있는 털로 뒤덮인 동물들이 넥타이만 하고 있었다.
여신이 광고한 내용에는 정장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성복들에 대해서 알리면서, 특히 넥타이를 한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는다.
수인족들의 영향인지, 인간들조차 속옷차림에 넥타이 말고는 걸치지 않은 모습을 피로하고 있었다. 남녀 모두 불편하지 말라고 트렁크 타입에 스포츠 브라를 제공한 덕분에 그나마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광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엘프들은 남녀 모두 정갈한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정장바지, 그리고 여신이 추천한 넥타이 몇종류를 하고 있었다.
부족별로 넥타이 무늬를 나눠가진 탓에 넥타이를 통해서 부족을 구별할 수 있었다.
“엘프들은 역시 장난아니게 멋지군요.”
원기는 엘프들의 차림에 감탄했다. 엘프들의 날씬한 몸매에 살짝 빈약한 가슴은 슈트 차림에 대단히 어울렸다.
“오늘 저녁에는 멜빵을 광고해야 겠군요.”
“오, 원기. 너도 뭔가 아는구나!”
장수한이 기뻐하며 맞장구를 쳤다. 찬균은 오버니삭스에 미니스커트를 주장했고 호철은 군복을 추천했지만 둘 다 기각 당했다.
“문제는 수인족이로군요. 바니걸 통신이 맘에 안들었던걸까요? 아니면 저항하는 걸까요?”
“저항이라고 보기엔 좀 어렵습니다. 저 모습을 보세요. 저 털발 날리는 것 안보이십니까.”
수인족들은 반인반수형이 아니라, 완전 짐승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타이를 하고 넥타이 핀으로 가슴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동물 형태에서 넥타이만 하고 있으니, 넥타이라기보다는 목줄로 보인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 모습으로 다니면서,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날리고 다녔다.
곰도 이상했지만, 갈기가 윤기가 좔좔 흐르며 땅으로 흐르듯 날리는 사자들은 정말 사자로 보이지 않았다. 다들 칫솔질을 잘했는지, 새하얀 치아를 과시하며 어색한 모습으로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완전 짐승화된 모습을 고집한다는 것은 반항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음, 저 문제라면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대신에 잘 되면 바니 홈쇼핑에서 오버니 삭스와 미니스커트를 광고하는 겁니다.”
찬균이 자신있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원기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원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들었다.
“정말 그런 걸로 될까?”
“물론이지. 두고 보라고.”
찬균은 자신감있는 미소를 보였다. 원기는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수인족들은 가능한 인간형태로 있는 것이 여러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전투나 작업시에는 인간을 초월한 능력이 필요하지만, 교육이나 생활 등을 고려한다면 통일성은 필요했다.
원기는 찬균의 아이디어를 한번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버니삭스와 미니스커트의 조합은 사실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
────────────────────────────────────